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활용 ③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상상력 놀이터, 충주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심어진 오래된 교정과 옛 초등학교 건물에 특별한 예술이 덧입혀졌다. 쓸모없는 물건을 뜻하는 ‘정크(junk)’를 예술로 승화시킨 정크아트 작품이 빈 교실과 복도, 운동장을 채웠기 때문이다. 폐허가 되었을지도 모를 학교에 생기를 불어넣은 이는 우리나라 정크아트 1세대인 오대호 작가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40대 후반, 미국의 정크아트 작가인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만난 후, 운명처럼 정크아트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기계공학적인 기술을 녹이고, 상상력을 발휘해 독특한 정크아트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손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작품은 약 20년 동안 6000여점에 이른다.

지난 2007년 폐교한 능암초등학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교실과 나뭇결이 살아 있는 복도는 전시장으로, 운동장에는 대형 작품과 아이들이 마음껏 탈 수 있는 아트바이크가 놓였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 호기심이 절로 샘솟는다.

키네틱아트

철과 나무, 플라스틱 등 평범한 재료에 그의 독창성이 더해진 작품은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신기하다. 새와 물고기, 곤충, 고양이, 개 등의 동물은 물론 동화와 영화 속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은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대호아트팩토리는 움직이는 요소를 넣은 예술 작품인 키네틱아트(kinetic art) 덕분에 손으로 만져보는 전시가 가능하다. 직접 레버를 돌리면서 체험하는 작품들이 많아 전시 감상에 생기를 더한다. 주말에는 교실을 극장으로 꾸민 공간서 마술공연이 열리는데 아이에게는 놀라움을, 어른에게는 추억을 선사한다.

오대호아트팩토리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아트바이크 타기다. 운동장에 폐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등을 활용해 만든 아트바이크는 누구든 즐길 수 있다.


오대호아트팩토리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 남한강 목계나루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카페 코치빌더가 자리한다. 조선시대 후기 5대 하항(하천 연안에 발달된 항구) 중 하나였던 충주 목계나루는 1930년대 충북선 철도가 이어지기 전까지 수운 교역의 중심지였다.

담뱃잎 재배로 유명했던 충주는 이 목계나루를 통해 각 지역에 담배를 전했는데, 그 당시 담배 창고였던 공간이 지금의 코치빌더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창고의 특징인 높은 층고서 개방감이 느껴진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뼈대는 살리고 안전성을 높이는 리모델링에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카페 이름인 ‘코치빌더(Coach builder)’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독창적인 신차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18세기 자신만의 독특한 마차를 소유하고 싶었던 귀족이 마차 디자인을 의뢰한 것에 유래한다. 카페 코치빌더에 전시된 차들 역시 주인장의 취향을 반영, 개성적으로 다시 복원하고 만들어낸 차들이다.

카페 곳곳엔 클래식카와 올드카가 이목을 끈다. 귀여운 레몬 빛깔이 돋보이는 오펠 GT 로드스터와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의 경량 로드스터 다이하츠 코펜, 중후한 멋을 지닌 1970년대 재규어 XJ, 듀센버그를 베이스로 한 레플리카 등도 볼 수 있다.

카페 외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올드카도 전시돼있다. ‘각 그랜저’라고도 부르는 현대자동차의 1세대 그랜저와 기아 콩코드, 쌍용 코란도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반가운 모델이다.

카페 벽면도 볼거리가 쏠쏠하다. 계기반, 클러스터, 변속기, 카 오디오와 같은 실내 부품과 라디에이터 그릴, 휠, 타이어 등 외관 부품은 물론 실린더 블록과 피스톤 등의 엔진 부품까지 세심하게 분해해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했다. 자동차 시트가 의자로, 타이어가 탁자로 재탄생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오래된 초등학교 건물을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운 곳


코치빌더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다채로운 빵을 맛볼 수 있다는 것. 50~60종류의 빵을 매일 구워내는데, 그 맛 또한 충주서 손꼽힌다. 특히 카페 근방서 재배한 밤과 고구마 등의 작물을 활용, 충주서만 맛볼 수 있는 빵 개발에 힘쓰고 있다.

카페서 청년들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대전과 충주 등 충청도 각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 액세서리와 의류 등 굿즈를 개발해 고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공간에 예술을 더하겠다는 포부다. 주말에 열리는 원데이클래스에서는 자동차 열쇠고리나 가죽 팔찌 등을 만들 수 있다.

