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 시공사 VS 시행사 법적 분쟁 내막

비어 있는 건물 두고 알력 다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강남에 위치한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을 둘러싼 시행사와 시공사의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저조한 분양 실적과 공사 자재비 인상, 정부의 정책 변화로 준공 후에도 비어있는 건물은 공매 절차 및 그와 관련한 법적 분쟁으로 굳게 닫혀 있다. 

강남대로 벤츠 전시장 옆 핵심 입지에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거 공간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오데뜨오드 도곡’이 분양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시행사인 도곡닥터스와 시공사인 DL이앤씨가 공매와 리파이낸싱을 두고 법적다툼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급 마감재
프리미엄 가전

오데뜨오드 도곡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원에 위치한 소형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특수목적기업(SPC)인 도곡닥터스가 시행하고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았다. 오데뜨오드 도곡은 지하 6층~지상 20층 전용면적 31~49㎡, 총 86가구로 조성됐다.

이 단지는 상위 1%를 위한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으로 기획돼 명품급 마감재 및 가구, 프리미엄 가전을 갖추도록 기획됐다. 또 헬스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 호텔급 커뮤니티시설뿐 아니라 발렛파킹, 하우스키핑, 최상급 조식 등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됐다.

공사를 시작할 당시에는 부동산시장서 소형이지만 럭셔리함을 갖춘 주거상품으로 주목받았다. 고소득 1인 가구 및 2030 영리치가 증가하면서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급 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였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건설사들도 각종 커뮤니티시설과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단지 내 수영장, GX룸 등 운동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 스카이라운지, 북카페, 소극장 등의 문화시설도 함께 조성했으며 이 외에도 세대 내 럭셔리 인테리어와 수입 가구, 최신식 가전을 마련하는 등 고급화를 추구했다.

실제로 럭셔리 주거상품은 분양 성적도 우수했다. 현대건설이 송파구 문정동에 공급한 ‘르피에드’는 전용면적 42~50㎡를 대표 타입으로 내세우는 소형 럭셔리 주택으로, 전 타입 완판됐다.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된 ‘펜트힐 논현’, 부산 해운대에 공급된 ‘빌리브 패러그라프 해운대’도 완판되는 등 소형 럭셔리 주거상품의 인기는 멈출 줄 몰랐다.

이런 가운데 서울 강남 한복판에 1인 가구 하이엔드 라이프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갖춘 상류층을 위한 럭셔리 주거시설로, 무려 18개 타입으로 구성한 오데뜨오드는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정부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7·10 부동산 대책(2020년 7월10일자 주택시장 안전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분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코로나, 부동산 정책…저조한 분양 실적
외국 투자 유치하려 했지만 공매 넘어가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서울 소재 주택을 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에 대한 중과세율이 종전 0.8~4% 수준서 1.2~6% 수준으로 상향됐다.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서는 중과 최고세율인 6%가 적용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서울을 포함한 규제 지역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의 중과세율도 기존 2주택 이상 보유자 10%, 3주택 이상 보유자 20%서 각각 20%, 30%로, 다주택자 및 법인에 적용되는 취득세율은 각각 8%(2주택 보유 개인), 12%(3주택 이상 보유 개인, 법인)로 인상됐다.


게다가 오데뜨오드 도곡 인근에 공급 물량이 많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당시 강남구를 중심으로 고급형 도시형 생활주택이 8곳 이상 분양되면서 수요가 분산됐다. 또 오데뜨오드 도곡이 준공될 당시 전세 사기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확산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인기가 크게 꺾인 점도 분양에 차질을 준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낮아진 소비 심리에 오데뜨오드 도곡은 2020년 하반기 분양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다수 남았다. 총 108호실 중 약 87호실이 미분양됐었다. 현재는 모든 호실이 미분양 상태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에 대주단과 시공사 등에 원금, 이자 및 대금 지급이 지연돼 기한이익상실(EOD, Events Of Default)이 발생했다. 

공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체가 가진 비업무용 재산과 국세, 지방세의 체납으로 인한 압류재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공매 물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금융기관이 기업체나 개인에게 대출해 주고 약정한 기간에 돈을 회수하지 못해 매각 의뢰한 담보물이다. 

대주단은 1차 공매를 신청했지만 도곡닥터스를 믿고 취소했다. 도곡닥터스는 오데뜨오드 도곡 분양 대상자를 외국인과 시니어 층으로 바꾼 뒤 좋은 호응을 얻고 외국 투자사(SC Lowy Korea)와 1000억원가량의 투자의향서 체결에 협의했기 때문이다.

108호실 중 
87호실 미분양

도곡닥터스는 해당 투자를 받은 뒤 1순위 채권단인 대주단의 원금과 이자를 갚은 후 분양에 돌입해 분양금으로 2순위 채권단인 시공사와 신한자산신탁 채권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DL이앤씨가 다시 신한자산신탁에 공매를 요청하며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DL이앤씨는 지난 10월14일 도곡닥터스의 공사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신탁계약상 수탁자인 신한자산신탁에 공매절차의 개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신한자산신탁은 지난 10월23일 오데뜨오곡 도곡에 대해 지난 11월4일부터 일반경쟁에 의한 공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공매 공고를 했다.

