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 시공사 VS 시행사 법적 분쟁 내막

비어 있는 건물 두고 알력 다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강남에 위치한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을 둘러싼 시행사와 시공사의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저조한 분양 실적과 공사 자재비 인상, 정부의 정책 변화로 준공 후에도 비어있는 건물은 공매 절차 및 그와 관련한 법적 분쟁으로 굳게 닫혀 있다. 

강남대로 벤츠 전시장 옆 핵심 입지에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거 공간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이 분양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행사인 도곡닥터스와 시공사인 DL이앤씨가 공매와 리파이낸싱을 두고 법적다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급 마감재
프리미엄 가전

오데뜨오드 도곡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원에 위치한 소형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특수목적기업(SPC)인 도곡닥터스가 시행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오데뜨오드 도곡은 지하 6층~지상 20층 전용면적 31~49㎡, 총 86가구로 조성됐다.

이 단지는 상위 1%를 위한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으로 기획돼 명품급 마감재 및 가구, 프리미엄 가전을 갖추도록 기획됐다. 또 헬스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호텔급 커뮤니티시설뿐 아니라 발렛파킹, 하우스키핑, 최상급 조식 등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됐다.

공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부동산시장서 소형이지만 럭셔리함을 갖춘 주거상품으로 주목받았다. 고소득 1인 가구 및 2030 영리치가 증가하면서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였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건설사들도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단지 내 수영장, GX룸 등 운동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 스카이라운지, 북카페, 소극장 등의 문화시설도 함께 조성했으며 이 외에도 세대 내 럭셔리 인테리어와 수입 가구, 최신식 가전을 마련하는 등 고급화를 추구했다.

실제로 럭셔리 주거상품은 분양 성적도 우수했다. 현대건설이 송파구 문정동에 공급한 ‘르피에드’는 전용면적 42~50㎡를 대표 타입으로 내세우는 소형 럭셔리 주택으로, 전 타입 완판됐다.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된 ‘펜트힐 논현’, 부산 해운대에 공급된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도 완판되는 등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의 인기는 멈출 줄 몰랐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 한복판에 1인 가구 하이엔드 라이프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갖춘 상류층을 위한 럭셔리 주거시설로, 무려 18개 타입으로 구성한 오데뜨오드는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정부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7·10 부동산 대책(2020년 7월10일자 주택시장 안전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분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코로나, 부동산 정책…저조한 분양 실적
외국 투자 유치하려 했지만 공매 넘어가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서울 소재 주택을 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에 대한 중과세율이 종전 0.8~4% 수준서 1.2~6% 수준으로 상향됐다.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서는 중과 최고세율인 6%가 적용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서울을 포함한 규제 지역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의 중과세율도 기존 2주택 이상 보유자 10%, 3주택 이상 보유자 20%서 각각 20%, 30%로, 다주택자 및 법인에 적용되는 취득세율은 각각 8%(2주택 보유 개인), 12%(3주택 이상 보유 개인, 법인)로 인상됐다.


게다가 오데뜨오드 도곡 인근에 공급 물량이 많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강남구를 중심으로 고급형 도시형 생활주택이 8곳 이상 분양되면서 수요가 분산됐다. 또 오데뜨오드 도곡이 준공될 당시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확산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인기가 크게 꺾인 점도 분양에 차질을 준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낮아진 소비 심리에 오데뜨오드 도곡은 2020년 하반기 분양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다수 남았다. 총 108호실 중 약 87호실이 미분양됐었다. 현재는 모든 호실이 미분양 상태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에 대주단과 시공사 등에 원금, 이자 및 대금 지급이 지연돼 기한이익상실(EOD, Events Of Default)이 발생했다. 

공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체가 가진 비업무용 재산과 국세, 지방세의 체납으로 인한 압류재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공매 물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기업체나 개인에게 대출해 주고 약정한 기간에 돈을 회수하지 못해 매각 의뢰한 담보물이다. 

대주단은 1차 공매를 신청했지만 도곡닥터스를 믿고 취소했다. 도곡닥터스는 오데뜨오드 도곡 분양 대상자를 외국인과 시니어 층으로 바꾼 뒤 좋은 호응을 얻고 외국 투자사(SC Lowy Korea)와 1000억원가량의 투자의향서 체결에 협의했기 때문이다.

108호실 중 
87호실 미분양

도곡닥터스는 해당 투자를 받은 뒤 1순위 채권단인 대주단의 원금과 이자를 갚은 후 분양에 돌입해 분양금으로 2순위 채권단인 시공사와 신한자산신탁 채권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DL이앤씨가 다시 신한자산신탁에 공매를 요청하며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DL이앤씨는 지난 10월14일 도곡닥터스의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신탁계약상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에 공매절차의 개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10월23일 오데뜨오곡 도곡에 대해 지난 11월4일부터 일반경쟁에 의한 공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매 공고를 했다.

