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②국립생태원 & 장항송림산림욕장

계절을 거스르는 초록빛 여행

짙푸른 열대 우림 속을 걷다 어느 순간 메마른 사막에 도달한다. 그러다 어느새 올리브나무와 허브 식물 가득한 지중해에 이르더니 제주 곶자왈을 지나 결국 펭귄이 사는 극지에 도착한다. 반나절 만에 지구상의 여러 기후대를 모두 경험하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곳, 바로 국립생태원이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 서천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 및 조사, 교육, 전시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생태계를 생생하게 구현해 다양한 체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대표 시설로 에코리움이 있다.

핵심 전시 5대기후관

에코리움 핵심 전시는 5대기후관으로,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으로 이뤄진다. 5대기후관 탐방은 일반적으로 1층 열대관서 시작한다. 약 3000㎡ 규모의 온실에 꾸민 열대관에 들어서자마자 머나먼 이국땅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다. 눈에는 초록빛이, 몸에는 따뜻함이 감돌며 입고 온 두꺼운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별 열대 우림을 재현한 열대관에는 각종 열대 식물과 열대 해수어, 담수어, 양서류, 파충류가 서식한다. 세계 최대 담수어인 피라루크와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커다란 보아뱀부터 모래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사는 자그마한 정원장어와 물구나무선 것처럼 유영하는 레이저피시까지 신기한 생물이 가득하다.

그중 흔히 시서스(Cissus)라고도 불리는 커튼담쟁이가 늘어진 터널 같은 공간이 열대관의 백미로 꼽힌다.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 덕에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열대관을 나와 사막관에 들어서자 풍경과 기후가 확연히 달라진다. 건조한 공기 속에 각양각색의 다육식물과 선인장이 자라나 사막 풍경을 실감 나게 연출한다. 방울뱀, 도마뱀 같은 사막 파충류를 볼 수 있는데 사막관 최고 인기 스타는 누가 뭐래도 귀여운 사막여우와 검은꼬리프레리도그다.

지중해관에는 올리브나무, 라벤더, 유칼립투스 등 친숙한 이름의 식물들이 가득한 가운데,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나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 식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반도 기후 환경과 생태계를 재현한 온대관에서는 제주도를 느껴볼 수 있다. 제주 곶자왈을 테마로 꾸민 공간에 숲속 산책로와 신비로운 연못이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동백꽃이 피어올라 화사함을 더한다. 온대관은 실내외 공간이 연결되며 야외에는 설악산 계곡 지역과 수달사, 맹금류사를 배치했다. 마지막에 자리한 극지관 앞에서는 외투를 다시 여미게 된다.

기후대 체험 과정을 세심하게 기획한 덕에 온대관서 극지관으로 곧바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한반도 북부 개마고원과 시베리아 북부의 타이가, 툰드라를 거쳐 서서히 북극과 남극에 이르도록 전시를 설계했다. 박제 표본과 영상물이 주를 이뤄 다른 전시관보다 생동감은 덜하지만, 마지막 코너에서 남극과 북극에 서식하는 펭귄을 만날 수 있다.

5대기후관을 좀 더 알차게 관람하려면 생태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자. 생태해설사와 함께 각 전시관의 특징 및 대표 생물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 기후 위기에 대해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온라인 예약이 우선이며 남은 자리가 있으면 현장서도 신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상황이 안 된다면 전시관별 생태해설서와 대상별 활동지를 활용하길 추천한다.

에코리움에는 5대기후관 외에도 상설주제전시관, 4D입체영상관, 어린이생태글방, 기념품점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특히 전시와 체험, 휴식 공간을 결합한 ‘에코라운지 숨, 쉼’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다. 방문자센터 건물에 있는 생태 미디어 체험관 미디리움도 아이와 방문하기 좋다. 증강현실(AR), 동작 인식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채로운 콘텐츠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지구상의 다양한 기후대 경험하는 국립생태원
이곳에서 즐기는 다양한 생태해설 프로그램

국립생태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사시사철 푸르른 장항송림산림욕장이 자리한다. 1950년대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으로, 현재는 국가산림문화자산에 지정돼있다. 울창한 해송림 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겨울에도 온몸 가득 피톤치드가 스며들어 웰니스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솔숲 옆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이 펼쳐지고, 숲 위로는 15m 높이의 장항스카이워크가 지난다. 숲속 산책로와 갯벌,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육해공의 재미를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장항스카이워크 끝에는 서해와 갯벌을 시원하게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는데 신라와 당나라가 벌인 기벌포해전의 현장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아 기벌포해전전망대라고 불린다.

