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④진주진맥브루어리

수제 맥주와 야시장의 낭만

먹거리가 여행이 되는 시대다. 진주진맥브루어리는 맥주 마니아들은 물론 여행객들에게 진주 명소로 떠올랐다. 진맥은 진주 한가운데를 흐르는 1급수 남강과 진주 땅에서 자라는 앉은키밀을 주원료로 만든 고급 수제 맥주다. 진주밀로 만든 맥주, 풍미가 진한 맥주, 진짜 맥주라는 이름처럼 맥주 마니아들의 취향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 오픈은 4월이지만 본격적인 개발은 21년부터다. 진주시상권르네상스사업의 하나로 개발한 특화상품이다. 20여곳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6000여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다. 진맥의 주원료인 진주밀은 다른 밀보다 키가 작다. 그래서 앉은키밀이라 불린다.

앉은키밀

웬만한 바람에도 잘 쓰러지지 않고, 병충해에 강하다. 그래서 수확률이 높은 것은 물론 일반 밀가루에 비해 부드럽고, 맛이 구수하다. 

앉은키밀은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가 기아에 헤매던 1945년, 미국 농학자인 노먼 볼로그 박사가 한국 토종 밀인 앉은키밀을 발견하고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에 전파해 세계 기아 해결에 이바지했다.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한때 앉은키밀은 수입밀에 밀려 명맥이 사라질 뻔했으나 진주 금곡정미소서 3대에 이어 도정해오고 있었고, 우리밀 살리기 운동과 함께 되살아났다. 지금은 금곡면을 비롯해 진주서 드넓은 밀밭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진주논개시장 입구에 자리한 진주진맥브루어리는 건물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오래된 폐가구점을 리모델링했다. 붉은빛에 가까운 외벽은 잘 익은 앉은키밀의 색깔이라고 한다. 1층은 수제 양조장과 맥주 펍, 그리고 굿즈숍이 있고, 2층은 맥주 펍과 아카이브 공간, 3층은 진주시상권활성화재단과 교육장이다.

1층 양조장은 커다란 통창 안으로 맥주 만드는 장면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가구점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앉은키밀의 불그스름한 색은 내부 인테리어에도 이어진다. 주황과 붉은빛 그 사이 앉은키밀 색은 검은색 의자와 가구들과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층에는 LP와 턴테이블이 주르륵 놓여 있는 독특한 공간이 있다. 헤드폰과 멋진 조명까지 연출해 놓았다.

진주밀로 만든 부드럽고 구수한 맛
맥주 마니아들의 취향 저격

원하는 LP를 고른 다음 헤드폰을 끼고 맥주를 마시는 로망을 실현하게 해준다.

맥주는 두 종류다. 밀의 고소함과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는 에일과 시원함과 청량감을 자랑하는 라거다. 첫 모금에 밀의 구수함과 감칠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목 넘김은 부드럽고 뒷맛은 깔끔하다. 깊은 풍미와 보디감,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청량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지금은 두 가지를 선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호핑에일, 페일에일, 스타우트 등 5종의 라인업으로 손님을 맞을 예정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 애호가들의 관심이 벌써 뜨겁다. 

맥주와 어울리는 특별한 메뉴들도 준비돼있다. 나초&살사소스, 트러플 프라이즈는 깔끔한 라거와 잘 어울리고, 진주 토마토 라구파스타와 진주 토마토 카프레제는 진한 에일과 찰떡궁합이다. 모양도 예뻐서 메뉴가 나오면 너도나도 휴대폰으로 사진 찍기 바쁘다.


집에서나 밖에서 진맥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캔맥주와 페트병 맥주를 판매한다. 캔에 그려진 수달은 진주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진주 남강에 사는 천연기념물 수달이 주인공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가 자리 잡은 논개시장에서는 토요일마다 올빰토요야시장이 열린다.

진주하면 생각나는 육전부터 삼겹말이, 납작만두, 해물부추전, 대왕고기완자, 스테이크새우꼬치까지 먹거리 천국이다. 야시장 입구 양쪽에 테이블이 놓여 있어서 구매한 음식을 식기 전에 맛볼 수 있다. 

평소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외부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지만, 토요일 야시장 음식은 대환영이다. 진주진맥브루어리에서 판매하는 캔맥주와 페트병 맥주를 사 들고 야시장에서 즐겨도 좋다. 진주의 토요일 밤이 낭만으로 익어가는 이유다.

