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비상계엄 설계 ‘보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파도 파도 끝없는 무속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실시한 12‧3 비상계엄 뒤에는 ‘아기보살’이 있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으로 김 전 장관의 수족으로 불린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날짜를 찍고 부추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그의 수첩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적혀있다. 구속 후 검찰로 송치된 그로부터 비상계엄의 새로운 국면이 나올까 관심이 집중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주목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서 북한 공격 유도, 정치인 등 사살 등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불명예 전역한 뒤 점집을 운영하다가 핵심 비선이 된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알아봤다.

엘리트 군인
무속인의 삶

노 전 사령관은 경상북도 문경시 출생으로 문경중학교와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1년 육군사관학교에 수석 입학했다. 

보병 병과로 군 생활을 시작해 7사단서 대대장과 연대장을 거쳤다. 소령 때 정보 병과로 전환했으며 이 무렵 ‘노용래’서 ‘노상원’으로 개명했다. 그는 이후 육군참모총장 수석전속부관,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핵심 보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정보 병과서 국가정보원과 청와대로 파견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2년 준장으로 진급했고 당시 박근혜정부 대통령경호실서 군사관리관으로 1년간 파견 근무를 했다. 통상 군사관리관은 경호처 파견 군부대들을 관리하는 보직으로, 보병 병과 준장이 주로 보임되는데 노 전 사령관은 정보 병과이면서도 보임됐다. 그는 군사관리관 파견 근무 이후 소장으로 진급했다.

하지만 그는 윤석열정부 들어선 어떤 공직도 맡은 적 없다. 지난 2018년 육군 정보학교장을 마지막으로 불명예 전역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해 국군의날에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군복을 벗었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산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예비역은 “전역한 뒤 노 전 사령관이 생계를 위해 죽은 뱀에서 나온 구더기를 먹인 닭(이른바 뱀닭)을 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엔 경기 안산서 점술가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 전 사령관은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한 건물 반지하서 점집을 운영했다. 점집은 문제의 ‘햄버거 회동’ 장소와는 직선거리로 1㎞ 남짓 떨어져 있다. 최근까지 ‘아기보살’이라고 적힌 명패가 외벽에 붙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사라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건물 계단을 내려가 반지하에 도착하면 오른쪽으로 노 전 사령관의 점집 입구가 보인다. 입구에는 ‘안산시 모범 무속인 보존위원’이라고 적힌 스티커와 함께 붉은색 ‘만(卍)’자가 여러 개 붙어 있다.

입구 옆에는 제사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북어 더미, 말라버린 잡채 그릇,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국이 담긴 냄비가 놓여 있다. 북어 중 일부는 여전히 입속에 현금이 들어 있기도 했다.

계단 아래 공간에 마련된 창고에는 사탕과 향초가 담긴 종이상자, 막걸리와 소주병 등이 가득 쌓여 있으며 사탕이 담긴 큰 유리병에는 ‘소원 성취’라는 글귀도 쓰여 있다.


군복 벗은 뒤 ‘핵심 비선’으로 자리
막후 인사권 쥐고 군 내부부터 흔들어

창고 한 칸에는 ‘부정 푸는 법’이라고 적힌 종이가 동봉된 마른 쑥 봉지도 가득 놓여 있었다. 종이에는 “본 부정풀이는 부정을 푸는 데 효과가 뛰어난 방법을 종합적으로 응용해 만들었다”며 “성물을 적당한 장소서 불살라 버리고, 소금이나 팥을 뿌려 퇴송하시면 부정이 사라진다”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아기보살’과 연관된 물품인 듯 곳곳에 장난감과 사탕류도 눈에 띄었다. 북어 옆에는 먼지 쌓인 자동차 모형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창고에도 용도를 가늠하기 힘든 초콜릿과 사탕, 젤리 등이 많이 보였다고 한다.

