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반짝하고 사라진 조국

5년4개월 만에 끝난 ‘조국 사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지난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 불거진 여러 의혹으로부터 시작된 조국 사태가 5년4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이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하며 국회의원직을 상실했고 곧바로 대표직서도 물러났다. 창당 초기부터 불거진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이 현실화된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와 부산 감찰 무마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정수석부터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했던 그는 ‘조국 사태’로 무너진 뒤 야심차게 정치계에 입문했지만 다시 조국 사태로 발목을 잡혔다.

징역 2년 확정
의원직 박탈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12일 사문서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은 벌금 1000만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10개월이 확정됐다. 박형철 청와대 전 반부패비서관은 무죄로 결론 났다.

2019년 12월 조 전 대표가 이 사건으로 처음 기소된 뒤 5년 만이자 2심 선고 후 10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의원칙, 공소권 남용, 각 범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판단 누락, 이유불비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상고심서 양형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했으나 대법원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서만 양형 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

대법원은 아울러 2심의 일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에 대해서도 “공동정범, 미필적 고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및 직무유기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2심까지 불구속 상태서 재판받았던 조 전 대표는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수형 생활을 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 선고 때에는 피고인의 법정 출석이 의무가 아니어서 실형이 확정되더라도 바로 법정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조 전 대표도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징역 2년형이 확정된 조 전 대표에게 지난 13일까지 형 집행을 위해 자진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인 조국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된 바 검찰은 형사소송법과 관련 규정에 근거해 통상의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대법원 선고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조국은 여러분 곁을 잠시 떠난다”며 “더욱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돼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더 맑은 사람 돼 돌아오겠다”
대선·총선 5년간 출마 불가

대법원 최종심서 유죄가 확정됨으로써 조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됐다. 선출직 공무원이 일반 형사사건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의원직을 잃는다. 공직선거법 위반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당선인 자격 또는 의원직을 잃는다.

조 전 대표는 의원직을 잃었을 뿐 아니라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차기 대선이 예정대로 2027년 3월에 치러지더라도 출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최고위원 경선 최다 득표자인 김선민 최고위원이 궐위가 되는 당 대표직을 이어받는다. 조 대표의 비례대표 의원직은 총선 당시 13번 후보자였던 백선희 당 복지국가특별위원장이 승계한다.

조 전 대표가 대법원 판단까지 받게 된 것을 이른바 ‘조국 사태’라고 부른다. 조국 사태는 지난 2019년 8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전 대표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시작됐다.

당시 조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지휘권 폐지, 1차 수사종결권 경찰 이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조 전 대표를 향해 입시 비리, 사모펀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조 전 대표는 위법은 없다며 의혹을 돌파하려 했지만, ‘조국 일가’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으며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8월27일 조 전 장관 딸이 다니던 대학교 등 20여곳 이상의 기관 등에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 주체는 일반 고소·고발 건을 맡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서 권력형 비리 등을 담당하는 특수2부로 바뀌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9월9일 조 전 대표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은 약 보름 뒤 조 전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 집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조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14일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2월31일 입시 비리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은 2020년 1월29일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혐의로 조 전 대표를 기소했다.

법무부 장관
악몽의 시작

당시 조 전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증거위조교사 ▲증거은닉교사 등 11개였다.


이후 지난 2020년 1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기존의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사건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병합해 심리하며 하나의 재판에 피고인도 죄명도 여러 개인 재판이 이뤄지게 됐다.

조 전 대표의 유·무죄를 가른 쟁점은 ‘허위 스펙 위조’ 입시 비리,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와 증거인멸 교사로 크게 세 가지였다. 1심 재판부는 앞선 두 가지에는 유죄를, 마지막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조민 7대 허위 경력 중 일부 직접 관여했고 허위 경력 기재 서류들을 제출해 해당 대학의 입시사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시했다. 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증명서와 아들 조원 씨가 다닌 조지워싱턴대 시험 대리 응시, 허위 인턴십 서류 제출 등 입시 비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딸 조민씨의 장학금 부정 수수와 관련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되지 않고 청탁금지법 위반에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민정수석 취임 이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수수한 금품은 1회에 100만원이 넘는 청탁금지법 수수금지 품목에 해당해 유죄”라고 판시했다.

조 전 장관의 형량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민정수석이었던 피고인은 민정비서관이었던 백원우 피고인과 공모해 감독권을 남용해 당시 유재수 금융위원회 정책국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켜 권리행사방해가 인정된다”며 “위법과 부당 정도에 비춰볼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재산 허위신고와 증거은닉교사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법정 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원심 및 당심 소송 경과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항소심 후
정치 행보

조 전 대표는 항소심 재판 전후로 싱크탱크 ‘리셋코리아’ 활동을 주도하는 등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혀왔다. 이를 두고 정치계 안팎에서는 ‘조 전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 전 대표도 사실상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무수히 쓸리고 베였지만 그만두지 않고 검찰 독재를 막는 일에 나서겠으며 검찰 독재를 온몸으로 겪은 사람으로서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4월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에는 “지금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 조만간 저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할 일은 없을 것이라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4월10일은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국화를 막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저의 작은 힘도 보태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전 대표는 항소심 선고 6일 뒤인 지난 2월13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한발 앞서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날 부산 중구 민주공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지금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기로”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정부 스스로 우리 평화를 위협하고 과학기술 경쟁력을 저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능한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통제하고 정적 제거와 정치혐오만 부추기는 검찰 독재정치에 몰두해 민생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갈등·세대 갈등·남녀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정치, 국가적 위기는 외면한 채 오직 선거 유불리만 생각하는 정치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며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대표·비례대표 자리 승계
조국의존도 높은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총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정치계 의견과 달리 조국혁신당은 4·10 총선서 가장 큰 변수가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이었던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을 얻은 데 이어 3번째로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정치계에서는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친 조국혁신당에 윤정부의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해 민주당의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조국혁신당이 흡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선 이후에도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검찰에 대한 공격을 지속해 왔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1월20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기도 했다.

조 전 대표는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며 “120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곳곳에서 시일야방성대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며 “교수, 학생, 노동자, 작가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일침했다.

이어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검찰독재 정권, 김건희씨가 이끌고 무속인이 뒤에서 미는 윤석열정권을 조기종식할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에 조국혁신당이 앞장서서 탄핵소추안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조국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가 사라지게 되면서 당 자체도 흔들리는 것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주자가 없는 당은 존립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창당 시기부터 조 전 대표의 공백 사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충분히 대비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여의도 일각에서는 향후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당을 이탈하는 인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당분간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당을 운영해 간다는 방침이다.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지금은 당 지도부가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당을 꾸려간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향후 선거 국면에서는 새로운 당 대표를 뽑거나 비대위 체제로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조 전 대표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당이 설립될 때부터 만약 대선에 출마를 한다면 2032년 열릴 22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생각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문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하야된 후 조 전 대표가 광복절 특사 등의 이유로 복권되지 않으면 22대 대통령선거 출마가 불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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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