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밟으며 걷는 길 ④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발끝에 흩어진, 가을이었다

이생진 시인은 ‘낙엽’이라는 시에서 ‘한 장의 지폐보다 /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 말한다. 그리고 ‘그때가 좋은 때다’라고 덧붙인다. 그러니 스산한 11월, 가난한 마음에 떨어진 낙엽은 기꺼움으로 마주해 봐도 좋겠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가녀린 침엽의 메타세쿼이아가 가을을 물들인다. 메타세쿼이아는 활엽낙엽수가 단풍을 떨굴 때 즈음 뒤늦게 단풍이 드는 ‘낙엽침엽수’다. 침엽수는 소나무나 주목처럼 사철 푸른 잎을 뽐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메타세쿼이아는 다르다. 가을에는 무리 진 침엽에 붉은 단풍이 들고 낙엽 또한 돗자리를 깔아놓은 듯 바닥 위에 얕고 넓게 흩어진다.

장태산자연휴양림에 처음 메타세쿼이아 숲을 조성한 이는 고 임창봉씨다. 장태산자연휴양림 초입에는 그의 흉상이 있고 ‘1972년부터 24만여평에 20만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적혀 있다. 흉상 뒤편에는 그가 쓴 ‘나의 신조’가 남아 있다. “나는 여생을 나무를 심고 가꾸며 진실하고 정직하게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성실하게 살겠다. 흙과 나무는 사람과 같이 속이지 않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낙엽 침엽수

그러니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 숲을 거니는 건, 나무를 사랑한 그의 삶 속으로 스미는 여정이기도 하다. 낙엽 밟는 소리가 소란스럽지 않은 것 또한 그런 까닭이겠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소유다. 임창봉씨의 사업이 어려워지며 경매에 나왔고, 이를 대전광역시가 인수해 산림문화휴양관 등을 새로이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휴양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역시나 스카이웨이와 스카이타워. 지상 10~16m 높이에 놓인 스카이웨이는 메타세쿼이아 숲 사이를 비집고 지난다. 메타세쿼이아를 곁에 두고 공중으로 난 산책로를 걷는 일은 꽤 신비롭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무의 중간 높이 정도에 다다랐을 뿐인데, 가지는 머리 위로 또 한참을 올라간다.


메타세쿼이아는 중생대 백악기부터 공룡과 함께 살아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1940년대 군락이 발견되며 부활했다. 생장 속도가 무척 빠르고 보통 35m 높이까지 자란다. 그 사실까지 알고 나면 왠지 공룡의 어깨 위에 올라탄 듯도 하다. 

스카이웨이가 끝나는 지점에는 스카이타워가 방점을 찍는다. 높이 27m의 스카이타워는 나선형 덱으로 빙글빙글 몇 바퀴를 돌아 정상부에 다다른다. 정상부 전망대에 오르고서야 비로소 메타세쿼이아의 꼭대기, 우듬지와 눈을 맞춘다.

타워서 발 아래를 내려 보면 아찔하다. 스카이웨이 높이는 비할 바가 아니다. 먼 산에는 앞선 단풍들이 번지기 시작한다. 장태산은 해발고도 374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임창봉씨가 왜 ‘높고 깊은 산(長泰山)’이라 이름을붙였는지 알 법하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 숲
고 임창봉씨의 나무 사랑을 볼 수 있는 곳

장태산자연휴양림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여름 휴가차 방문해 더 유명해졌다. 관리사무소 앞에는 대통령 탐방 코스 안내도가 있다. 스카이웨이 쪽이 아니라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삼림욕장과 숲속교실을 지나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구간으로 약 50분 정도 걸린다.

초입의 메타세쿼이아 삼림욕장 정도만 다녀와도 좋다.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메타세쿼이아 숲 아래가 스카이웨이 쪽보다 낫다. 선베드와 들마루 등 쉼의 자리가 잘 갖춰져 있어, 하늘을 보며 눕는 이들이 많다. 메타세쿼이아의 높이를 다시 실감한다. 

늦은 가을에는 메타세쿼이아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기에도 좋은 장소다. 침엽의 낙엽은 ‘바스락’거리는 대신 빗질처럼 쓸리는데, 그럴 땐 발끝서 가을이 소리 없이 저무는 것만 같다. 그 밖에 스카이웨이서 이어지는 140m의 출렁다리나 다정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생태연못 등도 장태산자연휴양림의 명물이다.


