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 자영업자의 눈물

“9일 연휴? 해외로 다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가 경제를 흔들고 있다.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가결, 체포 등 사상 초유의 일이 거듭되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나는 중이다. 연말연시 특수도, 명절 대목도 모두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설 연휴 전날인 이달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주말인 25~26일과 28~30일 설 연휴 사이의 징검다리 날짜를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엿새를 연달아 쉬게 됐다. 직장인의 경우 31일 연차를 내면 총 9일의 휴일이 보장된다.

빚 지고

최소 6일, 최대 9일의 휴일이 내수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여행객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에 지치고 높은 물가가 부담스러운 이들이 장기 휴일에 맞춰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것은 체감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수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로 자영업자는 ‘날벼락’을 맞았다. 연말 송년회, 연초 신년회 등 대목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소상공인의 매출 등락을 조사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6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 88.4%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10명 가운데 9명 꼴이다.


방문 고객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소상공인은 37.7%로 가장 많았다. 30~50% 감소(25.3%), 10~30% 감소(20.2%), 10% 미만 감소(6.0%) 등의 순서였다. 소상공인들은 연말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90.1%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과반(61.9%)으로 나타났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소상공인이 송년특수 실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매출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말 대목이 사라진 소상공인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며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과 함께 소상공인 사업장 소득공제율 확대, 세제 완화 등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류 위원도 지적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0)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심리, 수사기관의 윤 대통령 신병 확보와 수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한데 얽혔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세계정세가 요동치면서 국내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상황에 대응해야 할 행정부 수반은 실종 상태고 입법부에서도 민생 경제 관련 정책은 외면받는 실정이다. 자영업자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으며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사실 자영업의 위기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2023년 기준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등 빨간불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와 있었다. 국세청 연보에 따르면, 2023년 폐업 신고한 사업자는 98만6487명이다. 2019년 90만명대서 2020년 80만명대로 줄어든 후 2022년까지 유지하다가 1년 만에 수직 상승했다.

비상계엄 사태 직격탄
“회복 기미 안 보인다”

내수경기와 직접 연관된 업종에서 폐업 신고가 늘었다. 소매업 폐업 사업자 수는 27만6564명에 달했다. 전년 대비 29%나 늘었다. 서비스업(21만8002명), 음식점업(15만8328명), 건설업(4만8631명)은 각각 17.7%, 16.3%, 15.9% 증가했다. 내수 부진에 고금리 상황이 겹치면서 자영업자가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폐업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자영업자는 3319명으로 나타났다. 2023년 같은 기간 수급자가 3057명이었는데 이때보다 270명 가까이 늘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총 실업급여 액수는 175억7000만원이다.

2023년 같은 기간(155억5600만원)과 비교해 20억원 이상 늘었다. 12월 통계를 포함하지 않은 상황서 나온 수치다.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65%로 전년 동월 대비(0.51%) 0.14%포인트 올랐다. 2022년 10월 말(0.22%)과 비교해 2년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도 3분기 말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7%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켰고 자영업의 위기로 이어지는 도미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지난달 29일 신한·KB·삼성·현대카드서 받은 자료를 보면 같은 달 1~20일 음식점, 유흥업종 매출이 급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서도 위축된 소비심리를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CCSI)가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2020년 3월(18.3포인트 하락)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가계 부문의 ▲현재 생활 형편 ▲생활 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 지출 전망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 전망 등 6개 개별지수를 표준화해 합성한 지수다.

김 의원은 “최근 불법 계엄과 탄핵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금융 지원과 대출 구조 개선 등을 적극 검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수경기 회복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4일 경영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 취지의 올해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먼저 소상공인의 채무 조정을 위해 회생·파산·워크아웃 등의 소요 기간 단축을 위한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기로 했다. 또 맞춤형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개편하고 폐업(예정) 소상공인의 생계유지와 교육여건을 고려해 온·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등 맞춤형 상담을 통해 취업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망하고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발표가 설 연휴를 2주 앞두고 나온 점, 연휴 뒤(31일)가 아닌 앞 날짜(27일)를 지정한 점 등을 두고 내수 활성화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정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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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