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우성 아이 낳은 문가비

사귀지도 않았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4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모델 문가비가 정우성의 아들을 낳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두 사람이 결혼을 안 한 것이 드러나면서 문가비는 누구인지와 정우성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정우성의 소속사는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구릿빛 피부와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주목받다 잠적했던 모델 문가비가 다시 연예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배우 정우성의 혼외자 출산 사실을 알리면서다. 문가비와 정우성의 혼외자는 물론 이들의 과거 발언과 행보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글래머 모델
그녀는 누구?

문가비는 1989년 인천서 태어났다. 그는 인천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의 한 대학 무용과를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가비는 1학년 1학기까지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외국 생활을 시작했다. 모델로 데뷔한 이후 지난 2011년 미스 월드 비키니 대회서 우승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가비는 지난 2018년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출연해 “미스 월드 비키니 대회에 2011년 한국 대표로 출전 자격을 얻었는데 본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개최조차 되지 않아 출전을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랬던 그는 지난 2017년 온스타일 <겟잇뷰티>서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이국적인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문가비의 분위기에 혼혈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문가비는 100% 순수 한국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SBS <정글의 법칙>, KBS 2TV <볼 빨간 당신>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그의 경력에 가운데 시선을 끄는 것은 2019년 하정우 소속사인 워크하우스 컴퍼니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단 점이다. 

당시 소속사 측은 “모델 활동부터 향후 배우로서의 활동까지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처럼 배우 활동도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인 2020년부턴 방송 활동도 하지 않았고, 2021년 전속계약이 종료됐다. 그의 개인 SNS에도 지난 2022년 6월 외국서의 사진을 올린 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지난달 22일 한 아이와의 사진을 올리며 출산했다고 알렸다. 문가비는 해당 게시글에서 “다사다난했던 지난해, 그리고 새로운 해였던 2024년을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저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간다”며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은 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소식에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저는 임신의 기쁨이나 축하를 마음껏 누리기보다는 가족들의 축복 속에 조용히 임신 기간 대부분을 보냈다”며 “그렇게 하기로 선택을 했던 건 오로지 태어날 아이를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에 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꽁꽁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의 아이에게 지난날 내가 보았던 그 밝고 아름다운 세상만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문가비의 말에 팬들은 ‘말 못 할 사연이 있구나’라고 짐작만 할 뿐 특별하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후 아이의 생부가 배우 정우성이란 사실이 공개되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출산한 사실을 고백한 이유에도 관심이 쏠렸다.


4년 만에 나타나 출산 발표
친부 알려지면서 혼외자 논란

매체 <디스패치>에 따르면 문가비와 정우성은 지난 2022년 처음 만났다. 그들은 한 모임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서로 연락을 유지하며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문가비가 정우성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는 임신 사실을 알렸고, 정우성 또한 기뻐했다. 양육의 책임도 약속했다.

정우성이 문가비 아이에게 직접 태명도 지어줬고 한다. 

다만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었다. 문가비의 출산 소식이 알려지고 정우성 소속사는 지난달 24일 밤 “문가비씨가 SNS에 공개한 아이는 정우성씨의 친자가 맞다”며 “아이의 양육 방식에 대해 최선의 방향을 논의 중으로 정우성은 아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지만 아이 출산 시점과 두 사람의 교제 여부, 결혼 계획 등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예 매체 <텐아시아>는 정우성 측근의 말을 인용해 아이는 지난 3월에 태어났으며 두 사람은 최근까지도 결혼과 양육 문제 등을 두고 각기 다른 입장으로 논의를 이어왔다고 보도했다. 정우성은 도의적인 차원서 혼외자인 문가비 아들에게 양육비는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가정을 이루는 등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고 문가비는 결혼을 원했다는 것이다.

