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삼부토건 회장님 저주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06 15:14:37
  • 호수 1517호
  • 댓글 2개

손대면 터지는 ‘M&A 큰 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삼부토건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방만 운영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삼부토건은 지난해 3월과 6월, 7월에도 임직원 월급을 제날 지급하지 못했다. 6월분 급여는 7월 중순에야 지급을 마쳤다. 지난달까지 총 네 차례의 임금체불 사태다.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은 올해 이사회에 단 6번 참석했다.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 출석률도 고작 5번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일준 회장이 인수한 회사들은 심각한 경영 부진을 겪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던 만큼, 삼부토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이 인수한 기업들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기업인수(M&A)에 열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부차입 등 자금조달은 삼부토건의 주가 부진으로 이어졌다. 

난감한
상상인

이 회장의 화장품 업체 디와이디는 전체 자산의 65%를 삼부토건 투자와 관련해 계상한 가운데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삼부토건도 반기보고서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삼부토건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영업손실과 유동성 악화 등 재정 문제로 존폐 기로에 놓여있다. 이 같은 악재에 최대주주인 디와이디의 지원까지 받았지만, 회복은 어려운 모양새다. 삼부토건 인수 당시부터 FI(재무적 투자자) 역할을 해온 상상인그룹(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자금회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디와이디 경영권 변동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지난해 11월 리버스에이징홀딩스는 총 170억원 규모의 디와이디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변경을 예고했다. 그러자 디와이디 주가가 최대주주 변경 소식과 함께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디와이디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회사의 자기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매각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삼부토건, 대양건설, 녹원씨앤아이, 하이소닉 등 다수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인수 기업의 재무조정 및 CB 발행 등 M&A 기술을 활용해 FI 측과 함께 막대한 차익을 얻는 방식의 경영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디와이디는 최대주주 변경 3년 만에 경영권 변동을 예고한 가운데, M&A 주체를 급조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에 휩싸였다.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예고한 리버스에이징홀딩스의 실체와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국내 1위 토목회사가 외감 의견 거절
이일준 회장, 이사회 참석 고작 6번

새로운 최대주주 지위를 예고한 리버스에이징홀딩스도 실체가 불분명해 자금납입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의혹이 일었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 1월 리버스에이징이란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과 비용이 전무하다. 자본금 1억원에 설립된 이후 자본총계와 자산 1억원을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소지로 등록된 곳은 성수동 한 지식산업센터 내 공유오피스다. 다만 해당 오피스에선 리버스에이징홀딩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공유 라운지 역시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리버스에이징홀딩스는 노화방지 관련 화장품을 개발·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사업 여부는 확인이 힘들다. 홈페이지 역시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급히 만들어졌다. 실제 리버스에이징홀딩스의 도메인은 지난달 5일 등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날 역노화 사업 첫 보도자료도 배포됐다.


리버스에이징홀딩스는 올해 초에도 상장사를 인수한다고 나선 바 있다. 지난해 3월 코스닥 상장사 엠에프엠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CB와 180억원 규모의 유증을 약속했지만, 수차례 지연되다 최종 철회됐다. 엠에프엠코리아는 이후 불성실공시법인 벌점이 누적돼 거래가 정지됐다.

호재성 이슈를 노린 탓일까? 지난 달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디와이디는 전일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또 한 번 공시했다. 금융 규제 자동화 전문기업 레그테크가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을 완료하면서 새 최대주주가 됐다.

디와이디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레그테크는 자금출처를 전액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다. 레그테크는 자본금 250만원 규모 법인이라 100억원의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은 500원이다. 레그테크는 1727만1158주의 신주를 인수해 14.58%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 최대주주인 이 회장은 지분율 4.22%로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경고 번복
되풀이

최대주주 변경 소식과 함께 디와이디 주가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일 코스닥 시장서 종가 699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일 대비 19.28% 오른 가격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100억원 규모의 외부자금이 수혈됨에 따라, 자금난에서 숨 고르기 했다고 볼 수 있다. 디와이디는 작년 3분기 말 보유 현금성 자산이 2억원대에 불과한 유동성 고갈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가변동성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디와이디의 경영환경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고, 발행가 500원에 M&A를 단행한 레그테크의 투자 의도부터 상식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디와이디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손실 규모가 44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누적 순손실 118억원 대비 4배 가까이 적자폭이 확대된 수준이다. 이로 인해 디와이디의 자본총계는 재작년 3분기 39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57억원까지 급감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392억원)을 크게 하회하며 자본잠식률이 60%에 달하는 상태다. 결손금 규모는 579억원으로 자산총계(439억원)마저 상회했다.

