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왕 사라김’ 김형렬 공소장 막전막후

역대급 40년 구형 그래도 허점투성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동남아 3대 마약왕’ 김형렬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마약범이 받은 구형 중에서는 역대급이다. 그가 국내를 포함해 유통하거나 조달한 마약은 수백 kg으로 추정된다.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의 상선으로 알려진 김형렬은 자신의 범행 일부를 부인 중이다. 자신은 박왕열의 상선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동남아 마약왕’ 김형렬은 ‘사라김’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그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주범으로 체포된 박왕열을 필리핀 감옥서 처음 만났다. 둘은 서로에게 마약을 공급하는 협력자였다. 상·하선 관계보다는 마약 사업을 논의하던 파트너였다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이른바 검찰의 ‘김형렬 공소장’을 입수해 사건의 전반을 살펴봤다.

베트남 출국
거물로 성장

김형렬이 베트남으로 출국한 건 지난 2018년 10월11일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와 트위터를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를 진행하고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했다. 그는 총 4개의 닉네임을 사용했다. 마약상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닉네임은 사라김과 염라대왕이다.

김형렬은 필로폰 등 마약류 판매를 위해 운반책(속칭 드라퍼)들에게 마약류가 숨겨져 있는 좌표를 제공하고 베트남서 구매한 마약류를 국제우편, 여행객 등을 통해 국내로 밀반입했다. 드라퍼들은 김형렬의 지시를 받고 수도권 지역 주택가 우편함, 전기단자함, 상가 화장실 등에 마약류를 은닉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형렬의 공소장을 보면 김형렬은 같은 해 12월29일 필로폰 매수자 A씨로부터 필로폰 대금 35만원원을 B씨를 통해 관리하고 있던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우편함에 숨겨놓은 필로폰 사진과 주소를 A씨에게 보내 필로폰을 수거해 가는 방법으로 지난 2019년 4월 초까지 26회에 걸쳐 필로폰 대금 1219만5500원을 송금받았다.

김형렬은 마약류 판매 범행에 대한 수사 및 불법 수익의 몰수를 피하려 대포통장을 여러 차례 개설하고 마약류 매수자들에게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했다. 그는 지난 2018년 10월12일부터 2019년 3월24일까지 마약류 매수자들에게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한 후 약 8150만원을 받고 그중 4097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B씨에게 총 7회에 걸쳐 전달하도록 했다.

김형렬은 지난 2019년 2월23일 베트남 호치민시 푸미욘 코리아타운의 한 술집서 케타민을 투약하고 아파트에서는 필로폰을 투약했다.

김형렬은 과거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서 “베트남 호치민시에 살고 있고 박왕열의 상선이 맞다”며 “필리핀 감옥서 박왕열을 처음 만났고 탈옥한 박왕열에게 마약을 대량으로 공급해 줬다.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되면 한 달 최대 50kg의 필로폰을 공급할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했다는 의혹, 텔레그램 마약방서 필로폰을 판매한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검, 김·아들 마약 사업 동업자 판단
이례적 강경 구형…사실 박왕열 범죄?

김형렬의 마약 사업은 지난 2022년 7월17일 그가 베트남 현지서 검거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19년 6월 베트남 공안과의 공조 수사를 시작해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았다. 경찰청은 김형렬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팀을 베트남에 파견하기도 했다.

검거 전날인 16일에는 베트남에 경찰청 인터폴 계장과 베트남 담당, 인천경찰청 국제공조팀원,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 등으로 구성된 검거 지원팀을 보냈다.

김형렬은 현지서 일반 교민처럼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며 신분을 숨겨왔다. 실제 그는 수시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위조 여권을 만들어 신분 세탁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에게 업무방해 및 공문서위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김형렬 사건을 수년간 수사한 한 경찰 간부는 “김형렬이 위조 여권으로 밀항했다거나 이득을 봤다는 물증을 수사기관서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부실하게 수사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은 김형렬이 박왕열의 상선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그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박정호)는 지난달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렬과 공범인 그의 아들 김모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검찰은 김형렬에게 징역 40년, 김형렬의 아들이자 공범인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왕열 상선?
“아니다” 주장

앞서 검찰은 김형렬과 공범 김씨에게 징역 17년,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마약 사건이 추가로 기소되면서 총 7개 사건이 병합돼 김형렬과 김씨에 대한 검찰 구형이 이날 다시 이뤄졌다.

