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②국립생태원 & 장항송림산림욕장

계절을 거스르는 초록빛 여행

짙푸른 열대 우림 속을 걷다 어느 순간 메마른 사막에 도달한다. 그러다 어느새 올리브나무와 허브 식물 가득한 지중해에 이르더니 제주 곶자왈을 지나 결국 펭귄이 사는 극지에 도착한다. 반나절 만에 지구상의 여러 기후대를 모두 경험하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곳, 바로 국립생태원이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 서천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 및 조사, 교육, 전시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생태계를 생생하게 구현해 다양한 체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대표 시설로 에코리움이 있다.

핵심 전시 5대기후관

에코리움 핵심 전시는 5대기후관으로,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으로 이뤄진다. 5대기후관 탐방은 일반적으로 1층 열대관서 시작한다. 약 3000㎡ 규모의 온실에 꾸민 열대관에 들어서자마자 머나먼 이국땅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다. 눈에는 초록빛이, 몸에는 따뜻함이 감돌며 입고 온 두꺼운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별 열대 우림을 재현한 열대관에는 각종 열대 식물과 열대 해수어, 담수어, 양서류, 파충류가 서식한다. 세계 최대 담수어인 피라루크와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커다란 보아뱀부터 모래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사는 자그마한 정원장어와 물구나무선 것처럼 유영하는 레이저피시까지 신기한 생물이 가득하다.

그중 흔히 시서스(Cissus)라고도 불리는 커튼담쟁이가 늘어진 터널 같은 공간이 열대관의 백미로 꼽힌다.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 덕에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열대관을 나와 사막관에 들어서자 풍경과 기후가 확연히 달라진다. 건조한 공기 속에 각양각색의 다육식물과 선인장이 자라나 사막 풍경을 실감 나게 연출한다. 방울뱀, 도마뱀 같은 사막 파충류를 볼 수 있는데 사막관 최고 인기 스타는 누가 뭐래도 귀여운 사막여우와 검은꼬리프레리도그다.

지중해관에는 올리브나무, 라벤더, 유칼립투스 등 친숙한 이름의 식물들이 가득한 가운데,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나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 식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반도 기후 환경과 생태계를 재현한 온대관에서는 제주도를 느껴볼 수 있다. 제주 곶자왈을 테마로 꾸민 공간에 숲속 산책로와 신비로운 연못이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동백꽃이 피어올라 화사함을 더한다. 온대관은 실내외 공간이 연결되며 야외에는 설악산 계곡 지역과 수달사, 맹금류사를 배치했다. 마지막에 자리한 극지관 앞에서는 외투를 다시 여미게 된다.

기후대 체험 과정을 세심하게 기획한 덕에 온대관서 극지관으로 곧바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한반도 북부 개마고원과 시베리아 북부의 타이가, 툰드라를 거쳐 서서히 북극과 남극에 이르도록 전시를 설계했다. 박제 표본과 영상물이 주를 이뤄 다른 전시관보다 생동감은 덜하지만, 마지막 코너에서 남극과 북극에 서식하는 펭귄을 만날 수 있다.

5대기후관을 좀 더 알차게 관람하려면 생태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자. 생태해설사와 함께 각 전시관의 특징 및 대표 생물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 기후 위기에 대해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온라인 예약이 우선이며 남은 자리가 있으면 현장서도 신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상황이 안 된다면 전시관별 생태해설서와 대상별 활동지를 활용하길 추천한다.

에코리움에는 5대기후관 외에도 상설주제전시관, 4D입체영상관, 어린이생태글방, 기념품점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특히 전시와 체험, 휴식 공간을 결합한 ‘에코라운지 숨, 쉼’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다. 방문자센터 건물에 있는 생태 미디어 체험관 미디리움도 아이와 방문하기 좋다. 증강현실(AR), 동작 인식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채로운 콘텐츠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지구상의 다양한 기후대 경험하는 국립생태원
이곳에서 즐기는 다양한 생태해설 프로그램


국립생태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사시사철 푸르른 장항송림산림욕장이 자리한다. 1950년대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으로, 현재는 국가산림문화자산에 지정돼있다. 울창한 해송림 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겨울에도 온몸 가득 피톤치드가 스며들어 웰니스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솔숲 옆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이 펼쳐지고, 숲 위로는 15m 높이의 장항스카이워크가 지난다. 숲속 산책로와 갯벌,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육해공의 재미를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장항스카이워크 끝에는 서해와 갯벌을 시원하게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는데 신라와 당나라가 벌인 기벌포해전의 현장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아 기벌포해전전망대라고 불린다.