숲속의집이나 산림문화휴양관 등이 있어 하룻밤 묵어가며 메타세쿼이아의 숲을 마주할 수도 있다. 

대전트래블라운지는 대전광역시가 관광객을 위해 마련한 쉼터이자 문화공간이다. 대전역서 도보 10분 거리라 여행의 출발로 삼기에 알맞다. 대전의 제철 여행 정보를 얻거나 여행 가방 무료 보관서비스만 이용해도 충분하다. 2층으로 이뤄진 라운지 내에는 무인 카페, 여행책 서가, 굿즈숍 등이 있어 숨을 고르며 여행 계획을 짜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대전 원도심에 관심 있는 이들은 문화관광해설사에게 원도심 동행투어(무료)를 청할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의 가을만으로 아쉬울 때는 한밭수목원을 찾을 일이다. 도시의 숲에 공원이 아닌 수목원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가보면 안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조성한 부지는 지난 2005년 서원, 2009년 동원이 차례로 개원했다. 약 20년이 지난 지금은 ‘2023~2024 한국관광100선’에 이름을 올릴 만큼 울창하다.

한밭수목원

특히 서원 명상의 숲 인근은 붉은 단풍과 대숲의 초록이 조화롭다. 명상의 숲에서 습지원을 지나 단풍숲까지 가을 산책을 누려봄 직하다.

한밭수목원 남쪽은 이응노미술관이 위치한다. 고암 이응노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우리나라 대표 추상화가다. 동양의 필묵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품은 우리 전통의 미가 짙게 묻어난다. 특히 <군상> 연작 시리즈와 문자 추상이 눈여겨볼 작품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써나갔다면 이응노 화백은 <군상>으로 그려냈다.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디자인한 미술관 건물 역시 흥미롭다. 고암의 작품 <수(壽)>의 문자 추상을 건축적으로 표현했다. 야외는 우리 전통 건축의 담과 마당 그리고 초입의 두 그루 소나무가 고암의 작품처럼 짙은 여운을 남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장태산자연휴양림→한밭수목원→이응노미술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장태산자연휴양림→한밭수목원→이응노미술관
-둘째 날 대전트래블라운지→계족산→소제동 카페골목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장태산자연휴양림 www.jangtaesan.or.kr 
-이응노미술관 www.leeungnomuseum.or.kr 
-한밭수목원 www.daejeon.go.kr/gar 
-대전관광 https://www.daejeontour.co.kr

운영 정보
장태산자연휴양림 운영시간: 24시간, 숙박 입실 15시 이후, 퇴실 11시 이전,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장태산자연휴양림 042)270-7885
-이응노미술관 042)611-9800
-한밭수목원 042)270-8452~3
-대전트래블라운지 042)221-1905


대중교통
-기차 | 서울역-대전역, KTX 수시(05:03~23:28) 운행, 약 1시간 소요. 대전역/역전시장 정류장서 20번 버스 이용 장태산자연휴양림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대전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042)522-2254 www.daejeonbus.or.kr

-버스 | 서울-대전, 서울고속터미널서 15~20분 단위(06:00~ 24:00) 운행, 약 2시간 소요. 대전복합버스터미널서 용전네거리 정류장까지 560m 이동 후 615번 버스 이용. 도마삼거리 정류장서 22번 환승 후 장태산자연휴양림 하차.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대전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042)522-2254 www.daejeonbus.or.kr

자가운전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서대전IC→계백로→벌곡로→장안로→장태산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호텔더에이치: 한국관광 품질인증, 대덕구 신탄진동로, 042)932-0005, http://www.hoteltheh.com/ 
-베니키아 테크노밸리 호텔: 유성구 테크노중앙로, 042)671-0500, www.hotel technovalley.com 
-호텔ICC: 유성구 엑스포로, 042)866-5000, www.hoteli cc.com


식당 정보
-태화장(맨보샤): 동구 중앙로, 042)256-2407
-호숫가에서 본점(오리훈제 쌈밥정식): 서구 장안로 042)581-3303
-이태리국시 본점(숯불갈비쌈피자): 서구 둔산로31번길 042)485-0950

주변 볼거리
국립중앙과학관, 으능정이문화의거리, 대전근현대사전시관, 금강로하스해피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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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