근처에는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이 자리한다. 고구려는 삼국시대에 유일하게 천체를 관측해 천문도와 달력을 만들었던 천문학 대국이었다.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천문과학관은 알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천체투영실서 360˚ 돔 스크린으로 밤하늘 별자리 모습을 관람한다.

낮에는 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밤에는 달, 행성, 성단, 성운, 은하 등을 관측할 수 있다. 주말에는 별 박사 이태형 관장에게 재미있는 별자리 특강을 들을 수 있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도 둘러볼 만하다. 충주 고구려비(국보)는 높이 203㎝, 너비 55㎝의 크기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고구려비다. 비에 새겨진 글자들이 마모돼 일부 내용만 파악할 수 있지만,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를 알려주는 소중한 기록이 담겨있다. 

충주고구려비전시관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든 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은 호반의 도시 충주서도 대표적인 공원이다. 통일신라시대 충주 탑평리 7층석탑(국보), 일명 중앙탑이 늠름한 기세로 서 있다. 공원에는 한복과 교복 등을 대여할 수 있는 의상숍과 흑백셀프사진관이 자리해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밤에는 무지개길과 탑 주변으로 은은한 조명이 들어와 더욱 멋스럽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대호아트팩토리→코치빌더→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둘째 날 충주고구려비전시관→활옥동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충주문화관광 https://www.chungju.go.kr/tour/index.do
-오대호아트팩토리 https://5factory.kr/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http://www.gogostar.kr/ 

운영 정보
-오대호아트팩토리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운영) 요금: 7000원(아트팩토리 체험), 1만5000원(마술쇼+아트팩토리 체험)  
-코치빌더 운영시간: 10:00~21:00(20:30 주문 마감) 휴무: 없음 요금: 아메리카노 6000원, 수제 레몬에이드 7000원, 코치치즈빵 7800원(메뉴에 따라 상이)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운영시간: 14:30~22:30(3~4월), 15:00 ~23:00(5~8월), 14:30~22:30(9~10월), 14:00~22:00(11~2월), 예약 필수  휴무: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1월1일, 설·추석 당일, 공휴일 요금: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천체투영실 이용료 1인 500원 
-충주고구려비전시관 운영시간: 09:00~18:00 휴무: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요금: 무료 
-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운영시간: 00:00~24:00 휴무: 연중무휴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오대호아트팩토리 043)844-0741
-코치빌더 070)8894-0212
-충주종합관광안내소 043)842-0531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 043) 842-3247
-충주고구려비전시관 043)850-7301
-중앙탑사적공원&탄금호무지개길 043)842-0532


대중교통
-버스 서울-충주, 센트럴시티터미널서 15~60분 간격(06:00~다음 날 22:3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서충주신도시정류소 하차 택시 이용, 오대호아트팩토리까지 약 17분 소요. 코치빌더까지 약 15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 

-기차 판교역-앙성온천역, KTX (08:29~19:45) 하루 4회 운행, 약 54분 소요. 앙성온천역서 오대호아트팩토리까지 도보로 약 15분 소요. 앙성온천역서 택시 이용, 코치빌더까지 약 13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톨게이트→오궁회전교차로서 ‘제천, 앙성, 충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직진→오궁교차로서 ‘제천, 충주’ 방면으로 좌회전→마련교차로서 ‘앙성, 마련리, 앙성온천’ 방면으로 오른쪽 방향→마련교차로서 ‘농암’ 방면으로 우회전→오대호아트팩토리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톨게이트→오궁회전교차로서 ‘제천, 앙성, 충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직진→오궁교차로서 ‘제천, 충주’ 방면으로 좌회전→가흥교차로서 ‘원주, 목계’ 방면으로 좌회전→가흥삼거리서 ‘원주, 제천, 충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4시 방향→목계삼거리서 ‘제천, 충주’ 방면으로 우회전→코치빌더 

숙박 정보
-무지개길 게스트하우스: 충주시 중앙탄면 중앙탄길, 043)844-0150, https://www.cjro.kr/Home/34
-우제스테이: 충주시 수안보면 주정산로, 043)846-9966, https://booking.naver.com/b ooking/3/bizes/601871?area=plt 
-충주 야생화와 고택나들이: 충주시 살미면 중원대로, 043)845-4016, https://site.onda.me/67592 


식당 정보
-운정식당(올뱅이해장국): 충주시 중원대로, 043)847-2820
-평안가(냉면·만두전골): 충주시 앙성면 용당6길, 043)853-8868
-터줏골명가(매운갈비찜·짜글이): 충주시 금제7길, 043)843-44 08 

주변 볼거리
탄금대, 수안보 온천, 충주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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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