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종부세?’ 금투세 부작용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14 11:12:07
  • 호수 1501호
  • 댓글 5개

‘급추진’ 의원 연루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금투세 관련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했지만, 뚜렷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투세는 종부세와 비슷한 구조로 돼있고, 조세 전가 문제에 대한 고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원래는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돼야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7월 ‘2022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금투세 도입 시행을 2년 늦추는 안을 제시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동시 인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신중론으로 선회했고, 여야 합의를 거쳐 2년 유예됐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금투세 관련 의원총회서 ‘시행·폐지·유예’라는 선택지서 최종 결정을 지도부에 일임했지만, 이 대표 등 지도부는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원래는 금융투자 행위 시엔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증권거래세(이하 ‘거래세’)를 과세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양도소득세 개념인 금투세와 거래세가 함께 부과된다. 금투세가 도입되는 대신, 거래세 세율은 0.15%로 낮아진다.

거래세는 원래 0.23%였다가 꾸준히 인하되고 있고, 2024년 현재는 코스피 기준 0.18%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둘 때 부과되고, 해외주식은 25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둘 때 부과된다. 3억원 이하의 수익을 거두면 1구간으로써 세율 22%(금투세 20%+지방소득세 2%)가 적용되고, 3억원을 초과 시 2구간으로써 세율 27.5%(금투세 25%+지방소득세 2.5%)가 적용된다.


금투세 관련 첫 논란은 펀드 환매 차익에 대한 적용이다. 펀드 환매 차익에는 원래 최고 세율 49.5%가 적용되는 종합소득세가 부과됐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최고 27.5%가 적용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감세 법안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금투세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사모펀드에 연루돼있다”는 일부의 음모론도 나왔다.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에 따르면, 공개 명세에는 사모펀드도 포함된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이름과 투자금액만 공개되고, 세부 투자명세는 공개되지 않는다.

금투세 시행 찬성론자인 이상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지난 2일, 금투세 관련 기자간담회서 “사모펀드 투자자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 내외에 불과하고, 금투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슈퍼개미는 법인 설립
거래세·소득세 병과

채권의 매매수익에는 원래 과세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반대론자들은 “레고랜드 사태처럼 본드런(Bond run)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레고랜드 건설을 주도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한 후 약 205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최문순 지사 재임 당시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섰다.

공사는 증권의 대출 만기일이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상환하지 못했고, 후임인 김진태 지사는 상환이 아니라 기업회생을 선택했다. 결국 아이원제일차는 부도 처리됐고, 한전 등 공기업과 지방공사들의 채권이 유찰되는 등 채권시장이 얼어붙는 사태가 발생했다.

거래세는 내리고, 수익에 따라 2개 구간 중 하나로 과세율이 정해지는 금투세의 구조를 놓고, “장기투자자가 부담하는 세금이 약 4~20배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초단타매매를 하는 스캘퍼(Scalper)는 거래세 인하 효과로 인해 과세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미 초단타매매 위주로 국내 주식시장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시행안대로라면 그들에게는 금투세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슈퍼개미들도 1인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홍만표 변호사에 대해 “법인 설립 후 오피스텔 123채를 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에 따르면, 홍 변호사와 가족 명의로 소유한 오피스텔은 총 67채였지만, 홍 변호사가 실제로 운영했다고 의심받았던 A 홀딩스는 56채를 보유했다.

이 의혹은 “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보다 법인세의 세율이 더 낮다”는 등의 절세 테크닉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연말정산이다. 부양가족의 연간 금융소득이 100만원을 넘을 경우, 인적공제를 받을 수 없다. 연말정산 인적공제를 받지 못하는 적용 대상자는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는 2054만명이 2022년 귀속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을 했다.

기관·외국인 제외…조세 전가 지적
연말정산 제외…적용자 급증 우려도

가장 회의적인 예측은 “증시자금이 해외나 부동산시장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 소속 마지현 선임연구원은 2021년 9월 “주식양도세율의 변화율이 1%p 인상될 때, 주택가격 변화율이 0.18%p 상승했다”며, “주식양도세(금투세)에 세율 20% 부과 시 주택가격은 약 73%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회의적인 예측이 현실이 되면, 부동산시장은 ‘종부세 시즌2’를 맞이할 수도 있는 셈이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상위 1%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금투세의 시행목적과 유사하다. 종부세는 상업용 부동산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관·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금투세와 비슷한 구조로 돼있다.

과거 문재인정부는 2020년 7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취득세율·종부세율을 모두 인상했다. 종부세의 1주택자 공제기준은 9억원이었다가, 2021년 8월 11억원으로 올랐다.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불문하고,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전세는 감소하고, 월세와 임대료 상승을 통해 임차인에게 조세가 전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금투세와 관련해 증권거래세는 인하할 예정이지만, 거래세 인하는 초단타매매 위주의 기관·법인에 유리하다. 이후의 양상은 종부세와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종부세와 금투세는 모두 조세 전가 현상과 관련된 찬성론자들의 반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조세의 귀착 및 전가 문제는 재정학·경영학·부동산학 등 학문의 개론·원론 단계서 기초적으로 거론한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 9월24일 진행된 금투세 시행 관련 정책토론회서 “우하향 된다고 신념처럼 갖고 계시면, 인버스에 투자하시면 되고, 선물 풋을 잡으면 되지 않느냐”며, “주식시장은 주가가 내려도 이득을 얻는 분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월세 상승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겠지만,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하나는 세금”이라고 말했다. 결코 피할 수 없기에, 최대한 피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진실도 언제나 영원하다. 세금과 관련해, 정책 결정자들이 제일 세심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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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