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금투세 관련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했지만, 뚜렷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투세는 종부세와 비슷한 구조로 돼있고, 조세 전가 문제에 대한 고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원래는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돼야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7월 ‘2022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금투세 도입 시행을 2년 늦추는 안을 제시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동시 인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신중론으로 선회했고, 여야 합의를 거쳐 2년 유예됐다. 민주당은 지난 4일, 금투세 관련 의원총회서 ‘시행·폐지·유예’라는 선택지서 최종 결정을 지도부에 일임했지만, 이 대표 등 지도부는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원래는 금융투자 행위 시엔 소득 유무와 상관없이 증권거래세(이하 ‘거래세’)를 과세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양도소득세 개념인 금투세와 거래세가 함께 부과된다. 금투세가 도입되는 대신, 거래세 세율은 0.15%로 낮아진다.
거래세는 원래 0.23%였다가 꾸준히 인하되고 있고, 2024년 현재는 코스피 기준 0.18%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둘 때 부과되고, 해외주식은 25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둘 때 부과된다. 3억원 이하의 수익을 거두면 1구간으로써 세율 22%(금투세 20%+지방소득세 2%)가 적용되고, 3억원을 초과 시 2구간으로써 세율 27.5%(금투세 25%+지방소득세 2.5%)가 적용된다.
금투세 관련 첫 논란은 펀드 환매 차익에 대한 적용이다. 펀드 환매 차익에는 원래 최고 세율 49.5%가 적용되는 종합소득세가 부과됐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최고 27.5%가 적용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감세 법안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금투세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사모펀드에 연루돼있다”는 일부의 음모론도 나왔다. 현행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에 따르면, 공개 명세에는 사모펀드도 포함된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이름과 투자금액만 공개되고, 세부 투자명세는 공개되지 않는다.
금투세 시행 찬성론자인 이상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지난 2일, 금투세 관련 기자간담회서 “사모펀드 투자자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 내외에 불과하고, 금투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슈퍼개미는 법인 설립
거래세·소득세 병과
채권의 매매수익에는 원래 과세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반대론자들은 “레고랜드 사태처럼 본드런(Bond run)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레고랜드 건설을 주도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한 후 약 2050억원 상당의 기업어음(ABCP)을 발행했고, 최문순 지사 재임 당시 강원도는 지급보증을 섰다.
공사는 증권의 대출 만기일이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상환하지 못했고, 후임인 김진태 지사는 상환이 아니라 기업회생을 선택했다. 결국 아이원제일차는 부도 처리됐고, 한전 등 공기업과 지방공사들의 채권이 유찰되는 등 채권시장이 얼어붙는 사태가 발생했다.
거래세는 내리고, 수익에 따라 2개 구간 중 하나로 과세율이 정해지는 금투세의 구조를 놓고, “장기투자자가 부담하는 세금이 약 4~20배 정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초단타매매를 하는 스캘퍼(Scalper)는 거래세 인하 효과로 인해 과세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미 초단타매매 위주로 국내 주식시장서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시행안대로라면 그들에게는 금투세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슈퍼개미들도 1인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홍만표 변호사에 대해 “법인 설립 후 오피스텔 123채를 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에 따르면, 홍 변호사와 가족 명의로 소유한 오피스텔은 총 67채였지만, 홍 변호사가 실제로 운영했다고 의심받았던 A 홀딩스는 56채를 보유했다.
이 의혹은 “종합소득세·양도소득세보다 법인세의 세율이 더 낮다”는 등의 절세 테크닉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연말정산이다. 부양가족의 연간 금융소득이 100만원을 넘을 경우, 인적공제를 받을 수 없다. 연말정산 인적공제를 받지 못하는 적용 대상자는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는 2054만명이 2022년 귀속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을 했다.
기관·외국인 제외…조세 전가 지적
연말정산 제외…적용자 급증 우려도
가장 회의적인 예측은 “증시자금이 해외나 부동산시장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 소속 마지현 선임연구원은 2021년 9월 “주식양도세율의 변화율이 1%p 인상될 때, 주택가격 변화율이 0.18%p 상승했다”며, “주식양도세(금투세)에 세율 20% 부과 시 주택가격은 약 73%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회의적인 예측이 현실이 되면, 부동산시장은 ‘종부세 시즌2’를 맞이할 수도 있는 셈이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는 “상위 1%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금투세의 시행목적과 유사하다. 종부세는 상업용 부동산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관·외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금투세와 비슷한 구조로 돼있다.
과거 문재인정부는 2020년 7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취득세율·종부세율을 모두 인상했다. 종부세의 1주택자 공제기준은 9억원이었다가, 2021년 8월 11억원으로 올랐다.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불문하고,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전세는 감소하고, 월세와 임대료 상승을 통해 임차인에게 조세가 전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금투세와 관련해 증권거래세는 인하할 예정이지만, 거래세 인하는 초단타매매 위주의 기관·법인에 유리하다. 이후의 양상은 종부세와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종부세와 금투세는 모두 조세 전가 현상과 관련된 찬성론자들의 반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조세의 귀착 및 전가 문제는 재정학·경영학·부동산학 등 학문의 개론·원론 단계서 기초적으로 거론한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 9월24일 진행된 금투세 시행 관련 정책토론회서 “우하향 된다고 신념처럼 갖고 계시면, 인버스에 투자하시면 되고, 선물 풋을 잡으면 되지 않느냐”며, “주식시장은 주가가 내려도 이득을 얻는 분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월세 상승
“증시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겠지만,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하나는 세금”이라고 말했다. 결코 피할 수 없기에, 최대한 피하려는 노력이라도 하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진실도 언제나 영원하다. 세금과 관련해, 정책 결정자들이 제일 세심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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