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언론인서 기업가로’ 민경중 코아스 대표

40년 전통에 혁신을 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길로 뚜벅뚜벅 걸었다 생각했지만 뒤돌아보면 발자국은 온갖 방향으로 고루 찍혀 있었다. 가시밭길이든 꽃길이든 일단 발을 내디디고 본 결과다. 남들과 ‘다른 선택’이 남긴 족적은 조직의 변화로 이어졌다. 그가 지나온 자리에 이름이 남는 이유다. 민경중 코아스 대표를 만났다.

‘때로는 과감하게 판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 민경중 코아스 대표는 2015년 펴낸 저서 <다르게 선택하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판을 바꾼다’는 ‘저항을 마주한다’는 말과 궤를 같이한다.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사람은 성공하면 ‘혁신가’, 망하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실패 위험이 주는 부담은 ‘다른 길로 가보자’는 생각을 머뭇거리게 한다.

다른 생각
변화 추구

1987년 CBS 공채 10기로 입사한 민 대표는 2014년까지 한 회사에만 몸담았다. CBS 전국팀장, 보도국장, 심지어 노조위원장까지 요직은 다 거쳤다. 특히 ‘인터넷 신문의 혁신’으로 불리는 <노컷뉴스>를 기획‧창간하고 국내서 가장 영향력 있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김현정의 뉴스쇼>를 만드는 등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끊임없이 다름, 새로움을 추구했던 민 대표는 27년의 언론인 생활 내내 다양한 갈래의 물길을 만들었다. 어떤 물길은 강으로, 또 다른 물길은 바다로, 때론 벽에 막혀 웅덩이가 되기도 했다.

민 대표의 시도는 ‘변화’라는 흔적으로 남았다. 거대한 조직을 흔들어 수십년이 지나도 사라지질 않을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2014년 CBS를 떠난 뒤 한국외대 초빙교수, 법무법인의 고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전북은행 사외이사 등을 지낸 민 대표가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 9월 사무용 가구 전문기업 코아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언론인 출신이 홍보 등 전문 분야가 아닌 제조업체의 사장으로 가는 사례가 많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 대표가 사장으로 취임할 시기 코아스는 최악의 상황에 있었다. 1984년 한국OA시스템으로 시작한 코아스는 사무용 가구를 전문으로 제작, 판매하는 기업이다. 2000~2010년대 현재 사무용 가구업계 1위인 퍼시스와 경쟁할 만큼 잘 나갔다고 한다.

B2B(기업 사이의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를 중심으로 공공조달 시장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다른 선택이 조직 변화로 이어져
지금 욕먹어도 나중엔 박수 자신

하지만 공공조달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 변화에 대한 늦은 대응 등 기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하락세가 시작됐다. 결국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다. 민 대표는 그런 상황서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3년간 이어진 영업손실, 굳어버린 조직문화, 사라진 비전 등 민 대표 앞에 놓인 벽은 산처럼 높았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코아스 본사서 만난 민 대표는 “60년 인생서 딱 하나 못 해 본 게 ‘사장’인데 막상 해보니까 정말 쉽지 않다. 회사가 매각·인수됐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모든 게)주어진 상황서 일한 적은 많지 않았다. 늘 없던 것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쪽에 익숙했다”고 덧붙였다.


대표가 된 지 이제 막 100일을 넘긴 그는 “미국은 사무용 가구를 기업경기실사지수에 포함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 사무용 가구를 사는 회사가 줄어들고, 반대로 호황이면 매출이 늘어나는 게 지수에 반영된다. 사무용 가구의 매출 현황이 체감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는 뜻이다.

또 최근에 공유 오피스가 늘어나는 등 사무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다른 경쟁사들은 그에 발 빠르게 대응했으나 코아스는 좀 늦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민 대표는 B2B를 중심으로 공공 분야에 사무용 가구를 납품해 사업을 영위해 왔던 과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대 기업’으로 거래하다 보니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지 못한 부분을 문제로 봤다. 코아스가 사무용 가구업계의 ‘트렌드’ 싸움서 밀리고 있다는 게 민 대표의 분석이다.

수직적인 조직문화도 걸림돌로 꼽혔다. 코아스는 창립자인 노재근 전 회장이 40년을 이끈 회사다. 의사결정권이 소수에 집중된 형태의 기업은 조직문화가 수직적인 경우가 많다. 코아스 역시 그런 상황이었다. 임원이 결정하면 직원은 따르는 톱-다운 방식이 고착화한 상태였다.

최악 상황
사장 맡아

민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그는 “대표 자리를 제안한 쪽에서 나를 선택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CBS,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큰 조직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점이다. 이런 부분서 내부 혁신이 필요한 코아스에 적임자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취임 이후 3개월여 동안 두 번에 걸쳐 직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사무용 가구와 AI(인공지능)의 결합에 관한 생각, 조직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제안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요청했다. 그는 “AI 관련 의견만 28건이 접수됐다. 이전까지는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직원들이 더 놀라고 있다”며 웃었다.

앞으로 코아스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민 대표는 거침없이 풀어놨다. 그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현장을 언급하면서 최근 모든 글로벌 회사가 지향하는 세 가지 추세에 관해 설명했다. 첫째 AI와 IoT(사물인터넷), 네트워크가 결합된 디지털 헬스 제품, 둘째 모빌리티(이동성)의 활용, 셋째 친환경 제품 생산 등이다.

