전국적으로 부는 등록금 인상 바람

17년 만에 크게 오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대학가에 등록금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 32개 대학이 올해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고 120여개 대학은 논의 중이다. 교육부의 만류가 있지만 재정 악화로 인해 등록금 인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총장들은 말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발도 강한 가운데 교육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대학교들이 줄줄이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16년간 동결됐던 주요 대학의 등록금이 인상되자 교육부와 학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하지만 대학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기의 대학
재정 악화

교육부는 지난해 12월25일 대학·대학원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을 5.49%로 확정했다. 다만 등록금 동결 기조는 유지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대학원)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다.

내년 법정 인상 상한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3.66%)의 1.5배인 5.49%로 확정됐다. 교육부는 이를 지난해 12월30일 공고했다. 최근 4년간 법정 인상 상한은 2021년 1.20%, 2022년 1.65%, 2023년 4.05%, 2024년 5.64%였다.

지난 4년간 법정 인상 상한률 고지에도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다.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에 따른 것이다. 올해에도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등록금 법정 인상 상한을 공고하며 “그간 국가장학금이 지속 확대됐음에도 대학의 등록금 수입이 교내장학금 지원에 집중돼 교육 여건 개선에 상대적으로 투자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이 교육 여건 개선에 투자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또 교육부가 대학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2023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 신설 등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왔고, 국가장학금도 대폭 확충하는 등 학생들의 학비 부담 완화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대학들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주 현안으로 꼽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들이 모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올해 정기총회를 맞아 실시한 ‘2025 KCUE 대학 총장 설문조사’ 분석 결과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교육부로부터 학부등록금 동결 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들은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급감 등도 더해져 ‘재정 위기’를 가장 큰 화두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총장들은 ‘현 시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77.1%(108명)가 ‘재정 지원 사업(정부·지자체 등)’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신입생 모집 및 충원 62.9%(88명)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교육 56.4%(79명) ▲등록금 인상 55.7%(78명) ▲재학생 등록 유지 38.6%(54명) 등이 5순위 안에 들었다.

재정 지원과 신입생 모집은 예년에도 최대 관심사(1·2위)였다. 다만, 전자는 올해 본격 도입되는 라이즈(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로 인해 지난해보다 주목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71.9%→77.1%).

또 ‘등록금 인상’을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총장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43.7%에서 12.0%p 오른 55.7%를 기록했다. ‘재학생 등록 유지’(36.3%→38.6%)는 상위 5개에 진입한 반면, ‘교육 과정 및 학사 개편’은 16%p 넘게 급락하면서 종전 4순위에서 8순위로 밀려났다.


32곳 확정, 120여곳 논의 중
총장 관심사 1위도 ‘등록금’

설립 유형에 따라 일부 관심 영역이 갈리기도 했다. 국·공립 대학은 등록금 인상(5순위)보다 학생 취·창업(2순위)과 교육과정·학사 개편(3순위) 등이 앞섰고, 사립 대학들은 신입생 모집(2순위) 및 해외 유학생 유치(3순위) 등이 우선이었다. ‘당국의 재정 지원’은 둘 다 부동의 1위였다.

또 시·도 단위 대학들에게는 신입생 모집이 가장 큰 이슈였으나, 수도권 대학은 5위였고 국·공립대학의 경우 아예 순위에 들지 않았다. 총장들은 향후 5년간 대학별 재정상태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악화’된다고 답한 비율이 75%(105개교)에 달했고, 이 중 ‘매우 악화’라는 응답도 44개교나 됐다.

‘현 상태 유지’를 예상한 대학은 19.3%(27개교), 지금보다 안정적 재정이 가능할 거라고 본 대학은 5.7%(8개교)였다. 비수도권 소재 광역시 대학 중 상황 호전을 기대한 곳은 전무했다. 특히 국·공립 대학의 경우, 81.8%(33개교 중 27개교)가 재정 악화를 전망해 운영난을 짐작케 했다.

