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언론인서 기업가로’ 민경중 코아스 대표

40년 전통에 혁신을 더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길로 뚜벅뚜벅 걸었다 생각했지만 뒤돌아보면 발자국은 온갖 방향으로 고루 찍혀 있었다. 가시밭길이든 꽃길이든 일단 발을 내디디고 본 결과다. 남들과 ‘다른 선택’이 남긴 족적은 조직의 변화로 이어졌다. 그가 지나온 자리에 이름이 남는 이유다. 민경중 코아스 대표를 만났다.

‘때로는 과감하게 판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 민경중 코아스 대표는 2015년 펴낸 저서 <다르게 선택하라>에서 이렇게 말했다. ‘판을 바꾼다’는 ‘저항을 마주한다’는 말과 궤를 같이한다. 조직의 변화를 꾀하는 사람은 성공하면 ‘혁신가’, 망하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실패 위험이 주는 부담은 ‘다른 길로 가보자’는 생각을 머뭇거리게 한다.

다른 생각
변화 추구

1987년 CBS 공채 10기로 입사한 민 대표는 2014년까지 한 회사에만 몸담았다. CBS 전국팀장, 보도국장, 심지어 노조위원장까지 요직은 다 거쳤다. 특히 ‘인터넷 신문의 혁신’으로 불리는 <노컷뉴스>를 기획‧창간하고 국내서 가장 영향력 있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김현정의 뉴스쇼>를 만드는 등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끊임없이 다름, 새로움을 추구했던 민 대표는 27년의 언론인 생활 내내 다양한 갈래의 물길을 만들었다. 어떤 물길은 강으로, 또 다른 물길은 바다로, 때론 벽에 막혀 웅덩이가 되기도 했다.

민 대표의 시도는 ‘변화’라는 흔적으로 남았다. 거대한 조직을 흔들어 수십년이 지나도 사라지질 않을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2014년 CBS를 떠난 뒤 한국외대 초빙교수, 법무법인의 고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전북은행 사외이사 등을 지낸 민 대표가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그는 지난 9월 사무용 가구 전문기업 코아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언론인 출신이 홍보 등 전문 분야가 아닌 제조업체의 사장으로 가는 사례가 많지 않아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민 대표가 사장으로 취임할 시기 코아스는 최악의 상황에 있었다. 1984년 한국OA시스템으로 시작한 코아스는 사무용 가구를 전문으로 제작, 판매하는 기업이다. 2000~2010년대 현재 사무용 가구업계 1위인 퍼시스와 경쟁할 만큼 잘 나갔다고 한다.

B2B(기업 사이의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를 중심으로 공공조달 시장에서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다른 선택이 조직 변화로 이어져
지금 욕먹어도 나중엔 박수 자신

하지만 공공조달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 변화에 대한 늦은 대응 등 기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하락세가 시작됐다. 결국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다. 민 대표는 그런 상황서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3년간 이어진 영업손실, 굳어버린 조직문화, 사라진 비전 등 민 대표 앞에 놓인 벽은 산처럼 높았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코아스 본사서 만난 민 대표는 “60년 인생서 딱 하나 못 해 본 게 ‘사장’인데 막상 해보니까 정말 쉽지 않다. 회사가 매각·인수됐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라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모든 게)주어진 상황서 일한 적은 많지 않았다. 늘 없던 것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쪽에 익숙했다”고 덧붙였다.


대표가 된 지 이제 막 100일을 넘긴 그는 “미국은 사무용 가구를 기업경기실사지수에 포함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 사무용 가구를 사는 회사가 줄어들고, 반대로 호황이면 매출이 늘어나는 게 지수에 반영된다. 사무용 가구의 매출 현황이 체감경기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는 뜻이다.

또 최근에 공유 오피스가 늘어나는 등 사무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다른 경쟁사들은 그에 발 빠르게 대응했으나 코아스는 좀 늦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민 대표는 B2B를 중심으로 공공 분야에 사무용 가구를 납품해 사업을 영위해 왔던 과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대 기업’으로 거래하다 보니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끌지 못한 부분을 문제로 봤다. 코아스가 사무용 가구업계의 ‘트렌드’ 싸움서 밀리고 있다는 게 민 대표의 분석이다.

수직적인 조직문화도 걸림돌로 꼽혔다. 코아스는 창립자인 노재근 전 회장이 40년을 이끈 회사다. 의사결정권이 소수에 집중된 형태의 기업은 조직문화가 수직적인 경우가 많다. 코아스 역시 그런 상황이었다. 임원이 결정하면 직원은 따르는 톱-다운 방식이 고착화한 상태였다.

최악 상황
사장 맡아

민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그는 “대표 자리를 제안한 쪽에서 나를 선택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CBS,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큰 조직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점이다. 이런 부분서 내부 혁신이 필요한 코아스에 적임자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취임 이후 3개월여 동안 두 번에 걸쳐 직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사무용 가구와 AI(인공지능)의 결합에 관한 생각, 조직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제안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요청했다. 그는 “AI 관련 의견만 28건이 접수됐다. 이전까지는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직원들이 더 놀라고 있다”며 웃었다.

앞으로 코아스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민 대표는 거침없이 풀어놨다. 그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현장을 언급하면서 최근 모든 글로벌 회사가 지향하는 세 가지 추세에 관해 설명했다. 첫째 AI와 IoT(사물인터넷), 네트워크가 결합된 디지털 헬스 제품, 둘째 모빌리티(이동성)의 활용, 셋째 친환경 제품 생산 등이다.