일련의 상황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먼저 아이가 태어난 지 8개월이 넘은 시점서 아직도 논의 중이라는 것이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가비의 임신을 인지하고 출산 후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의견 대립을 확인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양육비만 던져주는 것이 과연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한 것이 맞느냐”고 꼬집었다. 또 명확하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도 조명하며 혼외자를 만든 무책임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성인인 두 사람인 만큼 제3자가 말을 얹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아이는 책임질 수 있지만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 이른바 새로운 형태의 가정이 탄생했다고 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다시 말해 정우성으로서는 생물학적 아버지로서의 역할만 인정할 수도 있다며 이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정우성의 팬들은 “정우성의 굳은 심지를 믿는 만큼 ‘아버지로서 아이에 대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소속사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며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사례도 있는 만큼, 대한민국이 개방적인 사고를 통해 대중문화가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지지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지인 모임서
처음 만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모델 이리나 샤크와 교제 도중 다른 여성과의 사이서 아들 호날두 주니오르를 품에 안았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호날두가 친부로 밝혀지자, 그는 직접 자신의 아들로 인정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아이의 출산 소식을 전한 것이 아니냐며 문가비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합의 전 언플, 치사한 방법을 썼다” “아이는 죄가 없다. 아이에게 미안하게 생각해라” 등의 글과 함께 “작정하고 낳았네” “원나잇으로 애 낳으면 결혼이라도 해줄 줄 알았나 보네” 등 근거 없는 악성 댓글도 달렸다.


이들의 합의와 관계없이 법조계에서는 문가비가 받을 양육비와 상속 등과 관련된 법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미루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해 “혼인신고 하지 않은 상태서 낳은 아이를 혼외자라고 한다. 결혼했으나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서 태어난 아이도 마찬가지”라며 “만약 나중에 정우성과 문가비가 결혼한다면 혼외자는 ‘혼인 중 출생자’로 지위가 변경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혼외자에 대해 자신의 자녀가 맞다고 인정하는 것을 법률 용어로 ‘인지’라고 한다”며 “혼외자도 인지가 되면 아버지로부터 양육비와 재산을 받을 수 있다. 정우성이 ‘내 아이가 맞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아이는 나중에 정우성 재산을 상속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성이 문가비에게 지급해야 하는 양육비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는 서울가정법원 양육비 산정 기준표에 따른다. 최고 구간은 월 200만~300만원”이라며 “다만 정우성처럼 수익이 많은 경우에는 조금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가비의 혼외자 출산 발표의 후폭풍은 계속됐다. 특히 정우성과 오랜 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일반인 여성이 있다는 것과 정우성이 인플루언서들에게 다이렉트 메세지(이하 DM)로 수작을 부렸다는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텐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정우성은 현재 비연예인 여성과 10년 넘게 열애 중이다. 정우성과 일반인 연인은 절친인 이정재-임세령 커플과 더블 데이트를 즐길 정도로 공식적인 관계였다고 한다.


동의 없이 
출산 결정

이어 매체는 정우성의 연인이 문가비와 혼외자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뒤늦게 이를 알게 돼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문가비와 결혼 및 양육을 두고 마찰을 빚었던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이에 정우성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측은 열애설에 대해 “배우 개인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한 점 양해 부탁드리며 지나친 추측은 자제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JTBC <사건반장>에서는 정우성이 일반인 여성과 다정하게 찍은 스티커 사진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9월 제보자 A씨는 서울 강남의 한 스티커 사진점에 방문했을 당시 누군가가 흘리고 간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A씨는 “다정한 커플 사진이었는데 남성의 얼굴이 낯이 익어 자세히 봤더니 바로 정우성이었다”고 했다.

해당 사진과 영상은 포토 부스서 찍힌 것으로 보인다. 정우성과 코끼리 인형을 들고 있는 여성은 친근하게 얼굴을 맞대며 스킨십을 하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뽀뽀까지 하며 연인 사이임을 유추케 했다. 해당 사진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상황이다.

그러나 정우성의 스티커 사진 속 주인공을 두고 여러 추측이 쏟아졌다. 정우성이 10년째 사실혼 관계를 가진 비연예인 여성이 아닌 또 다른 비연예인 여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소속사는 이번에도 “배우 개인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라며 “지나친 추측은 자제 부탁드린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정우성이 본인 SNS 계정을 통해 일반인 여성과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DM 대화 캡처본이 온라인에 확산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정우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보낸 인스타그램 DM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을 보면 정우성의 공식 계정(@tojws)과 동일한 계정서 발송됐고 인증 계정 표시인 파란 마크도 찍혀 있었다. 다만 정우성이 해당 DM을 작성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개된 캡처본에 따르면 정우성 공식 계정을 쓰는 발신인은 한 여성에게 먼저 대화를 건넸다.