QR코드를 찍어 관광지 해설을 듣는 서비스가 제공되니 활용해보자. 국립생태원 동절기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5000원이고 미디리움과 4D입체영상관은 관람료 별도다. 장항송림산림욕장은 상시 무료 입장이나 장항스카이워크는 유료(입장료 4000원/2000원은 지역 상품권으로 환급) 시설이라는 점 참고하자.

장항송림산림욕장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나타난다. 국내 유일의 해양생물자원 전문 연구·전시·교육기관으로 일반 관람객을 위해 씨큐리움이라는 전시관을 운영한다. 전시관은 누구나 해양생물이라는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전시와 체험으로 구성했다.

가장 상징적인 전시물은 25m 높이 생명의 탑으로, 우리나라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여주는 4600여개의 표본 병을 수직 구조로 배치했다. 총 4개 층에 걸쳐 전시실, 바다극장, 어린이체험전시실, 해양영상실 등의 시설이 있고 4층에서 시작해 내려오는 순서로 관람하면 된다.

레트로 감성 여행지인 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도 들러보자. 장항은 장항선, 장항항, 장항제련소와 함께 번성했던 지역으로 과거 산업화 시대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장항 별미인 박대구이부터 꽃게무침, 아귀찜, 서대탕, 홍어탕 등 다채로운 음식을 즐기는 동시에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 중인 구 장항미곡창고(국가등록문화유산), 아담한 전시관인 예소아카이브 같은 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레트로 감성 여행지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금강하구둑’은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로, 겨울철에 수많은 철새가 모여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하굿둑 일대에는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산책로, 관광지가 조성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강하구둑관광지’는 놀이공원, 풍차공원, 놀이터 및 각종 음식점이 밀집해 주말 나들이 명소로 인기이며 야간에는 경관 조명이 불을 밝혀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장항송림산림욕장→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국립생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장항송림산림욕장→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금강하구둑
-둘째 날 국립생태원→서천특화시장→한산모시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서천군 문화관광 www.seocheon.go.kr/tour.do
-국립생태원 https://www.nie.re.kr/nie/main/main.do?section=0& InSection=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www.mabik.re.kr

운영 정보
-국립생태원 *운영시간: 동절기(11~2월) 9:30~17:00, 하절기(3 ~10월) 9:30~18:00 관람 종료시간 1시간 전 매표마감 *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첫 번째 평일 휴관) *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장항 스카이워크 *운영시간: 09:30~18:00(10~3월에는 17:00까지 단축 운영, 마감시간 30분 전까지만 입장 가능) *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1월1일, 설날, 추석 *요금: 4000원 (2000원 서천사랑상품권 교부) 경로우대, 영유아 등 무료

문의 전화
-국립생태원 041)950-530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 041)950-0695
-장항송림산림욕장(장항스카이워크) 041)956-5505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익산역 또는 천안아산역(환승)-장항역, KTX 및 새마을호·무궁화호 환승 하루 19회(06:03~20:58) 운행, 총 1시간50분~2시간40분 소요

-기차 용산역-장항역, 새마을호·무궁화호 하루 14~15회(05:32~20:43) 운행, 약 3시간~3시간20분 소요. 장항역서 국립생태원 서문 매표소까지 도보 3분

*문의: 레츠코레일 www.letskorail.com, 1544-7788

-버스 서울-장항, 서울남부터미널서 1일 2회(10:50, 16:4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창선1리 정류장서 600번 버스 탑승, 송림리 정류장 하차, 장항송림산림욕장까지 도보 7분


*문의: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남부터미널 02)520-6871, 서천군대중교통정보 www.seocheonbus.com

자가운전
동서천IC→동서천IC교차로서 군산·금강하구둑·장항 방면 우회전→장산로→하구둑사거리서 부여·서천 방면 우회전→금강로→국립생태원교차로서 국립생태원 방면 우회전→국립생태원

서천IC→서천IC삼거리서 군산·서천 방면 좌회전→대백제로→군사교차로서 장항국가산업단지 방면 우회전→장항산단북로→송림리 방면 우회전→장항산단로→댕뫼사거리서 장항산단로34번길 방면 좌회전→신화송로130번길 방면 좌회전→장항송림산림욕장

숙박 정보
-문헌전통호텔: 기산면 서원로172번길, 041)953-5896, https://munheonhotel.co.kr/
-카몬호텔: 장항읍 장산로317번길, 0507-1456-8922
-서천유스호스텔: 장항읍 장항산단로34번길, 041)956-0003, www.scyh.or.kr

식당 정보
-유정식당(꽃게살무침): 장항읍 장서로29번길, 041)956-5494
-서해안식당(박대정식): 장항읍 장서로47번길, 041)956-7500
-우리식당(아귀찜): 장항읍 장서로29번길, 041)957-0465

주변 볼거리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해수욕장, 한산모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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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