김형렬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서 “김형렬은 대체로 마약 투약 등에 대한 범행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박왕열과 친분이 있어 그에게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 때문에 박왕열의 범행까지 다 오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공범 김씨에 대해서도 “아버지의 부탁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점과 아직 나이가 젊고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형렬은 최후 진술서 재판부에 제출할 한 장 분량의 미리 준비한 자필 진술서를 꺼내 읽었다. 김형렬은 “재판을 받는 지난 2년 동안 단 하루도 반성하지 않은 날이 없다”면서 “너무 큰 죄를 지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김씨도 최후 진술서 “유년 시절 아버지와 살지 못해 그리움이 컸는데 20살에 아버지와 연락이 되고 아버지 부탁을 안 들어줄 수 없었다”며 “아버지가 부탁하더라도 잘 판단했어야 했는데 당시 나이가 어려 생각을 잘 못했다. 평범하게만 살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추가한 새로운 마약 사건이 김형렬이 아닌 박왕열의 범죄라고 주장한다. 박왕열과 김형렬이 국내로 유통한 마약 규모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확인한 김형렬의 마약 유통 규모는 약 70억원이다. 박왕열이 국내에 유통시킨 마약 규모는 한 달에 60kg, 시가로 300억원이 넘는다.

검찰 기소
잘못됐다?

그러나 박왕열이 국내로 송환되지 않으면 김형렬의 정확한 범죄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왕열의 국내 송환 가능성은 0%에 가깝다.

한국과 필리핀은 형사사법공조조약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있다. 필리핀서 장기간 수용 생활을 하는 한국인을 한국으로 이송하면 좋으나 현재 수용자 이송조약은 체결돼있지 않다.

법무부는 “송환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물에 한해 이송 요청을 지속하고 있다”며 “필리핀 이민국과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시간이 가는 동안 이송조약조차 체결하지 못한 점은 한국 정부의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법무부는 일부 한국인 범죄자들에 관해 송환신청서도 보내지 않은 바 있다. 범죄인 인도는 국제형사사법 공조 활동 가운데 가장 고전적 수단이다. 이는 관할권으로부터 도주한 범죄인은 범죄인 소재지국보다는 범죄 행위지국서 유효·적절하게 재판 또는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다만 범죄인 인도는 국제법상 확립된 제도가 아니다. 국제법상 의무가 아니므로 조약상 의무가 없는 한 타국의 인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국제법 위반은 아니기에 각국은 인도 여부를 각 국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범죄인 인도법은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도 상호주의를 적용해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청구국 영역서 발생한 범죄다. 영해나 영공서 저지른 범죄는 물론 공해상 청구국의 선박이나 항공기서 벌인 범죄도 포함한다.

여권 위조로 수사기관 추적 피해
업무방해·공문서위조 적용 빠져

범죄인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거나 유죄 판결을 받고 피청구국으로 도주한 자를 말한다. 인도 대상 범죄인은 주로 청구국 국민과 제3국인이다. 인도가 허용되는 범죄는 청구국과 피청구국의 법률로 모두 처벌 가능한 범죄여야 한다.

인도 요청을 거절하는 사유는 의무적 거절 사유와 재량적 거절 사유로 나눌 수 있다. 피청구국서 청구 범죄에 대해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도 의무적 거절 사유다. 박왕열의 경우 2016년 10월 필리핀 한 사탕수수밭서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 대법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확정받아 의무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김형렬을 비롯한 동남아 마약왕급 사건을 수년간 수사한 경찰들은 김형렬이 유통한 규모 70억원은 확인된 양일 뿐 확인하지 못한 양은 몇 배가 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경찰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김형렬이 마약을 판매한 금액으로 100억원대 비트코인을 구매했다는 정보도 있었다. 그 돈을 불려서 도박사이트에 이용했을지 더 많은 마약을 유통했을지 알 수 없다”며 “확실한 건 박왕열보다 유통한 마약의 양이 훨씬 많았다는 게 주된 얘기였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분명 동남아에 숨겨둔 자금이 있을 것이다. 김형렬의 목적은 최대한 형량을 낮게 받아 동남아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과거에 저질렀던 행위를 다시 키우려는 게 그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정보기관 관계자도 “첩보를 수사기관에 넘긴 후 확인된 내용만 공소장에 담긴다. 동남아 마약왕 사건 관련 내용 중 유통량이 300kg 이하인 경우는 없었다. 300kg은 동시 투약량으로 따지면 600만~700만명이 맞을 수 있다. 김형렬은 명백한 마약왕급 거물이고 그의 아들은 자금을 관리하던 동업자”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김형렬을 잘 아는 측근들은 그가 박왕열의 상선일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형렬과 마약을 함께 판매했던 한 마약상은 “박왕열에게 마약계 큰손을 알려준 중개인이었던 것뿐 박왕열에게 마약을 공급하면서 거물이 된 건 아니다. 과장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확인 못한
‘수백 kg’

필리핀 비쿠탄에 수감된 한 재소자도 “텔레그램 서버가 달랐다. 김형렬이 박왕열보다 유통 규모 자체가 적었다. 그가 박왕열의 상선이라는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서 경찰과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잘못 파악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재소자는 “김형렬이 박왕열의 상선이라기보다는 박왕열이 김형렬의 아이디를 쓰면서 유통망을 키운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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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