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부터…’ 윤석열정부 친일 행보

이러다 독도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갈 길도 바쁜데 또 인사 문제가 터졌다. 이번에도 ‘뉴라이트’ 문제다. 이런 탓에 정권 초기부터 이어진 친일 정부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썼다. 야권에 빌미를 제공했으며, 그 어떤 해명도 먹히지 않는다.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으로 여야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과거 발언 탓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통합된 모습을 보여하는 게 역사임에도 어느덧 갈라져 싸우는 중이다. 이 중 ‘뉴라이트’ 논란이 대표적이다. 뉴라이트는 신흥 우파로 정의되는 정치이념이자 신념을 말한다. 

몰랐나?

2000년대 중반에 새로운 보수라는 명분으로 보수 연구단체, 정치 움직임을 통칭하는 용어로 분류된다. 김 신임관장은 취임 전부터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관장이 과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해인 1948년 8월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는 발언이 화근이 됐다.

해명을 통해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반박했음에도 진통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서 터져 나온다. 

그러나 그는 절대 사퇴할 일이 없다고 못 박았는데, 버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대통령실도 지명을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가장 큰 논란이 벌어진 지점은 건국절 제정 논란이다. 이를 고리로 광복회와 야당을 중심으로 광복절 경축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건국절 제정 논란은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의 건국일로 보는지, 수립일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말한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사안으로 지난 2006년, 이영훈 교수가 건국절을 만들자는 칼럼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뉴라이트 인사들을 중심으로 1948년을 건국절로 제정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1919년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일본에게 빼앗긴 뒤 임시정부가 수립됐기 때문에 국가의 3요소를 갖추지 못했다는 논리로, 나라의 명확한 생일이 없다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절대 추진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로 인해 매년마다 열렸던 독립기념관 광복절 경축행사가 취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졌다. 이는 1987년 8월15일 개관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만, 정부의 경축식과 독립단체의 경축식은 따로 열렸으며 문화행사들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동안 윤석열정부는 ‘친일’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뉴라이트 인사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일본의 사도 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찬성 ▲제3자 변제안 등 다양한 논란이 있었다. 윤정부서 뉴라이트 인사로 의심받는 인물은 다수가 존재한다. 

장관부터 기관 임원까지 뉴라이트
야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 비판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독립기념관, 동북아역사재단에 포진돼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인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박근혜정부 시절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허 교수는 강연 중 친일파 몇몇 인원이 독립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학중아연구원장인 김낙년 동국대 명예교수는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근거가 부족하고, 일제강점기 시절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한 내용이 담긴 <반일 종족주의>라는 저서의 저자다. 김 원장은 일제가 수탈한 쌀이 사실은 수출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인 박지향 서울대 명예교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라는 책의 공동 저자다. 해당 저서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옹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뉴라이트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김 장관은 과거 뉴라이트 학자 모임으로 불렸던 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이 밖에 뉴라이트나 극우 성향이라고 평가받는 인물들이 곳곳에 수두룩하다. 총 20명이 넘는 인원들이 각종 기관의 임원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주장했던 홍 장군의 흉상 철거도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홍 장군의 흉상 설치는 문재인정부서 추진했고, 그가 공산주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육사와 어울리지 않다는 데서 촉발됐다.

논란이 일자 홍 장군 흉상의 철거 문제는 유야무야 됐고, 결국 이전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찬성도 논란거리다. 일본과의 협상서 강제노역을 포함한 역사를 반영하기로 협상을 추진했는데, 전시 공간에 강제동원이나 강제노동 피해 표현이 들어가지 않아 문제가 됐다. 일본 자민당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만족감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강제징용과 관련된 제3자 배상안도 여전히 문제다. 국내 기업이 기부금을 조성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지만 피고인인 일본 기업들은 돈을 내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윤석열정부는 일본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은 안보와 경제 파트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국정기조가 뚜렷해지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최악의 친일 매국 정권”이라며 원색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은 왕초 밀정”이라며 가세하기도 했다. 

알면서?


현재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형석 방지법으로 윤정부를 향해 압박 중이다. 해당 법안의 골자는 왜곡된 역사관을 가진 인물이 독립기념관장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여당은 친일 몰이를 한다고 반박하며 김 관장을 엄호하고 있으나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종찬 광복회장을 설득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독도 문제도 여전히…
잠실역과 안국역 소재의 독도 조형물이 사라졌다.

14년 전 민간으로부터 기증받아 설치됐던 독도 조형물이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에 없어지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을 이유로 조치했다고 밝혔으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윤석열정부에선 독도를 두고 여러 문제가 생겼다.

