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키맨’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방어 전략

기무사 문건 당사자 뭉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는 진술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진술 이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무사 계엄 문건’의 법률 검토를 맡은 노수철 변호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차례 계엄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중지가 된 노 변호사가 여 전 사령관 뒤에서 책임 소재를 줄이는 수사 대응 방식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고위급 군 법무관이 포진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계엄 문건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노수철 변호사가 합류했다는 것이다. 그는 위수령 관련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계엄 경력직?

윤석열 대통령 등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 여 전 사령관이 지난 14일, 구속됐다. 

이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여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여 전 사령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약 50분 만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이 계속됐다면 핵심 직책인 계엄사 산하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예정이었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방첩사 요원들을 보내고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와 선관위 서버 확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인사 14명을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내 벙커 등에 구금하고 선관위 등의 서버를 영장 없이 확보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과 조사 과정서 여 전 사령관이 참모에게 올해 총선 이후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을 포함해 선관위와 관련한 자료 정리를 요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올해 여름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인터넷 자료를 정리해달라고 지시해 정 처장이 작성한 검토 문건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을 정리해달라는 지시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 전 사령관의 비서실장이던 정 처장은 SNS 등에서 제기된 의혹 등을 정리하며 ‘선거 시스템이 고도화된 현 대한민국 사회서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은 영장실질심사 당시 입장문을 통해 “구속영장실질심사 절차서 저의 구속 필요성을 두고 심문에 응하는 것은 국민과 저희 부하 직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지난 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명을 받고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이로 인해 빚어질 제반 결과 사이서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결국 군인으로서, 지휘관으로서 명령을 따랐다”고 밝혔다.

고위급 군 법무관 포진 변호인단
박근혜 계엄문건 법률 검토자 포함


이어 “저의 판단,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온전히 지겠다”며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과정에 성실히 임해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는 박근혜 계엄 문건 사건서 위수령을 존치시킬 논리를 개발하라는 지시를 내린 노수철 변호사를 선임하며 법적 구제를 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준장 계급 육본 법무실장을 지냈던 박용석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법무법인 용산 측은 “준장 계급 육본 법무실장을 지냈던 박용석 변호사,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노수철 변호사가 함께 여 전 사령관 변호를 맡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과 부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는 여 전 사령관의 심문 포기 선언에도 오후 3시 반 시작된 중앙지역군사법원 영장심사에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 변호사는 군법무관 출신 예비역 중역으로 박근혜정부 때인 지난 2016년 9월 개방형 직위인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임용됐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직후인 지난 2017년 2월 이후 기무사 계엄 문건의 근거가 된 ‘위수령에 대한 이해’와 ‘군의 질서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인물이다.

당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서 근무하던 군법무관 A씨는 노 변호사로부터 ‘위수령 존치 논리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문건 작성을 거부했다. 당시 노 변호사는 회의 자리서 “비상사태 때 위수령에 근거해 병력 출동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A씨는 “위수령에 의한 병력 출동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노 변호사는 기무사서 만든 계엄 문건(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이 폭로된 직후인 지난 2018년 7월 자리서 물러났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지난 2018년 8월3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자택과 함께 노 변호사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같은 달 22일 노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 중지된 거지 무혐의 아냐”
“책임소제 줄이려는 진술로 보여”

당시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이 한민구 전 장관에게도 보고됐고, 당시 법률 참모였던 노 법무관리관이 해당 문건을 검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합동수사단은 지난 2018년 11월 중간수사 발표서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피해 신병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하고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

함께 고발된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한민구 전 장관 등 8명도 참고인 중지 처분하고 ‘계엄 태스크포스(TF)’ 소속이었던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 등 3명만 허위공문서작성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군인권센터는 노 변호사가 참고인 신분서 피의자로 전환되지 않은 것은 조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로 도피했기 때문이지 무죄라서 아니라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 한 관계자는 “노수철의 혐의가 입증되지 못한 것은 검찰이 미국으로 도주한 조현천을 잡아 오지 못해 수사가 중지됐기 때문이지, 노수철이 결백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다른 범죄도 아니고, 국민을 상대로 총부리를 겨누고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내란음모에 연루돼 혐의를 벗지 못한 사람이 내란죄 핵심 인물의 변호를 맡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발생한 비상계엄과 관련된 문건이 박근혜정부 당시 계엄 문건을 참고했다는 정황이 나온 가운데 군 병력 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사람이 이번 계엄 문건에 가장 많이 기여했다고 알려진 여 전 사령관의 변호를 맡은 만큼 본인이 참고인으로서 받은  수사 과정에 비춰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조현천 전 사령관을 놓치면서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결과가 이번 계엄 사건서도 나타날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책임 회피

노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계엄을 준비해 왔다는 등의 진술을 일삼고 있다. 이에 대해 군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여 전 사령관의 수사 대응 방식이 책임 소재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점을 갖고 윤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계엄을 생각해 왔고 본인은 시킨 일을 했을 뿐이라는 정황적 증거를 진술로 모으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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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