발신인은 “멋진 직업”이라며 먼저 인사했고, 상대방은 “정우성님, 해킹당한 건 아니죠?”라며 의아해했다. 그러자 해당 발신인은 “우연히 피드를 보고 작업을 즐기고 잘하는 분 같아서 참다가 인사한 거예요”라고 답했다. 이후 발신인은 이동 중인 차량서 찍은 사진을 전송하고 촬영 스케줄을 이야기하는 등 상대방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 말미에는 “혹시 번호를 알려드려도 될까요?” “톡이나 문자로 인사해요”라며 연락처를 공유하기도 했다.

양육비·상속 등 법률 부분 주목
사실혼·DM 등 여성 문제도 시끌

또 다른 DM 캡처본도 공유됐다. 이번에도 정우성으로 추정되는 발신인이 한 여성에게 “나빠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발신인은 “인사가 어려운 것도 화나고 그냥 피드만 보고 있는 것도 화나요. 반가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를 본 상대방이 “깜짝 놀랐어요” “저야 너무 영광이죠”라고 하자, 그는 “믿어줘서 깜짝이죠. 정말 용기 낸 메시지인데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서는 진짜 정우성이 보낸 것이 맞느냐 등 논란이 일었다. 정우성의 소속사 측은 해당 논란에도 “개인 간의 SNS 교류에 대해서는 배우의 사생활 영역이라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할 뿐이었다.

혼외자에 이어 일반인 DM까지 드러나자 정우성의 여성 편력과 과거 방송서의 인터뷰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배우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개봉 후 그해 11월 엘르 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인터뷰서 정우성은 “여배우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 내가 어떤 내적 매력을 풍기는지는. 하지만 스스로도 그런 걸 더 중요시 여기긴 한다. 여자도 가슴 크기나 쌍꺼풀 유무 이런 것보다는 내적 매력이 중요하다. 그런 걸 말 한마디로 툭 던질 때 흘러나오는 향기는 정말 진하다. 그건 어떤 망사 스타킹보다 더 섹시하다”고 답했다.

20대 때의 연애관을 묻자 “여자를 그렇게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외모뿐 아니라 분위기도 중요하게 봤다. 그래서 여자의 내면을 보기보다는 그저 한순간에 느껴진 매력 때문에 동침을 했던 기억도 있다”고 말했다.

짓궂은 질문에 불편하지 않냐는 물음에 “재밌다. 나 역시 오픈 마인드로 좀 더 얘기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아쉽기도 하다”며 “언젠가는 ‘누구랑 잤나요?’라는 질문에 ‘걔는 잤는데 좀 싱겁고’ 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냐”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누리꾼들은 “오픈 마인드를 추구하던 행보가 이어졌다” “말이 씨가 됐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이던 정우성은 청룡영화상 시상식 참석해 ‘최다관객상’ 시상자이자 수상자로 배우 황정민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영화제서
소회 밝혀

정우성은 “저는 오늘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에게 제 사적인 일이 영화에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또한 저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안고 가겠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카메라에는 객석에 앉은 동료 배우들이 잡혔는데, 이들은 정우성을 향해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그를 북돋웠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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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문’ VS ‘어대명’ 차이 해부

