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판 깔아준 법무법인 카페 해부

지들끼리 감형 공유 ‘발바리 소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한 법무법인서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가 ‘성범죄자 소굴’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의자와 피의자였던 이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서의 대처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형인자를 공유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기에 제재할 수도 없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법무법인의 윤리의식에 의문점을 표하지만, 이들은 피의자들의 온전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계속 카페를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사건, 여러분의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A가 운영하는 성범죄 전문 온라인 카페에 소개돼있는 말이다. 법률상담을 위해 개설하고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가 이처럼 성범죄자들의 아지트로 변질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피의자들
양형 꼼수

범죄자들은 해당 커뮤니티서 서로 반성문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탄원서를 작성해 주며 감형을 노리고 있다.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온라인 법률 서비스 로톡에서는 ‘14만명 성범죄 전문 B 카페를 운영하는 법무법인 A의 OOO 변호사’라며 해당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카페를 광고하며 온라인 법률 상담을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당 카페는 지난 2010년 8월 개설돼 14만18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카페의 게시글은 총 47만개가 넘는다. 해당 카페의 회원 수는 정부가 몰래카메라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점과 N번방 사건 이후 대폭 늘었다.

게시글 중 대다수는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고백글과 감형 노하우, 경찰 및 검찰 조사 후기, 판례 등이다. 회원들은 자신이 해당하는 범죄 유형 게시판에 사건명, 사건 발생 일시, 사건 발생 장소, 사건 진행 단계 등 사건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감형 노하우, 재판 진행 과정을 주고받고 있다.


구체적인 카페 카테고리는 ▲나의 사건 진행사항 ▲조언 좀 해주세요 ▲날마다 반성 일기장 ▲경찰조사 받았어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진행 중 사건 이야기 ▲변호인 때문에 고민 ▲어떻게 합의하나요 ▲재판 방청 후기 ▲판결 선고를 앞두고 ▲판결 선고 받았어요 ▲사건 최종 결과·경험담 등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곳만 14개에 달한다.

또 ▲통매음 전용 토론방 ▲N번방·소지죄 토론방 ▲토렌트 전용 토론방 ▲구글드라이브 전용 토론방 ▲성매매특별법 전용 토론방 등 성범죄를 세분화해 의견을 나누는 카테고리도 존재한다. 

14만명 회원수, 47만개 게시글
사건 관련 게시판만 14개 이상

B 카페를 운영하는 A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C씨는 해당 카페에 대해 “형사사건 중 성범죄는 자신이 대응할 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방향을 정하기 위해선 유사한 사건서의 대처와 결과 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향을 정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해야 하는데 여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인 B 카페”라고 설명했다. 성범죄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해 대처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B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감형받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성범죄자 14만명이 있는데 저런 카페를 폐쇄하지 않고 뭐하냐”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해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B 카페서 문제로 꼽히는 것은 피의자들이 서로 반성문을 공유하고 보완하며 서로 탄원서를 작성해 준다는 것이다.


해당 카페의 한 회원 D씨는 “억울하게 준강간으로 고소를 당하고 하소연할 곳이 없어 검색하다 B 카페를 발견했다”며 “이후 카페에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니 댓글과 쪽지로 반성문은 이렇게 써라, 감형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지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 중 몇몇은 탄원서를 작성해 보내주기도 했다”며 “이후 카페서 소개받은 변호사와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고 무죄를 증명할 명확한 증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수사 가능?
제재 불가능

그러면서 “선임한 변호사가 해당 카페서 알려준 감형 방법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카페서 알려준 방법대로 사건이 흘러갔다면 사건은 실형이 나왔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카페서 받는 감형요소 정보에 관해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성범죄의 감형은 ‘피해자와의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고 오히려 사건을 신원미상의 사람에게 공유하고 대처방법을 공유하는 것은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사건을 공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글의 댓글에서 고소인에 대한 악플이 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한 고소인은 “지난해 통매음으로 고소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B 카페에 해당 사건에 대한 글이 있었다”며 “가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집한 사진을 가지고 글을 작성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글에는 ‘이게 고소가 성립된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X이네’ ‘돈 벌려고 XX하는 거 아니냐’ 등 댓글이 달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카페에 적힌 글만 보고서 판단을 하는데 ‘끼리끼리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긋난
윤리의식?

C씨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성범죄자들이 모여서 이른바 ‘양형 꼼수’를 노리는 것으로 비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카페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회원들은 아직 형이 확정이 안 된 분들이 대부분이고 무죄 주장을 해서 무혐의를 받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카페 회원들을 성범죄자로 부르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피의자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카페 대한 수사나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정형 범위 내에서 선고형을 결정할 때 고려되는 요소인 양형인자는 이미 오픈돼있다”며 “이들의 반성 여부를 떠나 양형인자를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에 제재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체적인 범죄 행위를 서술하지 않고 경찰 및 검찰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 역시 불법이 아니다”라며 “댓글로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나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이 직접 고소를 진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C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따르면 B 카페에서 활동해 입건된 사람은 없다. 

법무법인이 카페를 통해 양형인자를 공유하고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는 것이 직업적 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이 성범죄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것, 이를 통해 변호사 수임을 하게 만드는 것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변호사윤리장전에 적시된 윤리강령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만약 ‘성범죄 전문 변호사가 운영하는 성범죄 전문 카페’라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케이스는 ‘성범죄등 형사범죄 전문 카페’로 이와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서로 탄원서 작성도”
조언 후엔 변호사 추천까지 


그러면서도 “다만 카페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살펴보면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카페 회원들은 재판이나 수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카페에 가입했다”며 “가입 후 원하는 정보를 얻게 되면 흔쾌히 카페를 운영하거나 카페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노리고 카페를 운영한다면 운영 주체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의 윤리관이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C씨는 카페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카페에선 스태프들이 밤낮으로 활동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과 안내를 드리고 있다”며 “카페서 무조건 우리 법무법인서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광고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성범죄 변호사는 피의자 편만 들면서 그 잘못을 없애거나 축소하기 위해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성범죄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법과 절차, 대법원 양형기준 등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사정과 사건 경위, 범죄 수위 등에 맞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을 드리고, 수사 및 공판 과정서 불합리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않고 온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변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페에선 자신의 사건에 관해 명확히 파악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과정서 적절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건 수임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며 “14만명이나 되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법무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게시글을 올릴 수 있고 카페 회원 수가 많은 만큼 법무법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위험을 안고 있으면서 이렇게 공연히 운영하는 것은 누구보다 소통을 중요시하며 의뢰인, 회원님들과 같은 위치서 더 깊게 이해하고 더 나은 결과로 이끌어가기 위함이니 이해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누군가엔
안식처로”

B 카페서 조언을 받아 억울함을 해소했다는 한 회원도 해당 커뮤니티를 그저 성범죄자 소굴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B 카페에 있는 모든 이들을 성범죄자이자 양형을 위한 정보 공유 소굴로 표현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무고로 인한 맘고생에 인생하직 직전까지 갔던 입장서 B 카페가 없었다면 정말로 힘들었을 것이다.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안식처”라고 호소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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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