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잇츠한불 오너의 차남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대표이사 선임을 계기로 경영 전반을 통솔하는 위치로 올라선 모양새다. 다만 후계 구도가 확정됐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잇츠한불을 먹여 살리 자회사에서 존재감을 키운 여동생이 예사롭지 않다.
잇츠한불(옛 한불화장품)은 고 임광정 한국화장품 창업주가 1989년 2월 설립한 화장품 업체다. 이후 임 창업주의 장남인 임충헌 회장이 한국화장품, 차남인 고 임현철 회장과 삼남인 임병철 회장이 잇츠한불을 도맡는 구도가 형성됐다.
뻔한 수순
현재는 임 회장 일가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임 회장은 잇츠한불 지분 35.25%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다. 임 회장의 차남인 임진성 잇츠한불 전무와 장녀 임우재 네오팜 상무는 0.36%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임 회장의 동생인 임성철씨가 지분 6.49%, 임현철 회장의 자녀인 임진범씨와 임효재씨가 각각 15.73%, 3.40%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61.59%다.
임 회장 일가는 오너 3세 체제 구축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차남의 역할이 커진 것도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
잇츠한불은 지난달 25일 임진성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공시했고, 지난 1일부터 임 전무 체제를 가동 중이다. 임 전무는 임 창업주의 손자이자, 임 회장의 2남1녀 중 차남이다.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2년 잇츠한불에 입사했으며, 2021년 지원 부문 이사에서 경영기획 담당 전무로 승진했다. 임 회장의 장남이 2021년 작고한 이후 유력한 후계자로 떠올랐다.
대표이사를 꿰찬 임 전무에게는 능력 입증이라는 숙제가 주어진 상황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꼬꾸라진 실적을 어떻게 반등시키느냐다.
잇츠한불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달팽이크림의 인기에 힘입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최근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2015년 3100억원이었던 매출(별도 기준)은 지난해 380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부진한 흐름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93억원으로, 전년 동기(304억원) 대비 36.5% 감소했다.
대표이사 꿰차고 경영 능력 시험대
구멍 난 본진 메꾸느라 바쁜 장녀
저조한 수익성은 더 큰 걱정거리다. 잇츠한불은 최근 들어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9년 -96억원 ▲2020년 -199억원 ▲2021년 -186억원 ▲2022년 -125억원 ▲지난해 -140억원 등 5년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올해 역시 별반 다를 것 없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을 뿐, 흑자로 전환하려면 갈 길이 멀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3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6년 연속 적자가 유력한 분위기다.
임 전무가 잇츠한불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동생인 임 상무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임 상무는 2017년부터 잇츠한불 마케팅 부실장을 지냈고, 2020년 6월 네오팜 마케팅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부터 경영전략부문장을 맡아 네오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네오팜은 2015년 12월 잇츠한불이 인수한 화장품 업체다. 이 무렵 잇츠한불은 네오팜 주식 207만9140주(27.87%)를 약 728억원에 사들이면서 대주주로 올라섰다.
잇츠한불은 네오팜을 통해 코스메티컬 시장 지배력 확대의 밑그림을 그렸고, 결과적으로 이 같은 전략은 크게 성공했다. 네오팜은 어느새 잇츠한불을 뛰어넘는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실제로 2020년 815억원이었던 네오팜 별도 매출은 지난해 970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이후 5년간 200억원대를 기록 중이고, 영업이익률은 25%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83억원이다.
엇갈린 능력
잇츠한불은 네오팜의 활약에 힘입어 연결 실적만큼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 잇츠한불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81억원,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영업이익은 131억원이다. 사실상 네오팜이 잇츠한불의 부진을 상쇄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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