군복을 벗은 뒤 군과 절연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오히려 ‘핵심 비선’으로 자리 잡았다. 자신이 사령관을 지낸 정보사의 OB(전직 간부) 모임을 주도한 흔적이 곳곳서 포착됐다.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올해 9월 장관으로 취임하자, 군내에선 노 전 사령관 이름도 함께 회자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노상원 라인’으로 불리는 배모 준장이 김 전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들어갔을 때 낙하산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배 준장이 그 뒤 요직인 연합사 작전처장이 된 것도 노 전 사령관 입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함께한 첫 근무지는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대대(현 55경비단)로 알려졌다. 55경비대대는 청와대를 경호하는 근위부대로, 두 사람은 김 전 장관이 1990년 무렵 소령으로 이곳 작전과장을 맡을 때 노 전 사령관(당시 대위)이 제대장을 맡아 연을 맺었다.

두 사람과 함께 근무한 예비역은 “둘이 죽이 정말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노 전 사령관은 탁월한 심기 경호로 김 전 장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두 사람과 인연이 있는 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대대장에게 잘 보이려고 후배들을 쥐어짜면, 노 전 사령관은 이에 동조해 부하들을 강하게 쪼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역은 노 전 사령관을 “사람 자체가 흑백이라서 중간이 없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인정하는 부하에겐 전폭적으로 일을 맡기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반 죽여서 짓밟았다”고 평가했다.

김 전 장관은 2007년부터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의 육군본부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김 전 장관 추천으로 노 전 사령관은 비서실 산하 과장급으로 근무했다. 이 무렵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의 수족처럼 일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군 관계자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고, 인맥과 라인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고 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어해 후배뿐 아니라 동기들 사이서도 평가가 안 좋았다는 전언도 나왔다.

몰락했지만
김용현 라인


‘롯데리아 내란 모의’에 불려 나온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현직 대령 2명 역시 노 전 사령관의 ‘인사 영향력’을 의식했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문 사령관은 올해 여름 ‘블랙요원 리스트 유출 사건’과 자신이 연루된 하극상 사건으로 직무 배제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김 전 장관의 취임과 맞물려 유임됐다. 군 소식통은 “문 사령관 인사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노 전 사령관이 승진을 약속하며 현직들을 끌어들였을 수 있다”고 했다. 정보사가 점조직인 탓에 OB들이 노 전 사령관처럼 블랙요원으로 활동하며 인사에 개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 라인을 탄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계엄과 관련한 군 관계자들의 사주와 점을 계속 본 것으로 확인됐다. 

군산시 개정면서 점집을 운영하는 A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서 “노 전 사령관이 2022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방문해 군인들의 사주를 물어봤다”며 “대략 20여차례가 넘게 다녀갔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사전에 예약한 뒤 점집을 방문했고, 군인들의 사주가 적힌 메모나 사진을 들고 찾아와 점괘를 물었다.

A씨는 “다른 군인들은 정확히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 김용현 전 장관의 얼굴은 TV 뉴스를 보고 바로 알아봤다”면서 “김 전 장관의 사주를 가장 많이 물었고, 노 전 사령관이 ‘이 사람이 잘돼야 내가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노 전 사령관이 ‘계엄’을 언급했느냐는 질문에는 “계엄이라는 말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고 ‘중요한 일’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뉴스를 보고 나서야 그때 물었던 것이 저걸 말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지에 묻자 A씨는 “내가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남기고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하자 노상원씨가 ‘외부에 공개된 (윤 대통령)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월일이 다르다’고 말하며 탄핵당할 일이 없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A씨는 노 전 사령관 역시 점집을 운영하는데 이곳을 찾은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노상원씨도 사주를 아주 잘 보는데 내가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라 자주 찾아왔다”면서 “대통령이나 영부인도 나중에 찾아오는 것이냐 물었지만, (특별한 언급 없이)다른 사람과 함께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성폭력 전과
햄버거 모의

