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②국립생태원 & 장항송림산림욕장

계절을 거스르는 초록빛 여행

짙푸른 열대 우림 속을 걷다 어느 순간 메마른 사막에 도달한다. 그러다 어느새 올리브나무와 허브 식물 가득한 지중해에 이르더니 제주 곶자왈을 지나 결국 펭귄이 사는 극지에 도착한다. 반나절 만에 지구상의 여러 기후대를 모두 경험하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곳, 바로 국립생태원이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 서천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 및 조사, 교육, 전시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생태계를 생생하게 구현해 다양한 체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대표 시설로 에코리움이 있다.

핵심 전시 5대기후관

에코리움 핵심 전시는 5대기후관으로,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으로 이뤄진다. 5대기후관 탐방은 일반적으로 1층 열대관서 시작한다. 약 3000㎡ 규모의 온실에 꾸민 열대관에 들어서자마자 머나먼 이국땅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다. 눈에는 초록빛이, 몸에는 따뜻함이 감돌며 입고 온 두꺼운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별 열대 우림을 재현한 열대관에는 각종 열대 식물과 열대 해수어, 담수어, 양서류, 파충류가 서식한다. 세계 최대 담수어인 피라루크와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커다란 보아뱀부터 모래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사는 자그마한 정원장어와 물구나무선 것처럼 유영하는 레이저피시까지 신기한 생물이 가득하다.

그중 흔히 시서스(Cissus)라고도 불리는 커튼담쟁이가 늘어진 터널 같은 공간이 열대관의 백미로 꼽힌다.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 덕에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열대관을 나와 사막관에 들어서자 풍경과 기후가 확연히 달라진다. 건조한 공기 속에 각양각색의 다육식물과 선인장이 자라나 사막 풍경을 실감 나게 연출한다. 방울뱀, 도마뱀 같은 사막 파충류를 볼 수 있는데 사막관 최고 인기 스타는 누가 뭐래도 귀여운 사막여우와 검은꼬리프레리도그다.

지중해관에는 올리브나무, 라벤더, 유칼립투스 등 친숙한 이름의 식물들이 가득한 가운데,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나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 식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반도 기후 환경과 생태계를 재현한 온대관에서는 제주도를 느껴볼 수 있다. 제주 곶자왈을 테마로 꾸민 공간에 숲속 산책로와 신비로운 연못이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동백꽃이 피어올라 화사함을 더한다. 온대관은 실내외 공간이 연결되며 야외에는 설악산 계곡 지역과 수달사, 맹금류사를 배치했다. 마지막에 자리한 극지관 앞에서는 외투를 다시 여미게 된다.

기후대 체험 과정을 세심하게 기획한 덕에 온대관서 극지관으로 곧바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한반도 북부 개마고원과 시베리아 북부의 타이가, 툰드라를 거쳐 서서히 북극과 남극에 이르도록 전시를 설계했다. 박제 표본과 영상물이 주를 이뤄 다른 전시관보다 생동감은 덜하지만, 마지막 코너에서 남극과 북극에 서식하는 펭귄을 만날 수 있다.

5대기후관을 좀 더 알차게 관람하려면 생태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자. 생태해설사와 함께 각 전시관의 특징 및 대표 생물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 기후 위기에 대해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온라인 예약이 우선이며 남은 자리가 있으면 현장서도 신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상황이 안 된다면 전시관별 생태해설서와 대상별 활동지를 활용하길 추천한다.

에코리움에는 5대기후관 외에도 상설주제전시관, 4D입체영상관, 어린이생태글방, 기념품점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특히 전시와 체험, 휴식 공간을 결합한 ‘에코라운지 숨, 쉼’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다. 방문자센터 건물에 있는 생태 미디어 체험관 미디리움도 아이와 방문하기 좋다. 증강현실(AR), 동작 인식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채로운 콘텐츠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지구상의 다양한 기후대 경험하는 국립생태원
이곳에서 즐기는 다양한 생태해설 프로그램


국립생태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사시사철 푸르른 장항송림산림욕장이 자리한다. 1950년대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으로, 현재는 국가산림문화자산에 지정돼있다. 울창한 해송림 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겨울에도 온몸 가득 피톤치드가 스며들어 웰니스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솔숲 옆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이 펼쳐지고, 숲 위로는 15m 높이의 장항스카이워크가 지난다. 숲속 산책로와 갯벌,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육해공의 재미를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장항스카이워크 끝에는 서해와 갯벌을 시원하게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는데 신라와 당나라가 벌인 기벌포해전의 현장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아 기벌포해전전망대라고 불린다.

