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활용 ②평창무이예술관

산골 학교라서 더 낭만적인 평창무이예술관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라고 마을에서 좋은 터를 골라 학교를 지었다고 합니다.” 평창무이예술관(이하 무이예술관) 김권종 대표가 마을 어르신들의 말을 빌려 들려준 이야기다. 겹겹의 산이 빙 둘러싼 온화한 평지에 들어선 학교 풍경은 누가 봐도 그림 같다. 폐교로 방치됐다면 아까울 뻔했는데 다행히 무이예술관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지난 1999년 폐교한 무이초등학교는 조각가 오상욱,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등의 예술가를 만나 2001년 무이예술관으로 변신했다. 기존 학교 틀을 그대로 살린 채 학교 운동장은 조각공원으로, 교실은 전시실로 꾸몄다. 그 덕에 예술관에 머무는 내내 옛 시골 학교 정취를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

예술관 정문으로 변신한 교문을 지나면 조각공원이 먼저 반긴다. 오상욱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진 조각공원은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학교 운동장 풍경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다.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품을 전시했고 방문객은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관람한다. 관람객들은 작품에 저마다의 상상을 덧붙이는가 하면 작품 속 인물의 자세를 따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조각공원을 한 바퀴 돌아본 후에는 내부 전시관으로 향하자. 갤러리 카페를 통해 입장하면 된다. 전시관 입구에 서면 반질반질한 나무 복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복도 바닥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관리 상태가 아주 양호하다. 무이예술관 대표가 때마다 손수 콩기름으로 바닥칠을 한 결과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조각공원

복도를 걸을 때 들려오는 삐걱삐걱 소리마저 정겹다. 복도 초입에는 무이초등학교 시절 사용하던 커다란 칠판이 놓여 있다. 누구나 낙서할 수 있는 칠판에는 이미 관람객들이 남겨 놓은 흔적이 빼곡하다. 김 대표는 이 칠판 역시 하나의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매일매일 변하는 특별한 작품으로 작품명은 ‘흔적’이라고. 내부 전시관 관람 동선은 단순하다. 복도를 따라 이동하면 자연스레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무이예술관을 꾸린 작가별 전시 공간과 기획 전시실로 이뤄지는데 작가들의 분야가 서양화, 서예, 조각으로 각각 달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수십년간 메밀꽃을 화폭에 담아 온 정연서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지역적 특색을 잘 담아낸다. 예술관이 자리한 봉평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 무대이자 지금도 메밀꽃밭으로 유명하다. 메밀꽃 그림이 사방을 둘러싼 전시실에 서면 마치 실제 메밀꽃밭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림이 워낙 정교하고 세밀해 메밀꽃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이다. 때를 놓쳐 봉평에서 메밀꽃을 구경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전시 공간 사이에는 아담한 아트숍이 있다. 작가들이 만든 아트 상품을 비롯해 소소한 굿즈를 판매하며 어린이를 위한 체험 키트도 준비했다.

<메밀꽃 필 무렵> 도시
폐교서 예술관으로

창가에는 무이초등학교서 쓰던 낡은 풍금이 놓여 있다. 학생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 불렀을 풍금의 찬란했던 한때를 자연스레 상상하게 된다.

무이예술관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공간은 바로 갤러리 카페다. 카페는 2층으로 이뤄지며 각 층에 야외 테라스를 두고 있다. 1층에서는 조각공원을 바로 눈앞에 두고 쉬어갈 수 있고 2층에서는 주변 산세와 무이예술관의 조화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내부에는 작품, 포토존, 풍금 같은 볼거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갤러리 카페의 인기 메뉴는 봉평 감자 피자. 이미 입소문이 자자해 피자를 먹으러 예술관을 찾는 이들도 많다. 이름처럼 봉평 지역서 생산한 감자를 넣어 만드는데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원적외선이 나오는 화덕에서 구운 피자에는 수제 피클과 소스가 곁들여 나온다.

봉평 감자 피자 탄생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무렵 감자 농사를 지은 지역 농민들이 제대로 값을 받지 못해 밭을 갈아엎고 빚더미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역에 뿌리내린 공간으로서 어떤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봉평 감자를 알리기 위한 피자를 개발했다.

여러 시도 끝에 지금의 감자 피자를 완성했고 호평을 얻고 있다. 화덕 피자 만들기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전 문의는 필수다.