김 전 장관을 등에 업고 인사 비선으로 권력을 휘두르던 노 전 사령관은 문제의 햄버거 회동이 알려지면서 계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햄버거 회동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서 국군 정보사령부 간부 3명과 만나 계엄을 사전에 논의한 것으로,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날 1시간여의 회동이 끝나고 노 전 사령관이 먼저 자리를 떠났고, 문 사령관은 이후 두 대령에게 비상계엄이 예정된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후 계엄 선포 당일엔 국회와 선관위 장악 이후 추진할 후속 작전 및 수사에 관련된 ‘제2수사단’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 3일 오후 2시반쯤 마련된 회동엔 노 전 사령관과 김용군 전 대령,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과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1명이 참석했다.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지난 15일 노 전 사령관을 긴급 체포했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이 거주하던 점집에선 북한 공격 유도 문구와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을 수거 대상으로 지칭한 수첩도 압수했다. 앞서 언급된 2수사단에 관한 내용도 적시돼있었다.

특수단 관계자는 “수첩에는 국회 봉쇄,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표현하며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해 언급돼있었다”며 “(수거는)체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우종수 특수단장도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노 전 사령관의)수첩에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등에 대해 수거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사살이라는 표현이 있었느냐” “사실에 부합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 질문에 “사실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우 특수단장은 수첩에 오물 풍선에 관한 표현도 있었느냐는 질의에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서 ‘NLL(북방한계선)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라는 표현이 적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단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이른바 수거 대상과 관련된 백령도 작전이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거 대상 명단으로 총 16명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수첩에 적힌 ‘백령도 작전’이 수거 대상을 체포 후 배를 통해 백령도로 보내는 과정서 사살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의심하고 있다.

계엄 날짜 찍고 구체화
내란에 더해 외환까지 

수첩에는 북한 등 불상의 공격을 통해 배가 폭발하는 등의 내용도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는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10여㎞ 떨어져 있다. 수사 당국은 노 전 사령관이 이곳에서 북한 공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거 대상 인사 사살 계획을 모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 당국은 수첩 내용과 관련해 노 전 사령관이 개인적 아이디어 차원서 가능한 시나리오를 적어본 것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정황에 국수본은 지난 24일, 노 전 사령관을 내란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노 전 사령관은 호송차로 이동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비상계엄에 대해 직접 소통했느냐’ ‘수첩에 누구를 사살하라고 썼느냐’ ‘북한 공격은 어떻게 유도하려고 했느냐’는 기자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사살 대상이 누구였느냐’ ‘북한 공격을 어떻게 유도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취재진을 응시하기도 했다.

정보사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군 소식통 발언을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부터 “계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과 친분이 깊은 김 전 장관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군 소식통은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계엄을 한번 해야 한다’고 먼저 건의한 것으로 안다”며 “노 전 사령관이 날짜까지 찍어 ‘계엄을 하려면 날짜는 12월3일이 좋다’는 취지로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 전 사령관에게서 출발한 ‘계엄 아이디어’가 김 전 장관을 통해 야당의 잇단 탄핵 처리 등으로 비상조치를 검토하던 윤 대통령에게 전달되면서 계엄 준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소식통은 “‘계엄’이라는 키워드가 (김 전 장관을 거쳐)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을 때 마침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던 윤 대통령 생각과 맞아떨어져 계엄이 현실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계엄 준비에 들어간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 관련 부대 근무 인연을 바탕으로 ‘경호처 카르텔’을 형성해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정보사 인사를 ‘찍어내기’ 한 정황도 파악됐다.

실제 계엄 세력이 북한 도발을 유도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현재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는 외환죄 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평양 무인기 침투와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지시 등으로 국지전을 도모하려 했다며 윤 대통령과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외환죄 중 일반이적죄로 고발했고, 외환 유치 의혹을 담당하는 별도 팀도 만들기로 했다.

북한 도발 
유도 세력?

형법 제99조 외환 일반이적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죄와 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만큼 외환죄는 형사법상 심각할 범죄일뿐더러 대통령이 실제로 지시하거나 기획한 것이 확인된다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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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