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으며 걷는 길 ④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발끝에 흩어진, 가을이었다

이생진 시인은 ‘낙엽’이라는 시에서 ‘한 장의 지폐보다 /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말한다. 그리고 ‘그때가 좋은 때다’라고 덧붙인다. 그러니 스산한 11월, 가난한 마음에 떨어진 낙엽은 기꺼움으로 마주해 봐도 좋겠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가녀린 침엽의 메타세쿼이아가 가을을 물들인다. 메타세쿼이아는 활엽낙엽수가 단풍을 떨굴 때 즈음 뒤늦게 단풍이 드는 ‘낙엽침엽수’다. 침엽수는 소나무나 주목처럼 사철 푸른 잎을 뽐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메타세쿼이아는 다르다. 가을에는 무리 진 침엽에 붉은 단풍이 들고 낙엽 또한 돗자리를 깔아놓은 듯 바닥 위에 얕고 넓게 흩어진다.

장태산자연휴양림에 처음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이는 고 임창봉씨다. 장태산자연휴양림 초입에는 그의 흉상이 있고 ‘1972년부터 24만여평에 20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적혀 있다. 흉상 뒤편에는 그가 쓴 ‘나의 신조’가 남아 있다. “나는 여생을 나무를 심고 가꾸며 진실하고 정직하게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성실하게 살겠다. 흙과 나무는 사람과 같이 속이지 않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낙엽 침엽수

그러니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 숲을 거니는 건, 나무를 사랑한 그의 삶 속으로 스미는 여정이기도 하다. 낙엽 밟는 소리가 소란스럽지 않은 것 또한 그런 까닭이겠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소유다. 임창봉씨의 사업이 어려워지며 경매에 나왔고, 이를 대전광역시가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이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역시나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 숲 사이를 비집고 지난다.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공중으로 난 산책로를 걷는 일은 꽤 신비롭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무의 중간 높이 정도에 다다랐을 뿐인데, 가지는 머리 위로 또 한참을 올라간다.

메타세쿼이아는 중생대 백악기부터 공룡과 함께 살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1940년대 군락이 발견되며 부활했다. 생장 속도가 무척 빠르고 보통 35m 높이까지 자란다. 그 사실까지 알고 나면 왠지 공룡의 어깨 위에 올라탄 듯도 하다. 

스카이웨이가 끝나는 지점에는 스카이타워가 방점을 찍는다.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는 나선형 덱으로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아 정상부에 다다른다. 정상부 전망대에 오르고서야 비로소 메타세쿼이아의 꼭대기, 우듬지와 눈을 맞춘다.

타워서 발 아래를 내려 보면 아찔하다. 스카이웨이 높이는 비할 바가 아니다. 먼 산에는 앞선 단풍들이 번지기 시작한다. 장태산은 해발고도 374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임창봉씨가 왜 ‘높고 깊은 산(長泰山)’이라 이름을붙였는지 알 법하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 숲
고 임창봉씨의 나무 사랑을 볼 수 있는 곳

장태산자연휴양림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여름 휴가차 방문해 더 유명해졌다. 관리사무소 앞에는 대통령 탐방 코스 안내도가 있다. 스카이웨이 쪽이 아니라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삼림욕장과 숲속교실을 지나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구간으로 약 50분 정도 걸린다.

초입의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 정도만 다녀와도 좋다.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메타세쿼이아 숲 아래가 스카이웨이 쪽보다 낫다. 선베드와 들마루 등 쉼의 자리가 잘 갖춰져 있어, 하늘을 보며 눕는 이들이 많다. 메타세쿼이아의 높이를 다시 실감한다. 

늦은 가을에는 메타세쿼이아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침엽의 낙엽은 ‘바스락’거리는 대신 빗질처럼 쓸리는데, 그럴 땐 발끝서 가을이 소리 없이 저무는 것만 같다. 그 밖에 스카이웨이서 이어지는 140m의 출렁다리나 다정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생태연못 등도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이다.

