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판 깔아준 법무법인 카페 해부

지들끼리 감형 공유 ‘발바리 소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한 법무법인서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가 ‘성범죄자 소굴’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의자와 피의자였던 이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서의 대처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형인자를 공유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기에 제재할 수도 없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법무법인의 윤리의식에 의문점을 표하지만, 이들은 피의자들의 온전한 방어권 행사를 위해 계속 카페를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 인생이 바뀔 수 있는 사건, 여러분의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A가 운영하는 성범죄 전문 온라인 카페에 소개돼있는 말이다. 법률상담을 위해 개설하고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가 이처럼 성범죄자들의 아지트로 변질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피의자들
양형 꼼수

범죄자들은 해당 커뮤니티서 서로 반성문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탄원서를 작성해 주며 감형을 노리고 있다.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온라인 법률 서비스 로톡에서는 ‘14만명 성범죄 전문 B 카페를 운영하는 법무법인 A의 OOO 변호사’라며 해당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가 카페를 광고하며 온라인 법률 상담을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당 카페는 지난 2010년 8월 개설돼 14만18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카페의 게시글은 총 47만개가 넘는다. 해당 카페의 회원 수는 정부가 몰래카메라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점과 N번방 사건 이후 대폭 늘었다.

게시글 중 대다수는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고백글과 감형 노하우, 경찰 및 검찰 조사 후기, 판례 등이다. 회원들은 자신이 해당하는 범죄 유형 게시판에 사건명, 사건 발생 일시, 사건 발생 장소, 사건 진행 단계 등 사건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감형 노하우, 재판 진행 과정을 주고받고 있다.


구체적인 카페 카테고리는 ▲나의 사건 진행사항 ▲조언 좀 해주세요 ▲날마다 반성 일기장 ▲경찰조사 받았어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진행 중 사건 이야기 ▲변호인 때문에 고민 ▲어떻게 합의하나요 ▲재판 방청 후기 ▲판결 선고를 앞두고 ▲판결 선고 받았어요 ▲사건 최종 결과·경험담 등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곳만 14개에 달한다.

또 ▲통매음 전용 토론방 ▲N번방·소지죄 토론방 ▲토렌트 전용 토론방 ▲구글드라이브 전용 토론방 ▲성매매특별법 전용 토론방 등 성범죄를 세분화해 의견을 나누는 카테고리도 존재한다. 

14만명 회원수, 47만개 게시글
사건 관련 게시판만 14개 이상

B 카페를 운영하는 A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 C씨는 해당 카페에 대해 “형사사건 중 성범죄는 자신이 대응할 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방향을 정하기 위해선 유사한 사건서의 대처와 결과 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향을 정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해야 하는데 여기에 도움을 주는 것이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인 B 카페”라고 설명했다. 성범죄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해 대처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B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감형받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두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댓글을 통해 “성범죄자 14만명이 있는데 저런 카페를 폐쇄하지 않고 뭐하냐”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해야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B 카페서 문제로 꼽히는 것은 피의자들이 서로 반성문을 공유하고 보완하며 서로 탄원서를 작성해 준다는 것이다.


해당 카페의 한 회원 D씨는 “억울하게 준강간으로 고소를 당하고 하소연할 곳이 없어 검색하다 B 카페를 발견했다”며 “이후 카페에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니 댓글과 쪽지로 반성문은 이렇게 써라, 감형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지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 중 몇몇은 탄원서를 작성해 보내주기도 했다”며 “이후 카페서 소개받은 변호사와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고 무죄를 증명할 명확한 증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통해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수사 가능?
제재 불가능

그러면서 “선임한 변호사가 해당 카페서 알려준 감형 방법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카페서 알려준 방법대로 사건이 흘러갔다면 사건은 실형이 나왔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카페서 받는 감형요소 정보에 관해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성범죄의 감형은 ‘피해자와의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고 오히려 사건을 신원미상의 사람에게 공유하고 대처방법을 공유하는 것은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사건을 공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글의 댓글에서 고소인에 대한 악플이 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한 고소인은 “지난해 통매음으로 고소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B 카페에 해당 사건에 대한 글이 있었다”며 “가해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편집한 사진을 가지고 글을 작성하며 억울함을 호소한 글에는 ‘이게 고소가 성립된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X이네’ ‘돈 벌려고 XX하는 거 아니냐’ 등 댓글이 달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체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카페에 적힌 글만 보고서 판단을 하는데 ‘끼리끼리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긋난
윤리의식?

C씨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성범죄자들이 모여서 이른바 ‘양형 꼼수’를 노리는 것으로 비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카페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회원들은 아직 형이 확정이 안 된 분들이 대부분이고 무죄 주장을 해서 무혐의를 받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카페 회원들을 성범죄자로 부르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피의자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카페 대한 수사나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정형 범위 내에서 선고형을 결정할 때 고려되는 요소인 양형인자는 이미 오픈돼있다”며 “이들의 반성 여부를 떠나 양형인자를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에 제재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체적인 범죄 행위를 서술하지 않고 경찰 및 검찰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 역시 불법이 아니다”라며 “댓글로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나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이 직접 고소를 진행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C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따르면 B 카페에서 활동해 입건된 사람은 없다. 

법무법인이 카페를 통해 양형인자를 공유하고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는 것이 직업적 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이 성범죄 전문 카페를 운영하는 것, 이를 통해 변호사 수임을 하게 만드는 것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변호사윤리장전에 적시된 윤리강령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만약 ‘성범죄 전문 변호사가 운영하는 성범죄 전문 카페’라면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해당 케이스는 ‘성범죄등 형사범죄 전문 카페’로 이와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서로 탄원서 작성도”
조언 후엔 변호사 추천까지 


그러면서도 “다만 카페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살펴보면 변호사 선임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카페 회원들은 재판이나 수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카페에 가입했다”며 “가입 후 원하는 정보를 얻게 되면 흔쾌히 카페를 운영하거나 카페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노리고 카페를 운영한다면 운영 주체인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의 윤리관이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C씨는 카페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카페에선 스태프들이 밤낮으로 활동하며 질문에 대한 답변과 안내를 드리고 있다”며 “카페서 무조건 우리 법무법인서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광고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성범죄 변호사는 피의자 편만 들면서 그 잘못을 없애거나 축소하기 위해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성범죄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법과 절차, 대법원 양형기준 등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사정과 사건 경위, 범죄 수위 등에 맞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을 드리고, 수사 및 공판 과정서 불합리한 처분이나 대우를 받지 않고 온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변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페에선 자신의 사건에 관해 명확히 파악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과정서 적절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건 수임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며 “14만명이나 되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법무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게시글을 올릴 수 있고 카페 회원 수가 많은 만큼 법무법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위험을 안고 있으면서 이렇게 공연히 운영하는 것은 누구보다 소통을 중요시하며 의뢰인, 회원님들과 같은 위치서 더 깊게 이해하고 더 나은 결과로 이끌어가기 위함이니 이해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누군가엔
안식처로”

B 카페서 조언을 받아 억울함을 해소했다는 한 회원도 해당 커뮤니티를 그저 성범죄자 소굴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B 카페에 있는 모든 이들을 성범죄자이자 양형을 위한 정보 공유 소굴로 표현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무고로 인한 맘고생에 인생하직 직전까지 갔던 입장서 B 카페가 없었다면 정말로 힘들었을 것이다.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안식처”라고 호소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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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