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먹는 여의도 철새들 막전막후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22 09:38:57
  • 호수 15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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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갈등 풀 수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과거부터 정당을 옮기는 철새들은 많았다. 하지만 계파를 옮기는 철새는 아직 공론화되지 않았다. 대선주자의 부각·몰락에 따라 계파는 형성과 해체를 반복했다. 지나치게 당무에 개입해 계파 갈등을 확산시키는 대통령의 존재도 여전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6일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20명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서 비공개 만찬을 함께했다. 원외 인사로는 김종혁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이날 회동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진행된 것이라서 친한계의 본격적인 태동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친윤서
친한으로

현재 친한으로 거론되는 정치인 중 김 최고위원·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한때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됐다. 김 최고위원 및 신 부총장은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윤 대통령의 편에 서서 이 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점화된 이후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친한 입장에 섰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연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내 정가에선 정치인의 정당 이동을 유난히 민감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수(13회)의 당적 이동 전력을 가진 ‘피닉제(피닉스+이인제)’로 불렸던 이인제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매우 높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대결 구도가 굳어지면서, 이제는 정당 이동보다는 계파 이동을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이동이든 계파 이동이든,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과 명분이 필요하다. 

정치사에는 늘 당쟁이 있었다. 특히 조선 당쟁에서는 거대 정당이 분열되는 흐름도 흔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역사 속 당쟁에는 정책의 차이·인적 구성의 차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중국에선 환관 정치에 대한 견해 차이로 후한 말 청류파·탁류파의 갈등이 있었고, 북송 시절 왕안석의 신법을 놓고 신법당과 구법당의 갈등이 있었다.

조선에서는 각각 이황·이이라는 양대 유학자를 따르는 제자들이 학문적 계보 차이로 당쟁을 이어갔다. 계파 갈등으로 인해 분당하더라도, 상대 정당 혹은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한 분당이 대부분이었다.

현대 한국 정치는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보다는 대권주자에 대한 줄서기 차원서 계파 갈등이 진행된다. 최소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갈등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발탁 혹은 구 민정계 등 인적 구성의 차이라는 명분은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엔 오로지 두 사람만이 존재하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에 대한 줄서기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기 어렵다. 한 대표는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 ▲황상무 시민사회비서관 거취 ▲의대 정원 확대 ▲해외직구 규제 ▲특검법 등 김 여사 관련 논란 등 각론에서는 윤 대통령과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의 근본적인 정책 및 정치관 등 총론에선 차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위의 견해 차이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산발적으로 제시한 것에 불과했다.

지난 16일 재보궐선거서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구청장·인천 강화군수를 수성했다. 한 대표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당시 한 대표가 유세 현장서도 ‘정부 쇄신론’을 강조했던 만큼 윤 대통령과의 충돌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통령 지나치게 당무 개입해 갈등 확산
복수 교섭단체로 파벌 견제하는 일 정당

국내 정치보다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극심한 곳은 옆나라 일본이다. 일본 정치는 회파 간 밀실 합의가 없으면 정국을 이끌어갈 수 없을 정도로 계파 갈등이 구조화돼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등 자민당 의원 120여명이 모인 중의원 개혁실현회의가 2018년 6월 제안했던 개혁 제안에는 “국회 개혁을 본 회의서 계속적·주체적으로 논의하며 의원운영위원회, 국회 개혁소위원회의 논의 활성화 및 각 당·각 회파의 논의 심화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여기엔 ‘회파의 존재는 일상적’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는 한 정당 안에 복수의 교섭단체가 공존하는 제도로부터 비롯된다. 국내 언론서도 곧잘 언급되는 자민당 내 ▲세이와정책연구회 ▲헤이세이연구회 ▲지공회 ▲굉지회 등 회파는 모두 독자적인 교섭단체들이었다. 

일본의 정치 구도는 다이묘(大名)의 지방(藩) 통치가 오랫동안 공고했고, 막부 붕괴 및 유신체제 성립 과정서 조슈·사쓰마·도사 등 토막파(討幕派)를 구성한 번의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막부 세력을 멸망시킨 보신전쟁도 조슈·사쓰마·도사 번이 승리를 주도했다.

하지만 번의 갈등을 조율할 세력은 없었기 때문에, 조슈와 사쓰마의 주도권 다툼은 구 일본군으로 이어졌다. 육군은 조슈 번이 주도했고, 해군은 사쓰마 번이 주도했다. 육군과 해군은 서로를 다른 나라의 군대로 인식했다. 

자민당은 1955년 일본민주당·자유당 등의 합당으로 창당됐다. 당시 제1야당 일본사회당이 선전하자, 이에 불안을 느낀 일본민주당이 제2야당 자유당 및 군소 정당들과 합당한 결과물이 자유민주당이었다. 국내 정치서 3당 합당 후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던 과정과 비슷하다. 

