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트럼프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탈환에 성공했다.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 박빙이 아닌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히스패닉과 흑인 집단 사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한국 외교·안보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했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취임한 대통령이자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후 131년 만에 첫 임기 후 재선에서는 낙선하고 3번째 선거서 당선된 인물이다. 수백건의 논란을 달고 사는 그의 재등장으로 국제 정세 지각변동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가 출신
재집권 성공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보유 재산이 많은 미국 대통령이다. 로널드 레이건에 이은 미국 역대 두 번째 셀럽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1946년 뉴욕서 부동산 재벌인 프레드 트럼프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메리 앤 매클라우드 트럼프는 스코틀랜드서 온 이민자였고, 가정부로 일하다 아버지인 프레드와 결혼했다. 그의 친할아버지 프레더릭 트럼프와 친할머니인 엘리자베스 크라이스트 트럼프는 당시 바이에른 왕국 칼슈타트서 온 독일계 이민자였다.

트럼프는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자존심이 강한 스타일을 보유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도저식으로 추진하는 추진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으나, 반대로 자기만이 옳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선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는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그 누구도 자신보다 앞설 수 없고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성향이 강하다. 트럼프는 어린 시절부터 일반적인 성향이 아니었다고 한다. 극단적인 수준으로 자신감이 넘쳤으며 그 누구도 존경하거나 롤모델로 삼지 않았다.

트럼프의 극단적 자기애는 사업체에서 자신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으로 드러난다. 몇몇 반대자들은 트럼프의 자신감이 병적인 수준으로 높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규정한다.

트럼프의 저서를 보면 그 성격의 진가가 드러난다. 트럼프는 “옛날 이야기는 싫다. 현재와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그 외 트럼프를 잘 아는 이들의 일화를 들어보면 자존감이 강하고 타인에게 지는 것에 대단히 민감하다고 한다.

트럼프는 할리우드서 성공을 거둔 배우 아세니오 홀을 보는 관점도 달랐다. 홀이 대중으로부터 극심한 굴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트럼프에게 홀은 그저 하찮은 존재로 평가됐다.

트럼프의 첫 번째 아내 이바나 역시 굴욕을 끔찍이 싫어하는 트럼프와 관련한 일화를 얘기했다. 결혼하기 전 두 사람은 콜로라도로 스키 여행을 떠났다. 스키 실력이 상당했던 이바나는 자신의 실력을 트럼프에게 미리 귀띔해주지 않았다.

이바나는 “트럼프 앞에서 제비 돌기를 두 차례 하고선 사라졌는데 트럼프가 화가 많이 났다”며 “트럼프는 스키를 벗어던지고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자신보다 여자친구의 실력이 뛰어났다는)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기 자신을 “나는 매우 반항적인 사람”이라며 “논쟁이든 육체적인 다툼이든 모든 싸움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트럼프가 13세였을 때는 심지어 음악교사가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며 교사를 폭행했다고 한다. 이 같은 어린 시절 기행으로 인해 트럼프의 부모는 그를 뉴욕 군사학교에 입학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악동·이단아…군사학교 계기
카지노·연예 사업 등 벌이다 수차례 파산도

이후 트럼프는 군사학교를 대단히 싫어했는지, 부모에게 잘못했다고 자주 빌었다고 한다. 당시 동료들도 그가 하급생 시절에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였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상급생이 되자 군사학교를 좋아했다. 명령을 받는 건 무척 싫어했지만 남에게 명령하는 건 무척 즐겼기에 그는 노력 끝에 중대장 생도가 됐다.

그는 훗날 이 상류층을 위한 사립 군사중고등학교서 5년간 군대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군사훈련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군대는 면제를 받았다. 1966년과 1968년 징병검사 당시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68년 재검서 1-Y(평시 면제/전시 징집) 판정을 받았고, 전시 징집 상황에 놓이자 입영 연기를 거듭한 끝에 다시 재검을 신청해 1972년에 4-F(전/평시 모두 면제) 판정을 받았다.

거친 언행과 성격, 다부진 덩치와 달리 트럼프는 술과 담배를 절대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가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해 폐인이 돼 사망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술을 가끔 즐겼으나 알코올 의존증으로 사망한 형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겨 절대로 술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댄 적이 없다고 한다.

한 청소년 행사에 참석해서 즉석으로 아이들을 뒤에 세워놓고 “나는 도널드 트럼프 앞에서 술, 담배, 마약을 하지 않기로 서약합니다”라는 약속을 읽게 하기도 했다. 백악관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된 관료들은 다 해임했을 정도다.

흡연자인 장관들도, 백악관 보좌관들도 트럼프 앞에서는 담배 냄새를 안 풍기게 철저히 입을 가글했다고 한다. 일부 측근들은 이를 계기로 금연에 도전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트럼프는 뉴욕 군사학교를 졸업한 후 USC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할리우드서 활동하려던 기존의 계획을 접고 포덤 대학교서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경제학과로 편입해 졸업한 후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는 길을 택했다.

사업가의 길을 걸었던 그는 본인 소유의 회사를 4번 파산시킨 전력이 있다. 1991년 애틀랜틱시티의 타지마할을 당시 돈으로 10억달러 넘게 빚더미에 올려 앉히고는 파산신청을 시작으로, 다음 해인 1992년 트럼프 플라자 호텔(부채 5억5000달러), 2004년 트럼프 호텔과 트럼프 카지노(부채 18억달러), 2009년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파산했다.

