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산청-국민신탁 ‘유물 카르텔’ 의혹

‘알고도 모른 척’ 수상한 짬짜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민낯이 드러났다. 불합리한 의결권부터 이른바 ‘유물 카르텔’까지 전방위로 문제점이 제기된다. 국가유산청이 이전부터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문화유산국민신탁과 알고도 모른 체한 국가유산청이 나란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하 국민신탁)은 국가유산청(이하 유산청·구 문화재청)이 관리·감독하는 특수 법인이다. 보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 취득·보전·관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국민이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깜깜이

설명과 달리 국민신탁의 내부 사정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난 2009년 김종규 이사장이 위임되고 5연임을 하는 동안 비슷한 논란이 꾸준히 불거지면서다. 몇 차례 감사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이를 방치한 유산청 또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김재원 의원이 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탁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특정 업체 두 곳에서만 유물을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미술인으로부터 1억1000만원어치의 유물 10건을, 갤러리 문우로부터는 8100만원어치의 유물 17건을 구입한 것이다.

고미술인 대표와 갤러리문우 대표는 모두 국민신탁 회원이다.


유물 매입 심의 과정을 둘러싼 이해충돌 의혹도 있다. 국민신탁이 두 업체로부터 3400만원 상당의 유물 21점을 매입할 당시 외부심의위원회 구성을 보면, 심의위원 세 명 모두 김 이사장과 친분이 있거나 판매자와 학회 활동을 한 지인 등이다.

특히 갤러리 문우 대표의 경우 대표 본인이 직접 매입 심의에 참여해 친인척의 유물을 매입한 사실도 드러나 ‘유물 카르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유산청과 국민신탁이 이 같은 지적을 받은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산청은 지난 2018년 국민신탁에 대한 감사를 통해 김 이사장이 대상 유물을 선정한 후 별도 평가·심의 없이 매입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020년에는 문화재청 자체 종합감사에서 유물 구입처 몰아주기 정황이 적발됐으며 이듬해인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여전히 특정 업체서 유물을 구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화유산 매입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달라”는 감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화살은 김 이사장에게 돌아갔다. 장기간 집권으로 인한 국민신탁의 도덕적 해이와 유산청의 방임에 맞물려 부패의 온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을 거쳐 삼성출판박물관장 겸 삼성출판사 전 회장을 지냈다. 한때 김건희 여사가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예술계 사교 모임 ‘월단회’를 창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2년 동안 두 곳에서만 유물 매입
감사도 소용없는 ‘이사장 고집’

김 이사장이 다섯 번이나 연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이상적인 정관이 지목된다. 이사장 임기는 3년이지만 임원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을뿐더러 불합리한 의결권으로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국민신탁법 제17조에 따르면 국민신탁법인은 회원으로 구성되는 총회를 두고 있으며 회원은 총 8단계로 분류된다. 세부적으로는 ▲으뜸회원 ▲큰힘회원 ▲보람회원 ▲나눔회원 ▲키움회원 ▲함께회원 ▲기림회원 ▲늘빛회원 등이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인 으뜸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법인 또는 개인이 3억원 이상을 기부해야 하며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해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 큰힘회원은 입회비 1000만원과 연회비 100만원 이상 납부를 원칙으로 한다. 보람회원은 매월 1만원 이상의 회비, 또는 10만원 이상의 회비를 납부한 개인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올해 기준 총회 의결이 가능한 회원은 으뜸회원 4명, 큰힘회원 8명, 보람회원 대표자 3명으로 총 15명이다.

의결권 정수 역시 차이가 있다. 으뜸회원과 큰힘회원에게는 각 1표가 부여되지만 보람회원은 6개월 이상 회비가 연체되지 않은 회원에 한해 1000명당 1표가 주어진다. 이마저도 자체적으로 선출해 총회 5일 전까지 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제출하지 않을 시 이사장에게 추천권이 돌아간다.

회원 간의 의결권 격차가 존재할뿐더러 특정 인물이 이사회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허술한 운영 구조가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감사의 지적에도 유산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이유는 국민신탁과의 관계성 때문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국민신탁 정관에 명시된 상임이사의 임기는 2년이다. 지난 2013년 전통문화연수원 기획과장이 국민신탁 상임이사로 임명된 이후 2년 단위로 유산청 문화재활용국장, 경복궁관리소장 등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전 국립고궁박물관 기획과장이 새로운 이사로 임명됐다.

상임이사가 받는 연봉은 약 1억2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청서 국민신탁으로 자리를 옮겨 억대 연봉을 받는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너도나도 유산청→국민신탁 한 자리씩?
“기부금으로 전동카트” 쌈짓돈 의혹까지

국민신탁이 유산청의 기부금을 쌈짓돈처럼 쓴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국민신탁은 회원과 기부자가 용처를 별도로 지정하지 않은 기부금을 대부분 기관운영비로 쓰고 있어 이미 한차례 지적받았던 바 있다. 문화유산을 매입하거나 취득할 수 있는 재산은 2020년 기준 기부금 전체의 6%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취득하기 위한 모금 활동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재원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탁은 조선왕릉 전동카트를 구매하거나 청소년 문화유산 교육사업 등에 지정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국민신탁의 설립 목적은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문화재 보존을 목표로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국민신탁의 편의성을 위해 시설·장비를 기부금으로 구매해 그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산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법인의 모든 의결은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야 하므로 유산청에서는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며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 개선안을 작성하고 내년 상반기 중 감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7년까지인 김 이사장의 임기에는 변함이 없는지’에 대해서는 “이사장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짧게 답했다. ‘감사의 실효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동안 감사를 통해) 내부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알려줬다”며 “이를 실행하고 옮기는 건 순수 신탁의 몫”이라고 답했다.

국민신탁 관계자는 “이사장 임기를 1회에 한해 연임하는 규정 등을 신설할 예정”이라며 “총회를 거치고 유산청 승인을 받아야 정관이 개정되기 때문에 안을 올려야 (개정이)확정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김 의원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월단회 회원으로 알려진 공훈의 전 위키트리 대표이사가 2013년 국민신탁 이사로 취임한 이후 그가 소속했던 회사와 홍보용역계약을 맺은 사실도 드러났다. 공 이사는 국민신탁 이사를 맡고 약 6년이 지나서야 대표이사를 사임한 반면, 계약은 2020년 12월까지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빙산의 일각?

국민신탁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SNS를 연동해 국민신탁을 홍보하던 때라 OPM 시스템을 도입한 위키트리와 최초 계약을 했다”며 “공 전 대표이사가 국민신탁 이사여서 계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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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