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 폰지사기’ 돈세탁에 감긴 시장님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25 12:41:06
  • 호수 1507호
  • 댓글 0개

아내 갤러리서 그림 산 돈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 1만671명으로부터 5062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금융관계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거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원금 보전을 약속하면서 투자를 유도했다. 특히,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현직 광역시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서 수억원대 미술품을 구매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수천억원대 가상화폐 폰지사기(불법다단계·유사수신) 의혹을 받는 ‘와콘’ 변영오 대표 등 2명과 국장·지사장·센터장급 간부 4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변 대표 등 구속된 2명은 지난 7월23일, 그 외 직원들은 지난달 23일 검찰에 넘겨졌다.

피눈물로

앞서 일당은 본사와 지사, 센터 등 전국에 있는 사무실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 40일의 약정 기간이 지난 뒤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고 20%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상위 업체 SAK-3(싹쓰리)의 김대천 회장이 소개한 해외카지노 정킷 사업에 일부 투자할 뿐 피해자들에게 설명한 수익사업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는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으로 볼 수 있다. 

피해금 대부분은 일당의 수당과 돈세탁 용도의 미술품, 요트, 토지 구입, 정치인 로비를 위한 상품권 구입 등에 사용됐으며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수당과 소개비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충당했다. 또 실제 예치 사이트인 것처럼 꾸민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투자금이 안전하게 예치되고 약정 이자도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처럼 보였던 해당 사이트는 단순 전산 담당이 입력한 숫자만 나타나게 설정된 것일 뿐, 실제 투자금과 가상자산은 모두 총책 김 회장의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모든 사건의 설계자라고 설명했다. 싹쓰리는 변 대표를 포함해 6명의 이사(지분자)를 뒀다. 김 회장 일당은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서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나, 이들은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일로 인해 경찰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김 회장의 돈세탁 역할을 맡은 변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국 지사를 돌며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6월부터 출금이 막힌 이유로 싹쓰리에게 사기를 당해 돈을 못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싹쓰리 일당을 고소했고, 투자한 원금과 그 업체의 재산을 다 파악한 상태라고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살펴보면, 김 회장이 변 대표에게 ‘H 화랑에 총 7억3700만4000원을 송금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회장은 2022년 5월31일, 7월16일, 9월1일 3차례에 걸쳐 모 광역시 소재 H 화랑에 각각 3억1220만4000원, 1억5680만원, 2억6800만원을 송금하라고 했다. 이에 변 대표는 즉각 이체확인증을 보내며 답장했다. 

취재 결과, H 화랑은 소재지인 모 광역시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확인됐다. 실제로 김 회장 측은 H 화랑서 광역시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시에 수억원을 기부하며 광역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의 장인 권모씨도 해운회사를 운영하며 지자체장을 후원했다고 알려졌다.

다단계 폰지사기 혐의 와콘 변영오 일당 송치
상위 업체 ‘SAK-3’ 김대천 회장 기막힌 작전

또 다른 대화 메시지에는 김 회장이 변 대표에게 ‘상품권을 구입해야 한다’며 2022년 10월7일, 11월8일과 지난해 2월6일 각각 3억5000만원, 2억8830만원, 1억9200만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해당 상품권을 H 화랑 대표의 남편인 광역시장에게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회장이 구매한 약 10억원에 달하는 호화 요트도 발견돼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싹쓰리와 와콘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한 남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광주시에 거주한 A씨는 지난해 11월28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매체가 입수한 A씨의 유서에는 김 회장에 대한 원망이 담겼다.

A씨의 유서 마지막에는 “김 회장, 김주현, 강주연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피해자 구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 유서에 언급된 김주현은 직업 군인 출신으로 직접 투자 설명회를 갖고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이더리움을 김 회장에게 전달하는 최종 모집책의 역할을 했다. 김씨와 내연관계인 강주영은 자금관리를 맡았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 여성이다. 경찰은 투자자 1명 소개 시 그 투자액의 10%를 소개비로 지급하는 수법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1인당 최대 피해금액은 92억원에 달했다. 와콘은 변 대표와 함께 구속된 공범이 기존에 갖고 있던 유사수신 조직을 활용해 투자자들을 늘려나갔다.

비전문가들은 알기 어려운 가상자산 투자라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490건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다. 변 대표가 설립·운영한 서울 본사와 전국 지사 및 일당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피의자 42명을 포함해 프로그램 개발자·직원 등 관련자 50여명을 조사했다.

압수수색 과정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고, 추가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전체 101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결정을 받았다.

회원 수만 약 1만2000명으로 추정되는 와콘은 IT회사를 표방했지만, 뚜렷한 수익구조 없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선순위 투자자에게 고배당을 지급한 다단계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다. 전국 곳곳에 지사를 두고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티핑·메인이더넷 사업 등으로 가상화폐 스테이킹 상품을 운용했다. 

투자자 모집 과정서 지인 소개비로 무제한 레퍼럴(거래 수수료) 수익을 두고 직급에 따라 고배당을 지급하는 등 다단계 방식을 취했다.

광역시장 부인 화랑에 7억 이상 송금 
로비용 상품권 구입에 총 8억3030만원

경찰은 싹쓰리를 대상으로도 수사 중이다.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김 회장은 변 대표를 포함한 6명의 지분자를 두고 와콘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았다가, 지난해 2월부터 원금 및 이자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싹쓰리로 인한 피해 금액은 와콘서 돌려받지 못한 금액과 다른 지분자들에게서 거둬들인 투자금까지 포함해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와콘을 제외하고 다른 지분자들은 P2P(개인간 거래) 방식으로 개인 다단계를 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와콘을 변호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가 농·수·축산물 거래를 가장한 폰지사기 혐의를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등의 변호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논란이 일자 최근 이 변호사는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템코리아의 이상은 회장과 본부장 손모씨 등 4명은 지난 1월10일 구속 기소됐다. 또 휴스템코리아 법인 등 6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변호사가 검사 시절 수사 지시한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 관계자를 퇴임 후 변호한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검사장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에 배당했다.

앞서 법조윤리협의회는 지난 8일 제131차 위원전원회의를 열고 지난해 하반기 공직 퇴임 및 특정 변호사에 대한 수임 자료 검토 결과 이 변호사를 포함해 총 4명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21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 관계자 중 한 명을 퇴직 후 변호한 것으로 전해졌고, 법조윤리회는 수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은 코인업체 브이글로벌이 발행한 코인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300%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 5만여명에게 2조8000억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이 과정서 주요 피의자인 브이글로벌 관계사 대표 김모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곽모씨에 대한 변호를 수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이 변호사는 1조원대 피해를 낸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의 휴스템코리아 법인과 대표 이모씨, 4400억원대 유사 수신업체 아도인터내셔널의 관계자 변호도 맡았지만 박 의원이 출마한 지난 총선 과정서 전관예우, 고액 수임료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로비 시도?

국민의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 관련 이 변호사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고, 중앙지검은 이를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변호사는 인천지검 2차장검사,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대검찰청 형사부장, 서울서부지검장 등을 지냈고, 2016년 불법 다단계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유사 수신·다단계 분야서 블랙벨트(공인전문검사 1급)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정책보좌관으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 실무 총괄을 맡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