민 대표는 “가구와 디지털 헬스 제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또 제품에 바퀴나 모터가 달려서 원격 조정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성을 위해 친환경 제품이 사무용 가구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방향 중에 친환경 제품 생산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옆에 놓인 가죽 의자를 예로 들면서 사무용 가구는 물론, 가구산업 자체가 굉장히 비환경적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톱밥, 스펀지, 가죽 등이 환경 파괴의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소나 양보다 9배나 질긴 연어 가죽을 이용하고 스펀지 대신 해조류나 건초더미를 활용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민 대표는 “이렇게 만들면 당연히 단가는 올라간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이 의자도 종류에 따라 싸게는 몇 만원서 비싼 것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이엔드(최고 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 셈이다. 코아스는 그동안 공공조달에 치중하면서 중저가 제품을 주로 생산했다. 선도적으로 이런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거침없이
방향 제시


민 대표의 목표는 2010년 서울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의 재연이다. 당시 코아스는 G20 정상회의에 정상용 상석 의자 ‘바흐 체어’를 공급했다. 내년 경북 경주서 열리는 ‘2025경주 APEC 정상회의’에 친환경 소재의 정상용 의자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을 지시한 상태다.

신사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코아스는 지난 9월 임시주주총회서 바이오 기업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신약개발사업, 컨설팅업 ▲의약품 생산 및 판매업 ▲의약품 의료용 화합물 및 생약제재 제조업 ▲동물용 의약품 및 영양제 제조업 ▲동물용 의약품 영양제 및 관련 용품 도매, 소매업 등을 신규사업에 추가했다.

40년 동안 사무용 가구로만 사업을 진행해 온 코아스였기에 바이오 분야로의 진출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 대표는 코아스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산업의 영역적 한계를 없애는 방향으로 회사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말 그대로 사무용 가구업체에서는 사무용 가구만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민 대표는 “이제는 이종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후지필름은 지금 필름 회사가 아니다. 제약·바이오 회사로 탈바꿈했다. 설탕, 밀가루를 수입하던 CJ는 어떤가. 반도체도 만들고 영화도 제작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제조업체, 중소기업이 이종 산업으로의 진출을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토로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본질적인 것에 충실하면서 그 안에서 혁신을 이룬다. 185년 동안 농업용 쟁기를 만들던 존디어라는 기업은 AI를 도입해 자율 트랙터를 개발했고 이미지 센싱 기술로 농약 살포 등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사무용 가구 회사도 미래형으로 가다 보면 가구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 데이터’를 파는 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예를 들어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눌 경우 착석한 시간, 소요 시간, 나눈 대화 등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데이터화되는 시대다. 외국은 아이를 따로 재우지 않나. 요람에 디지털 기기를 부착해 아이가 왜 우는지, 심장박동 수는 어떤지 부모에게 원격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제품을 개발 중인 회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가 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체질 바꾸는 중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

흥미로운 대목은 민 대표가 혁신과 변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람’을 꼽았다는 점이다. 그는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를 자식이 물려받지 않으려 하는 세태를 우리 제조업계의 문제점으로 꼽으면서, 그렇게 되면 사람이 유출되고 산업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전통을 고수해 망하는 길보다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게 사람과 산업을 지키는 데 훨씬 낫다는 것이다.

실제 민 대표는 취임 이후 코아스서 일하는 7개 나라 1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숙사와 식당을 리모델링했다. 또 7개 국가의 국기를 공장에 걸어뒀다. 그들이 모두 ‘코아스 가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일이었다. 민 대표는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서 또 다른 일화를 들려줬다. 

민 대표는 스리랑카서 온 외국인 노동자 ‘와제두’가 눈이 온 날 바닥에 그린 그림을 보고 영상을 제작해 SNS에 올렸다. 그는 “와제두는 그날 태어나서 눈을 처음 본 것이다. 그 눈 위에 ‘Kakkada’라는 단어를 쓰고 하트를 그린 것을 봤다. Kakkada는 7월을 뜻하는 말이다. 그가 7월에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가 SNS에 올린 영상은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는 와제두를 찾아 선물도 주고 따뜻한 말도 건넸다. 민 대표의 노력은 ‘안정성’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함께’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방향의 대화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CEO나 리더는 빠르게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면서 사람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CBS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직원이 내는 아이디어에 ‘내가 책임질 테니 해봐’라는 자세로 살아왔다. 감히 이야기하지만 구루(Guru, 스승) 같은 리더가 되고 싶다. 직원을 끌고 가는 리더가 아니라 누구라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리더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루 리더십
미래에 관심

그러면서 민 대표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 그러면서도 기억되는 사람’으로 남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모든 리더가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내가 있는 동안 뭔가를 이뤄내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떠났을 때 그 사람이 있던 시기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다고 기억되길 바란다”고 환히 웃었다. 

‘인간 민경중’의 목표를 묻는 말에도 답은 한결같았다. 그는 “있을 때는 욕을 먹어도 떠난 뒤에는 박수 받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나는 과거나 현재를 잘 얘기하지 않는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나를 늘 미래를 얘기했던 사람, 앞으로의 일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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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