일본에선 이를 ‘55년 체제’라고 하고, 이후 시작된 자민당의 독주는 ‘자민 막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55년 체제는 1993년 8월 자민당의 중의원 과반 확보 실패 후 7개의 야당이 연립정권을 만들어 호소카와 내각을 출범시킬 때까지 38년 동안 이어졌다.

이렇듯 자민당은 다수의 당이 합당해 정권을 유지했기 때문에 회파의 존재를 부인하기 어렵다. 

일본은
더 심해

자민당 내 회파는 크게 보수본류(保守本流)와 보수방류(保守傍流)라는 틀로 구분할 수 있다. 보수본류는 ▲평화헌법 개헌 반대 ▲경제 중시 ▲케인즈주의 ▲자유무역 ▲미일동맹 중시 등 지향점을 가진 온건보수 성향이다. 보수방류는 ▲평화헌법 개헌 찬성 ▲역사수정주의 ▲자주외교 등 노선을 견지하는 강경 보수라고 할 수 있다. 

인적 구성 과정에도 차이가 있어 보수본류는 관료 출신들이 많고, 보수방류의 뿌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직서 추방됐다가 1951년 공직추방령 해제 이후 정계에 복귀한 정치인들이다. 1990년대부터 세를 잃었던 중도파는 혁신을 중시했던 제3세력이었지만, 대부분 자민당을 이탈했다.

남은 세력은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이끄는 파벌 지공회에 소속돼있다. 


보수본류와 보수방류가 크게 충돌했던 시기는 1970~1980년대였다. 보수본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와 보수방류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당총재·총리 자리를 놓고 약 10년 동안 대결했던 시기였다. 이들의 대결을 놓고, 일본에선 그들의 이름에서 각(角)과 복(福)을 가져와 ‘각복전쟁’이라고 불렀다.

둘의 대결에는 모략·금전거래·경선 부정 등 다양한 꼼수가 있었지만, 경제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도 있었다. 다나카 전 총리는 토건 중심의 확장 재정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했고, 후쿠다 전 총리는 내수경제 활성화와 대만과의 친교 유지를 중시했다.

자민당은 태생부터 한국 정치가 선호하는 빅텐트 정당이었다. 다양한 회파가 공공연하게 이합집산하고, 과거 한국 정치에 있었던 당 총재의 절대적인 위상도 없다. 대체로 총재 취임이 곧 총리 취임이기 때문에, 당 총재는 회파 간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기류가 강하다.

일본식 파벌 정치는 이합집산과 밀실 합의로 정치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에 유권자의 의사가 무시되는 경향이 짙다는 단점이 두드러진다. 

반대로 회파 간 견제가 활성화돼있어 특정인의 폭주를 견제할 수 있다. 아울러 회파 대부분은 겉으로라도 정책연구회를 표방하면서 각자의 정책을 제시한다. 그래서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달라져도 국민에게는 정권교체와 비슷한 체감을 준다. 근본적으로 각각의 회파가 독자적인 교섭단체로 등록돼있어 가능한 현상이다.

자민당이 회파의 이합집산과 밀실 합의에 의존하는 정치를 수십년 넘게 이어가면서, 일본 정치에서는 정·관·재계가 지나치게 야합하는 부작용이 구조화됐다. 일본의 정치인이 정계에 진출하는 과정의 표준은 명문대 졸업 → 3년 내외의 대기업 혹은 공무원 근무 → 현역 의원인 아버지의 비서로 정계 입문 → 아버지의 지역구 세습이다.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으면서 지역 조직·자금·지명도까지 함께 물려받는 셈이다. 

전형적인 
정관 밀착

지난 16일 <산케이신문>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는 27일 예정된 제50회 일본 중의원 선거의 전체 출마자 1344명 중 136명(10.1%)이, 이들 중 자민당 전체 출마자 342명 중 97명이 세습 정치인이다. 여기에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선거대책위원장도 포함된다. 고이즈미 위원장은 2008년 9월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로부터 후계자로 지목돼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준 고이즈미 전 총리였지만, 그의 정치 인생서 가장 유명한 것은 파벌 부수기 시도였다. 그는 모리 요시로 당시 총리의 지지율 추락과 참의원 선거 패배 상황서 돌풍을 일으켜 총재에 당선됐다.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정계에 투하했던 가장 큰 폭탄은 우정 민영화였다. 

일본의 우정공사는 우정성이 기업화돼 설립됐지만, 직원들은 모두 국가공무원이었다. 기업의 직원이 모두 국가공무원으로 구성된 기이한 형태는 전·현직 우체국장들의 모임과 우정노동조합이 각각 자민당과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었던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게다가 우정공사가 관리하는 우편저금 잔고는 2007년 기준 약 182조엔이었다. 이 자금은 대장성에 위탁해 운용됐고, 대장성이 우편저금에 적용하는 금리는 시중금리보다 높았다. 전형적인 정·관의 밀착이었다. 