지난해 일본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이 가진 한일정상회담서 독도 문제가 튀어나왔다. 

회담 과정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독도를 영토분쟁지역으로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이라며 문제가 됐다.


정부서 안건으로 올라온 적이 없다고 해명해 일단락되는 듯 싶었으나 지난해 군 정신교육 교재에 독도가 영토 분쟁지역으로 작성돼있어 전량 회수되기도 했다.

또 윤정부 초기에는 자위대가 독도 인근서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올해 독도 방어훈련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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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 오를 그 밥에 그 나물

잔칫상 오를 그 밥에 그 나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인 기세를 앞세워 쟁점 법안들을 한순간에 처리하려고 한다. 수많은 위험과 과제를 풀어야 하는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엔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주요 후보 4명이 출마할 예정이다. 약점도 4인 4색이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다음 달 19일 충북 청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주목받았던 유력 당권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나경원 의원 등 4명이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 좌장으로 알려진 6선 조경태 의원과 장성민 경기 안산갑 당협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돌고 돌아 4파전 예고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에겐 매우 어려운 숙제들이 수북하게 쌓여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의 기세와 압도적인 의석수를 토대로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농업 4법 ▲상법 추가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달 11일엔 검찰을 완전히 폐지한 후 기존 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옮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07석에 불과해서 실질적으로 해당 법안을 막을 힘이 없다. 또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당 대표 유력 후보 중 1명인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끊는다”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놓고, 박 전 원내대표는 “아직도 반성 없이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에 국민 혈세가 투입돼 내란을 옹호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내란 종식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당해산심판 청구 및 인용 가능성을 피부로 느끼도록 위협하면서 자금줄을 끊는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같은 날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지난 7일엔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의 출국을 금지했다. 특검의 수사 상황에 따라 ‘줄초상’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승부수로 제시했다가 좌초된 5대 개혁안에 담긴 국민의힘의 체질 개선 문제도 새 당 대표의 골머리를 썩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계는 5대 개혁안을 좌초시키면서 친윤계 일원인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키는 등 여전한 힘을 드러냈다. 5대 개혁안 중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추진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는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안건이었다. 신임 당 대표가 이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숙제는 내년 6월 진행될 지방선거다.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은 벌써 낮게 진단되고 있다. 실제로 패배하면, 다음 달 선출되는 당 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숙제와 뻔한 죽음이 예상되는 ‘독이 든 성배’라고 할 수 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4명은 대권주자급 위상을 가진 정치인들로 이들 모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어려운 숙제를 잔뜩 안고,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새 정부와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대권주자급 위상을 가진 대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전대 다가오는데 또 같은 얼굴들 대표 유력 주자 약점 들춰보니… 하지만 후보 4명은 각자 결함과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새 지도부가 구성됐다고 해서 저 많은 과제가 술술 풀릴 가능성은 매우 작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서울희망포럼 강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맞서 내가 싸우겠다”며 “국민이나 당이 위축될 때 침묵하지 않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의 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지명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시도했던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를 회의적으로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지난달 13일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의 국정 전횡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등 야당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당무감사가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인지 회의적”이란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이 몰두하는 것은 ‘빅텐트’다. 김 전 장관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시한 비전은 ▲권력의 잘못에 맞설 수 있도록 107명이 제대로 뭉친 국민의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낙연 전 총리·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과의 빅텐트 및 연대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당 체질 개선이란 측면에서 김 전 장관의 ‘빅텐트’에 대한 집착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빅텐트를 거론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총리의 지지 선언은 이끌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는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도 스스로 제안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태도를 바꿔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후보와 친윤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대선에서 41%를 득표하는 등 비교적 선전했지만, 이 ‘비교적 선전’은 국민의힘의 처참한 상황에 비해 선전했다는 것일 뿐, 진짜로 선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여전히 빅텐트에 집착하고 있다. 빅텐트 정당은 다양한 세력을 묶고 그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 당내 화합조차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을 탈당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단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다시 빅텐트 김문수 집착 심지어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 시절 구상했던 빅 텐트엔 전 목사 등 광장 세력도 포함됐다. 이처럼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관악산에서 열심히 턱걸이를 해도 고령에 따른 판단력 문제가 따라다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이 윤석열정부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연이어 발탁됐던 이유로는 “고령의 보수 정치인에 대한 예우”란 평가가 계속 나왔다. 이 평가엔 “정치적 영향력과 지도력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발탁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당사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선택은 일부 돋보였다. 