QR코드를 찍어 관광지 해설을 듣는 서비스가 제공되니 활용해보자. 국립생태원 동절기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5000원이고 미디리움과 4D입체영상관은 관람료 별도다. 장항송림산림욕장은 상시 무료 입장이나 장항스카이워크는 유료(입장료 4000원/2000원은 지역 상품권으로 환급) 시설이라는 점 참고하자.

장항송림산림욕장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나타난다. 국내 유일의 해양생물자원 전문 연구·전시·교육기관으로 일반 관람객을 위해 씨큐리움이라는 전시관을 운영한다. 전시관은 누구나 해양생물이라는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전시와 체험으로 구성했다.

가장 상징적인 전시물은 25m 높이 생명의 탑으로, 우리나라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여주는 4600여개의 표본 병을 수직 구조로 배치했다. 총 4개 층에 걸쳐 전시실, 바다극장, 어린이체험전시실, 해양영상실 등의 시설이 있고 4층에서 시작해 내려오는 순서로 관람하면 된다.

레트로 감성 여행지인 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도 들러보자. 장항은 장항선, 장항항, 장항제련소와 함께 번성했던 지역으로 과거 산업화 시대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장항 별미인 박대구이부터 꽃게무침, 아귀찜, 서대탕, 홍어탕 등 다채로운 음식을 즐기는 동시에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 중인 구 장항미곡창고(국가등록문화유산), 아담한 전시관인 예소아카이브 같은 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레트로 감성 여행지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금강하구둑’은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로, 겨울철에 수많은 철새가 모여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하굿둑 일대에는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산책로, 관광지가 조성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강하구둑관광지’는 놀이공원, 풍차공원, 놀이터 및 각종 음식점이 밀집해 주말 나들이 명소로 인기이며 야간에는 경관 조명이 불을 밝혀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장항송림산림욕장→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국립생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장항송림산림욕장→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금강하구둑
-둘째 날 국립생태원→서천특화시장→한산모시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서천군 문화관광 www.seocheon.go.kr/tour.do
-국립생태원 https://www.nie.re.kr/nie/main/main.do?section=0& InSection=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www.mabik.re.kr

운영 정보
-국립생태원 *운영시간: 동절기(11~2월) 9:30~17:00, 하절기(3 ~10월) 9:30~18:00 관람 종료시간 1시간 전 매표마감 *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첫 번째 평일 휴관) *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장항 스카이워크 *운영시간: 09:30~18:00(10~3월에는 17:00까지 단축 운영, 마감시간 30분 전까지만 입장 가능) *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1월1일, 설날, 추석 *요금: 4000원 (2000원 서천사랑상품권 교부) 경로우대, 영유아 등 무료

문의 전화
-국립생태원 041)950-530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 041)950-0695
-장항송림산림욕장(장항스카이워크) 041)956-5505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익산역 또는 천안아산역(환승)-장항역, KTX 및 새마을호·무궁화호 환승 하루 19회(06:03~20:58) 운행, 총 1시간50분~2시간40분 소요

-기차 용산역-장항역, 새마을호·무궁화호 하루 14~15회(05:32~20:43) 운행, 약 3시간~3시간20분 소요. 장항역서 국립생태원 서문 매표소까지 도보 3분

*문의: 레츠코레일 www.letskorail.com, 1544-7788

-버스 서울-장항, 서울남부터미널서 1일 2회(10:50, 16:4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창선1리 정류장서 600번 버스 탑승, 송림리 정류장 하차, 장항송림산림욕장까지 도보 7분


*문의: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남부터미널 02)520-6871, 서천군대중교통정보 www.seocheonbus.com

자가운전
동서천IC→동서천IC교차로서 군산·금강하구둑·장항 방면 우회전→장산로→하구둑사거리서 부여·서천 방면 우회전→금강로→국립생태원교차로서 국립생태원 방면 우회전→국립생태원

서천IC→서천IC삼거리서 군산·서천 방면 좌회전→대백제로→군사교차로서 장항국가산업단지 방면 우회전→장항산단북로→송림리 방면 우회전→장항산단로→댕뫼사거리서 장항산단로34번길 방면 좌회전→신화송로130번길 방면 좌회전→장항송림산림욕장

숙박 정보
-문헌전통호텔: 기산면 서원로172번길, 041)953-5896, https://munheonhotel.co.kr/
-카몬호텔: 장항읍 장산로317번길, 0507-1456-8922
-서천유스호스텔: 장항읍 장항산단로34번길, 041)956-0003, www.scyh.or.kr

식당 정보
-유정식당(꽃게살무침): 장항읍 장서로29번길, 041)956-5494
-서해안식당(박대정식): 장항읍 장서로47번길, 041)956-7500
-우리식당(아귀찜): 장항읍 장서로29번길, 041)957-0465

주변 볼거리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해수욕장, 한산모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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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