유등테마공원

10월에 진주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남강유등축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다. 7만여개의 등불이 진주성 아래 남강 위를 형형색색 수놓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가을을 선사한다. 임진왜란 때 진주성 전투서 김시민 장군이 남강에 유등을 띄워 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물리쳤던 것에서 유래한다. 

소망진산 유등테마공원은 진주를 상징하는 유등을 365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남강과 진주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야경 명소로 자리 잡았다. 공원 내에 있는 진주남강유등전시관은 유등 전시부터 체험까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화려한 소망등으로 장식된 터널은 인생샷 성지로 손꼽힌다.

온몸으로 남강을 즐기려면 물빛나루쉼터로 가보자. 이곳에는 남강 유람선인 ‘김시민호’를 운행한다. 김시민호에 몸을 실으면 아름다운 남강을 따라 진주성과 촉석루, 의암 등 진주의 절경이 이어진다. 진주성의 야경과 화려한 음악분수대를 눈에 담을 수 있도록 밤에도 운영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진주남강유등전시관→물빛나루쉼터와 김시민호→진주성→진주진맥브루어리→올빰토요야시장(진주논개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진주남강유등전시관→물빛나루쉼터와 김시민호→진주성→진주진맥브루어리→올빰토요야시장(진주논개시장)
-둘째 날 경상남도수목원→진양호 호반전망대→까꼬실둘레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진주관광 https://www.jinju.go.kr/tour.web
-진주문화관광재단 https://jjct.or.kr
-진주진맥브루어리 https://www.insta gram.com/jinmacbeer/
-진주시상권활성화재단 https://www.jinjumr.or.kr
-물빛나루쉼터(김시민호) https://www.jinju.go.kr/cruiseship/

운영 정보
진주진맥브루어리 운영시간: 17:00~23:00(22:00 라스트오더), 휴무: 월요일, 메뉴: 에일맥주 7000원, 라거맥주 7000원, 진주 토마토 라구파스타 1만7000원, 진주 토마토 카프레제 1만6000원, 나초&살사소스 1만4000원, 트러플 프라이즈 1만4000원

문의 전화
-진주진맥브루어리 0507)1410-1466
-진주관광안내 055)749-2114
-진주시관광안내소 055)749-7449
-진주역관광안내소 070)4916-1489
-진주남강유등전시관 055)762-8583
-물빛나루쉼터(김시민호) 055)761-3691


대중교통
-버스 서울-진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개양고속버스정류장 하루 29회(06:00~00:10) 운행, 약 3시간35분 소요. 개양고속정류장서 20m 정촌초등학교 정류장서 120 버스 승차, 논개시장 하차, 도보 117m 진주진맥브루어리 도착. 
-기차 서울-진주, 서울역서 하루 10회(05:03~20:38) 운행, 약 3시간35분 소요. 진주역서 200, 150 버스 이용, 경상국립대학교가좌캠퍼스후문 하차, 도보 170m 경상국립대학교가좌캠퍼스후문 120 버스 승차, 논개시장 하차, 도보 117m 진주진맥브루어리 도착.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www.kobus.co.kr), 개양고속버스정류장 055)752-5167~8

자가운전
통영대전고속도로 서진주 IC→공설운동장 방면 2시 방향→숙호산로 진행 후 신안광장오거리서 10시 방향→진양호로 직진 후 인사광장서 ‘진주성’ 방면 우회전→시외버스터미널서 ‘산청, 중앙시장’ 방면 좌회전→구부산교통사거리서 ‘진양호, 진주성’ 방면 좌회전→진양호로567번길 방면 우회전→진주진맥브루어리

숙박 정보
-주식회사제이스퀘어호텔: 진주시 솔밭로, 055)749-0022, http://www.jsquarehotel.com
-뉴라온스테이: 진주시 영천강로, 055)751-1111, https://www.newraonstay.com
-골든튤립호텔남강: 진주시 남강로673번길, 055)760-9600~2, http://hotelnam gang.com

식당 정보
-천황식당(육회비빔밥): 진주시 촉석로, 055)741-2646
-하연옥(진주냉면): 진주시 진주대로, 055)746-0525
-유정장어(장어구이): 진주시 진주성로, 055)746-9235

주변 볼거리
밀알영농우리밀체험장, 월아산자연휴양림,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국립저작권박물관, 철도문화공원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