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④하동송림

한 목민관의 애민 정신이 깃든 숲

오래전부터 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한민족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선의 선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계절 내내 푸른 자태를 뽐내는 것은 물론, 단단한 철갑을 두른 듯한 줄기의 껍질, 올곧게 솟아난 형태, 궂은 날씨마저 견디는 모습이 강인한 생명력과 올곧은 기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소나무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중 하나로 꼽힌다. 전국 어디서도 소나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큰 규모로 숲을 이루는 것은 주로 강원도의 산간 지역이지만, 남도서도 울창한 소나무 숲을 찾아볼 수 있다. 경상남도 하동군의 소나무 숲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나무

하동읍 광평리 섬진강 유역, 봄꽃으로 이름난 이곳에 큰 규모의 소나무 숲이 자리한다. 국가유산 천연기념물인 ‘하동송림’이다.

하동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년)에 당시 하동도호부사였던 전천상이 만든 인공 숲이다. 하동 주민들이 섬진강서 날아오는 모래바람에 고초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가 관리들에게 강변에 소나무 숲을 조성하라는 명을 내렸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나무 숲을 만들어 섬진강과 마을 사이를 가로막아 모래나 바닷바람이 날아드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하동도호부사 전천상의 조치에 감복했고, 대를 이어 그의 업적을 기리게 됐다.


이 소나무 숲은 단순히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해 주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섬진강과 모래사장, 울창한 송림이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도 선물했다. 아름다운 이 풍경 덕분에 하동은 백사청송(白沙靑松)의 고장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때의 모습은 일부만 남아 있다. 지금은 900여그루의 소나무만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하동송림에는 초창기에 심었던 것들을 비롯해 후계목(천연기념물과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개체), 군민이 기증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섬진강이 범람해 마을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송림 한가운데 제방을 쌓았고, 제방 안쪽에 자리한 소나무 숲은 시간이 흘러 마을이 커짐에 따라 하동송림의 규모가 점차 줄어들었다. 현재 하동중학교와 하동고등학교, 광평마을 일부까지도 전천상이 조림한 소나무 숲이었다고 하니, 어림짐작으로나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섬진강을 곁에 두고 각양각색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소나무 수백 그루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다. 꾸준히 후계목을 심어 하동송림을 유지하려는 하동군과 주민의 노력 덕분이다. 남은 소나무 숲을 중심으로 송림공원이 조성돼있다.

전천상의 공로를 기리는 기적비(사적을 적은 비)가 그 시작점이다. 2016년, 하동군수 명의로 세운 이 기적비에는 그의 출신부터 하동도호부사 부임 후 업적에 관해 상세히 쓰여 있다.

관리번호 1번목인 ‘맞이나무’가 기념비 뒤에서 오가는 이들에게 인사를 하는 듯이 줄기를 겸손하게 숙이고 있다. 그 건너편으로는 관리번호 2번목 ‘원앙나무’가 존재감을 과시한다. 바로 옆에서 씨앗을 틔운 뒤, 자라나며 하나가 된 연리목이다.

사람의 인체를 빼닮았다는 관리번호 45번목 ‘고운매나무’, 나뭇가지를 펼친 형태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못난이나무’가 된 관리번호 552번 등은 입구서 사진으로 먼저 만날 수 있다. 보물찾기하듯이 하나씩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숲 한가운데로 오솔길이, 가장자리로는 자전거도로를 겸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어느 길이든 천천히 거닐어 보자. 반드시 하나를 고를 필요는 없다.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소나무 숲을 즐기면 된다. 소나무마다 각기 다른 모양새로 줄기를 뻗은 모습이 서로 다르면서도 사뭇 조화를 이룬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져 들어오는 햇볕이 더해지면, 마치 한 폭의 동양화와도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하동읍의 북적이는 거리와는 상반되는 분위기가 마치 속세를 벗어난 순간을 느끼게끔 해주는 것만 같다.

하동송림공원의 독특한 풍경과 경험

소나무는 잎에서 천연 제초제라 불리는 갈로타닌을 생성한다. 갈로타닌은 다른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타감작용을 일으키는데, 그래서인지 숲에서 다른 식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동송림공원에 솔잎이 켜켜이 쌓인 것도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두툼하게 쌓인 솔잎은 오가는 이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푹신한 감촉을 준다. 그러니 두 갈래, 혹은 세 갈래로 뻗은 산책로를 따라 걷지 않아도 된다.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 솔잎이 쌓인 숲을 자유롭게 거닐어 보자.

