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④포항시립미술관

포항은 오감철철 스틸아트 천국

여전히 포항을 재미없는 산업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미곶서 일출을 보고, 죽도시장서 물회 한 그릇 먹고 돌아왔던 기억이 전부라는 포항 초보를 위해 준비했다. 최근 포항은 오래된 산업도시서 매력적인 예술의 도시로 변신했다. 도시 곳곳에 철을 중심으로 한 예술작품들이 수두룩하고, 철을 소재로 한 스틸아트페스티벌이 해마다 열린다. 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서 하나뿐인 스틸아트 미술관도 있다. 

영일만과 포항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환호공원은 예로부터 중요한 장소였다. 정월대보름이면 마을 주민들이 모여 달을 보며 불놀이를 했다. 지금은 포항의 명소인 스페이스워크를 비롯해 물의 공원, 전통놀이공원, 어린이공원 등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돼있고, 그 중심에 포항시립미술관이 들어서 있다. 

2009년에 개관한 포항시립미술관은 경북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다.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을 목표로 개관했다. 5개의 전시실과 세미나실, 그리고 카페를 갖춘 현대미술 전시관이다. 바다를 닮은 푸른빛의 외관서 시원함이 느껴진다. 안으로 들어오면 콘크리트와 목재가 어우러진 인테리어와 통창으로 쏟아지는 빛 설계가 예사롭지 않다. 

경북 최초의 공립미술관

본격적인 감동은 이제부터다. 1층 제1전시실은 스틸을 테마로 한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주 무대다. 초기의 스틸아트 하면 조각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놀라움과 감동에 사로잡힌다. 현대에 오면서 스틸아트는 단조로운 조각 중심서 벗어나 융복합 예술작품으로 다양해졌다.

“이게 철이 맞나?”라고 의심할 정도로 놀랍고 신기하다. 


딱딱하다고만 생각했던 강철은 부드럽게 휘어지고, 차갑게만 느꼈던 스틸이 실과 빛을 더해 따뜻하게 다가온다. 춤추듯 자유로운 조각과 화려한 색상을 입힌 조각들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든다. 반짝이는 행성을 표현한 작품은 우주여행을 선사한다. 조명으로 만들어낸 그림자까지 시선을 압도한다. 

2층 전시실로 걸음을 옮기면 장두건 미술상 수상 작가의 전시가 기다린다. 이어폰을 끼고 푹신한 방석에 앉으면 영상이 시작된다. 이 땅에 머무른 사람들의 삶과 풍경이 잔잔히 흐르고, 그들의 목소리가 이어폰 속에 들려온다. 영상에 집중하는 동안 몸의 긴장이 풀리고, 바쁘게 달려온 시간이 잠시 멈춘다. 

포항시립미술관에는 ‘초헌 장두건관’이라는 특별한 전시실이 있다. 초헌 장두건 화백은 한국 구상회화 영역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고, 포항 미술문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장두건관으로 들어서면 푸른 벽이 장두건 화백의 그림을 한층 돋보이게 해준다.

장두건 화풍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색채다. 화사하고 따뜻한 색감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동양화의 부감법 같은 화풍도 독특하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지역 차세대 미술가들을 등용하고 포항 미술문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해마다 장두건미술상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고집해 온 영남청년작가전도 포항이 예술의 도시로 성장해온 이유 중 하나다. 

도슨트(Docent,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전시해설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문 교육을 받은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해 보면 스틸아트 세계가 더욱 쉽고 깊게 다가온다. 더재미있게 즐기려면 AR(증강현실) 도슨트 체험을 추천한다. 

재미없는 산업도시서 매력적인 예술도시로
전 세계서 하나뿐인 스틸아트 미술관도 존재

야외조각공원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21점의 작품이 설치돼있다. AR도슨트앱을 이용해 환호공원 야외에 흩어져 있는 조각작품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뿔뿔이 흩어진 작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스탬프 21개를 모으면 소정의 기념품도 준다. 


스틸아트의 백미는 스페이스워크다. 야외조각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발길은 포항의 명물로 떠오른 스페이스워크로 이어진다. 거대한 철제 작품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처럼 아찔하다. 한 발 한 발 트랙을 올라가면 울창한 숲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은 구름 속을 걷는 듯 스릴이 넘친다. 

