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잡힌 롯데타워의 운명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05 17:48:48
  • 호수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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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흔들리는 123층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롯데지주가 불황 속 재무구조 악화를 피하지 못해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초강수를 뒀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로 인한 적자가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쌓이면서다. 신용평가사로부터 재무 리스크 우려가 나오자 사업 비중 조절,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 비중 확대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롯데케미칼이 최근 10년간 발행한 회사채 14개에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 기한이익상실은 어떤 상황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일 전에 조기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과거의 영광

EOD 이슈가 발생하자,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리포트를 일제히 냈다. 롯데그룹 유동성과 관련한 시장 내 불안감이 형성되자 그룹의 적극적인 해명이 이어졌다. 

롯데케미칼 자체의 풍부한 자산 등을 고려하면 이번 이슈가 당장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 불황의 지속, 이자부담이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예측 등으로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30일 기준 계약상 유지해야 하는 재무비율 중 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EBITDA/Interest Expense)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재무 특약조건 미준수 사유 발생에 대해 순차적인 협의를 위해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다.


당국과 시장에서는 웨이버(일시적 적용 유예)를 통해 재무 약정 위반 사유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달 19일 회사채권자 대상 집회를 소집하겠다고 공시했다. 집회에서는 계약 변경 또는 EOD 선언 여부 등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1일, 2조원가량의 공모 회사채에 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 루머 속에서 자산 유동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사채 관리 계약에 따르면, 사채의 원리금을 갚기 전까지 일정 재무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이 달려 있다.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EBITDA 5배 이상,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신평사 예의주시 롯데케미칼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 발생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적자를 내면서 지난 9월 말 이자비용 대비 EBITDA가 4.3배를 기록해 5배를 밑돌게 됐다. 3분기 EBITDA는 2977억원, 이자비용은 3197억원으로 배율이 0.9배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3분기 말 부채비율은 75% 수준이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경우 교차 부도 조항이 있어 한 회사채에만 디폴트(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해도 나머지 회사채까지 연쇄적으로 EOD 상태가 된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회사채는 총 2조3000억원 규모다. 이 중 2500억원 규모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연결돼있어 자칫 2조원의 디폴트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 동의를 얻어 웨이버를 받으면 일단 위기는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채권자들과 금융사, 금융 당국도 이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EBITDA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식으로 재무 약정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약 2조원의 채권이지만 현금이 당장 부족한 상태는 아니어서 웨이버만 되면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고, 시장에 안심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이 예금 2조원을 포함해 유동성 자금 4조원가량을 확보하고 있어 회사채 상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영업 현금 창출력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든 점은 숙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477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기관 차입금 또한 약 8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사채권자 집회 결의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

과거 5대 그룹에 꼽혔던 롯데는 ‘지친 거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롯데케미칼 등의 실적 부진과 영업손실 확대가 계속되면서 현금 유동성이 줄어든 탓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1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이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2년 7626억원, 지난해 3477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도 3분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6600억원으로 시장에선 올해 적자 규모가 7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하고,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에 수조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따른 여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익 급락에 5조2000억원 규모의 라인 프로젝트, 2조7000억원 규모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분석하며 “해당 투자만 없었더라도 현 시점서 순현금 포지션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 상당을 확보해 안정적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회사채 상황에 대응할 수 있고, 부채비율 역시 약 75%로 견조한 재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을 강화할 목적으로 국내 최고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롯데월드타워는 지상 555m 123층 빌딩으로 세계서 여섯 번째이자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롯데 선대 회장인 고 신격호 회장의 인생작으로, 2017년 완공했다. 핵심 자산을 내놓을 만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롯데케미칼의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목적인 셈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롯데지주는 “그룹 차원의 강력한 시장 안정화 의지를 담은 실질적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관련주는 지난 28일 장 초반 강세를 나타냈다. 롯데월드타워 담보 제공 및 강도 높은 인적 쇄신을 예고한 데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지주는 이날 오전 10시 2.39% 오른 2만14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롯데케미칼은 3.47%, 롯데쇼핑 1.78%, 롯데정밀화학 2.42% 등 강세를 보였다.

경쟁국 공급 과잉, 원료 상승···
3년 넘게 적자 ‘아픈 손가락’

궁극적으로 롯데지주는 수익성 개선이 당면 과제에 놓였다. 그러나 중국, 중동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원료 가격 상승 등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의존도가 높았던 기초화학 부문의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60%서 30%로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페셜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 소재 부문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투자 축소, 자산 매각 등도 함께 진행된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CFO)은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시설투자(CAPEX)는 추가적인 검토를 통해 1조7000억원 수준까지 축소했다. 2025년 이후 시설투자는 상각 전 영업이익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현재 부동산·가용예금만 71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며 계열사 전반의 재무 안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기준 총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조5000억원에 각각 달한다”며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원,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롯데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 전반에 걸쳐 자산 효율화 작업과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특히 롯데케미칼 회사채와 관련한 현안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발생한 것으로 현재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없다”

롯데는 “지난 2018년 이후 화학산업은 신규 증설 누적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급이 악화하고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손익이 저하됐다”며 “이에 롯데케미칼이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 관리계약 조항 내 실적 관련 재무 특약을 미준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조항은 최근 발행한 회사채에는 삭제된 조항”이라며 “현재 롯데케미칼은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기준 4조원의 가용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다”며 “다음 주 중 사채권자 집회 소집을 공고해 내달 중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특약사항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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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