하동송림공원의 서쪽 끝으로는 섬진강이 흐른다. 바다와 가까워지며 느리게 흐르는 강은 곳곳에 드넓은 모래사장을 남겨뒀다. 먼 옛날에는 이 모래사장이 소나무 숲을 조성하게 된 원인이었겠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지역주민과 여행자들에게 쉼터로 자리 잡았다.

사시사철 초록빛을 유지하는 하동송림공원과 함께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섬진강 모래사장은 방문객들 사이서 맨발 걷기 명소로 손꼽힌다.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벗고 바지를 살짝 걷은 뒤 강가를 따라 걸어 보자. 부드러운 모래와 시원한 강물은 발끝으로부터 온몸으로 활기를 공급한다. 탁 트인 하늘이 하동송림공원의 빼곡한 숲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하동송림공원과 섬진강, 그리고 소백산맥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한눈에 담는 방법이 있다. 하동송림공원의 남쪽 끄트머리서 찾아볼 수 있는 ‘알프스 하모니 철교’에 올라가 보자. 알프스 하모니 철교는 옛 경전선 철도가 지났던 곳으로, 2016년 이설되며 폐선된 경전철교를 보행교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알프스 하모니 철교부터 옛 하동역이 있는 자리까지 약 2.3㎞ 구간을 따라 산책로와 공원이 이어지기도 한다. 선로의 흔적이 남아 있어 경전선이 지났던 구간이라는 사실을 느끼기에도 좋다. 철교 위에는 전망 시설이 설치돼있으니 꼭 들러보자.

알프스 하모니 철교는 섬진강 건너 전라남도 광양시와도 연결된다. 경전선 개통 당시, 대전을 거치지 않고도 영남과 호남을 연결한다는 상징성을 오롯이 지켜낸 셈이다. 섬진강 위를 걸어서 영남과 호남을 오가며 섬진철교(알프스 하모니 철교의 옛 이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은 하동군의 고즈넉한 정취는 다른 곳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악양면 평사리가 대표적이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이곳에는 주요 무대 중 하나였던 최참판댁이 조성돼있다. 최참판댁은 소설 <토지>를 드라마화하는 과정서 세트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주요 인물이 살았던 집이 충실히 구현돼있다. 최참판댁 내에 자리한 박경리문학관도 함께 둘러보자.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소백산맥의 능선을 파노라마로 펼쳐 놓은 조망 명소가 최참판댁 근처에 하나 더 있다. 섬진강 수면을 기준으로 150m 높이에 설치된 스타웨이하동은 삼각형 형태의 공중 보행시설(스카이워크), 카페 등을 갖춘 전망대다. 툭 튀어나온 전망대 주변으로 시야를 방해하는 나무와 구조물이 없어 악양평야와 주변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토지

하동군의 초록빛 겨울은 하동송림 덕분만은 아니다. 화개면을 중심으로 산골짜기마다 자리한 차밭 또한 한겨울까지 싱싱한 초록빛을 자랑한다. 화개면 깊숙한 곳에 하동야생차문화센터가 있다. 하동의 녹차에 관한 역사, 차 명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박물관을 시작으로 체험장과 판매장, 치유관 등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최근 개장한 ‘티카페 하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하동송림공원→스타웨이하동→최참판댁→하동야생차문화센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하동케이블카→하동코리아짚와이어→하동송림공원→최참판댁
-둘째 날 스타웨이하동→화개장터→쌍계사→하동야생차문화센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하동군 문화관광 https://www.hadong.go.kr/tour.web
-박경리문학관 http://www.hdmunhak.com/park
-스타웨이하동 http://www.starwayhadong.com
-하동야생차박물관 http://www.hadongteamuseum.org

