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마을을 찾아 ②서천 한산소곡주갤러리

70여 양조장 술을 한곳에

집에서 담그는 술을 가양주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까지 ‘가양주 문화’가 존재했다. 문헌에 기록된 술 종류만 600종이 넘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주세 정책으로 가양주 면허제를 시행하고, 쌀로 주류 양조를 금하면서 전통주 대부분이 사라졌다. 그런데 서천 지역은 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이름난 술 마을이다. 마을 어느 집 대문을 두드려도 됫병에 소곡주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이었다.

집의 대소사에 술을 빚으며 한산소곡주의 명맥을 유지했고, 술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팔아서 생계를 이어갔다. 사실 전통방식으로 빚는 술은 노동집약이란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사람의 품을 요구한다. 그러나 한산 지역에서 술을 빚는 것은 밥 짓고, 장 담그는 것처럼 몸에 밴 삶 그 자체였다.

술 익는 마을

한산소곡주는 기록이 남아 있는 우리 술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술로 전한다. 역사적으로 1500년 전 백제 궁중 술로 백제가 망한 뒤 유민들이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빚어 마셨다고 한다. 한산소곡주는 옛 한산 지역인 지금의 충남 서천군 한산·화양·기산·마산면 지역서 생산되는 소곡주를 뜻한다.

농산물 지리적 표시 제110호로 고창 복분자주, 진도 홍주에 이어 세 번째로 등록된 전통주다. ‘한산소곡주’의 이름을 내걸려면 오직 이 지역 내에서 지역 재료만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는 70여가구가 양조장 시설을 갖추고 주류제조 면허를 취득해, 이 지역은 전국서 지역 단위에 가장 많은 양조장을 가진 ‘술 익는 마을’이 되었다. 

술 빚기에 필요한 기본 재료는 쌀, 물, 누룩이다. 한산소곡주 생산의 모든 공정은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적당함’의 영역에 있다. 술 빚는 쌀은 찹쌀이다. 멥쌀보다 탄수화물 성분이 많아서 알코올의 원료가 되는 당분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시루에 밥을 안쳐 꼬들꼬들한 고두밥을 하는 것으로 술 빚기는 시작된다. 고두밥을 평상에 널어놓고 뒤집어가며 식히고 덩어리지지 않게 말린다. 이때 집어먹는 고두밥 맛이 꿀맛이다. 

술맛은 70여 양조장 모두가 같은 듯 다르다. 가양주의 특색이다. 쌀에 누룩을 더해서 밑술을 만들고 다시 고두밥으로 덧술 후 용수로 걸러내는 이양주 방식은 비슷하지만, 양조장마다 첨가하는 재료가 다르고 몇 대에 걸쳐 내려온 비법을 더하니 김치나 장맛처럼 술맛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한산소곡주는 골라 마시는 재미와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를 골라 듣는 재미도 있다. 시집온 며느리가 고작 몇 해 술 빚은 솜씨로는 시어머니의 손맛을 알 수가 없었다. 작은 종지 하나에 젓가락으로 술을 맛을 보고 또 보다 결국 실실 웃음이 나며 다리가 풀려 종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또 있다. 조선시대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주막거리를 지나다, 시를 읊고 달을 보며 일어나지 않을 핑계를 하나둘씩 보탰다. 결국 소곡주의 매력에 빠져 과거시험을 보러 가지 못했단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한산소곡주를 어디서 모두 맛볼 수 있을까? 정답은 바로 한산소곡주갤러리다. 이곳은 한산면 소재 70여 양조장서 생산한 한산소곡주를 전시·판매한다. 시음도 가능한데 매주 5개의 양조장서 만든 술을 돌아가며 선보인다.

한산소곡주는 서천군서 제작한 같은 모양의 갈색 술병을 사용한다. 포장박스와 병에 붙은 라벨을 통해 양조장을 구분할 수 있다. 선비복을 입고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3종의 소곡주를 맛보는 향음체험(1인 1만5000원, 10인 이상)도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한산소곡주갤러리서 골라 먹는 재미
직접 만들기 체험도 가능한 양조장도


도자기 잔에 받아든 한산소곡주의 술 빛은 엷은 담황색을 띤다. 마셔보니 은은한 향과 혀끝에 감도는 맛이 뛰어나다. 갤러리 내부는 소곡주 양조장 저마다의 역사가 잘 담겨있다. 정중앙에는 발효와 증류 과정서 모티브를 딴 ‘누룩’과 ‘화비’가 지키고 섰다.

매년 10월경 한산소곡주갤러리 앞에서 열리는 한산소곡주 축제의 마스코트다. 10월10일은 한산소곡주의 날이다. 정성을 다해 빚어지는 한산 소곡주의 숙성 기간 100일과 우리 조상이 결혼 100일을 맞아 합환주로 소곡주를 나눴던 의미를 담았다. 