해당 공고에 따라 공매는 4차까지 진행됐지만 입찰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공사에서는 “당초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너무 높게 잡혀있어서 입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변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를 처음부터 내놨으면 공매까지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1차 최저 입찰가는 1829억5700만원이었다. 3차 최저 입찰가는 1335억40만원으로 책정됐다. 오데뜨오드 도곡의 감정평가액은 1407억3600만원이다. DL이앤씨가 오데뜨오드 도곡의 분양가가 높게 잡혀 있어 입찰이 안 됐다고 주장하지만 감정가보다 낮은 3차 최저 입찰가에도 입찰이 안 된 것이다.

첫 분양 당시 3.3㎡(1평)당 분양가가 7299만원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강남 재건축단지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가 평당 분양가가 5273만원, ‘디에이치 리클라스’가 4892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비싼 편이다.

시행사는 현재 공매중지가처분을 신청해 둔 상황이다. 시행사는 DL이앤씨의 납득할 수 없는 부당한 공사비 인상요구를 포함한 갑질로 분양 실적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공사를 중단하겠다며 도곡닥터스를 협박하고 의도적으로 공사를 지연했다.

의도적으로 
공사 지연?

도곡닥터스 관계자에 따르면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처음 도급계약을 맺을 당시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연간단가 30% 이상 자재비 및 인건비가 폭등할 경우 채권자(도곡닥터스)가 채무자(DL이앤씨)와 공사비 증액을 협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특수조건 제12조와 제13조에 따르면 자재인상분에 대한 공사비 증액은 ‘철근·형강’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돼있지만 DL이앤씨는 자재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도 공지하지 않고 철근과 형강 외 자재비 인상을 요구했다.

또 도곡닥터스는 DL이앤씨가 추가 공사대금을 요구하면서 오데뜨오드 도곡의 출입을 막고 있어 도곡닥터스는 물론 분양업체도 오데뜨오드 도곡을 출입할 수 없어 분양할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도곡닥터스의 이런 주장에도 재판부에서는 공매 중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DL이앤씨 관계자는 “시행사의 주장을 법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 주장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공사대금 채무부존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도곡닥터스와 DL이앤씨는 사업 초기 공사 기간 28개월 343억563만원의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공사가 예정보다 지연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해 지난 2022년 3월25일 공사 기간을 실 착공일로부터 29.5개월(2021년 1월18일부터 2023년 6월30일까지)로 연장하고 총 계약금액을 435억563만원으로 변경해 다시 계약했다.


도곡닥터스는 도급계약에 따라 95억원가량 증가한 공사대금을 DL이앤씨에 지급했지만 DL이앤씨는 공사대금 192억원을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된 192억원에는 공사 기간이 연장됨에 따른 추가 지출 공사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재비, 연체이자 등이 포함됐다.

도곡닥터스는 공사 기간이 연장된 데 DL이앤씨의 책임이 강하다고 주장한다. 채무부존재 고소장에 공사가 마무리되어가던 지난 2023년 6월경 DL이앤씨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핑계로 합리적인 수준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공사를 악의적으로 지연했다고 적시했다. 

“192억 추가 공사대금 이해 안가”
“러·우 전쟁 여파로 정당한 요구”

도곡닥터스는 너무 높은 원자재 인상 비용에 DL이앤씨에 하청업체에 대한 공사비 지급 내역, DL이앤씨와 하청업체 간 계약이행증권 등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가 공사대금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사 기간 중 DL이앤씨의 현장 관리 소홀로 공사 현장서 화재가 발생해 공사가 4주가량 지연됐으며 지난 2022년 8월경에는 DL이앤씨가 모델하우스를 본래 약정과 다르게 특 A급 원자재가 아닌 C급 원자재를 사용해 개설해 이를 허물고 다시 개설하는 과정서 추가로 4개월가량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고 한다.

심지어 모델하우스의 철거와 재시공은 도곡닥터스가 직접 다른 업체와 계약해 진행했다.

이를 두고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분양과 상관없이 연장된 공사 기간에 대한 책임은 DL이앤씨에 있다”며 “정상적인 추가 공사대금인 69억원 외에 공사 지연으로 인한 추가 대금을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곡닥터스는 오히려 DL이앤씨가 도곡닥터스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모델하우스 재시공 업체 계약 비용 3억3000만원을 포함한 모델하우스 재건축비 9억원, 4개월의 임차료 8억원, 분양 지연 등 행위에 따른 이자 60억원, 준공 후에도 현재까지 무단 점유로 분양을 막고 있어 발생하는 18개월의 이자 120억원 등이다.

추가로 매달 부과되는 세금과 관리비 등도 5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단순 계산하더라도 25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도곡닥터스 관계자는 “DL이앤씨의 모델하우스 부실 공사가 없었다면 초기 분양을 부동산 정책이 변하기 전에 시행할 수 있었다”며 “사업계획으로 분양광고를 냈을 때만 해도 분양 예약이 전체 호실을 넘어선 수준이었지만 수요자가 모델하우스를 보지 못하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분양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DL이앤씨가 요구한 공사대금을 100억가량으로 줄이면 요구에 응할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DL이앤씨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매는 진행되고 입찰가는 점점 내려가고 이자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DL이앤씨는 최근 해당 채무부존재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회사는 시행사가 제기한 소송에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며 허위 사실 유포와 관련된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라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

“정당한
공사대금”

DL이앤씨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철강·형강뿐 아니라 모든 공사 자재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며 “도곡닥터스가 요구하는 하청업체와의 계약은 업무상 기밀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으며 정당한 공사대금을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20년부터 분양 실적이 저조했는데 분양 대상을 바꾼다고 해서 분양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보고 기다리는 것보다 공매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 공매를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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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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