해당 공고에 따라 공매는 4차까지 진행됐지만 입찰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공사에서는 “당초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너무 높게 잡혀있어서 입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변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를 처음부터 내놨으면 공매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1차 최저 입찰가는 1829억5700만원이었다. 3차 최저 입찰가는 1335억40만원으로 책정됐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감정평가액은 1407억3600만원이다. DL이앤씨가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높게 잡혀 있어 입찰이 안 됐다고 주장하지만 감정가보다 낮은 3차 최저 입찰가에도 입찰이 안 된 것이다.

첫 분양 당시 3.3㎡(1평)당 분양가가 7299만원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강남 재건축단지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평당 분양가가 5273만원, ‘디에이치 리클라스’가 4892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비싼 편이다.

시행사는 현재 공매중지가처분을 신청해 둔 상황이다. 시행사는 DL이앤씨의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공사비 인상요구를 포함한 갑질로 분양 실적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도곡닥터스를 협박하고 의도적으로 공사를 지연했다.

의도적으로 
공사 지연?

도곡닥터스 관계자에 따르면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처음 도급계약을 맺을 당시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연간단가 30% 이상 자재비 및 인건비가 폭등할 경우 채권자(도곡닥터스)가 채무자(DL이앤씨)와 공사비 증액을 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수조건 제12조와 제13조에 따르면 자재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은 ‘철근·형강’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돼있지만 DL이앤씨는 자재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도 공지하지 않고 철근과 형강 외 자재비 인상을 요구했다.

또 도곡닥터스는 DL이앤씨가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하면서 오데뜨오드 도곡의 출입을 막고 있어 도곡닥터스는 물론 분양업체도 오데뜨오드 도곡을 출입할 수 없어 분양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도곡닥터스의 이런 주장에도 재판부에서는 공매 중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DL이앤씨 관계자는 “시행사의 주장을 법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공사대금 채무부존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사업 초기 공사 기간 28개월 343억563만원의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공사가 예정보다 지연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해 지난 2022년 3월25일 공사 기간을 실 착공일로부터 29.5개월(2021년 1월18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로 연장하고 총 계약금액을 435억563만원으로 변경해 다시 계약했다.


도곡닥터스는 도급계약에 따라 95억원가량 증가한 공사대금을 DL이앤씨에 지급했지만 DL이앤씨는 공사대금 192억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된 192억원에는 공사 기간이 연장됨에 따른 추가 지출 공사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재비, 연체이자 등이 포함됐다.

도곡닥터스는 공사 기간이 연장된 데 DL이앤씨의 책임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채무부존재 고소장에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던 지난 2023년 6월경 DL이앤씨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악의적으로 지연했다고 적시했다. 

“192억 추가 공사대금 이해 안가”
“러·우 전쟁 여파로 정당한 요구”

도곡닥터스는 너무 높은 원자재 인상 비용에 DL이앤씨에 하청업체에 대한 공사비 지급 내역, DL이앤씨와 하청업체 간 계약이행증권 등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가 공사대금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사 기간 중 DL이앤씨의 현장 관리 소홀로 공사 현장서 화재가 발생해 공사가 4주가량 지연됐으며 지난 2022년 8월경에는 DL이앤씨가 모델하우스를 본래 약정과 다르게 특 A급 원자재가 아닌 C급 원자재를 사용해 개설해 이를 허물고 다시 개설하는 과정서 추가로 4개월가량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고 한다.

심지어 모델하우스의 철거와 재시공은 도곡닥터스가 직접 다른 업체와 계약해 진행했다.

이를 두고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분양과 상관없이 연장된 공사 기간에 대한 책임은 DL이앤씨에 있다”며 “정상적인 추가 공사대금인 69억원 외에 공사 지연으로 인한 추가 대금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는 오히려 DL이앤씨가 도곡닥터스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모델하우스 재시공 업체 계약 비용 3억3000만원을 포함한 모델하우스 재건축비 9억원, 4개월의 임차료 8억원, 분양 지연 등 행위에 따른 이자 60억원, 준공 후에도 현재까지 무단 점유로 분양을 막고 있어 발생하는 18개월의 이자 120억원 등이다.

추가로 매달 부과되는 세금과 관리비 등도 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25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DL이앤씨의 모델하우스 부실 공사가 없었다면 초기 분양을 부동산 정책이 변하기 전에 시행할 수 있었다”며 “사업계획으로 분양광고를 냈을 때만 해도 분양 예약이 전체 호실을 넘어선 수준이었지만 수요자가 모델하우스를 보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분양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DL이앤씨가 요구한 공사대금을 100억가량으로 줄이면 요구에 응할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DL이앤씨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매는 진행되고 입찰가는 점점 내려가고 이자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DL이앤씨는 최근 해당 채무부존재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회사는 시행사가 제기한 소송에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며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정당한
공사대금”

DL이앤씨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철강·형강뿐 아니라 모든 공사 자재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도곡닥터스가 요구하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은 업무상 기밀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으며 정당한 공사대금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0년부터 분양 실적이 저조했는데 분양 대상을 바꾼다고 해서 분양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기다리는 것보다 공매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 공매를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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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