이런 상황에 서강대와 국민대를 시작으로 대학가가 연쇄적으로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가 지난달 23일 배포한 ‘2025학년도 등록금 인상 현황 등에 따르면 사립대 27개, 국·공립대 5개 등 32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대 18곳, 비수도권대 9곳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인상률은 사립대 2.2~5.48%, 국·공립대 4.96~5.49%다. 이 외에도 현재 120여개 대학서 등록금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여개 대학에선 현재 등록금 인상을 놓고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서 막바지 회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 3년 새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2022년 6곳, 2023년 17곳, 2024년 26곳이었다. 2009년부터 계속된 정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 정책은 올해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와 대교협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대학·폴리텍대학을 제외한 4년제 일반대·교육대 193개교 학생 1인이 연간 분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682만700원으로 전년(679만4000원) 대비 0.5% 상승했다.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대가 762만9000원, 국·공립대학 421만1000원이었고, 소재지별로는 수도권 768만6000원, 비수도권 627만4000원이었다. 계열별로는 의학(984만3000원)이 가장 비쌌고, 예체능(782만8000원), 공학(727만7000원), 자연과학(687만5000원), 인문사회(600만3000원) 순이었다.

연쇄적으로
인상 릴레이

전문대 130개교 학생 1인의 평균 등록금은 618만2000원으로 전년(612만7000원) 대비 0.9% 상승했다.

설립 유형별로는 사립대 625만원, 공립대 237만6000원이었고, 소재지별로는 수도권 662만2000원, 비수도권 583만원이었다.


계열별로는 예체능(675만9000원), 공학(626만9000원), 자연과학(626만2000원), 인문사회(551만1000원) 순이었다.

대학알리미 집계상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2만원, 672만7000원, 674만8000원, 678만2000원, 682만원으로 1.48% 늘었다. 전문대학도 581만원, 582만1000원, 583만9000원, 595만8000원, 601만7000원으로 3.56% 늘었다.

4년제 대학 195개교 가운데 지난해 평균 등록금이 가장 비싼 대학은 추계예술대학교(923만9000원)이었고, 연세대(919만5000원), 한국공학대(903만5000원), 신한대(881만8000원), 이화여대(874만6000원)가 뒤를 이었다.

전문대 중에선 서울예대의 평균 등록금이 825만5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이어 한국골프대(793만원), 계원예대(771만4000원), 백제예대(754만5000원), 동아방송예대(743만2000원) 순이었다.

전국 여러 대학들이 잇따라 등록금 인상을 의결하거나 검토하자 학생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등록금이 동결돼온 것은 맞지만, 등록금 인상 전에 학교당 최대 수천억원에 이르는 적립금부터 소진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규정을 깐깐하게 해석해 적립금 사용에 소극적인 상황이라, 큰 돌파구가 마련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학 총학생회들은 학생 대부분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며 긴급 설문 결과를 공개했다. 연세대에선 전체 응답자의 88.9%(3362명)가, 고려대에선 응답자의 79.9%(1105명)가 등록금 인하·동결을 요구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 160여 개 대학에 실시한 인식 조사에서도 97.9%(1825명)가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

4년제 평균
682만700원

학생들은 과도하게 축적된 적립금부터 소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대학교육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사립·전문대학 교비회계 적립금은 총 10조6202억원에 달했다. 그중 적립금 3000억원을 넘어선 상위 6개 대학(고려대·수원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 모두 등록금 인상을 의결했거나 검토 중이다.

대학들은 적립금 사용엔 한계가 크다고 말한다.

