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④하동송림

한 목민관의 애민 정신이 깃든 숲

오래전부터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한민족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선의 선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계절 내내 푸른 자태를 뽐내는 것은 물론, 단단한 철갑을 두른 듯한 줄기의 껍질, 올곧게 솟아난 형태, 궂은 날씨마저 견디는 모습이 강인한 생명력과 올곧은 기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소나무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 어디서도 소나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큰 규모로 숲을 이루는 것은 주로 강원도의 산간 지역이지만, 남도서도 울창한 소나무 숲을 찾아볼 수 있다. 경상남도 하동군의 소나무 숲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하동읍 광평리 섬진강 유역, 봄꽃으로 이름난 이곳에 큰 규모의 소나무 숲이 자리한다. 국가유산 천연기념물인 ‘하동송림’이다.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년)에 당시 하동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만든 인공 숲이다. 하동 주민들이 섬진강서 날아오는 모래바람에 고초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가 관리들에게 강변에 소나무 숲을 조성하라는 명을 내렸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나무 숲을 만들어 섬진강과 마을 사이를 가로막아 모래나 바닷바람이 날아드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하동도호부사 전천상의 조치에 감복했고, 대를 이어 그의 업적을 기리게 됐다.


이 소나무 숲은 단순히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섬진강과 모래사장,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도 선물했다. 아름다운 이 풍경 덕분에 하동은 백사청송(白沙靑松)의 고장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때의 모습은 일부만 남아 있다. 지금은 900여그루의 소나무만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하동송림에는 초창기에 심었던 것들을 비롯해 후계목(천연기념물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개체), 군민이 기증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섬진강이 범람해 마을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송림 한가운데 제방을 쌓았고, 제방 안쪽에 자리한 소나무 숲은 시간이 흘러 마을이 커짐에 따라 하동송림의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다. 현재 하동중학교와 하동고등학교, 광평마을 일부까지도 전천상이 조림한 소나무 숲이었다고 하니, 어림짐작으로나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섬진강을 곁에 두고 각양각색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소나무 수백 그루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다. 꾸준히 후계목을 심어 하동송림을 유지하려는 하동군과 주민의 노력 덕분이다. 남은 소나무 숲을 중심으로 송림공원이 조성돼있다.

전천상의 공로를 기리는 기적비(사적을 적은 비)가 그 시작점이다. 2016년, 하동군수 명의로 세운 이 기적비에는 그의 출신부터 하동도호부사 부임 후 업적에 관해 상세히 쓰여 있다.

관리번호 1번목인 ‘맞이나무’가 기념비 뒤에서 오가는 이들에게 인사를 하는 듯이 줄기를 겸손하게 숙이고 있다. 그 건너편으로는 관리번호 2번목 ‘원앙나무’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바로 옆에서 씨앗을 틔운 뒤, 자라나며 하나가 된 연리목이다.

사람의 인체를 빼닮았다는 관리번호 45번목 ‘고운매나무’, 나뭇가지를 펼친 형태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못난이나무’가 된 관리번호 552번 등은 입구서 사진으로 먼저 만날 수 있다. 보물찾기하듯이 하나씩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숲 한가운데로 오솔길이, 가장자리로는 자전거도로를 겸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어느 길이든 천천히 거닐어 보자. 반드시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소나무 숲을 즐기면 된다. 소나무마다 각기 다른 모양새로 줄기를 뻗은 모습이 서로 다르면서도 사뭇 조화를 이룬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들어오는 햇볕이 더해지면, 마치 한 폭의 동양화와도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하동읍의 북적이는 거리와는 상반되는 분위기가 마치 속세를 벗어난 순간을 느끼게끔 해주는 것만 같다.

하동송림공원의 독특한 풍경과 경험

소나무는 잎에서 천연 제초제라 불리는 갈로타닌을 생성한다. 갈로타닌은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타감작용을 일으키는데, 그래서인지 숲에서 다른 식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동송림공원에 솔잎이 켜켜이 쌓인 것도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두툼하게 쌓인 솔잎은 오가는 이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푹신한 감촉을 준다. 그러니 두 갈래, 혹은 세 갈래로 뻗은 산책로를 따라 걷지 않아도 된다.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 솔잎이 쌓인 숲을 자유롭게 거닐어 보자.

하동송림공원의 서쪽 끝으로는 섬진강이 흐른다. 바다와 가까워지며 느리게 흐르는 강은 곳곳에 드넓은 모래사장을 남겨뒀다. 먼 옛날에는 이 모래사장이 소나무 숲을 조성하게 된 원인이었겠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지역주민과 여행자들에게 쉼터로 자리 잡았다.