어릴 때부터
극단적 성격

타지마할 카지노의 실패 이후 은행의 신뢰를 잃은 트럼프는 이후 피자 광고, 햄버거 광고 및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했다. 시카고를 비롯한 많은 미국 주요 도시에는 트럼프의 이름이 크게 걸린 빌딩이 하나씩은 있는데 이건 본인이 지은 건물이라서가 아니라 자기 이름을 빌려준 것이다.

대한민국에도 서울, 부산 등에 트럼프월드가 있을 정도다. 이 밖에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들을 내기도 했다. 부동산 사업뿐만 아니라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를 소유하는 등 연예 사업도 진행했다.

트럼프는 젊은 시절부터 언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그의 저서에는 “언론은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싸움 붙이는 걸 좋아한다” “언론이 날 이용하듯이 나도 언론을 이용한다”는 등 단순히 언론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언론이 공격하면 이용하라’고 적혀있다.

실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서 트럼프는 언론과 적대 관계를 형성했고, 인터넷, 신문, 텔레비전, 유튜브, SNS 등에는 사실상 트럼프 이름밖에 보이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주장한 ‘언론을 역으로 이용하라’는 전략이 대선에도 통한 것이다.

트럼프가 영향을 받은 몇 안 되는 사례로 1970년대 매카시즘으로 유명한 로이 콘 변호사를 꼽을 수 있다. 로이 콘은 트럼프에게 “악명도 이득이 된다”고 조언했고 트럼프는 저서에도 비슷한 문구를 적기도 했다.

트럼프는 기업인으로서의 행보가 주가 돼 연방 상·하원 의원과 정부 공직은 물론이고, 주지사나 지방 의회 의원과 같은 자치단체 경력도 없어 정치 경력은 전무했다.

트럼프는 2000년대 당시 민주당의 성향과 일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의료보험 개혁을 찬성하거나 유색인종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하고, 낙태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러나 2008년 대선서 매케인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기성 정치인들에게 피로를 느끼고 있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됐다. 악명도 명성이라는 말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면서 공화당 경선을 1위로 통과하더니 결국 정치인으로 유명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정치 신인이었던 그가 당선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감옥행 모면
위험한 복귀

2018년 5월 기준 여론조사에 발표한 트럼프 정부의 지지율은 약 41.2~42.3%, 반감도는 52.5~52.9%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은 나빴고, 공화당 지지자들의 여론이 좋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여느 중간선거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심판 선거로 작용했던 2018년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졌다. 중간선거 역사상 100년 만에 최고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분노한 민주당과 지키려는 공화당이 거세게 맞붙었으나 결과는 트럼프에게 불리해졌다는 평이 상당했다. 상원은 민주당이 방어하는 형태였으나, 공화당이 2석을 더 가져가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43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얻어 과반수로 하원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해 조지 H. W. 부시 이후 28년 만의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았다.

트럼프는 4년 만에 복귀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6일(미국 동부 시각) 오전 2시30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서 연설을 통해 “오늘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당선을 “미국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정치적 승리”라고 자평하면서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다시 상원 다수당이 됐고, 하원 다수당 지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우리에게 전례 없고 강력한 권한을 줬다”며 행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고 강하고 번영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며 “내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지난 4년간의 분열을 뒤로 하고 단결할 시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미국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우리나라(미국)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면서 “국경을 굳게 닫을 것이고, 사람들이 미국에 올 수는 있지만 반드시 합법적인 방식으로 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270명)을 웃도는 277명을 확보해 해리스 부통령(선거인단 224명)을 눌렀다.

이번 대선서 트럼프는 7대 경합주(선거인단 93명)서 해리스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트럼프는 남부 선벨트(Sun Belt)로 분류되는 경합주 조지아(16명)와 노스캐롤라이나(16명)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돈·혐오 무기로 4년 만에 백악관 탈환
미디어 역이용 점령…행보는 예측 불가

경합주 중 선거인단 수가 19명으로 가장 많아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도 트럼프가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AP통신>은 트럼프가 백악관 탈환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향후 4년간 그의 형사 소송은 중단되게 됐다. 법무부 당국자들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 방침에 따라 트럼프의 두 건의 연방 형사사건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법무부는 트럼프가 대선서 패했더라도 이들 사건이 대법원 상고까지 갈 수 있을 만큼 쟁점이 첨예해 당분간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왔다.

이에 공소를 유지해 취임 전 몇 주간 소송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최종 결정은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에게 달려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중 취득한 국가기밀문건을 2021년 퇴임 후 플로리다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한 혐의와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 등으로 형사 기소된 상태다. 이 사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임명한 스미스 특별검사가 수사해 기소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형사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임기 중 형사 처벌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법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척 로젠버그 전 연방검사는 “합리적이고 불가피하지만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연방 사건 외에도 트럼프는 두 건의 형사사건에 더 연루돼있다. 뉴욕서 진행된 성추문 입막음 돈과 관련된 회계장부 조작 사건과 조지아주 검찰이 제기한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의혹이다. 뉴욕 사건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변호인단이 오는 26일로 예정된 형량 선고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이 사건으로 트럼프는 최대 4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선고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선고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지아 사건은 수사 검사와 풀턴카운티 검사장이 사적인 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트럼프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는 “취임 직후 2초 내에 스미스 특별검사를 해임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법무팀은 사건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기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반도
영향은?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라는 국민의 압도적인 명령으로 당선됐다”며 “이제 국민은 사법제도 무기화를 즉각 중단해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을 통합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원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퇴임 후 사건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트럼프를 변호했던 제임스 트러스티 변호사는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사건을 기각할 것이라고 낙관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소송을 취하하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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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