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활용 ③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상상력 놀이터,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심어진 오래된 교정과 옛 초등학교 건물에 특별한 예술이 덧입혀졌다. 쓸모없는 물건을 뜻하는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작품이 빈 교실과 복도, 운동장을 채웠기 때문이다. 폐허가 되었을지도 모를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은 이는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인 오대호 작가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40대 후반, 미국의 정크아트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만난 후, 운명처럼 정크아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기계공학적인 기술을 녹이고, 상상력을 발휘해 독특한 정크아트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작품은 약 20년 동안 6000여점에 이른다.

지난 2007년 폐교한 능암초등학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교실과 나뭇결이 살아 있는 복도는 전시장으로, 운동장에는 대형 작품과 아이들이 마음껏 탈 수 있는 아트바이크가 놓였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호기심이 절로 샘솟는다.

키네틱아트

철과 나무, 플라스틱 등 평범한 재료에 그의 독창성이 더해진 작품은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신기하다. 새와 물고기, 곤충, 고양이, 개 등의 동물은 물론 동화와 영화 속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대호아트팩토리는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예술 작품인 키네틱아트(kinetic art) 덕분에 손으로 만져보는 전시가 가능하다. 직접 레버를 돌리면서 체험하는 작품들이 많아 전시 감상에 생기를 더한다. 주말에는 교실을 극장으로 꾸민 공간서 마술공연이 열리는데 아이에게는 놀라움을, 어른에게는 추억을 선사한다.

오대호아트팩토리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아트바이크 타기다. 운동장에 폐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을 활용해 만든 아트바이크는 누구든 즐길 수 있다.


오대호아트팩토리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 남한강 목계나루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카페 코치빌더가 자리한다. 조선시대 후기 5대 하항(하천 연안에 발달된 항구) 중 하나였던 충주 목계나루는 1930년대 충북선 철도가 이어지기 전까지 수운 교역의 중심지였다.

담뱃잎 재배로 유명했던 충주는 이 목계나루를 통해 각 지역에 담배를 전했는데, 그 당시 담배 창고였던 공간이 지금의 코치빌더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창고의 특징인 높은 층고서 개방감이 느껴진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뼈대는 살리고 안전성을 높이는 리모델링에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카페 이름인 ‘코치빌더(Coach builder)’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독창적인 신차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18세기 자신만의 독특한 마차를 소유하고 싶었던 귀족이 마차 디자인을 의뢰한 것에 유래한다. 카페 코치빌더에 전시된 차들 역시 주인장의 취향을 반영, 개성적으로 다시 복원하고 만들어낸 차들이다.

카페 곳곳엔 클래식카와 올드카가 이목을 끈다. 귀여운 레몬 빛깔이 돋보이는 오펠 GT 로드스터와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의 경량 로드스터 다이하츠 코펜, 중후한 멋을 지닌 1970년대 재규어 XJ, 듀센버그를 베이스로 한 레플리카 등도 볼 수 있다.

카페 외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올드카도 전시돼있다. ‘각 그랜저’라고도 부르는 현대자동차의 1세대 그랜저와 기아 콩코드, 쌍용 코란도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반가운 모델이다.

카페 벽면도 볼거리가 쏠쏠하다. 계기반, 클러스터, 변속기, 카 오디오와 같은 실내 부품과 라디에이터 그릴, 휠, 타이어 등 외관 부품은 물론 실린더 블록과 피스톤 등의 엔진 부품까지 세심하게 분해해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했다. 자동차 시트가 의자로, 타이어가 탁자로 재탄생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오래된 초등학교 건물을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운 곳


코치빌더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다채로운 빵을 맛볼 수 있다는 것. 50~60종류의 빵을 매일 구워내는데, 그 맛 또한 충주서 손꼽힌다. 특히 카페 근방서 재배한 밤과 고구마 등의 작물을 활용, 충주서만 맛볼 수 있는 빵 개발에 힘쓰고 있다.

카페서 청년들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대전과 충주 등 충청도 각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 액세서리와 의류 등 굿즈를 개발해 고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공간에 예술을 더하겠다는 포부다. 주말에 열리는 원데이클래스에서는 자동차 열쇠고리나 가죽 팔찌 등을 만들 수 있다.

