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트럼프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탈환에 성공했다.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 박빙이 아닌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히스패닉과 흑인 집단 사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한국 외교·안보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했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취임한 대통령이자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131년 만에 첫 임기 후 재선에서는 낙선하고 3번째 선거서 당선된 인물이다. 수백건의 논란을 달고 사는 그의 재등장으로 국제 정세 지각변동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가 출신
재집권 성공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보유 재산이 많은 미국 대통령이다. 로널드 레이건에 이은 미국 역대 두 번째 셀럽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1946년 뉴욕서 부동산 재벌인 프레드 트럼프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메리 앤 매클라우드 트럼프는 스코틀랜드서 온 이민자였고, 가정부로 일하다 아버지인 프레드와 결혼했다. 그의 친할아버지 프레더릭 트럼프와 친할머니인 엘리자베스 크라이스트 트럼프는 당시 바이에른 왕국 칼슈타트서 온 독일계 이민자였다.

트럼프는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자존심이 강한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도저식으로 추진하는 추진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반대로 자기만이 옳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선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그 누구도 자신보다 앞설 수 없고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성향이 강하다. 트럼프는 어린 시절부터 일반적인 성향이 아니었다고 한다. 극단적인 수준으로 자신감이 넘쳤으며 그 누구도 존경하거나 롤모델로 삼지 않았다.


트럼프의 극단적 자기애는 사업체에서 자신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으로 드러난다. 몇몇 반대자들은 트럼프의 자신감이 병적인 수준으로 높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규정한다.

트럼프의 저서를 보면 그 성격의 진가가 드러난다. 트럼프는 “옛날 이야기는 싫다. 현재와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그 외 트럼프를 잘 아는 이들의 일화를 들어보면 자존감이 강하고 타인에게 지는 것에 대단히 민감하다고 한다.

트럼프는 할리우드서 성공을 거둔 배우 아세니오 홀을 보는 관점도 달랐다. 홀이 대중으로부터 극심한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트럼프에게 홀은 그저 하찮은 존재로 평가됐다.

트럼프의 첫 번째 아내 이바나 역시 굴욕을 끔찍이 싫어하는 트럼프와 관련한 일화를 얘기했다. 결혼하기 전 두 사람은 콜로라도로 스키 여행을 떠났다. 스키 실력이 상당했던 이바나는 자신의 실력을 트럼프에게 미리 귀띔해주지 않았다.

이바나는 “트럼프 앞에서 제비 돌기를 두 차례 하고선 사라졌는데 트럼프가 화가 많이 났다”며 “트럼프는 스키를 벗어던지고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자신보다 여자친구의 실력이 뛰어났다는)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기 자신을 “나는 매우 반항적인 사람”이라며 “논쟁이든 육체적인 다툼이든 모든 싸움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13세였을 때는 심지어 음악교사가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며 교사를 폭행했다고 한다. 이 같은 어린 시절 기행으로 인해 트럼프의 부모는 그를 뉴욕 군사학교에 입학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악동·이단아…군사학교 계기
카지노·연예 사업 등 벌이다 수차례 파산도


이후 트럼프는 군사학교를 대단히 싫어했는지, 부모에게 잘못했다고 자주 빌었다고 한다. 당시 동료들도 그가 하급생 시절에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였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상급생이 되자 군사학교를 좋아했다. 명령을 받는 건 무척 싫어했지만 남에게 명령하는 건 무척 즐겼기에 그는 노력 끝에 중대장 생도가 됐다.

그는 훗날 이 상류층을 위한 사립 군사중고등학교서 5년간 군대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군사훈련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군대는 면제를 받았다. 1966년과 1968년 징병검사 당시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68년 재검서 1-Y(평시 면제/전시 징집) 판정을 받았고, 전시 징집 상황에 놓이자 입영 연기를 거듭한 끝에 다시 재검을 신청해 1972년에 4-F(전/평시 모두 면제) 판정을 받았다.

거친 언행과 성격, 다부진 덩치와 달리 트럼프는 술과 담배를 절대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가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해 폐인이 돼 사망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술을 가끔 즐겼으나 알코올 의존증으로 사망한 형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겨 절대로 술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댄 적이 없다고 한다.

한 청소년 행사에 참석해서 즉석으로 아이들을 뒤에 세워놓고 “나는 도널드 트럼프 앞에서 술, 담배, 마약을 하지 않기로 서약합니다”라는 약속을 읽게 하기도 했다. 백악관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된 관료들은 다 해임했을 정도다.

흡연자인 장관들도, 백악관 보좌관들도 트럼프 앞에서는 담배 냄새를 안 풍기게 철저히 입을 가글했다고 한다. 일부 측근들은 이를 계기로 금연에 도전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트럼프는 뉴욕 군사학교를 졸업한 후 USC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할리우드서 활동하려던 기존의 계획을 접고 포덤 대학교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경제학과로 편입해 졸업한 후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는 길을 택했다.

사업가의 길을 걸었던 그는 본인 소유의 회사를 4번 파산시킨 전력이 있다. 1991년 애틀랜틱시티의 타지마할을 당시 돈으로 10억달러 넘게 빚더미에 올려 앉히고는 파산신청을 시작으로, 다음 해인 1992년 트럼프 플라자 호텔(부채 5억5000달러), 2004년 트럼프 호텔과 트럼프 카지노(부채 18억달러), 2009년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파산했다.