문의 전화
-하동군 관광안내 콜센터 1588-3186
-하동군청 관광진흥과 055)880-2375
-최참판댁 055)880-2960
-박경리문학관 055)882 -2675
-스타웨이하동 055)884-7410
-하동야생차박물관 055)884-2955
-티카페하동 070)4171-8873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 하루 33회(05:08~22:23) 운행(KTX, ITX-마음, 무궁화호), 1시간57분~4시간26분 소요. 광주송정역서 경전선 부전행 무궁화호 열차 환승(하루 1회, 10:33), 하동역 하차 후 도보 121m 이동, 하동버스터미널서 A1번 버스 탑승, 하동도서관 하차, 도보 236m 이동, 하동송림공원 도착

*문의: 한국철도공사 1544-7788 (레츠코레일 https://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부터미널-하동버스터미널, 하루 8회(06:40, 09:00, 11:00, 13:00, 14:30, 16:20, 17:40, 19:30), 3시간50분 소요, 하동버스터미널서 A1번 버스 탑승, 하동도서관 하차, 도보 236m 이동, 하동송림공원 도착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02)520-6871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하동IC→계천사거리서 ‘구례, 쌍계사, 하동’ 방면으로 우회전→신월교차로서 ‘쌍계사, 구례, 하동’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11시 방향→신기교차로서 ‘남원, 구례’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11시 방향→송림회전교차로서 ‘송림공원’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7시 방향→하동송림공원

숙박 정보
-최참판댁 한옥호텔(https://www.hadong.go.kr/hdhanok.web), 악양면 평사리길, 055)883-2225
-하늘꼬마키즈풀빌라(https://skykids.modoo.at), 북천면 경서대로, 010-3889-7905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https://www.kensington.co.kr/rhd), 화개면 쌍계로, 055)880-8090

식당 정보
-황금재첩식당(재첩모둠정식): 화개면 섬진강대로, 010-8628-2677
-평사리토지장터주막(최참판댁 內)(소고기국밥): 악양면 평사리길, 055)880-2960
-여명가든(녹차오리구이): 악양면 성두길, 055)883-5292

