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친부 살해 누명 벗은 김신혜

짜깁기로 만들어진 ‘패륜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무기수로 평생을 감옥서 지내게 될 수도 있었던 김신혜씨는 억울하게 24년의 세월을 빼앗겼지만, 나머지 시간들을 돌려받았다. 김씨는 그동안 있었던 여러 차례의 재판 과정서 무죄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2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김씨의 빼앗긴 시간은 대체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친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으로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던 지난 6일, 재심 1심서 김신혜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의 억울함이 24년 만에 풀리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지만, 이를 유죄로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24년 만에
되찾은 자유

김씨의 24년간의 비극은 한 남성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됐다. 2000년 3월7일 전라남도 완도군의 버스 정류장서 한 남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발견된 장소서 약 7㎞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3급 지체 장애인으로 김씨의 아버지였다. 처음 발견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에 자동차 방향 지시등이 깨져있어서 단순 뺑소니로 의심했지만 시신에 외상이 전혀 없었다.

시신 부검 결과 별다른 외상이나 출혈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0.303%였고, 수면 유도제 성분인 독시라민이 검출됐다. 경찰은 부검 결과에 따라 누군가가 수면유도제와 술을 이용해서 김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계획적인 타살로 추정했다.

이후 수사에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그의 큰딸(당시 나이 23세) 김씨였다. 최초 신고자는 김씨의 고모부였다.


경찰은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당해 3월9일 오전 0시10분에 이 사건 용의자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순순히 모든 범행을 인정했고, 범행 동기는 ‘아버지의 성추행’이었다고 진술했다.

사건 발생 2개월 전인 2000년 1월, 김씨는 “고향에 살고 있는 이복 여동생과의 전화 통화에서 동생이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과거 중학생 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었고,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이 싫어서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당일 새벽 1시에 수면유도제 30알을 술에 녹여 아버지에게 ‘간에 좋은 약’이라고 속여 마시게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함께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아버지가 정신을 잃자 버스 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현장을 떠났다고 추정했다. 현장 검증서 김씨는 밥그릇에 수면제를 갈아 넣는 모습을 재연했다.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 앞으로 다수의 상해보험을 들어놨다는 점도 범행의 동기 중 하나인 것으로 유추했다. 수사 도중 김씨의 집에서 범행 계획을 적어 놓은 듯한 수첩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범행 도구인 ‘양주’ ‘수면제’ ‘버스정류장’과 같은 키워드를 발견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첩 안에는 보험금을 계산한 흔적이 보이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같은 증거물들을 근거로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를 살해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2000년 8월12일 모든 범행 사실에 대해 인정했던 김씨는 현장검증 시점부터 돌연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처음 조사부터 현장검증, 법정서 했던 진술까지 모든 사실을 번복한 것이다. 김씨가 말을 번복하게 된 건 다름 아닌 남동생 때문이었다.

김씨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장례식장서 고모부와 큰아버지를 만났다. 고모부는 “네 아버지를 죽인 것은 너의 남동생”이라면서 “네가 대신에 감옥에 가야 하고, 자수를 해야 한다”며 거짓 자백을 요구했다. 심지어 큰아버지는 “성추행을 원인으로 삼으라”며 감형될 수 있는 방법까지 조언했다.


그 말을 듣고 김씨는 남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하게 된 것이다.

