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③국립한국자생식물원

찬 기온을 머금은 바람이 살랑 부니 나뭇가지에 매달린 윈드차임에서 ‘차라라’ 소리가 울린다. 마치 실로폰을 연주하는 듯 기분 좋은 멜로디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겨울에 오대산 기슭 숲속에 서 있으니 차분하게 가라앉은 평온함이 방문자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숲속의 상록수들이 변함없는 푸른 자태로 반겨주니 한겨울도 온기마저 느껴진다.

연구센터를 겸한 국립한국자생식물원 방문자센터 로비는 폐목재를 활용해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이 놓여있어 포근한 분위기다. 판매대에 진열된 곤충과 동물 모양의 공예품, 접시와 머그잔 같은 도자기 제품, 여러 가지 생활 소품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컵이나 접시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초벌된 도자기 제품에 식물 이미지를 그려 넣으면 재벌한 뒤 완성한 제품을 택배로 집까지 보내준다.

포근한 분위기

찬바람에 언 몸은 겨울철 한정으로 제공되는 무료 음료로 녹일 수 있다. 아메리카노와 얼그레이, 캐모마일, 애플 티 중 원하는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핫초코도 준비돼있다. 방문자센터 2층에 마련된 카페 공간에서 커다란 창을 통해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음료를 즐겨보자. 눈이 많이 내리는 대관령 지역이어서 12월 하순 이후에는 설경을 만나는 날도 많다.

그런 날이면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어 동심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풍경을 만나게 된다. 창밖의 설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차 한 잔의 호사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차를 마시며 테이블 주변에 비치된 책을 읽는 것도 좋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숲속 책장에 조정래 작가가 기증한 도서를 포함해 약 2만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일부를 주기적으로 바꿔가면서 방문객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비치한다.

지금의 모습을 갖춘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은 지난해 7월에 문 열었다. 식물원 곳곳에는 이곳을 설립한 김창열 원장의 손길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김 원장은 전국을 다니며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을 채취해 이곳에서 야생화 농사를 지었다.

이후 1999년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자생식물로 구성한 사립 식물원을 개원했다. 수십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다른 식물원과 차별되는 점은 외래종을 배제하고 오직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로만 구성한 식물원이라는 것이다.

이곳의 식물이 더 나은 보살핌을 받고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은 2021년 산림청에 기부로 이어졌고 국립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최소 100년간 이곳을 식물원으로 운영할 것도 조건으로 내세웠다. 환경부서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 서식지 외 보전기관이며 산림청서 지정한 국가희귀·특산물 보전기관이라는 것이 국립한국자생식물원의 가치를 말해준다.

국내종 다양한 관람 공간
대표적 야생화 볼 수 있어

관람 공간은 크게 희귀식물원과 특산식물원, 100회마라톤공원, 동물이름식물원, 모둠정원, 비밀의화원, 비안의언덕으로 구성돼있다. 모두 야외공간이어서 겨울에는 꽃과 화초를 만날 수 없다. 이를 보완해 겨울에도 야생화를 볼 수 있도록 전시 온실을 조성 중이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야생화로 단양쑥부쟁이를 들 수 있다. 단양서 처음 발견돼 붙은 이름으로 구절초, 벌개미취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야생화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귀한 식물이지만 생명력이 강해 군락을 이뤄 자생하는 꽃이다.

비안의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은 야생화 재배단지에도 가을 식물원을 대표하는 또 다른 식물인 벌개미취 군락지가 있다. 대군락을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에 방문객이 사진 명소로 사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깽깽이풀은 희귀식물원서 이른 봄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다. 보라색의 앙증맞은 꽃잎이 예쁜 꽃이다. 모둠정원도 눈길을 끄는 공간 중 하나다. 옹달샘정원, 산나물정원, 우리집정원 등으로 구성돼있다. 그중 전원주택서 정원을 만들 때 참고할 만한 모델을 제시한 우리집정원은 아기자기한 예쁜 공간으로 꾸며놓아 포토스폿으로도 손색이 없다.

숲속 책장 옆으로 난 덱을 따라가면 비밀의화원을 만난다. 우리나라 고유의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자라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재현한 공간이다. 20m는 되어 보이는 소나무 군락은 겨울에도 푸른 초록을 품고 있다. 소나무 아래 장독대가 놓인 건물 한 채는 오대산 자락의 어느 산촌 풍경을 옮겨놓은 듯하다.

