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속았다” 전국에 걸린 ‘사기 탄핵’ 현수막, 왜?

박근혜 탄핵 때 권성동
유사 사례…내로남불?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민주당의 사기탄핵에 대한민국이 속았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이 전국 곳곳에 해당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현수막은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거리, 지하철역 인근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게시돼있다. 게시 기간은 오는 22일까지로 확인된다.

해당 현수막은 앞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 사유서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반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중진의원 연석회의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사유서 내란죄를 제외하고자 한 것은 탄핵소추안 의결이 졸속 사기 탄핵이고, 거짓으로 국민 선동을 인정한 것”이라며 탄핵안을 재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민주당이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탄핵 속도전을 계속하겠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강력 경고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와 대통령 탄핵소추 심의 과정서 내란죄 혐의를 제외시켰다”며 “내란죄 혐의는 대통령 소추의 핵심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의 핵심이다. 핵심 사유가 철회됐다면 졸속 작성된 탄핵안을 각하시켜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탄핵소추 사유서 형법 위반을 제외한다면 내란죄뿐만 아니라 직권남용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도 제외해야 한다”며 “헌법 위반 사유를 심리한다면서 내란죄 혐의만 제외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여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은 ‘내란죄’가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인데, 이를 뺀 민주당의 행태가 탄핵소추의 본질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서 의결된 탄핵 사유들은 내란죄 성립 여부, 즉 형법 위반 여부로 다투지 않고 헌법 위반으로만 다루는 점임을 강조했다.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으로만 탄핵 사유를 가리겠다는 의미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국회 소추위원단은 뇌물죄와 강요죄를 탄핵 소추안서 제외시킨 바 있다. 초기에 들어갔던 ‘ 뇌물수수 등의 형사법 위반’을 빼고 ‘공무원의 청렴의무 위반’을 넣은 것인데, 공교롭게도 당시 탄핵소추위원장은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의원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현재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권 원내대표를 향해 ‘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서도 형법 위반 여부는 헌법재판소 직권의 판단 사항이며, 내란죄 제외가 탄핵 절차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 사기 탄핵’이라는 국민의힘이 내건 전국의 현수막 문구는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여론 호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특히 헌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탄핵 심판 과정을 ‘ 사기’로 규정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법적 판단 과정을 왜곡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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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