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트럼프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탈환에 성공했다.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 박빙이 아닌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히스패닉과 흑인 집단 사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한국 외교·안보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했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취임한 대통령이자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131년 만에 첫 임기 후 재선에서는 낙선하고 3번째 선거서 당선된 인물이다. 수백건의 논란을 달고 사는 그의 재등장으로 국제 정세 지각변동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가 출신
재집권 성공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보유 재산이 많은 미국 대통령이다. 로널드 레이건에 이은 미국 역대 두 번째 셀럽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1946년 뉴욕서 부동산 재벌인 프레드 트럼프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메리 앤 매클라우드 트럼프는 스코틀랜드서 온 이민자였고, 가정부로 일하다 아버지인 프레드와 결혼했다. 그의 친할아버지 프레더릭 트럼프와 친할머니인 엘리자베스 크라이스트 트럼프는 당시 바이에른 왕국 칼슈타트서 온 독일계 이민자였다.

트럼프는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자존심이 강한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도저식으로 추진하는 추진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반대로 자기만이 옳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선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그 누구도 자신보다 앞설 수 없고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성향이 강하다. 트럼프는 어린 시절부터 일반적인 성향이 아니었다고 한다. 극단적인 수준으로 자신감이 넘쳤으며 그 누구도 존경하거나 롤모델로 삼지 않았다.


트럼프의 극단적 자기애는 사업체에서 자신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으로 드러난다. 몇몇 반대자들은 트럼프의 자신감이 병적인 수준으로 높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규정한다.

트럼프의 저서를 보면 그 성격의 진가가 드러난다. 트럼프는 “옛날 이야기는 싫다. 현재와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그 외 트럼프를 잘 아는 이들의 일화를 들어보면 자존감이 강하고 타인에게 지는 것에 대단히 민감하다고 한다.

트럼프는 할리우드서 성공을 거둔 배우 아세니오 홀을 보는 관점도 달랐다. 홀이 대중으로부터 극심한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트럼프에게 홀은 그저 하찮은 존재로 평가됐다.

트럼프의 첫 번째 아내 이바나 역시 굴욕을 끔찍이 싫어하는 트럼프와 관련한 일화를 얘기했다. 결혼하기 전 두 사람은 콜로라도로 스키 여행을 떠났다. 스키 실력이 상당했던 이바나는 자신의 실력을 트럼프에게 미리 귀띔해주지 않았다.

이바나는 “트럼프 앞에서 제비 돌기를 두 차례 하고선 사라졌는데 트럼프가 화가 많이 났다”며 “트럼프는 스키를 벗어던지고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자신보다 여자친구의 실력이 뛰어났다는)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기 자신을 “나는 매우 반항적인 사람”이라며 “논쟁이든 육체적인 다툼이든 모든 싸움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13세였을 때는 심지어 음악교사가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며 교사를 폭행했다고 한다. 이 같은 어린 시절 기행으로 인해 트럼프의 부모는 그를 뉴욕 군사학교에 입학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악동·이단아…군사학교 계기
카지노·연예 사업 등 벌이다 수차례 파산도


이후 트럼프는 군사학교를 대단히 싫어했는지, 부모에게 잘못했다고 자주 빌었다고 한다. 당시 동료들도 그가 하급생 시절에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였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상급생이 되자 군사학교를 좋아했다. 명령을 받는 건 무척 싫어했지만 남에게 명령하는 건 무척 즐겼기에 그는 노력 끝에 중대장 생도가 됐다.

그는 훗날 이 상류층을 위한 사립 군사중고등학교서 5년간 군대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군사훈련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군대는 면제를 받았다. 1966년과 1968년 징병검사 당시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68년 재검서 1-Y(평시 면제/전시 징집) 판정을 받았고, 전시 징집 상황에 놓이자 입영 연기를 거듭한 끝에 다시 재검을 신청해 1972년에 4-F(전/평시 모두 면제) 판정을 받았다.

거친 언행과 성격, 다부진 덩치와 달리 트럼프는 술과 담배를 절대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가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해 폐인이 돼 사망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술을 가끔 즐겼으나 알코올 의존증으로 사망한 형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겨 절대로 술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댄 적이 없다고 한다.

한 청소년 행사에 참석해서 즉석으로 아이들을 뒤에 세워놓고 “나는 도널드 트럼프 앞에서 술, 담배, 마약을 하지 않기로 서약합니다”라는 약속을 읽게 하기도 했다. 백악관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된 관료들은 다 해임했을 정도다.

흡연자인 장관들도, 백악관 보좌관들도 트럼프 앞에서는 담배 냄새를 안 풍기게 철저히 입을 가글했다고 한다. 일부 측근들은 이를 계기로 금연에 도전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트럼프는 뉴욕 군사학교를 졸업한 후 USC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할리우드서 활동하려던 기존의 계획을 접고 포덤 대학교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경제학과로 편입해 졸업한 후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는 길을 택했다.

사업가의 길을 걸었던 그는 본인 소유의 회사를 4번 파산시킨 전력이 있다. 1991년 애틀랜틱시티의 타지마할을 당시 돈으로 10억달러 넘게 빚더미에 올려 앉히고는 파산신청을 시작으로, 다음 해인 1992년 트럼프 플라자 호텔(부채 5억5000달러), 2004년 트럼프 호텔과 트럼프 카지노(부채 18억달러), 2009년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파산했다.