직접 술을 만들어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갤러리 인근 삼화양조장은 한산면에 소재한 양조장 가운데 가장 먼저 한산소곡주 체험을 시작한 곳이니만큼 소곡주 주례 체험(1시간, 2만5000원), 소곡주 빚기(2시간, 7만원, 10인 이상) 체험 등 내용도 다양하다. 

삼화양조장서 차로 5분 거리에는 서걱서걱 갈대 소리가 청명하게 들려오는 신성리갈대밭이 자리한다. 폭 200m, 길이는 1㎞, 면적은 25만 8000㎡에 이르며 바람마저 가을로 물드는 곳이다. 미로처럼 이어진 갈대숲 산책로는 신성리갈대밭의 백미다. 갈대문학길, 영화테마길 등 다양한 이름의 산책로가 강변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충남 서천을 대표하는 또 다른 특산물인 한산모시를 빼놓을 수 없다. 모시풀을 처음 발견했던 건지산 기슭에 한산모시전시관, 시연공방, 토속관, 모시매기공방, 전통농기구전시장, 모시각, 한산모시홍보관 등의 시설을 10만㎡ 규모로 갖춰놓은 한산모시마을은 한산에 왔다면 꼭 한번 들러봄 직하다.

문헌서원

모시풀 재배를 거쳐 수확, 태모시 제작과 모시째기와 삼기, 모시날기, 모시매기와 꾸리감기, 바디끼우기 등 비로소 베틀에 얹어 모시짜기까지 4000번의 손길을 거치는 고된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솔숲을 산책하고, 정성스러운 전통 밥상과 함께 안온한 하루를 보낼 곳은 문헌서원이다. 400여년의 긴 역사를 품은 문헌서원은 성리학의 대가 이곡 선생과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전소됐다가 1611년 서원을 재건하면서 문헌서원이 됐다. 1969년 현재 위치로 이전된 후 2007년부터 문헌서원 일대 1만9847㎡ 부지를 재정비해 2013년 지금의 한옥호텔로 새롭게 단장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한산소곡주갤러리 → 한산모시관 → 신성리갈대밭 → 문헌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산소곡주갤러리 → 한산모시관 → 신성리갈대밭 → 문헌서원 
-둘째 날 국립생태원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 장항스카이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서천군 문화관광 https://www.seocheon.go.kr/tour.do
-한산모시관 https://www.seocheon.go.kr/mosi.do
-문헌서원 http://www.munheon.org/

운영 정보
한산소곡주갤러리 운영시간: 전시관 10:30~18:00(화~일요일, ※17:30까지 입장), 주소: 서천군 한산면 충절로1173번길 21-1, 휴무: 매주 월요일, 입장료: 무료 


문의 전화
-서천군청 관광진흥과 041)950-4470
-서천군청 지역경제과 041) 950-6885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
-한산소곡주갤러리 041)951-7789
-한산모시관 041)951-4100
-문헌서원 041)953-5895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익산역(환승)-서천역, KTX 및 무궁화호 환승 하루 14회(05:08~21:09) 운행, 총 1시간50분 소요. 용산역-서천역, 하루 10회(05:32~20:43) 운행, 약 3시간15분 소요. 서천역 321,32,30,35번 버스 탑승, 한산공용터미널 하차, 도보 140m 한산소곡주갤러리 도착.

*문의: 레츠코레일 https://www.letskorail.com/ 1544-7788 

-버스 서울-서천, 서울남부터미널서 1일 2회(10:50,16:45)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서천버스정류장 30,31,32번 버스 탑승, 한산공용터미널 하차, 도보 140m 한산소곡주갤러리 도착.

*문의: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main.do, 서울남부터미널 02)521-6871, 서천시외버스터미널 041)953-1779

자가운전
동서천IC → 동서천IC 교차로서 좌회전 → 장산로 → 광암삼거리서 ‘청양·부여’ 방면 우회전 → 충절로 → 한산소곡주갤러리 


숙박 정보
-서천유스호스텔: 장항읍 장항산단로, 041)956-0003, http://www.scyh.or.kr/
-문헌전통호텔: 기산면 서원로, 041)953-5896, https://munheonhotel.co.kr 
-개비온 호텔&무인텔: 서면 춘장대로, 0507)1469-7103

식당 정보
-산성회관(영양돌솥밥): 한산면 충절로, 041)951-5161
-담쟁이넝쿨가든(모시된장찌개): 한산면 충절로, 041)951-9288
-우리식당(아구찜): 장항읍 장서로, 041)957-0465

주변 볼거리
-마량리동백나무숲, 판교시간이멈춘마을,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제7회 한산소곡주축제 축제기간: 10.26.(토)~10.27.(일) 주소: 한산소곡주갤러리 인근 입장료: 무료(체험료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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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