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 폰지사기’ 돈세탁에 감긴 시장님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25 12:41:06
  • 호수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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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갤러리서 그림 산 돈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 1만671명으로부터 5062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금융관계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거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원금 보전을 약속하면서 투자를 유도했다. 특히,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현직 광역시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서 수억원대 미술품을 구매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수천억원대 가상화폐 폰지사기(불법다단계·유사수신) 의혹을 받는 ‘와콘’ 변영오 대표 등 2명과 국장·지사장·센터장급 간부 4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변 대표 등 구속된 2명은 지난 7월23일, 그 외 직원들은 지난달 23일 검찰에 넘겨졌다.

피눈물로

앞서 일당은 본사와 지사, 센터 등 전국에 있는 사무실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 40일의 약정 기간이 지난 뒤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고 20%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상위 업체 SAK-3(싹쓰리)의 김대천 회장이 소개한 해외카지노 정킷 사업에 일부 투자할 뿐 피해자들에게 설명한 수익사업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는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으로 볼 수 있다. 

피해금 대부분은 일당의 수당과 돈세탁 용도의 미술품, 요트, 토지 구입, 정치인 로비를 위한 상품권 구입 등에 사용됐으며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수당과 소개비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충당했다. 또 실제 예치 사이트인 것처럼 꾸민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투자금이 안전하게 예치되고 약정 이자도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처럼 보였던 해당 사이트는 단순 전산 담당이 입력한 숫자만 나타나게 설정된 것일 뿐, 실제 투자금과 가상자산은 모두 총책 김 회장의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모든 사건의 설계자라고 설명했다. 싹쓰리는 변 대표를 포함해 6명의 이사(지분자)를 뒀다. 김 회장 일당은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서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나, 이들은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일로 인해 경찰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김 회장의 돈세탁 역할을 맡은 변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국 지사를 돌며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6월부터 출금이 막힌 이유로 싹쓰리에게 사기를 당해 돈을 못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싹쓰리 일당을 고소했고, 투자한 원금과 그 업체의 재산을 다 파악한 상태라고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살펴보면, 김 회장이 변 대표에게 ‘H 화랑에 총 7억3700만4000원을 송금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회장은 2022년 5월31일, 7월16일, 9월1일 3차례에 걸쳐 모 광역시 소재 H 화랑에 각각 3억1220만4000원, 1억5680만원, 2억6800만원을 송금하라고 했다. 이에 변 대표는 즉각 이체확인증을 보내며 답장했다. 

취재 결과, H 화랑은 소재지인 모 광역시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확인됐다. 실제로 김 회장 측은 H 화랑서 광역시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시에 수억원을 기부하며 광역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의 장인 권모씨도 해운회사를 운영하며 지자체장을 후원했다고 알려졌다.

다단계 폰지사기 혐의 와콘 변영오 일당 송치
상위 업체 ‘SAK-3’ 김대천 회장 기막힌 작전

또 다른 대화 메시지에는 김 회장이 변 대표에게 ‘상품권을 구입해야 한다’며 2022년 10월7일, 11월8일과 지난해 2월6일 각각 3억5000만원, 2억8830만원, 1억9200만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해당 상품권을 H 화랑 대표의 남편인 광역시장에게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회장이 구매한 약 10억원에 달하는 호화 요트도 발견돼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싹쓰리와 와콘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한 남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광주시에 거주한 A씨는 지난해 11월28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매체가 입수한 A씨의 유서에는 김 회장에 대한 원망이 담겼다.

A씨의 유서 마지막에는 “김 회장, 김주현, 강주연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피해자 구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 유서에 언급된 김주현은 직업 군인 출신으로 직접 투자 설명회를 갖고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이더리움을 김 회장에게 전달하는 최종 모집책의 역할을 했다. 김씨와 내연관계인 강주영은 자금관리를 맡았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 여성이다. 경찰은 투자자 1명 소개 시 그 투자액의 10%를 소개비로 지급하는 수법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1인당 최대 피해금액은 92억원에 달했다. 와콘은 변 대표와 함께 구속된 공범이 기존에 갖고 있던 유사수신 조직을 활용해 투자자들을 늘려나갔다.

비전문가들은 알기 어려운 가상자산 투자라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490건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다. 변 대표가 설립·운영한 서울 본사와 전국 지사 및 일당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피의자 42명을 포함해 프로그램 개발자·직원 등 관련자 50여명을 조사했다.

압수수색 과정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고, 추가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전체 101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결정을 받았다.

회원 수만 약 1만2000명으로 추정되는 와콘은 IT회사를 표방했지만, 뚜렷한 수익구조 없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선순위 투자자에게 고배당을 지급한 다단계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다. 전국 곳곳에 지사를 두고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티핑·메인이더넷 사업 등으로 가상화폐 스테이킹 상품을 운용했다. 

투자자 모집 과정서 지인 소개비로 무제한 레퍼럴(거래 수수료) 수익을 두고 직급에 따라 고배당을 지급하는 등 다단계 방식을 취했다.

광역시장 부인 화랑에 7억 이상 송금 
로비용 상품권 구입에 총 8억3030만원

경찰은 싹쓰리를 대상으로도 수사 중이다.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김 회장은 변 대표를 포함한 6명의 지분자를 두고 와콘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았다가, 지난해 2월부터 원금 및 이자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싹쓰리로 인한 피해 금액은 와콘서 돌려받지 못한 금액과 다른 지분자들에게서 거둬들인 투자금까지 포함해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와콘을 제외하고 다른 지분자들은 P2P(개인간 거래) 방식으로 개인 다단계를 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와콘을 변호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가 농·수·축산물 거래를 가장한 폰지사기 혐의를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등의 변호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논란이 일자 최근 이 변호사는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템코리아의 이상은 회장과 본부장 손모씨 등 4명은 지난 1월10일 구속 기소됐다. 또 휴스템코리아 법인 등 6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변호사가 검사 시절 수사 지시한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 관계자를 퇴임 후 변호한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검사장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에 배당했다.

앞서 법조윤리협의회는 지난 8일 제131차 위원전원회의를 열고 지난해 하반기 공직 퇴임 및 특정 변호사에 대한 수임 자료 검토 결과 이 변호사를 포함해 총 4명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21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 관계자 중 한 명을 퇴직 후 변호한 것으로 전해졌고, 법조윤리회는 수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은 코인업체 브이글로벌이 발행한 코인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300%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 5만여명에게 2조8000억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이 과정서 주요 피의자인 브이글로벌 관계사 대표 김모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곽모씨에 대한 변호를 수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이 변호사는 1조원대 피해를 낸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의 휴스템코리아 법인과 대표 이모씨, 4400억원대 유사 수신업체 아도인터내셔널의 관계자 변호도 맡았지만 박 의원이 출마한 지난 총선 과정서 전관예우, 고액 수임료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로비 시도?

국민의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 관련 이 변호사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고, 중앙지검은 이를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변호사는 인천지검 2차장검사,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대검찰청 형사부장, 서울서부지검장 등을 지냈고, 2016년 불법 다단계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유사 수신·다단계 분야서 블랙벨트(공인전문검사 1급)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정책보좌관으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 실무 총괄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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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