국내 누명 사건 최고 장기 복역
24년간 억울함에 갇혔던 무기수

거짓 자백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 김씨는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동생이 “고모부께서 네 누나가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고 말해서 누나를 걱정했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김씨는 고모부의 말에 이상함을 느끼고, 그 후 현장검증을 하던 시점부터 “아버지가 성폭행을 했을 리 없고, 고모부가 이 사건의 뒤에 있다”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고모부는 김씨가 “본인 스스로 자백했다”고 말했지만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김씨는 “고모부의 말에 자신이 동생을 대신해 감옥에 가겠다”고 했을 뿐, 아버지를 살해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씨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서 사건 이후 고모부와 있었던 일에 대해 밝혔다. 그는 고모부와 아버지의 장례식장서 이야기를 나눈 이후, 자신을 경찰서에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이 같은 주장에 경찰은 고모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김씨가 신고 내용과 다르게 진술하고 있다”며 단순히 어떻게 생각하는지 참고인으로서 조사했고, 김씨 고모부는 “김씨의 말은 거짓말이다. 나는 김씨의 자백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해당 진술은 대법원까지 모두 받아들여졌다.

김씨가 자백한 부분과 이 자백을 들었다던 고모부의 증언, 그리고 김씨가 아버지의 명의로 상해보험을 8개나 들었다는 점과 범행 계획으로 보이는 수첩이 발견된 사실들이 증거가 돼 김씨의 범죄 혐의는 기정 사실로 굳어졌다.

김씨는 경찰이 보험금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했지만, 당시 아버지 앞으로 들어놓은 8개의 보험 중 3개는 이미 해지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보험설계사 자격증이 있었고 3년이 지나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경찰이 자신을 상대로 ‘강압수사’를 했다며 수사 과정서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억울함도 호소했다.

재판서 김씨는 아버지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선 부인하며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은 없다”고 증언했다. 김씨의 주장은 대법원까지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2000년 8월31일 존속살해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의문의 죽음
비극의 시작

무기징역 선고 후, 복역 중에도 김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교도소의 노역을 거부했다. 노역 거부 시 향후 감형에 어려움이 있는 등 불리한 점이 많았지만 김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는 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복역 중에도 지속해서 무죄를 주장하면서 김씨의 목소리가 점점 외부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이하 대한변협) 법률구조단에도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대한변협은 해당 사건서 위법을 인지하고 법률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대한변협의 도움을 받아 2015년 1월28일에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지방법원은 재심 청구를 인용했고 본격적인 재심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김씨가 먼저 자수해 강압 수사할 이유가 없다는 점, 남은 보험금 5개의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 수면 유도제 30알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김씨는 복역 중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노트에 상세히 메모했는데, 경찰의 강압수사에 대한 부분과 불법 증거 취득에 관한 부분에 대한 것이었다. 대한변협은 해당 메모 내용을 기반으로 재조사를 신청했고 후에 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경찰서 제시했던 증거물인 김씨의 수첩에는 보험금을 계산한 내역과 범행 계획을 적어놓은 듯한 내용이 있었다. 경찰은 그 수첩이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나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고 그 과정서 노트에 시나리오를 작성했었다”며 “수첩에 적힌 글 중 ‘수면제’ ‘양주’ ‘버스정류장’이라는 단어가 있었고 그것을 살해 계획으로 오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버지 사망보험금 계산 내역에 대해서는 “당시 보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보험 실적을 위해 아버지의 명의로 보험 8개를 가입했었다. 그 과정서 작성했던 계산 내역”이라고 주장했다. 보험 중 3개는 이미 해지됐다는 사실과 아버지 사망 시점에는 사망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약관이 있는 보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그 보험금의 실질적 수령자는 자신이 아닌 동생들과 계모라는 사실도 언급했다.