사시사철 초록빛을 유지하는 하동송림공원과 함께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섬진강 모래사장은 방문객들 사이서 맨발 걷기 명소로 손꼽힌다.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벗고 바지를 살짝 걷은 뒤 강가를 따라 걸어 보자. 부드러운 모래와 시원한 강물은 발끝으로부터 온몸으로 활기를 공급한다. 탁 트인 하늘이 하동송림공원의 빼곡한 숲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하동송림공원과 섬진강, 그리고 소백산맥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한눈에 담는 방법이 있다. 하동송림공원의 남쪽 끄트머리서 찾아볼 수 있는 ‘알프스 하모니 철교’에 올라가 보자. 알프스 하모니 철교는 옛 경전선 철도가 지났던 곳으로, 2016년 이설되며 폐선된 경전철교를 보행교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알프스 하모니 철교부터 옛 하동역이 있는 자리까지 약 2.3㎞ 구간을 따라 산책로와 공원이 이어지기도 한다. 선로의 흔적이 남아 있어 경전선이 지났던 구간이라는 사실을 느끼기에도 좋다. 철교 위에는 전망 시설이 설치돼있으니 꼭 들러보자.

알프스 하모니 철교는 섬진강 건너 전라남도 광양시와도 연결된다. 경전선 개통 당시, 대전을 거치지 않고도 영남과 호남을 연결한다는 상징성을 오롯이 지켜낸 셈이다. 섬진강 위를 걸어서 영남과 호남을 오가며 섬진철교(알프스 하모니 철교의 옛 이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은 하동군의 고즈넉한 정취는 다른 곳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악양면 평사리가 대표적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이곳에는 주요 무대 중 하나였던 최참판댁이 조성돼있다. 최참판댁은 소설 <토지>를 드라마화하는 과정서 세트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주요 인물이 살았던 집이 충실히 구현돼있다. 최참판댁 내에 자리한 박경리문학관도 함께 둘러보자.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소백산맥의 능선을 파노라마로 펼쳐 놓은 조망 명소가 최참판댁 근처에 하나 더 있다. 섬진강 수면을 기준으로 150m 높이에 설치된 스타웨이하동은 삼각형 형태의 공중 보행시설(스카이워크), 카페 등을 갖춘 전망대다. 툭 튀어나온 전망대 주변으로 시야를 방해하는 나무와 구조물이 없어 악양평야와 주변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토지

하동군의 초록빛 겨울은 하동송림 덕분만은 아니다. 화개면을 중심으로 산골짜기마다 자리한 차밭 또한 한겨울까지 싱싱한 초록빛을 자랑한다. 화개면 깊숙한 곳에 하동야생차문화센터가 있다. 하동의 녹차에 관한 역사, 차 명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박물관을 시작으로 체험장과 판매장, 치유관 등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최근 개장한 ‘티카페 하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하동송림공원→스타웨이하동→최참판댁→하동야생차문화센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하동케이블카→하동코리아짚와이어→하동송림공원→최참판댁
-둘째 날 스타웨이하동→화개장터→쌍계사→하동야생차문화센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하동군 문화관광 https://www.hadong.go.kr/tour.web
-박경리문학관 http://www.hdmunhak.com/park
-스타웨이하동 http://www.starwayhadong.com
-하동야생차박물관 http://www.hadongteamuseum.org

문의 전화
-하동군 관광안내 콜센터 1588-3186
-하동군청 관광진흥과 055)880-2375
-최참판댁 055)880-2960
-박경리문학관 055)882 -2675
-스타웨이하동 055)884-7410
-하동야생차박물관 055)884-2955
-티카페하동 070)4171-8873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 하루 33회(05:08~22:23) 운행(KTX, ITX-마음, 무궁화호), 1시간57분~4시간26분 소요. 광주송정역서 경전선 부전행 무궁화호 열차 환승(하루 1회, 10:33), 하동역 하차 후 도보 121m 이동, 하동버스터미널서 A1번 버스 탑승, 하동도서관 하차, 도보 236m 이동, 하동송림공원 도착

*문의: 한국철도공사 1544-7788 (레츠코레일 https://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부터미널-하동버스터미널, 하루 8회(06:40, 09:00, 11:00, 13:00, 14:30, 16:20, 17:40, 19:30), 3시간50분 소요, 하동버스터미널서 A1번 버스 탑승, 하동도서관 하차, 도보 236m 이동, 하동송림공원 도착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02)520-6871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하동IC→계천사거리서 ‘구례, 쌍계사, 하동’ 방면으로 우회전→신월교차로서 ‘쌍계사, 구례, 하동’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11시 방향→신기교차로서 ‘남원, 구례’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11시 방향→송림회전교차로서 ‘송림공원’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7시 방향→하동송림공원

숙박 정보
-최참판댁 한옥호텔(https://www.hadong.go.kr/hdhanok.web), 악양면 평사리길, 055)883-2225
-하늘꼬마키즈풀빌라(https://skykids.modoo.at), 북천면 경서대로, 010-3889-7905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https://www.kensington.co.kr/rhd), 화개면 쌍계로, 055)880-8090

식당 정보
-황금재첩식당(재첩모둠정식): 화개면 섬진강대로, 010-8628-2677
-평사리토지장터주막(최참판댁 內)(소고기국밥): 악양면 평사리길, 055)880-2960
-여명가든(녹차오리구이): 악양면 성두길, 055)883-5292

주변 볼거리
하동화개장터, 금오산도립공원, 쌍계사(하동), 삼성궁, 지리산생태과학관, 하동케이블카, 하동 코리아 짚와이어, 매암차문화박물관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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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