QR코드를 찍어 관광지 해설을 듣는 서비스가 제공되니 활용해보자. 국립생태원 동절기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5000원이고 미디리움과 4D입체영상관은 관람료 별도다. 장항송림산림욕장은 상시 무료 입장이나 장항스카이워크는 유료(입장료 4000원/2000원은 지역 상품권으로 환급) 시설이라는 점 참고하자.

장항송림산림욕장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나타난다. 국내 유일의 해양생물자원 전문 연구·전시·교육기관으로 일반 관람객을 위해 씨큐리움이라는 전시관을 운영한다. 전시관은 누구나 해양생물이라는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전시와 체험으로 구성했다.

가장 상징적인 전시물은 25m 높이 생명의 탑으로, 우리나라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여주는 4600여개의 표본 병을 수직 구조로 배치했다. 총 4개 층에 걸쳐 전시실, 바다극장, 어린이체험전시실, 해양영상실 등의 시설이 있고 4층에서 시작해 내려오는 순서로 관람하면 된다.

레트로 감성 여행지인 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도 들러보자. 장항은 장항선, 장항항, 장항제련소와 함께 번성했던 지역으로 과거 산업화 시대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장항 별미인 박대구이부터 꽃게무침, 아귀찜, 서대탕, 홍어탕 등 다채로운 음식을 즐기는 동시에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 중인 구 장항미곡창고(국가등록문화유산), 아담한 전시관인 예소아카이브 같은 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레트로 감성 여행지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금강하구둑’은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로, 겨울철에 수많은 철새가 모여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하굿둑 일대에는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산책로, 관광지가 조성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강하구둑관광지’는 놀이공원, 풍차공원, 놀이터 및 각종 음식점이 밀집해 주말 나들이 명소로 인기이며 야간에는 경관 조명이 불을 밝혀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장항송림산림욕장→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국립생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장항송림산림욕장→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금강하구둑
-둘째 날 국립생태원→서천특화시장→한산모시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서천군 문화관광 www.seocheon.go.kr/tour.do
-국립생태원 https://www.nie.re.kr/nie/main/main.do?section=0& InSection=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www.mabik.re.kr

운영 정보
-국립생태원 *운영시간: 동절기(11~2월) 9:30~17:00, 하절기(3 ~10월) 9:30~18:00 관람 종료시간 1시간 전 매표마감 *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첫 번째 평일 휴관) *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장항 스카이워크 *운영시간: 09:30~18:00(10~3월에는 17:00까지 단축 운영, 마감시간 30분 전까지만 입장 가능) *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1월1일, 설날, 추석 *요금: 4000원 (2000원 서천사랑상품권 교부) 경로우대, 영유아 등 무료

문의 전화
-국립생태원 041)950-530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 041)950-0695
-장항송림산림욕장(장항스카이워크) 041)956-5505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익산역 또는 천안아산역(환승)-장항역, KTX 및 새마을호·무궁화호 환승 하루 19회(06:03~20:58) 운행, 총 1시간50분~2시간40분 소요

-기차 용산역-장항역, 새마을호·무궁화호 하루 14~15회(05:32~20:43) 운행, 약 3시간~3시간20분 소요. 장항역서 국립생태원 서문 매표소까지 도보 3분

*문의: 레츠코레일 www.letskorail.com, 1544-7788

-버스 서울-장항, 서울남부터미널서 1일 2회(10:50, 16:4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창선1리 정류장서 600번 버스 탑승, 송림리 정류장 하차, 장항송림산림욕장까지 도보 7분

*문의: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남부터미널 02)520-6871, 서천군대중교통정보 www.seocheonbus.com

자가운전
동서천IC→동서천IC교차로서 군산·금강하구둑·장항 방면 우회전→장산로→하구둑사거리서 부여·서천 방면 우회전→금강로→국립생태원교차로서 국립생태원 방면 우회전→국립생태원

서천IC→서천IC삼거리서 군산·서천 방면 좌회전→대백제로→군사교차로서 장항국가산업단지 방면 우회전→장항산단북로→송림리 방면 우회전→장항산단로→댕뫼사거리서 장항산단로34번길 방면 좌회전→신화송로130번길 방면 좌회전→장항송림산림욕장

숙박 정보
-문헌전통호텔: 기산면 서원로172번길, 041)953-5896, https://munheonhotel.co.kr/
-카몬호텔: 장항읍 장산로317번길, 0507-1456-8922
-서천유스호스텔: 장항읍 장항산단로34번길, 041)956-0003, www.scyh.or.kr

식당 정보
-유정식당(꽃게살무침): 장항읍 장서로29번길, 041)956-5494
-서해안식당(박대정식): 장항읍 장서로47번길, 041)956-7500
-우리식당(아귀찜): 장항읍 장서로29번길, 041)957-0465

주변 볼거리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해수욕장, 한산모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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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