지붕 없는 미술관은 포항 도심 곳곳으로 이어진다. 가까운 영일대해수욕장은 또 하나의 ‘스틸아트의 천국’이다. 해변을 따라 수준 높은 철제 조각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포항의 대표 축제로 꼽히는 ‘스틸아트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작품들이다. 영일대해수욕장 외에도 철의 숲 등 포항 도심 곳곳서 만날 수 있다. 

포항 최고의 예술작품은 바다다. 호미반도 해안선을 따라 걷는 호미반도해안둘레길은 탁 트인 바다와 신비로운 기암들이 절경이다. 특히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서 흥환간이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2코스 선바우길이 정말 매력적이다. 선바우, 힌디기, 하선대 등 놀라운 신이 빚은 작품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푸른 바다를 눈으로만 담기 아쉽다면 창바우어촌체험휴양마을로 발길을 돌려보자. 예부터 바위가 많다고 창바우마을로 불려온 아름다운 어촌마을이다.

호미반도해안둘레길

투명할 정도로 맑은 바다와 한적한 풍경은 그야말로 보석처럼 빛난다. 깨끗한 백사장은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며, 고둥잡기체험, 투명카누타기, 통발체험 등 시원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출을 볼 수 있는 쾌적한 숙소를 갖추고 있고, 바다와 마주한 카페는 통창 가득 오션뷰가 넘실거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포항시립미술관→스페이스워크→영일대해수욕장→호미반도해안둘레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포항시립미술관→스페이스워크→영일대해수욕장→죽도시장→포항크루즈
-둘째 날 창바우어촌체험휴양마을→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호미반도해안둘레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포항시립미술관 https://poma.pohang.go.kr/poma
-포항관광 https://www.pohang.go.kr/phtour/index.do
-창바우어촌체험휴양마을 https://창바우.kr/site/main

운영 정보
포항시립미술관 운영시간: 4~10월 10:00~19:00, 11~3월 10:00 ~18:00 휴무: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설, 추석 당일, 1월1일, 전시 준비 기간(별도 공지) 입장료: 무료

문의 전화
-포항시립미술관 054)270-4700
-포항관광안내 054)270-8282
-창바우어촌체험휴양마을 054)276-5588
-스페이스워크 054) 270-5176
-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 054)276-9605
-영일대해수욕장 054)246-0041
-포항크루즈 054)253-4001
-죽도시장번영회 054)247-3776

대중교통
-기차 서울-포항, 서울역서 하루 16회(05:38~22:18) 운행, 약 2시간25분 소요. 급행9000 버스(첫차 05:10, 막차 21:35 41~ 44분 간격 운행) 이용, 환호해맞이그린빌 하차, 포항시립미술관까지 도보 약 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 rail.com

-버스 서울-포항,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25회(06:00~01:00) 운행, 약 3시간40분 소요. 포항고속터미널서 302 버스(첫차 05:20, 막차 22:50 15분 간격 운행) 급행 9000 버스(첫차 05:10, 막차 21:35 41~44분 간격 운행) 이용, 환호해맞이그린빌 하차, 포항시립미술관까지 도보 약 5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시스템 (www.kobus.co.kr) 포항고속버스터미널 1666-6133

자가운전
새만금포항고속도로 포항 IC→영일만항, 기계 방면 좌회전→영일만대로 4.3㎞ 직진 후 의현교차로서 ‘우현동, 포항해양경찰서’ 방면 우회전→소티재로 2.9㎞ 직진 후 우현사거리서 ‘법원, 검찰청’ 방면 좌회전→포항고사거리서 ‘영일대해수욕장, 여객선터미널’ 방면 우회전→학파삼거리서 ‘삼호로’ 방면 좌회전→삼호로 약 2.3㎞ 진행→포항시립미술관

숙박 정보
-슬로우오션&히든포레스트: 북구 송라면 동해대로, 0507)1369-80 78, http://slowforest.me
-에일라호텔: 북구 중앙로, 0507)1457 -0186, https://eilahotel.modoo.at
-포항전통문화체험관: 북구 기북면 덕동문화길, 054)280-9371~3, https://www.phsisul.org/sisul_22/main.do

식당 정보
-송골횟집(물회): 북구 해안로, 054)251-4072, https://www.insta gram.com/song_gol_sashimi/
-고바우식당(석쇠구이 주물럭):, 북구 중앙상가5길, 054)247-7306 
-THE 신촌′S 덮죽(덮죽): 북구 중앙로294번길, 054)243-3264, https://www.instagram.com/thesinchon_s/


주변 볼거리
경상북도수목원, 오어사, 내연산 치유의숲, 하옥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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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