월정사성보박물관은 조계종 4교구 본사인 월정사와 60여개 말사에서 기증받은 4000여점의 국가유산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국보인 평창 월정사 석조석조보살좌상과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서 발견된 진신사리가 대표적이다. 사바 세계서 극락정토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지닌 연꽃 다리를 건너 만나는 성보실에는 불상, 불화 더불어 2층 높이의 미디어아트가 눈길을 끈다.

월정사

오대산자연명상마을의 가람채는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공간이다. 하룻밤 묵으며 마음을 치유하는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다. 객실에는 인터넷과 전자제품을 없앤 대신 개인 명상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오대산동림선원서 아침 요가 명상과 저녁 치유 명상을 진행한다. 자연명상마을서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나 선재길 종점까지 산책로도 걷는다. 저녁과 아침에 채식도 제공된다.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월정사는 청정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지장율사가 신라 선덕여왕 12년인 643년에 창건한 사찰로 1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고려 초기에 제작된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평창 월정사 석조보살좌상,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등 여러 국보와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니 산사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해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국립한국자생식물원→월정사성보박물관→월정사→상원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한국자생식물원→월정사→상원사→오대산자연명상마을(숙박)
-둘째 날 한강시원지체험관→월정사성보박물관→모나 용평 스키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평창군 문화관광 https://tour.pc.go.kr
-국립한국자생식물원 htt ps://nbgk.koagi.or.kr/intro
-월정사성보박물관 www.wjssm.kr
-오대산자연명상마을 www.omv.co.kr
-월정사 http://wolje ongsa.org/intro.php

운영 정보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운영시간: 3~10월 09:00~18:00(입장은 17:00까지), 11~2월 09:00~17:00(입장은 16:00까지), 휴무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1월1일, 설·추석 당일, 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월정사성보박물관 운영시간: 동절기 09:00~16:50(입장은 16:30까지), 하절기 09:30~17:30(입장은 17:00까지), 휴무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1월1일, 설·추석 당일, 요금: 입장료 무료(주차요금 별도)

-오대산자연명상마을 운영시간: 체크인/체크아웃 14:00~11:00, 휴무일: 연중무휴, 요금: 1박 13만~32만원(시즌과 요일에 따라 다름)

문의 전화
-국립한국자생식물원: 033)339-9900
-월정사성보박물관: 033)339-7000
-오대산자연명상마을: 033)333-6500
-월정사: 033)339-6800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 또는 청량리역서 KTX-이음 열차를 이용해 진부(오대산)역까지 이동. 진부역 정류장서 221번(08:45, 15:06) 농어촌 버스 승차 후 진부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서 225번(07:50), 226번(09:05, 10:00, 11:00, 12:00, 13:10, 15:50, 17:00, 17:40), 227번(15:10) 농어촌 버스로 환승, 병안삼거리서 하차한 뒤 국립한국자생식물원까지 도보 약 25분(1.5㎞)

-버스 동서울터미널서 시외버스를 이용해 진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 진부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서 225번(07:50, 08:10), 226번(10:24, 12:20, 13:24, 18:23, 19:03), 227번(15:10, 16:00) 농어촌 버스로 환승, 병안삼거리서 하차한 뒤 국립한국자생식물원까지 도보 약 25분(1.5㎞)

*문의: 평창군 버스정보시스템 080) 085-8888, https://bus.pc.go.kr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진부IC 진출→오대교교차로서 좌회전→월정삼거리까지 직진으로 진행→월정삼거리서 좌회전→진고개로 따라 직진으로 진행→병안삼거리서 우회전→약 300m 전방 국립한국자생식물원 1㎞ 이정표 방향 따라 우회전→약 1㎞ 진행→국립한국자생식물원

숙박 정보
-켄싱턴호텔 평창: 진부면 진고개로, 1670-7462, https://kensington.co.kr/hpc
-오대산힐링타운 별빛동: 진부면 오대산로, 010-9270-8358, https://odaesanstarlight.modoo.at/?link=5rjjxzm4
-하늘동화펜션: 대관령면 병내리, 010-8879-0374, www.skystory700.com

식당 정보
-진고개식당: 진부면 진고개로, 033)333-4466
-선재길식당: 진부면 오대산로, 033)336-9696
-신선희황기찐빵: 진부면 오대산로, 033)334-5127

주변 볼거리
평창송어축제: 2024년 12월27일~2025년 2월2일, 평창 송어 종합공연 체험장, www.festival700.or.kr, 대관령 눈꽃축제: 2025년 1월24일~2월2일, 평창군 대관령면 눈꽃축제장, www.snowfestival.net, 한강시원지체험관, 상원사(오대산), 모나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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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