하지만 과감한 정치적 선택도 정확한 판단력과 맞물려야 그 빛을 발한다. 대권·당권주자가 없단 약점이 있는 친윤계가 그나마 지향점이 비슷한 김 전 장관을 당 대표로 옹립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도를 공략해 다시 정권을 되찾으려면 당 체질은 필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김 전 장관이 빅텐트에 집착하는 옛 관성을 버리지 못하면, 여당과 제대로 맞설 제1야당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선 “어려운 상황에서 정면 승부하는 결기가 부족하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다. 한 전 대표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편한 길을 가려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당시 대표를 심판 대상으로 규정한 ‘이조 심판론’이란 구호를 내걸었다가 ‘108석 당선’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이유로 제시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정치 인생에서 제일 빛났던 순간은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였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반대하면서 “국민과 함께 이를 막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친한계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한 후 민주당과 협조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원로 인사들은 한 전 대표를 극찬했다. 조 대표는 지난 2월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여당 대표가 계엄을 좌절시키긴 어렵다”며 “보통 이런 걸 ‘별의 순간’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친윤계와 합의해 지난해 12월7일 진행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1차 표결 불참을 결정했다. 이어 다음날엔 한 전 총리와 함께 “총리와 여당 대표의 당정 협의를 강화해 국정 공백을 메운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헌법재판소가 한 전 총리 탄핵 심판 결정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각계각층에선 한 전 대표를 일컬어 “권력 찬탈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격렬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급부상 당시 한 전 대표는 ▲조속한 직무 정지 ▲탄핵소추 표결 불참 ▲탄핵 찬성 등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계속 바꿨다. 그러다가 탄핵소추가 가결된 직후 친윤계의 반발과 최고위원 전원 사퇴 등이 이어지면서 당 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이후 한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 패배 후 대선 유세에 참여했고, 친한계를 움직여 대선후보 강제 교체 반대에 참여하는 등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친윤계와의 뿌리 깊은 갈등은 여전하고, 당 대표 출마에 대한 의견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 등 ‘결기 부족’이란 일각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김민석 총리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농성이 되고 말았다. 나 의원은 냉방이 잘 되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교적 가격이 비싼 김밥과 유명 메이커 커피를 곁들이고 탁상용 선풍기까지 갖췄다. 이런 상황을 알린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촬영해 스스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나 의원 자신이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캠핑이나 바캉스 같다”고 비웃었다. 지난 2018년 5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지난 1일 MBC <뉴스외전>에서 “로텐더홀에서 출판기념회 하듯이 농성한다”고 비판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피서 농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주말엔 로텐더홀에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30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나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남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지층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작 농성의 대상인 김 총리는 같은 날 나 의원을 방문해 “식사는 했느냐”면서 “단식은 하지 말라”고 비웃었다. 김 총리의 기세는 하나도 꺾이지 않았고, 민주당은 지난 3일 김 총리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대선 경선 그대로 옮겨지나 수많은 난제…독이 든 성배? 그러자 나 의원은 다음날 농성을 해제했다. 나 의원이 6일 동안 진행한 농성은 나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후 진행될 대정부 투쟁의 회의적 가능성을 드러냈을 뿐이다. 당 대표 당선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지 의문이 커진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오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후 겨우 8분 만에 사퇴했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엔 “국민의힘은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라면서 “메스를 들어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 의원은 송 비대위원장에게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와 관련해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건의를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도·수도권·청년 중심으로 혁신위를 구성하려던 안 의원의 구상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혁신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 내정 이전부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따라서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엔 “친윤계와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어 일찌감치 “친윤계가 이전처럼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왜 혁신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함께 돌아다녔다. 안 의원은 “‘쌍권(권영세·권성동)’ 숙청을 혁신안으로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따라서 “혁신하는 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명분은 챙겼다. 하지만 여전히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나 홀로 버티고 있다. 친윤계와의 연대설이 돌아다녔던 이유도 안 의원에게 세가 없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안 의원도 김 전 장관처럼 친윤계와 치명적으로 갈등한 이력이 생겼다. 김 전 장관과 달리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명분은 얻었을지 몰라도, 실리는 스스로 걷어찬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메스를 들어 고름과 종기를 적출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남는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 계보를 거느린 한 전 대표도 친윤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과 장 당협위원장의 출마 선언은 주요 후보 4명에 비하면 비중 있게 취급되진 않는다. 다만 조 의원에 대해선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고, 좌장인 조 의원이 대신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수장과 좌장이 동시에 출마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숙제 뻔한 결말? 여러 폭탄을 끌어안고 죽을 가능성이 더 큰 당 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출혈은 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는 틈을 타 압도적인 기세를 타고 쟁점 법안들을 연이어 처리하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독이 든 성배 취급을 받는 국민의힘 대표 자리에 앉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자중지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 내부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