어릴 때부터
극단적 성격

타지마할 카지노의 실패 이후 은행의 신뢰를 잃은 트럼프는 이후 피자 광고, 햄버거 광고 및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다. 시카고를 비롯한 많은 미국 주요 도시에는 트럼프의 이름이 크게 걸린 빌딩이 하나씩은 있는데 이건 본인이 지은 건물이라서가 아니라 자기 이름을 빌려준 것이다.

대한민국에도 서울, 부산 등에 트럼프월드가 있을 정도다. 이 밖에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들을 내기도 했다. 부동산 사업뿐만 아니라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를 소유하는 등 연예 사업도 진행했다.

트럼프는 젊은 시절부터 언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의 저서에는 “언론은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싸움 붙이는 걸 좋아한다” “언론이 날 이용하듯이 나도 언론을 이용한다”는 등 단순히 언론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언론이 공격하면 이용하라’고 적혀있다.

실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서 트럼프는 언론과 적대 관계를 형성했고, 인터넷, 신문, 텔레비전, 유튜브, SNS 등에는 사실상 트럼프 이름밖에 보이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주장한 ‘언론을 역으로 이용하라’는 전략이 대선에도 통한 것이다.


트럼프가 영향을 받은 몇 안 되는 사례로 1970년대 매카시즘으로 유명한 로이 콘 변호사를 꼽을 수 있다. 로이 콘은 트럼프에게 “악명도 이득이 된다”고 조언했고 트럼프는 저서에도 비슷한 문구를 적기도 했다.

트럼프는 기업인으로서의 행보가 주가 돼 연방 상·하원 의원과 정부 공직은 물론이고, 주지사나 지방 의회 의원과 같은 자치단체 경력도 없어 정치 경력은 전무했다.

트럼프는 2000년대 당시 민주당의 성향과 일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의료보험 개혁을 찬성하거나 유색인종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하고, 낙태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러나 2008년 대선서 매케인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기성 정치인들에게 피로를 느끼고 있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됐다. 악명도 명성이라는 말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면서 공화당 경선을 1위로 통과하더니 결국 정치인으로 유명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정치 신인이었던 그가 당선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감옥행 모면
위험한 복귀

2018년 5월 기준 여론조사에 발표한 트럼프 정부의 지지율은 약 41.2~42.3%, 반감도는 52.5~52.9%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은 나빴고, 공화당 지지자들의 여론이 좋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여느 중간선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심판 선거로 작용했던 2018년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졌다. 중간선거 역사상 100년 만에 최고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분노한 민주당과 지키려는 공화당이 거세게 맞붙었으나 결과는 트럼프에게 불리해졌다는 평이 상당했다. 상원은 민주당이 방어하는 형태였으나, 공화당이 2석을 더 가져가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43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얻어 과반수로 하원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해 조지 H. W. 부시 이후 28년 만의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았다.

트럼프는 4년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6일(미국 동부 시각) 오전 2시30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서 연설을 통해 “오늘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당선을 “미국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정치적 승리”라고 자평하면서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다시 상원 다수당이 됐고, 하원 다수당 지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전례 없고 강력한 권한을 줬다”며 행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고 강하고 번영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며 “내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지난 4년간의 분열을 뒤로 하고 단결할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미국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우리나라(미국)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면서 “국경을 굳게 닫을 것이고, 사람들이 미국에 올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합법적인 방식으로 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270명)을 웃도는 277명을 확보해 해리스 부통령(선거인단 224명)을 눌렀다.

이번 대선서 트럼프는 7대 경합주(선거인단 93명)서 해리스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Sun Belt)로 분류되는 경합주 조지아(16명)와 노스캐롤라이나(16명)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돈·혐오 무기로 4년 만에 백악관 탈환
미디어 역이용 점령…행보는 예측 불가

경합주 중 선거인단 수가 19명으로 가장 많아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도 트럼프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P통신>은 트럼프가 백악관 탈환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향후 4년간 그의 형사 소송은 중단되게 됐다. 법무부 당국자들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방침에 따라 트럼프의 두 건의 연방 형사사건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가 대선서 패했더라도 이들 사건이 대법원 상고까지 갈 수 있을 만큼 쟁점이 첨예해 당분간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왔다.

이에 공소를 유지해 취임 전 몇 주간 소송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최종 결정은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에게 달려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중 취득한 국가기밀문건을 2021년 퇴임 후 플로리다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한 혐의와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형사 기소된 상태다. 이 사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임명한 스미스 특별검사가 수사해 기소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형사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임기 중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척 로젠버그 전 연방검사는 “합리적이고 불가피하지만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연방 사건 외에도 트럼프는 두 건의 형사사건에 더 연루돼있다. 뉴욕서 진행된 성추문 입막음 돈과 관련된 회계장부 조작 사건과 조지아주 검찰이 제기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이다. 뉴욕 사건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변호인단이 오는 26일로 예정된 형량 선고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 사건으로 트럼프는 최대 4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선고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지아 사건은 수사 검사와 풀턴카운티 검사장이 사적인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는 “취임 직후 2초 내에 스미스 특별검사를 해임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법무팀은 사건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기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반도
영향은?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는 국민의 압도적인 명령으로 당선됐다”며 “이제 국민은 사법제도 무기화를 즉각 중단해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통합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퇴임 후 사건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트럼프를 변호했던 제임스 트러스티 변호사는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사건을 기각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소송을 취하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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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