막대한 규모의 적자는 물론이고 금번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 자본을 고려해도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않은 열악한 재무 상황 등 이중고에 처한 기업을 시가에 인수한 모습이다. 이에 사실상 코스닥 상장사의 CB 발행 기능만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M&A의 근거가 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회사의 자기CB 수십억원 규모를 FI 측에 헐값에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당시 일부 재매각 CB 물량의 경우 회사의 시가가 902원이던 시기, 500원의 헐값에 매도됐다.

FI 측은 매수 즉시 80% 수준의 평가차익을 얻는 구조인데, 회사의 경영권자가 이 같은 편익을 외부투자자 측에 몰아줌으로써 얻는 대가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이 같은 배임성 설계로 인해 지난해 11월 984원에 달했던 디와이디 주가는 같은 달 27일엔 494원까지 급락했으며, 12월24일에는 399원까지 떨어졌다.


땅 팔아
숨 고르기

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레그테크의 인수 역시 사실상 이 회장의 새 판짜기 설계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과 레그테크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히 경영권을 넘기는 것만으로 유상증자라는 호재성 이슈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부토건 등 계열사의 주가 흐름을 보면 전형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서 개인투자자 피해를 바탕으로 특정 세력이 차익을 얻는 구조를 보인 것 같다”며 “그 기제는 유상증자 등 단기 호재성 이슈를 바탕으로 재무개선 시그널을 보내고, CB 발행 등 차익실현 가능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의 반복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달 22일, 디와이디에 대해 경영권 변경 등에 대한 계약 해제 관련 공시번복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 결정 시한은 오는 20일이다.

이 회장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삼부토건은 최근 경기 남양주시 덕소1구역 도시개발사업 부지를 13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부토건은 최근 영업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직원 임금과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을 체불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지 관심이 쏠린다. 매수자는 부동산개발업체인 HMG와 그 계열사 등 다수로 전해졌다. 거래가 확인된 부지는 총 6만5000㎡ 규모로 삼부토건과 계열사들이 지난 2020~2021년 무렵 도시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사들인 땅이다. 당시 일대 매수금액은 1276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대 부지 매각 작업은 한 차례 부침을 거쳤다. 삼부토건은 회사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지난해 4월 오하트라헤레 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덕소1구역 부지를 13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양측은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화장품 팔아 최대주주 등극
현금성 자산 고작 2억원대

삼부토건은 이 계약이 무산된 이후 지난 해 12월 계약 체결까지 복수의 매수 의향자와 매각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은 현재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영업실적이 마이너스 78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영업손실 규모가 2021년 44억원, 2022년 808억원, 2023년 782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영업손실은 678억원으로 연간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회사에 누적된 결손금은 2881억원,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1712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지난해 8월 상반기 외부 회계감사에서 감사 의견 거절을 통보받았다.

삼부토건은 1948년 4월 설립돼 1965년 3월 국내 처음으로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땄다. 이후 경인·경부고속도로와 서울지하철 1호선 등 굵직한 토목사업과 자체 주택 브랜드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주택·건축 사업을 벌였다. 1970년대만 해도 시공능력이 10위권에 들었지만, 현재는 71위까지 떨어졌다. 

삼부토건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디와이디다. 앞서 삼부토건은 2015년 경영부실로 법정관리에 돌입한 뒤 2017년 휴림로봇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디와이디는 2023년 2월 기존 주주들로부터 지분 8.85%를 700억원에 인수하며 회사 경영권을 가져왔다.

당시 자기 자본이 34억원에 불과해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디와이디 지분은 유상증자로 지난해 4월 11.49%까지 늘었지만 같은 해 8월 잇따른 장내매도로 3.48%까지 낮아졌다.

한편, 디와이디와 함께 삼부토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두 회사인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는 디와이디의 종속회사나 관계회사가 아니다. 최대주주가 동일인이기에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 대양디엔아이는 씨엔아이의 100% 자회사고, 씨엔아이의 주주는 대양건설(66.7%)과 대양산업개발(33.3%) 두 곳이다. 디와이디, 대양건설, 대양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대양건설 지분 40%와 대양산업개발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고, 지난 2023년 9월 주식양수도 계약에 따라 디와이디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회장은 1999년부터 24년째 대양산업개발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도교수, 한국자유총연맹 서울시지부 수석부회장, 세계대한프로태권도연맹 부총재, 격투기 단체인 AFC(엔젤스파이팅챔피언십) 회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어갔다.

어쩌다
이렇게···

1993년 고향 나주서 대양건설을 설립한 뒤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면서 부를 축적해 왔다. 지난 2018년부터 상장사를 사들였고, 씨엔아이와 대양디엔아이를 앞세워 웰바이오텍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2019년 5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와 동시에 코스닥 상장사 녹원씨엔아이 지분을 사 모으더니 최대주주에 오르고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9월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 자안코스메틱의 경영권 지분 21.39%(170만여주)를 100억원에 전량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면서 지금의 디와이디로 변경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