주변 볼거리
하동화개장터, 금오산도립공원, 쌍계사(하동), 삼성궁, 지리산생태과학관, 하동케이블카, 하동 코리아 짚와이어, 매암차문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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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12·3 비상계엄 수사’ 스텝 꼬이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시태를 수사하는 검찰과 공수처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국무위원들에 대한 내란죄 적용 여부를 두고 법리 검토에 나섰으나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직권남용 미수도 문제다.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하다. 비상식적 지시와 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는 전·현직 장관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부터 사건이 꼬이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공소장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의 그릇된 판단이 적나라하게 적시돼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다면 내란 동조 또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시를 듣기만 했다면 다르다. ‘미수’에 그치기에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언 거부 모르쇠로 <일요시사>가 입수한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이 전 장관에게 특정 언론사와 여론조사 업체 봉쇄 및 단전·단수를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경찰 조사에서 이 내용은 빼놓고 진술했다. 단전·단수 지시 의혹에 대한 국회 질의에도 증언을 거부한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를 소집한 자리서 집무실로 들어온 이 전 장관에게 ‘24시경(자정에)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하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보여주는 등 계엄 선포 이후 조치사항을 지시했다. 이 전 장관은 이에 포고령이 발령된 직후인 3일 밤 11시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의 조치 상황 등을 확인한 다음 3분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자정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JTBC·M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줘라”라고 지시했다. 허 청장은 소방청 차장에게 같은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공소장 내용은 경찰이 확보한 이 전 장관의 진술과 대조적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1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본부장) 조사에서 조 청장과 허 청장에게 연이어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따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물어보려 조 청장에게 전화했는데, (전화를 받은 조 청장이)다른 누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며 “아무 응답이 없어 조금 기분이 나빠서 대화도 전혀 하지 못한 채 제가 일방적으로 끊었다”고 했다. 또 “이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사건 사고 들어온 것이 있느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사전에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에 관한 준비나 필요한 조치를 지시받은 사실이 있느냐’는 취지의 경찰 질문에도 “전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이상민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범죄 시도했는데 실패 미수범 처벌 불가?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만류에도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된다.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다르다.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며 계엄을 강행했다. 이후 조 장관에게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켜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서를 건넸다. 윤 대통령 곁을 거의 내내 지켰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첫 증인으로 출석해 “최 대행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쪽지와 조태열 장관에게 건넨 문건 외에도 한덕수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에게도 쪽지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무위원 대다수는 윤 대통령이 최 대행과 조 장관에게 쪽지를 주는 걸 보지 못했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문건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와 연결된 직권남용 혐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 애를 먹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공소제기 요구’ 의견으로 검찰에 이첩한 후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리 검토에 집중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수사 역시 직권남용 혐의를 고리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직접수사 권한이 없다.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는가 여부를 검토해도 수사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권남용죄는 범죄를 시도해 성공한 기수범 외 범죄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미수범에 대해서는 별도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갈리는 의견들 실제 단전·단수 의혹의 경우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서 이 전 장관으로부터 “특정 몇 가지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단전·단수)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이 전 장관 사건을 다시 경찰에 이첩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계엄 선포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을 포함해 경찰이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하기로 공수처와 협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공수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수본은 지금까지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을 포함해 총 5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중 당정 관계자는 28명, 군 20명, 경찰 5명 등이다. 지금까지 8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11명을 공수처 및 군 검찰에 이첩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별동대 성격인 사조직 ‘수사2단’ 의혹을 받는 방정환 2기갑여단장과 구삼회 국방부 혁신기획관도 지난달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공수처는 경찰에 한 총리와 이 전 장관의 사건을 이첩한 데 이어 검찰에도 이 전 장관 사건을 이첩했다. 한 총리 사건을 재이첩하는 이유에 대해선 “중복 수사 방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난해 12월 한 총리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하고 계속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사건을 다시 넘긴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구속에 전념한다며 속도를 내지 못하던 이 전 장관 사건도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허석권 소방청장 등 소방청 간부들을 조사한 게 사실상 전부였다. 이 전 장관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지적에도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수사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사건을 건네받으면서 논란만 키웠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했지만, 이후엔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후 사건을 검찰에 돌려보냈다. 진행은 했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경찰과 협의도 없이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첩 요청해서 받은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며 두 피의자에 대한 수사가 지체됐다는 비판에 대해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의혹이 국회서 불거지자마자 관련자 진술을 받았고 자료도 검토했기 때문에 지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두 수사기관에 각각 사건을 반환하는 이유에 대해선 “경찰은 사건을 이첩할 때 3가지 혐의를 적시한 반면, 검찰은 군형법상 반란 혐의를 포함해 8가지 혐의를 이첩했다”며 “검찰이 보는 혐의점이 많고 현재 군 검사들이 함께 수사하는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반란 혐의를 수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를 유지하며 경찰 간부 등 남은 수사 대상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 경찰이 공수처에 이첩한 피의자 총 15명 중 경찰 간부는 조 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총경) 등이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인 만큼, 김 청장과 목 전 대장만 남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 간부는 저희가 직접 기소할 수도 있어서 최선을 다해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다.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국무위원들과 군·경찰 간부들을 상대로 내란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형법상 내란죄는 ‘우두머리’ ‘중요임무종사’ ‘부화수행’ 3단계로 구분해 처벌할 수 있다. 공수처, 사건 검경 재이첩 “시간만 날려” 중요임무종사·부화수행 혐의 적용 관건 나머지 수사는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에 대한 처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계엄을 위헌·위법이라고 인식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거나 가담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우선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소집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검찰은 한 총리, 최 대행(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 장관 등이 계엄에 반대했다고 보고 있다. 국무회의 자체도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통보했을 뿐 실질적 논의도 없었던 데다 회의록도 없을 만큼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계엄에 대한 후속 조치나 사전 준비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 부화수행이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최근 정성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을 비롯한 군 중간급 간부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정 전 처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를 지시하자 군법무관 회의를 거쳐 강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항변했다. 방첩사 병력을 출동시키긴 했지만 고무탄총·가스총만 가진 사실상 비무장 상태로, ‘선관위 청사 내부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지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에 연루된 경찰 간부들도 피의자로 입건해 지난달 31일 압수수색했다. 이들이 방첩사의 요청을 받고 체포조 지원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고위직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중간직은 부화수행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국회 주변 계엄령 위반자 체포인 줄 알았지 특정 정치인 체포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머리 아픈 남은 수사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부화수행 혐의를 어떤 사람에게 적용해야 할지가 고비가 될듯하다. 계엄 관련 위헌·위법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이들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로 받을 수 있는 문제도 고려 대상이다. 일부 참작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란죄가 중대범죄인 만큼 부화수행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진다. 공무원·군인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파면되고 연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