민 대표는 “가구와 디지털 헬스 제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또 제품에 바퀴나 모터가 달려서 원격 조정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성을 위해 친환경 제품이 사무용 가구에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방향 중에 친환경 제품 생산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옆에 놓인 가죽 의자를 예로 들면서 사무용 가구는 물론, 가구산업 자체가 굉장히 비환경적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부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톱밥, 스펀지, 가죽 등이 환경 파괴의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소나 양보다 9배나 질긴 연어 가죽을 이용하고 스펀지 대신 해조류나 건초더미를 활용하는 방법을 언급했다. 

민 대표는 “이렇게 만들면 당연히 단가는 올라간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이 의자도 종류에 따라 싸게는 몇 만원서 비싼 것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이엔드(최고 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 셈이다. 코아스는 그동안 공공조달에 치중하면서 중저가 제품을 주로 생산했다. 선도적으로 이런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거침없이
방향 제시


민 대표의 목표는 2010년 서울서 열렸던 G20 정상회의의 재연이다. 당시 코아스는 G20 정상회의에 정상용 상석 의자 ‘바흐 체어’를 공급했다. 내년 경북 경주서 열리는 ‘2025경주 APEC 정상회의’에 친환경 소재의 정상용 의자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을 지시한 상태다.

신사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코아스는 지난 9월 임시주주총회서 바이오 기업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신약개발사업, 컨설팅업 ▲의약품 생산 및 판매업 ▲의약품 의료용 화합물 및 생약제재 제조업 ▲동물용 의약품 및 영양제 제조업 ▲동물용 의약품 영양제 및 관련 용품 도매, 소매업 등을 신규사업에 추가했다.

40년 동안 사무용 가구로만 사업을 진행해 온 코아스였기에 바이오 분야로의 진출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 대표는 코아스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산업의 영역적 한계를 없애는 방향으로 회사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말 그대로 사무용 가구업체에서는 사무용 가구만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민 대표는 “이제는 이종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후지필름은 지금 필름 회사가 아니다. 제약·바이오 회사로 탈바꿈했다. 설탕, 밀가루를 수입하던 CJ는 어떤가. 반도체도 만들고 영화도 제작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제조업체, 중소기업이 이종 산업으로의 진출을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고 토로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본질적인 것에 충실하면서 그 안에서 혁신을 이룬다. 185년 동안 농업용 쟁기를 만들던 존디어라는 기업은 AI를 도입해 자율 트랙터를 개발했고 이미지 센싱 기술로 농약 살포 등에서 혁신을 이뤄냈다. 사무용 가구 회사도 미래형으로 가다 보면 가구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 데이터’를 파는 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예를 들어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눌 경우 착석한 시간, 소요 시간, 나눈 대화 등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 데이터화되는 시대다. 외국은 아이를 따로 재우지 않나. 요람에 디지털 기기를 부착해 아이가 왜 우는지, 심장박동 수는 어떤지 부모에게 원격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제품을 개발 중인 회사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가 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체질 바꾸는 중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

흥미로운 대목은 민 대표가 혁신과 변화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람’을 꼽았다는 점이다. 그는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를 자식이 물려받지 않으려 하는 세태를 우리 제조업계의 문제점으로 꼽으면서, 그렇게 되면 사람이 유출되고 산업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전통을 고수해 망하는 길보다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게 사람과 산업을 지키는 데 훨씬 낫다는 것이다.

실제 민 대표는 취임 이후 코아스서 일하는 7개 나라 100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숙사와 식당을 리모델링했다. 또 7개 국가의 국기를 공장에 걸어뒀다. 그들이 모두 ‘코아스 가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일이었다. 민 대표는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서 또 다른 일화를 들려줬다. 

민 대표는 스리랑카서 온 외국인 노동자 ‘와제두’가 눈이 온 날 바닥에 그린 그림을 보고 영상을 제작해 SNS에 올렸다. 그는 “와제두는 그날 태어나서 눈을 처음 본 것이다. 그 눈 위에 ‘Kakkada’라는 단어를 쓰고 하트를 그린 것을 봤다. Kakkada는 7월을 뜻하는 말이다. 그가 7월에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가 SNS에 올린 영상은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는 와제두를 찾아 선물도 주고 따뜻한 말도 건넸다. 민 대표의 노력은 ‘안정성’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함께’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긍정적인 방향의 대화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CEO나 리더는 빠르게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면서 사람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CBS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직원이 내는 아이디어에 ‘내가 책임질 테니 해봐’라는 자세로 살아왔다. 감히 이야기하지만 구루(Guru, 스승) 같은 리더가 되고 싶다. 직원을 끌고 가는 리더가 아니라 누구라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리더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루 리더십
미래에 관심

그러면서 민 대표는 ‘스쳐 지나가는 사람, 그러면서도 기억되는 사람’으로 남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모든 리더가 범하는 실수 중 하나가 ‘내가 있는 동안 뭔가를 이뤄내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떠났을 때 그 사람이 있던 시기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다고 기억되길 바란다”고 환히 웃었다. 

‘인간 민경중’의 목표를 묻는 말에도 답은 한결같았다. 그는 “있을 때는 욕을 먹어도 떠난 뒤에는 박수 받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나는 과거나 현재를 잘 얘기하지 않는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나를 늘 미래를 얘기했던 사람, 앞으로의 일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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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