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판부터…’ 이재명 유죄 결정적 이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25 14:05:28
  • 호수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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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이 발목 잡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벌금 100만원 선고 여부를 주목했던 예상과는 달리, 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프롤로그서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본게임은 3개가 남아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검찰은 이 대표에게 재판 1건을 또 추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치권 안팎서 유죄 선고 시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 기준인 벌금 100만원을 기준으로 형량을 예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선고였다.

“협박 없었다”
무게 둔 법원

여론은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기 쉬운 “김문기(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를 아느냐” 여부에 관심을 집중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집중됐다. 130쪽 분량의 판결문서 김 전 처장 관련 내용은 5쪽에 불과했지만, 백현동 의혹은 61쪽을 할애했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적용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성남시가 용도변경을 자체 결정한 것인데,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 공표였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재임 중이던 지난 2021년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이 대표에게 백현동 의혹 관련 질의를 했고, 이 대표는 “한국식품연구원(이하 식품연구원)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국토부 요청에 따라 부지를 팔았다”며 “국토부가 공공기관이전특별법을 근거로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발언에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국토부의 협박’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통한 민간 매각 추진을 확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경될 용도지역은 특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성남시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것도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용도지역을 명시하지 않은 채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하다고만 회신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언급했던 공공기관이전특별법에 대해서도 “성남시 검토 공문서는 국토부가 성남시 의사와 무관하게 용도지역 변경을 강행할 수 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국토부의 직무유기 협박’ 주장에 대해서는 법원도 “이 대표나 성남시 공무원들이 협조 요청에 대해 부담감을 느꼈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국토부는 의무조항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공문을 보냈고, 국토부 주도의 부지 매입이 실제로 진행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시 공무원들도 ‘압박이나 협박은 없었다’ ‘그런 말은 못 들었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증언을 했다”고 제시했다.


녹지 바다에 준주거지역 섬처럼 ‘둥둥’
산 깎아 50m 옹벽 둘러친 중대형 아파트

식품연구원은 참여정부서부터 진행됐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전북혁신도시 이전이 확정됐고, 2015년 2월 부지를 민간사업자 성남알앤디PFV에 매각했다. 성남알앤디PFV는 부지의 47%엔 1223가구(전용 84㎡ 이상 중대형) 규모의 아파트를 지었고, 53%는 공원과 R&D(연구·개발) 용지로 성남시에 기부채납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부지의 용도지역은 자연녹지지역이었다. 자연녹지지역엔 건폐율 최대 20%, 용적률 최대 100%가 적용된다. 부지 매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2021년 10월 성남시 도시주택국 2015년 4월 작성 보고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도시관리계획 변경 검토 보고’를 공개했다. 보고서엔 “개발이 불리한 자연녹지지역으로 돼있어 부지매각 입찰이 8차례 유찰되는 등 매각에 어려움이 있으니, 용도지역 등을 변경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어 “식품연구원은 자연녹지지역·보전녹지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고, 공동임대주택과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겠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엔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이 대표의 서명이 있었다.

준주거지역은 주거 기능을 중심으로 하되, 일부 상업·업무 기능을 보완하는 지역이다. 준주거지역엔 건폐율 최대 70%, 용적률 최대 500%가 적용된다. 식품연구원이 원래 제안했던 용도지역은 제2종 일반거주지역이었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엔 건폐율 최대 60%, 용적률 최대 250%가 적용된다.

현재는 지역별로 없애는 추세지만, 18층이라는 층수 제한도 있었다. 준주거지역엔 원래 층수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백현동 의혹의 핵심은 이 대표가 준주거지역 변경을 허용한 것이었다. 성남시는 자연녹지지역서 1~3종 일반주거지역을 모두 뛰어넘고 준주거지역 변경을 허용했다. 식품연구원의 제2종 일반주거지역 변경 제안은 허용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이보다 제한이 더 풀리는 준주거지역 변경을 결정했던 것이다.

법률적 표현은 아니지만, 개발에 유리한 용도지역으로 변경되는 것을 일반에선 ‘종상향’이라고 한다. 식품연구원은 2단계 종상향을 요구했고, 성남시는 이를 허용하지 않다가 스스로 4단계 종상향을 결정했다. 종상향은 통상 단계별로 진행되지만, 이 사례는 4단계 종상향이 단 1회의 변경으로 진행됐다. 

용도 변경 
시장 권한

용도지역 변경은 도시관리계획 변경으로 결정해야 한다. 도시관리계획 결정권자는 시도지사와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시장이다. 성남시 인구는 90만명이 넘는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개발제한구역 등 일부 사안과 관련해서만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할 수 있다.

성남시장은 성남시의 용도지역 변경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이 대표는 ‘국토부의 협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식품연구원 주변의 용도지역을 확인하면, 준주거지역이 일대의 자연녹지지역·보전녹지지역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현황을 볼 수 있다. 지도·지적도로 보면, 준주거지역이 ‘녹지 바다’에 섬처럼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백현동은 성남에 소재한 서울공항으로 인해 건축물 높이가 해발 139m 이내로 제한된다. 고도제한이 있는 산 중턱에 있는 부지를 확보해 고층 아파트를 짓자니 절토 작업은 필수였다. 게다가 부지의 53%는 성남시에 공원 등 형태로 기부채납을 해야 했다.

공원은 지어졌지만, “R&D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은 “R&D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토지 7995㎡를 추가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성남시는 “R&D 예상 건축비(약 357억원)와 추가 기부채납하는 토지 예상가(약 385억원)의 차이가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면서 이를 수용했다.

