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활용 ①부천아트벙커B39

쓰레기 소각장이 예술 중심지가 되다

경기도 부천시 오정구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B39’는 원래 부천 중동신도시 개발 때 설치된 쓰레기 처리시설 ‘삼정동 소각장’이었다. 1995년 5월 완공된 이 소각장은 하루 200t 규모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끊임없이 돌아갔다. 그러던 중, 문제가 터졌다. 1997년, 서울 난지도 매립장과 경기도 안양 소각장 등에서 다이옥신이 과다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었다.

정부는 전국 쓰레기 처리시설의 다이옥신 배출량을 조사했고, 이곳 또한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른바 ‘다이옥신 파동’의 시작이었다. 결국, 삼정동 소각장은 지난 2010년 문을 닫았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운영의 효율성이 감소했고, 정부의 폐기물 관리 정책에도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트벙커의 탄생

부천시는 소각장 부지를 버려두기보다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 2018년, 부천아트벙커B39는 수년간의 재정비 끝에 문을 열었다. 기존의 소각장 모습을 오롯이 보존하면서도 예술적인 면모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쓰레기를 쌓고, 태우고, 처리해야 했던 소각장 특유의 구조는 더욱 더 새로운 예술적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꾸며졌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전시실을 만들고, 4층과 5층은 보존 구역으로 남겨 옛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층은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에어갤러리, 재벙커, 유인송풍실 등으로 구성돼있다. 벙커는 쓰레기 저장조였던 시설로, 높이만 39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압도적인 크기의 구조물은 옛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부천시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이곳에 가득 찼었다. 

멀티미디어홀은 과거에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들었던 반입실이었다. 쓰레기를 가득 실은 트럭이 이곳에 도착한 뒤, 벽면에 설치된 철제문 너머로 처리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트럭 몇 대가 오갈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어서인지, 여러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때로는 그림이나 사진이, 때로는 미디어아트 전시가 이뤄지기도 한다. 

벙커와 멀티미디어홀 사이를 벙커브릿지가 연결한다. 원래 삼정동 소각장에는 이 같은 연결로가 없었다. 벙커브릿지는 삼정동 소각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할 때 새롭게 설치한 시설이다. 이 다리 위에서 벙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삼정동소각장 부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계단을 이용하면 벙커 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것도 가능하다. 쓰레기를 저장했던 곳인 만큼, 거대한 크레인과 조종실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독특한 구조와 여전히 음침한 분위기, 쓰레기 저장소였다는 특수성이 있어서인지 영상 작품이 주로 전시된다. 

다시 로비로 나와 통유리창 너머를 살펴보면, 콘크리트에 철제 구조물이 더해진 거대한 공간인 ‘에어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에어갤러리는 저장소에 쌓인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로가 있던 자리다. 상단의 철제 구조물은 개방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한쪽의 콘크리트 벽을 철거한 뒤 햇볕이 들어오게 하여 부천아트벙커B39의 새로운 시작을 환영하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마치 중정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에어갤러리 옆으로는 재벙커와 유인송풍실이 이어진다. 재벙커는 쓰레기를 소각하고 남은 재가 모이는 공간이다. 지금도 벽면 전체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어, 당시의 모습을 가늠케 한다. 1층부터 4층까지 수직으로 길게 설치된 유인송풍실은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정화해 외부로 내보내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구역은 보존 구역으로 지정해 옛 모습을 남겨두고 있다. 이색적인 배경 덕분인지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은 물론, 뮤직비디오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직원 숙직실, 중앙제어실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중앙제어실은 말 그대로 삼정동 소각장의 모든 시설을 제어, 관리했던 곳이다. 지금도 당시 사용했던 컴퓨터 등 장비가 남아 있다. 크레인 조종실은 재벙커에 쌓인 재를 정리하는 시설이었다.

3층서도 유인송풍실과 같은 보존 구역을 찾을 수 있다. 배기가스 처리장, 물탱크와 펌프, 각종 파이프가 설치된 응축수 탱크 지역이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은 이 공간에서는 종종 특별한 전시와 공연이 펼쳐진다.

현재 부천아트벙커B39는 지역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의 산업 유산이 실험적인 융복합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시, 공연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꾸준히 열린다.

삼정동 소각장 시절의 모습과 현대미술 작품의 조화가 기술·산업과 예술이 한껏 어우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곳인 만큼,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와 공연, 콘퍼런스도 종종 개최된다. 

이달, 부천아트벙커B39에서는 융복합예술축제 ‘벙커페스타’가 열린다.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 이론인 ‘액체 사회 이론’을 주제로 한 전시를 비롯해 예술을 즐기면서 휴식도 취할 수 있는 피크닉 프로그램, 각종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부천아트벙커B39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월요일, 공휴일 휴관)하며, 관람요금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운영된다.