숲속의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며 메타세쿼이아의 숲을 마주할 수도 있다. 

대전트래블라운지는 대전광역시가 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쉼터이자 문화공간이다. 대전역서 도보 10분 거리라 여행의 출발로 삼기에 알맞다. 대전의 제철 여행 정보를 얻거나 여행 가방 무료 보관서비스만 이용해도 충분하다. 2층으로 이뤄진 라운지 내에는 무인 카페, 여행책 서가, 굿즈숍 등이 있어 숨을 고르며 여행 계획을 짜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대전 원도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원도심 동행투어(무료)를 청할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의 가을만으로 아쉬울 때는 한밭수목원을 찾을 일이다. 도시의 숲에 공원이 아닌 수목원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가보면 안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조성한 부지는 지난 2005년 서원, 2009년 동원이 차례로 개원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은 ‘2023~2024 한국관광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울창하다.

한밭수목원

특히 서원 명상의 숲 인근은 붉은 단풍과 대숲의 초록이 조화롭다. 명상의 숲에서 습지원을 지나 단풍숲까지 가을 산책을 누려봄 직하다.

한밭수목원 남쪽은 이응노미술관이 위치한다. 고암 이응노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우리나라 대표 추상화가다. 동양의 필묵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은 우리 전통의 미가 짙게 묻어난다. 특히 <군상> 연작 시리즈와 문자 추상이 눈여겨볼 작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써나갔다면 이응노 화백은 <군상>으로 그려냈다.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디자인한 미술관 건물 역시 흥미롭다. 고암의 작품 <수(壽)>의 문자 추상을 건축적으로 표현했다. 야외는 우리 전통 건축의 담과 마당 그리고 초입의 두 그루 소나무가 고암의 작품처럼 짙은 여운을 남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장태산자연휴양림→한밭수목원→이응노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장태산자연휴양림→한밭수목원→이응노미술관
-둘째 날 대전트래블라운지→계족산→소제동 카페골목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장태산자연휴양림 www.jangtaesan.or.kr 
-이응노미술관 www.leeungnomuseum.or.kr 
-한밭수목원 www.daejeon.go.kr/gar 
-대전관광 https://www.daejeontour.co.kr

운영 정보
장태산자연휴양림 운영시간: 24시간, 숙박 입실 15시 이후, 퇴실 11시 이전,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장태산자연휴양림 042)270-7885
-이응노미술관 042)611-9800
-한밭수목원 042)270-8452~3
-대전트래블라운지 042)221-1905

대중교통
-기차 | 서울역-대전역, KTX 수시(05:03~23:28) 운행, 약 1시간 소요. 대전역/역전시장 정류장서 20번 버스 이용 장태산자연휴양림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대전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042)522-2254 www.daejeonbus.or.kr

-버스 | 서울-대전, 서울고속터미널서 15~20분 단위(06:00~ 24:00) 운행, 약 2시간 소요. 대전복합버스터미널서 용전네거리 정류장까지 560m 이동 후 615번 버스 이용. 도마삼거리 정류장서 22번 환승 후 장태산자연휴양림 하차.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대전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042)522-2254 www.daejeonbus.or.kr

자가운전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서대전IC→계백로→벌곡로→장안로→장태산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호텔더에이치: 한국관광 품질인증, 대덕구 신탄진동로, 042)932-0005, http://www.hoteltheh.com/ 
-베니키아 테크노밸리 호텔: 유성구 테크노중앙로, 042)671-0500, www.hotel technovalley.com 
-호텔ICC: 유성구 엑스포로, 042)866-5000, www.hoteli cc.com

식당 정보
-태화장(맨보샤): 동구 중앙로, 042)256-2407
-호숫가에서 본점(오리훈제 쌈밥정식): 서구 장안로 042)581-3303
-이태리국시 본점(숯불갈비쌈피자): 서구 둔산로31번길 042)485-0950

주변 볼거리
국립중앙과학관, 으능정이문화의거리, 대전근현대사전시관, 금강로하스해피로드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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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