무이예술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며 실내 전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수요일은 휴관이나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은 예외다. 입장료는 5세 이상부터 64세까지 5000원, 65세 이상 4000원이고 야간 입장(오후 6시 이후)은 무료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알 법한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의 고향이자 소설의 무대인 봉평에는 이효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소개하는 문학관이 자리한다.

실내 전시실에는 작가의 창작실을 재현한 코너나 옛 봉평장터 모형 등이, 야외에는 기념사진 찍기 좋은 이효석 좌상이 있다. 바로 이웃한 효석달빛언덕에는 복원한 이효석 생가, 근대문학체험관, 작가의 평양 집을 재현한 평양푸른집이 있어 함께 관람하면 알차다.

이달 초에 방문하면 메밀꽃이 흐드러진 풍경과 평창효석문화제(2024년 9월 6~15일)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봉평장도 들러보자. 봉평전통시장은 상설시장으로도 운영되지만, 오일장(매달 2, 7일로 끝나는 날)이 열리는 날에 방문해야 살 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하다. 막국수, 메밀전, 메밀전병, 메밀 닭강정 등 메밀로 만든 음식이 인기 품목이다.

시장 입구의 봉시크몰도 들러봄직하다. 봉시크(‘봉평 시니어 크리에이터’의 줄임말)몰은 중장년층 신규 창업자가 주축이 되어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시니어몰로 분식집, 빵집, 카페 등이 입점해 있다.

‘2023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발왕산 천년주목숲길도 놓치면 아쉽다. 해발 145 8m 발왕산 정상에 신비의 주목군락을 따라 완만한 덱 산책로가 조성돼있다. 산 정상까지는 관광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할 수 있고 산책로는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 가능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관광지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봉평장

산책로를 따라 거닐며 왕발주목, 8자주목, 어머니주목, 고해주목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나무를 만나고 저 멀리 대관령 산세까지 조망하는 재미가 있다. 숲길을 걸은 후에는 국내서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스카이워크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며 상쾌하게 여행을 마무리하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평창무이예술관→이효석문학관→봉평전통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평창무이예술관→이효석문학관→봉평전통시장
-둘째 날 월정사→발왕산 천년주목숲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평창문화관광 https://tour.pc.go.kr/
-이효석문학관 www.hyoseok.net
-모나용평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https://www.yong pyong.co.kr/kor/guide/ypWellnessSummit.do

운영 정보
평창무이예술관 운영시간: 10:00~21:00 (실내 전시관은 18:00까지) 휴무: 매주 수요일 (단, 공휴일, 성수기, 평창효석문화제 기간 제외) 요금: 5~64세 5000원 / 65세 이상 4000원 (오후 6시 이후 야간 입장 무료)

문의 전화
-평창무이예술관 033)335-4118
-이효석문학관 033)330-2700
-모나용평 033)335-5757
-평창군종합관광안내소 033)330-2771

대중교통
-버스 서울-장평, 동서울터미널서 하루 8회(06:40~20:20)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장평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서 151· 152·153번 등 버스 이용, 무이예술관 정류장 하차 후 도보 약 5분.


*문의: 동서울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장평시외버스터미널 033)332-4209 평창군 대중교통정보 www.pyeongchang-pti.kr

-기차 서울역-평창역, KTX 하루 12회(05:06~21:31) 운행, 약 1시간35분 소요. 평창역서 택시 이용. 약 1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면온톨게이트→면온IC서 휘닉스평창 방면 우회전→태기로→청량로→태기사거리서 장평·봉평 방면 우회전→경강로→봉평 방면 좌회전→사리평길 방면 우회전→평창무이예술관

숙박 정보
-화이트캐빈: 봉평면 태기로, 033)333-7444, http://www.white cabin.com/
-가재와곰 펜션: 봉평면 흥정계곡4길, 033)336-3357, http://www.gajaewagom.com/ 
-평창자연휴양림: 봉평면 팔송로, 033)339-9028, 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03

식당 정보
-메밀꽃필무렵(메밀국수): 봉평면 이효석길, 033)335-4594, www.gasanhouse.com
-꼬로베이(파스타): 봉평면 태기로, 033)332-2649, www.instagram.com/kkorovei_local_food_cafe
-트리고 평창본점(메밀 소금빵): 봉평면 메밀꽃길, 033)333-5757, https://www.instagram.com/cafe_trigo_/

주변 볼거리
-평창효석문화제: 2024년 9월6~15일, 효석문화마을 일원, www.hyoseok.com
-흥정계곡, 허브나라농원, 광천선굴 등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