우정 민영화를 시도하는 법안은 2005년 8월 중의원을 통과했지만, 참의원서 자민당 일부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지면서 부결된다.

그러자 고이즈미 총리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면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차기 총선을 ‘우정 민영화 총선’이라고 명명하는 등 승부수를 던진다. 이어 중진 의원 40명의 공천을 배제했고, 유명 여배우·아나운서 등 정치 신인을 대거 발탁해 그들의 지역구에 공천했다. 이것이 ‘고이즈미의 자객 공천’이었다. 

공천이 배제된 중진들은 신당 창당으로 맞대응했지만, 유권자들은 고이즈미의 손을 들어줬다. 자민당·공명당 연립정권은 2005년 9월 진행된 제44회 중의원 선거서 전체 480석 중 327석(68.1%)을 얻는 대승을 거둔다. ‘우정 민영화’라는 정책 이슈를 과감하게 투하한 후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선명성을 얻은 결과물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6년 4월 29.2%였던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20% 이하로 낮췄다. 이는 고리대금업을 광범위하게 영위하는 야쿠자에겐 큰 타격이었다. 야쿠자의 돈줄을 옥죄는 것도 파벌 부수기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었다. 고리대금업은 정·관계 모두 손을 대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이 역시 밀착이었다.

파벌 부수기 골몰한 고이즈미…결말은?
정작 초선은 ‘고이즈미파’ 가입 원해

이 외에도 고이즈미 총리는 ▲금융기관에 대한 재무성의 낙하산 인사 파견 금지 ▲공제연금(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국민연금)의 통합 ▲공영방송 NHK 개혁 등 회파의 인적·물적 자산이 될 수 있는 줄기를 그때그때 잘랐다.

강한 지도력을 가진 1명에 의한 정당 운영 및 통치는 과거 한국 정치서 흔히 보던 양상이었다. 일본은 반대로 회파의 밀실 담합에 관계와 재계까지 연결돼 부정부패를 양산하고 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대중정치 재능을 한국식 정치 기법과 결합해 일본에 충격을 준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방법은 오로지 그만이 소화할 수 있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제44대 중의원 선거서 당선된 초선 의원 83명에게 ‘회파 입회 금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런데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초선 의원들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소속 파벌이었던 모리파(세이와정책연구회의 당시 별칭) 입회를 원하는 기류가 강했다. 

이는 일본 정치인에게 회파가 갖는 의미를 상징한다. 경제희 고마자와대 강사의 2019년 논문 ‘아베의 장기 집권과 자민당의 파벌 구도’에 따르면, 회파는 정치인에게 ▲각종 정보와 연수 기회 제공 ▲금전적·물리적·인적 지원 등을 제공 ▲의원들은 파벌 주요 인물에게 총재 선거 출마 보조 ▲총재 선거 당선을 위한 지지 활동 등을 진행한다.

일본에서는 이 관계를 클라이엔텔리즘(Clientelism)이라고 한다. 고대 로마서 유력 정치인과 신참 원로원 의원이 각각 파트로누스(Patronus)·클리엔스(Cliens) 관계를 맺었던 것과 비슷하다.

일본의 회파 정치는 2024년에 이르러 거의 해산되고 있다. 정치자금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등 규모를 축소하다가 대거 적발된 스캔들이 2022년 11월부터 불거졌기 때문이다. 세이와정책연구회·지수회·굉지회 등 주요 회파가 연이어 해산을 선언했고, 이시바 총리의 회파 수월회도 ‘당내 의원 그룹’으로만 남기로 했다.

현재 남은 회파는 아소 다로 전 총리의 지공회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의 헤이세이연구회 밖에 없다. 하지만 이 회파들이 완전하게 해산됐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회파 정치는 그만큼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조선의 당쟁과 현대 정치의 공통점은 ‘자리’로부터 비롯됐다. 조선의 동서 분당은 간관 인사권을 가지고 있던 이조전랑 자리를 놓고 시작됐고, 현대 정치의 계파 갈등은 대부분 공천 문제로부터 불거진다. 옛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의 계파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은 공천 학살을 주고받았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박용진 전 의원 1명의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후보 3명을 연이어 내보냈다. 

총재 1인이 견고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정당은 3김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정계서 은퇴하면서 사라졌다. 이와 가장 비슷한 정치를 했던 고이즈미 전 총리의 파벌 부수기도 고이즈미 전 총리의 퇴임 이후 흐지부지됐다. 

끝나지 않는
자리 싸움

하지만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정치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하는 당무 개입을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당 대표들과 수시로 충돌하고 있다.

우리 국회법은 단일 교섭단체를 규정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계파는 공식화되지 않는다. 공식화되지 않는 틈을 파고드는 일부 정치인이 있고, 당에 3김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하는 대통령도 있다. 일본의 복수 교섭단체 제도·흐지부지 소멸한 고이즈미식 파벌 부수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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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