이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깊이 절토해서 층수를 올렸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 가능성은 해당 부지에 시공 중인 아파트의 옹벽이 30m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해당 아파트는 높이 50m의 옹벽이 300m의 길이로 삼면에 감싸진 채 자리 잡고 있다. 시공 중 30m 높이였던 옹벽이 준공 후 더욱 높아진 것이다.

박 의원이 성남시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 5월 작성 문서 ‘한국식품연구원 이전 예정 부지 활용방안 타당성 조사 보고’에 따르면, 해당 사업 부지는 대부분 경사지고, 부지의 31%는 경사도가 20도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도시공사는 사업 기획 과정서 “사업성 향상을 위해 경사지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해도 개발면적은 전체 부지의 60%가 적합하다”면서 5m 높이의 옹벽 건설을 계획했다. 성남도시공사는 개발사업에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4단계 종상향’ 이후 민간시행사가 독점해 아파트를 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50m 옹벽은 민간시행사가 독점 시공을 하던 중 수익성을 높이는 과정서 함께 높아진 결과물이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옹벽은 기후변화에 따라 붕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높이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경기도는 이 대표가 지사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20년 각 지자체에 옹벽 높이를 6m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경기도 산지 지역 개발행위 개선 및 계획적 관리지침’을 시달했다.

당시 이 대표는 “도가 기준을 마련해주면, 각 시·군이 (개발 압력을)버티기 쉬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과 
한 번에

시행사가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방안 중 하나는 임대주택 비중의 감소였다. 성남알앤디PFV는 용도변경 조건 중 하나로 ‘100% 임대주택 건설’을 제시했다. 나중엔 이 조건에 대한 변경도 요청했다. 성남알앤디PFV는 “임대주택 대신 일반 분양주택을 짓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성남시는 임대주택 비중을 10%로 줄여줬다. 백현동 부지에 세워진 아파트단지는 총 1223가구 규모였기 때문에, 임대주택은 123가구로 결정됐다.

성남시는 지난 2017년 6월 성남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용도지역 변경을 위한 관련 기관 협의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기반시설 증가 등 여건이 변동돼 분양주택으로 변경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도 지난 2021년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개발 관련 사항은 식품연구원의 심각한 비위 사항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2018년 5월15일 최재형 감사원장 당시 감사 결과로 상세히 공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담당자가 부지 매입회사 대표의 부탁을 받아 지구단위계획 입안제안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성남시에 공문을 보내는 등 식품연구원 내부 비위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백형희 당시 식품연구원장은 “매매계약서상 매수자에게 협조해야 할 의무조항이 있어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성남알앤디PFV는 약 3143억원의 분양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제1심 재판 중 지난해 11월24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모 전 성남시 주거환경과장의 증언은 판결서 언급한 ‘이 대표의 주장과 다른 성남 공무원의 증언’의 핵심이다.

전씨는 이날 “국토부가 2014년 12월9일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가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이어 “식품연구원 부지는 혁신도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성남시가 법률상 의무조항에 따라 반드시 용도변경을 해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전씨를 직접 신문했다. 이 대표는 “식품연구원이 빨리 이전할 수 있도록 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국토부가 이를 수행했는데, 부담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전씨는 “부담은 없었고, 오로지 시장님(이 대표)의 지시사항만 따랐다”고 답변했다.

이 대표는 “용도변경 신청이 있을 때마다 국토부가 공문을 보냈는데도 부담이 없었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전씨는 “부담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27일 진행된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공판엔 성남시 도시계획과장을 지낸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가 전화해서 ‘국토부의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저는 협박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가 “국토부의 협박을 취재해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일간지 기자 김모씨는 지난 6월28일 증인으로 출석해 “직무유기라는 말을 꺼낸 국토부 공무원을 찾지 못했고, 중앙정부와 지방이 너무 장시간 갈등을 끌고 있어 보도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취재를 더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로비스트는 법정 구속
이 대표의 본게임은?

반대로 성남시 비서실장·국장·공보관 등을 지냈던 공무원들은 “성남시 공무원이 국토부의 압박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정도로 기억한다”는 등 이 대표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을 남겼다. 따라서 항소심서 격론이 이어지거나, 이들을 증인으로 다시 소환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표는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 진행을 위해 로비스트 격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성남알앤디PFV 최대주주로서, 약 480억원대 횡령 혐의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선대본부장을 맡았고, 이 대표, 정 전 실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표와의 연락은 2010년 이후로 끊겼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 전 대표도 지난 2023년 3월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서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서 나를 배제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성남시 도시계획팀장을 지낸 A씨는 지난 2023년 9월13일 김 전 대표 재판서 “정 전 실장이 술자리서 ‘인섭이 형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니, 잘 챙겨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거스를 수 없는 지시로 받아들여졌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따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소회를 남겼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월13일 제1심 선고공판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제1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 전 대표의 알선·청탁을 들어줬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와의 연락은 끊겼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대표와 김 전 대표의 특수관계는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지난 8월23일 제1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고,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오는 28일 김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는 프롤로그에 불과하다는 것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12일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게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특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재판을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재판을 담당하는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했다. 이 재판의 1심 선고서 이 대표 관련 핵심 의혹들에 대한 잠정적인 판단이 모두 쏟아져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1건 추가
총 5건

검찰은 이 대표에게 재판 1건을 추가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는 지난 19일 이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재임 중 관용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법인카드로 음식을 구입하는 등 총 1억653만원 상당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배우자 김혜경씨와 관련된 의혹이었고, 김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로써 이 대표가 받는 형사재판은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대북 송금 ▲업무상 배임 등 총 5건이 됐다. 프롤로그의 충격은 가시지도 않았지만, 본게임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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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