근처에는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이 자리한다. 고구려는 삼국시대에 유일하게 천체를 관측해 천문도와 달력을 만들었던 천문학 대국이었다.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천문과학관은 알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천체투영실서 360˚ 돔 스크린으로 밤하늘 별자리 모습을 관람한다.

낮에는 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밤에는 달, 행성, 성단, 성운, 은하 등을 관측할 수 있다. 주말에는 별 박사 이태형 관장에게 재미있는 별자리 특강을 들을 수 있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도 둘러볼 만하다. 충주 고구려비(국보)는 높이 203㎝, 너비 55㎝의 크기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고구려비다. 비에 새겨진 글자들이 마모돼 일부 내용만 파악할 수 있지만,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를 알려주는 소중한 기록이 담겨있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은 호반의 도시 충주서도 대표적인 공원이다. 통일신라시대 충주 탑평리 7층석탑(국보), 일명 중앙탑이 늠름한 기세로 서 있다. 공원에는 한복과 교복 등을 대여할 수 있는 의상숍과 흑백셀프사진관이 자리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밤에는 무지개길과 탑 주변으로 은은한 조명이 들어와 더욱 멋스럽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둘째 날 충주고구려비전시관→활옥동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충주문화관광 https://www.chungju.go.kr/tour/index.do
-오대호아트팩토리 https://5factory.kr/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http://www.gogostar.kr/ 

운영 정보
-오대호아트팩토리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운영) 요금: 7000원(아트팩토리 체험), 1만5000원(마술쇼+아트팩토리 체험)  
-코치빌더 운영시간: 10:00~21:00(20:30 주문 마감) 휴무: 없음 요금: 아메리카노 6000원, 수제 레몬에이드 7000원, 코치치즈빵 7800원(메뉴에 따라 상이)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운영시간: 14:30~22:30(3~4월), 15:00 ~23:00(5~8월), 14:30~22:30(9~10월), 14:00~22:00(11~2월), 예약 필수  휴무: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1월1일, 설·추석 당일, 공휴일 요금: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천체투영실 이용료 1인 500원 
-충주고구려비전시관 운영시간: 09: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요금: 무료 
-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운영시간: 00:00~24:00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오대호아트팩토리 043)844-0741
-코치빌더 070)8894-0212
-충주종합관광안내소 043)842-0531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043) 842-3247
-충주고구려비전시관 043)850-7301
-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043)842-0532


대중교통
-버스 서울-충주, 센트럴시티터미널서 15~60분 간격(06:00~다음 날 22: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서충주신도시정류소 하차 택시 이용, 오대호아트팩토리까지 약 17분 소요. 코치빌더까지 약 15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 

-기차 판교역-앙성온천역, KTX (08:29~19:45) 하루 4회 운행, 약 54분 소요. 앙성온천역서 오대호아트팩토리까지 도보로 약 15분 소요. 앙성온천역서 택시 이용, 코치빌더까지 약 13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톨게이트→오궁회전교차로서 ‘제천, 앙성, 충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직진→오궁교차로서 ‘제천, 충주’ 방면으로 좌회전→마련교차로서 ‘앙성, 마련리, 앙성온천’ 방면으로 오른쪽 방향→마련교차로서 ‘농암’ 방면으로 우회전→오대호아트팩토리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톨게이트→오궁회전교차로서 ‘제천, 앙성, 충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직진→오궁교차로서 ‘제천, 충주’ 방면으로 좌회전→가흥교차로서 ‘원주, 목계’ 방면으로 좌회전→가흥삼거리서 ‘원주, 제천, 충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4시 방향→목계삼거리서 ‘제천, 충주’ 방면으로 우회전→코치빌더 

숙박 정보
-무지개길 게스트하우스: 충주시 중앙탄면 중앙탄길, 043)844-0150, https://www.cjro.kr/Home/34
-우제스테이: 충주시 수안보면 주정산로, 043)846-9966, https://booking.naver.com/b ooking/3/bizes/601871?area=plt 
-충주 야생화와 고택나들이: 충주시 살미면 중원대로, 043)845-4016, https://site.onda.me/67592 


식당 정보
-운정식당(올뱅이해장국): 충주시 중원대로, 043)847-2820
-평안가(냉면·만두전골): 충주시 앙성면 용당6길, 043)853-8868
-터줏골명가(매운갈비찜·짜글이): 충주시 금제7길, 043)843-44 08 

주변 볼거리
탄금대, 수안보 온천, 충주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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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