강압수사
무기 선고


김씨는 경찰의 수첩 취득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수첩이 발견된 장소는 집인데 이 수첩을 취득하는 과정이 위법적이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영장 없이 김씨의 집을 압수수색했고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므로 이미 법적 효력을 상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경찰의 강압수사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씨는 경찰의 수사 과정서 명백한 폭행과 가혹행위가 있었고 그를 통해 자백과 범행 현장 재연을 강요받았다고 호소했다. 특히 경찰이 자신의 집을 불법 수색서 김씨가 찍은 누드 사진을 경찰끼리 돌려봤고, 이를 빌미로 범죄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김씨의 아버지가 사망 당시 음주량과 독실아민 수치에 대해 재조사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수면 유도제의 치사량이 약 100알 정도므로, 치사량으로 보기 어렵다”며 “술에 다량의 알약을 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그 정도 양을 용해시킨다면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항변했다. 김씨의 자백 당시 증언대로 양주에 수면제 독실아민을 치사량만큼 먹인다면 양주 750㎖ 기준 4병을 먹여야 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숨진 부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4병을 마셔야 나오는 수치와는 차이가 컸고, 이 사실을 경찰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찰이 조사했던 치사량 수치에도 문제가 있었다. 치사량 수치를 계산할 때는 사망자의 정확한 체중을 필요로 한다. 경찰이 당시 조사한 체중은 60㎏이었지만, 실제 사망자의 체중은 41㎏이었다.

이로써 경찰의 조사가 미흡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증거 효력을 잃게 됐다.

김씨에게 현장 재현을 하게 했을 때, 밥그릇에 수면제를 갈았다고 했지만 실제 그 밥그릇에서는 수면제 성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사건 당일 자신의 알리바이에 대한 억울함도 호소했다. 사건 발생 이틀 전인 2000년 3월6일에 남동생을 김씨의 고향인 완도에 데려다줬고, 김씨는 서울의 거처로 이동했다. 후에 남동생의 ‘데리러 오라’는 연락에 데리러 가려 했지만 김씨의 차량이 사고가 나 3월7일에 차량을 렌트한 후 완도로 내려갔다.

“나는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재판에 청춘 바쳐…결국 무죄

김씨는 완도에 있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지만 내려가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3월8일 0시경에 도착했다고 한다. 도착 후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다음 날 약속을 잡았다. 이후 집에 전화를 걸었고 김씨의 여동생이 전화를 받아 “아버지가 술에 취해 할머니와 싸우고 집에서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여동생은 김씨에게 어딘지 물어봤지만 당시 술에 취하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에게 혼나는 것이 두려워 ‘검문소 앞’이라고 거짓말했다.

앞선 재판서 경찰은 거짓말 부분에 대해 아버지를 죽이기 위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씨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는 친구들을 증인으로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김씨는 이 같은 사실을 주장하며 큰아버지와 조카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사망한 아버지의 장애인 보조금과 기타 지원금에 대한 다툼이 있었고 고소까지 하게 된 일이 있었다”며 “마음 약한 저의 아버지가 합의해줬고 그 이후로 큰아버지와의 관계도 안 좋다”고 증언했다.

큰아버지는 부친 장례식서 “너의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하면 감형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씨는 이를 근거로 사건의 배후에 큰아버지와 고모부가 관여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버지의 성추행은 말도 안 된다”며 “고모부가 그렇게 말하도록 시켰고 이복 여동생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딸을 추행한 파렴치한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손도 못 쓰고 보고만 있었던 스스로가 원망스럽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길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내내 이 생각만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약 10여년의 수감생활 동안 김씨는 무죄를 받기 위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해 왔고, 마침내 지난 6일 재심 1심서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이번 재심서 범행 동기, 자수 경위와 물적 증거, 알리바이, 강압수사 여부 등을 중요하게 여겼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경찰 측이 내놓은 증거에 대해 “영장 없이 확보한 증거물이므로 적법 절차와 영장주의에 반한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진술이 강요에 의한 허위 자백일 수 있다는 사실도 배제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자백을 직접 들었다는 친척과 경찰관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김씨가 보험금을 목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주장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보험설계사 자격증이 있었고, 보험계약 체결 2년 이내에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부분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보험금 목적?
뒤집힌 판결

또 김씨가 사건 발생 당일 친구들과 만남을 약속했던 점을 감안할 때, 사전에 범행 계획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결국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부족했고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지만 이를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심서 김씨의 사건을 맡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24년 동안 무죄를 주장해 온 당사자의 진실의 힘이 무죄의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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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