급격한 도시 개발, 산업화의 유산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부천의 중심부를 흐르는 도심 하천, 심곡천이다. 1980년대 교통 편의성을 이유로 복개한 하천을 지난 2017년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복원했다. 총 1.2㎞ 길이를 복원해 산책로를 조성했으며, 곳곳에 쉬어갈 만한 장소가 마련돼있다. 

예술적 영감을 얻고 싶다면, 부천에 새롭게 문을 연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레노부르크뮤지엄’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이곳에서는 빛을 주제로 8개의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인다. 출구 지점에는 레노부르크뮤지엄의 콘셉트를 공유하는 카페가 운영 중이다. 카페 중앙 천장에 설치된 450개의 크리스털 조명 또한 전시관의 테마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부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만화다. 오랫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에 지원을 해왔던 도시 중 하나기 때문이다. 2001년 개관한 한국만화박물관이 그중 하나다. 한국 만화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며, 시대별 주요 작품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2층 만화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을 무료로 열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부천아트벙커B39→레노부르크뮤지엄→한국만화박물관→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심곡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천아트벙커B39→레노부르크뮤지엄→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웅진플레이도시
-둘째 날 한국만화박물관→무릉도원수목원→부천시립박물관→심곡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부천시청 https://www.bucheon.go.kr/site/homepage/me nu/viewMenu?menuid=148006001021006 
-부천아트벙커B39 https://artbunkerb39.org 
-레노부르크뮤지엄 https://www.instagram.com/renoburgmuseum 
-한국만화박물관 https://www.komacon.kr/comicsmuseum

운영 정보
-부천아트벙커B39 관람시간: 10:00~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관(프로그램 진행에 따라 휴관일과 관람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공지사항 확인 필수) 관람요금: 무료

-레노부르크뮤지엄 관람시간: 평일 10:00~19:00, 주말 및 공휴일 10:00~20:00 (마감 1시간 전 입장 종료) 연중무휴 관람요금: 성인(19세 이상) 1만2000원, 청소년(중고등학생) 9000원, 아이(36개월~초등학생) 6000원, 특별권(70세 이상, 장애인 4~6급, 국가유공자) 7000원, 단체(20인 이상, 사전 전화 예약) 각 1000원 할인 36개월 미만, 장애인 1~3급(동반 1인 포함)은 무료 관람 신분증, 학생증, 복지카드, 가족관계증명서 등 증빙자료 미지참 시 할인 및 무료 관람 불가, 중복 할인 불가, 단체는 방문 전 전화 예약 후 현장서 할인 구매 가능

-한국만화박물관 관람시간: 10:00~18:00 (17:00 입장 마감)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연휴 관람요금: 일반권 5000원, 부천시민(20세 이상) 2500원, 3인 가족 1만2000원, 4인 가족 1만6000원. 자매도시 시민(경기 화성시, 강원 강릉시, 충남 공주시, 충북 옥천군, 전북 무주군, 전남 진도군, 경북 봉화군) 2500원 할인, 무료 혜택 적용 시 반드시 증빙자료를 제시해야 함


문의 전화
-부천아트벙커B39 032)321-3901
-레노부르크뮤지엄 032)672-9725
-한국만화박물관 032)310-3090
-부천시 콜센터 032)320-3000

대중교통
버스 7호선 부천시청역 4번 출구서 중4동행정복지센터, 고용노동지청 버스정류장으로 223m 도보 이동→5번 버스 탑승 후 부천아트벙커B39 정류장으로 이동→버스 하차 후 소각장사거리 방향으로 326m 도보 이동→부천아트벙커B39

*문의: 인천교통공사(7호선 관련) 032)451-1343, 소신여객(5번 버스 관련) 032)666-3911

자가운전
부천IC서 ‘김포, 부천’ 방면으로 오른쪽 고속도로 출구, 301m 이동→부천IC서 ‘부천’ 방면으로 좌회전, 275m 이동→부천IC삼거리서 ‘신흥로441번길’ 방면으로 우회전, 745m 이동→‘시청, 시의회, 부천체육관’ 방면으로 좌회전, 248m 이동→소각장사거리서 오른쪽 4시 방향 진입→부천아트벙커B39

숙박 정보
-고려호텔 원미구 길주로, 032)329-0001, www.hotelkoryo.net
-포스타호텔 오정구 석천로531번길, 0507)1336-6006, four star-bucheon.jalib.site 
-메이필드호텔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 02)2660-9000, www.mayfield.co.kr

식당 정보
-황해도김치만두전골 오정구 원종로51번길, 032)672-5509
-한촌설렁탕&갈비 부천본점 소사구 경인로, 032)668-2566
-조마루감자탕 본점 원미구 조마루로, 032)664-7394

주변 볼거리
상동호수공원, 부천시립박물관, 부천활박물관, 부천물박물관, 부천중앙공원, 무릉도원수목원,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