어릴 때부터
극단적 성격

타지마할 카지노의 실패 이후 은행의 신뢰를 잃은 트럼프는 이후 피자 광고, 햄버거 광고 및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다. 시카고를 비롯한 많은 미국 주요 도시에는 트럼프의 이름이 크게 걸린 빌딩이 하나씩은 있는데 이건 본인이 지은 건물이라서가 아니라 자기 이름을 빌려준 것이다.

대한민국에도 서울, 부산 등에 트럼프월드가 있을 정도다. 이 밖에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들을 내기도 했다. 부동산 사업뿐만 아니라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를 소유하는 등 연예 사업도 진행했다.

트럼프는 젊은 시절부터 언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의 저서에는 “언론은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싸움 붙이는 걸 좋아한다” “언론이 날 이용하듯이 나도 언론을 이용한다”는 등 단순히 언론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언론이 공격하면 이용하라’고 적혀있다.

실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서 트럼프는 언론과 적대 관계를 형성했고, 인터넷, 신문, 텔레비전, 유튜브, SNS 등에는 사실상 트럼프 이름밖에 보이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주장한 ‘언론을 역으로 이용하라’는 전략이 대선에도 통한 것이다.


트럼프가 영향을 받은 몇 안 되는 사례로 1970년대 매카시즘으로 유명한 로이 콘 변호사를 꼽을 수 있다. 로이 콘은 트럼프에게 “악명도 이득이 된다”고 조언했고 트럼프는 저서에도 비슷한 문구를 적기도 했다.

트럼프는 기업인으로서의 행보가 주가 돼 연방 상·하원 의원과 정부 공직은 물론이고, 주지사나 지방 의회 의원과 같은 자치단체 경력도 없어 정치 경력은 전무했다.

트럼프는 2000년대 당시 민주당의 성향과 일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의료보험 개혁을 찬성하거나 유색인종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하고, 낙태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러나 2008년 대선서 매케인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기성 정치인들에게 피로를 느끼고 있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됐다. 악명도 명성이라는 말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면서 공화당 경선을 1위로 통과하더니 결국 정치인으로 유명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정치 신인이었던 그가 당선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감옥행 모면
위험한 복귀

2018년 5월 기준 여론조사에 발표한 트럼프 정부의 지지율은 약 41.2~42.3%, 반감도는 52.5~52.9%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은 나빴고, 공화당 지지자들의 여론이 좋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여느 중간선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심판 선거로 작용했던 2018년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졌다. 중간선거 역사상 100년 만에 최고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분노한 민주당과 지키려는 공화당이 거세게 맞붙었으나 결과는 트럼프에게 불리해졌다는 평이 상당했다. 상원은 민주당이 방어하는 형태였으나, 공화당이 2석을 더 가져가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43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얻어 과반수로 하원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해 조지 H. W. 부시 이후 28년 만의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았다.

트럼프는 4년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6일(미국 동부 시각) 오전 2시30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서 연설을 통해 “오늘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당선을 “미국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정치적 승리”라고 자평하면서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다시 상원 다수당이 됐고, 하원 다수당 지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전례 없고 강력한 권한을 줬다”며 행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고 강하고 번영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며 “내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지난 4년간의 분열을 뒤로 하고 단결할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미국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우리나라(미국)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면서 “국경을 굳게 닫을 것이고, 사람들이 미국에 올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합법적인 방식으로 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270명)을 웃도는 277명을 확보해 해리스 부통령(선거인단 224명)을 눌렀다.

이번 대선서 트럼프는 7대 경합주(선거인단 93명)서 해리스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Sun Belt)로 분류되는 경합주 조지아(16명)와 노스캐롤라이나(16명)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돈·혐오 무기로 4년 만에 백악관 탈환
미디어 역이용 점령…행보는 예측 불가

경합주 중 선거인단 수가 19명으로 가장 많아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도 트럼프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P통신>은 트럼프가 백악관 탈환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향후 4년간 그의 형사 소송은 중단되게 됐다. 법무부 당국자들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방침에 따라 트럼프의 두 건의 연방 형사사건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가 대선서 패했더라도 이들 사건이 대법원 상고까지 갈 수 있을 만큼 쟁점이 첨예해 당분간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왔다.

이에 공소를 유지해 취임 전 몇 주간 소송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최종 결정은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에게 달려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중 취득한 국가기밀문건을 2021년 퇴임 후 플로리다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한 혐의와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형사 기소된 상태다. 이 사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임명한 스미스 특별검사가 수사해 기소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형사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임기 중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척 로젠버그 전 연방검사는 “합리적이고 불가피하지만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연방 사건 외에도 트럼프는 두 건의 형사사건에 더 연루돼있다. 뉴욕서 진행된 성추문 입막음 돈과 관련된 회계장부 조작 사건과 조지아주 검찰이 제기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이다. 뉴욕 사건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변호인단이 오는 26일로 예정된 형량 선고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 사건으로 트럼프는 최대 4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선고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지아 사건은 수사 검사와 풀턴카운티 검사장이 사적인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는 “취임 직후 2초 내에 스미스 특별검사를 해임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법무팀은 사건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기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반도
영향은?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는 국민의 압도적인 명령으로 당선됐다”며 “이제 국민은 사법제도 무기화를 즉각 중단해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통합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퇴임 후 사건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트럼프를 변호했던 제임스 트러스티 변호사는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사건을 기각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소송을 취하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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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