‘어대문’ VS ‘어대명’ 차이 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한민국의 흑역사’가 10년도 안 돼 반복되고 있다. ‘평행이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같고 다를까? 2024년 12월은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현직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과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으며 사상 초유의 체포 작전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여객기 사고로 179명의 아까운 목숨도 잃었다. 8년 만에 재연됐다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10여년 전 우리나라는 이미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이 실종됐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파면됐다. 2000년대 들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서 가결된 사례는 세 번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 전 대통령,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서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했다.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불과 8년 새 두 명의 보수 진영 대통령이 헌재 심판대 위에 섰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 절정, 결말에 이르기까지 멀리서 보면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가까이에서 볼수록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단적인 예로 박 전 대통령은 ‘태블릿PC’ 보도가 불씨를 댕겼다면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시발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헌재의 탄핵안 인용-특검 수사-사법 처분 등의 과정을 거쳐 단죄됐다.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사이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된 때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있다. 2017년 5월9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보궐선거가 열렸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윤 대통령의 상황은 박 전 대통령보다 복잡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내란죄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양쪽에서 압박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중범죄라서 수사 속도가 박 전 대통령보다 훨씬 빠른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 호감도 만큼 비호감도↑ 정치권의 눈은 조기 대선에 쏠려 있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최우선에 놓고 심리 중이다.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 이전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탄핵안이 인용되면 6월경에는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여야 잠룡들은 헌재의 탄핵안 인용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파면이 결정된 날부터 두 달 사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에 기존에 인지도와 지지율을 어느 정도 확보한 인물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눈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쏠리는 이유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 대표는 압도적인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 그룹과 큰 격차를 보이면서 1위위로 질주하는 중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3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7%), 홍준표 대구시장(7%),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5%),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4%) 등이 뒤를 이었다. ‘없다 또는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2%였다. 이번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2.8%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4~6일 만 18세 이상 2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도 이 대표는 45.1%를 얻었다. 홍준표 대구시장(9.7%),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8%),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7.2%), 오세훈 서울시장(6.1%) 등이 뒤를 이었다. 빠르면 6월 보궐선거로 이 대표의 지지율은 여당 후보 5인(홍준표·한동훈·원희룡·오세훈·안철수)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 수치(33%)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높았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100% RDD 방식으로 실시했고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 참조). 최근 정치권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과 함께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나돌았던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상황과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은 천차만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서 박 전 대통령에게 밀려 낙선했다. 당시 대선은 제3당 후보 없이 보수 후보와 진보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양측 모두 짜낼 수 있을 만큼 모조리 다 짜낸 선거서 패하자 문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후 지지세를 회복하기까지 꽤 긴 시간을 암흑기로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을 야권의 압도적인 대선주자로 만든 결정적 한 방은 국정 농단 사태였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드러났고 파생 의혹이 쏟아졌다. 1300만명(누적)의 국민이 거리로 나왔다.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은 문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서 인용될 무렵 ‘차기 대통령’으로 완벽하게 눈도장을 찍은 상태였다. 하지만 현재 이 대표의 상황이 당시 문 전 대통령과 비슷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는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는 말이 들린다. 이 대표가 가진 사법 리스크에 더해 ‘비토층’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도 싫지만, 이 대표도 싫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면 나오면 공격거리 많아 실제 최근 나온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호감도, 비호감도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뉴스핌>의 의뢰로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7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39.1%가 이 대표를 꼽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9.5%, 홍준표 대구시장 9.3% 등이 뒤를 이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이 대표는 40.8%로 단연 1위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5%, 홍준표 대구시장이 12.2% 등이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호감도 1~4위(이재명·오세훈·홍준표·원희룡)와 비호감도 1~4위가 같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대선후보군이 어느 정도 추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대선후보군은 ‘이재명 1강’ 독주 속에 범여권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는 양상”이라며 “범여권 유력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이 대표 한 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마저 탄핵 정국을 거치며 한 달 만에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이재명 대항마’는 사실상 실종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비호감도 1위 원인으로는 사법 리스크를 지목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때 불거진 대장동 개발비리 특혜 의혹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를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만 5개고 검찰서 추가로 수사 중인 사건도 2개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은 1심 판결이 나왔다. 특히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당선무효형이 나오면서 대선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법원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수준이다. 발목 잡는 사법 리스크 박 때와 다른 보수 결집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선고 전 공직선거법 위반보다 위증교사 혐의의 유죄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 위증교사 혐의는 양형 기준에 따라 무죄 아니면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어 항소심서 판결이 바뀌면 이 대표는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상대 후보의 공격 포인트 역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연루된 의혹과 논란에 크게 실망했다. 윤 대통령이 퇴장하고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검증을 받기 시작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층의 결집이 심상찮은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은 친박(친 박근혜)과 비박(비 박근혜) 등으로 사분오열했다. 탄핵안 표결 당시 찬반이 갈리면서 물리적으로 분당 사태까지 벌어졌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은 재적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234표로 가결됐다. 당시 야당과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 표는 171표였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표수(200표)는 29표였지만 그보다 많은 63표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서 나왔다. 당이 쪼개질 수밖에 없는 이탈표였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때는 2번의 표결 끝에 간신히 정족수를 넘겼다. 찬성은 204표로 국민의힘서 12표가량의 이탈표가 나왔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에도 국민의힘은 강경 지지층을 등에 업고 결집 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지키기’에 나선 보수층과 국민의힘의 힘을 빼기 위해 ‘머릿수’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 과정서 중도층의 이탈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애매한 표수 걸림돌 될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궤멸 직전까지 몰렸던 보수층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는 태도로 대응하는 점은 민주당은 물론 이 대표에게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명확하게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은 유보층이 상당하다는 점을 봤을 때 중도층을 놓치면 대권서 멀어질 수 있다. 진보 진영의 지지만으로는 ‘어대명’은 완성될 수 없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