성균관대는 “적립금은 대체로 사용 목적이 지정된 채 기부되는 금액이 많다”며 “등록금 대신 쓸 수 있는 금액은 막상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대학 적립금은 대개 퇴직금 지급을 위한 적립금이나 시설 정비에 필요한 건축 적립금 등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립학교법 제32조의2(적립금)는 대학 적립금은 기금으로 예치해 관리하고, 그 적립 목적으로만 사용(3항)하도록 하면서도, 적립금을 재난 상황서 학생 지원 목적으로 변경해 사용(4항)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있다. 교육부도 적립금 비율이 높은 대학은 등록금을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적립금과 등록금의 용처가 낱낱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서 대학이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 쓸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니, 학생들의 불신이 높은 상황이다.

학생들은 교비회계 중 법인 전입금(법인이 대학에 내려주는 금액) 비율이 낮다고도 지적했다. 2022년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 법인의 전입금 비율은 평균 4.1%에 불과한 반면, 같은 해 등록금 의존율은 51.4%에 달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이·공계 전공은 산업체와의 연구개발(R&D)로 수익 자구책을 마련하지만, 문과에 집중된 외대는 별도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며 “와중에 법인 전입금도 적어 등록금 의존율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역시 “우리 대학은 등록금이 교비회계의 57.4%를 차지하지만 법인 전입금은 0.4%밖에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대학들은 기업 법인과 달리 설립 목적이 이윤 추구가 아닌 사학법인 특성상 전입금을 높이기 어렵단 입장이다.

한국외대·숙명여대는 “사학법인이 수익창출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며 “관련 법도 교육기관 책무에 부합하도록 법인을 규제하는 성격이 강해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2023년 사립학교법 시행령을 개정, 대학 법인의 재산 처분 제한 규정을 일부 폐지했지만 법인 재산 활용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대학총장단은 이 부총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장학금은 국가가 학생들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 중 하나인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장학금을 주지 않는 것은 학생 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상규 대교협회장(중앙대 총장)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들에 대한 불이익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학생 89%가 반대
국제 5위 등록금

앞서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의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교육부는 또 올해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는 대학의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건비 집행 한도를 25%에서 30%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올해만 등록금 인상을 참아달라는 뉘앙스로 이에 답변했다. 그는 “현재 권한대행 체제라 갑자기 정책을 발표하는 것도 쉽지 않고 경제도 어려워 민생이 힘들다 보니 교육부도 한 해 더 참아달라고 부탁드린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등록금을 동결할 경우,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대학이 숨통을 틀 수 있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잘 이겨나갈 수 있도록 다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독려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인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도 “새로운 교육 환경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노력을 요구했다.

이 부총리는 “(3년 전)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고특회계)으로 큰돈을 가져왔고, 일몰이라 올해 연장해야 하는데 많은 도움을 부탁한다”며 “라이즈를 통해서도 지방 정부가 대학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즈는 교육부가 보유하고 있던 약 2조원의 대학 재정 지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고, 지자체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발전 전략을 고려해 대학을 선별 지원하는 체제다. 지자체는 사업비의 20%를 매칭해 총 2조4000억원이 될 예정이다.

다만 대학들은 고등교육의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해서 중장기적으로는 법적 기반이 재정비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라이즈에 관한 우려도 이어졌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라이즈는 실용 학문에 지원이 집중된다”며 “다양성을 위해 기초학문을 발전시키는 대학들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총리는 “인문·사회 분야 등 기초학문은 (타 학문과)융합을 했을 때 혁신의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융합연구지원 등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국가별로 인구, 재정 규모, 교육 투자비, 대학 형태와 개수 등이 달라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등록금은 상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나라
금액 보니…

지난해 9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4에 따르면 2022년(810.43원/달러) 국내 국·공립대 등록금은 5171달러로 2019년 대비 6.9% 상승했다. 사립대 등록금은 9279달러로 7.1% 올랐다.

국·공립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한 국가 24개 중 6번째로 높았으며, 사립대는 13개국 중 5위였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국가 1∼5위는 영국(1만3135달러), 미국(9596달러), 일본(5645달러), 캐나다(5590달러), 리투아니아(5458달러)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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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