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전기차’ 불안한 충전소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11:28:39
  • 호수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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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위험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기차 충전소서 화재가 일어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학교 내에 있는 충전소에 불이 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예상되지만, 이미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학교 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가 많다. 화제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등·하굣길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6시8분,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있던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8시간여 만에 진화된 화재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아파트 5개 동 480세대가 단전, 단수 등의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주차된 차량
배터리 발생

화재는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배터리서 발생했고, 이를 발견한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연기는 배기구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스며들어 퍼졌다. 아파트단지 전체가 실외 배기구를 통해 연기가 뒤덮일 정도였다.

새벽 시간이었던 만큼 자고 있던 주민들은 화재 소식에 급히 대피를 시도했지만, 이미 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겨 엘리베이터에 갇힌 주민이 문을 열고 급히 탈출을 시도해야 했다. 고층 주민은 계단이 연기로 막혀 옥상으로 대피하고 헬기 구조 요청을 기다리는 등 혼란을 겪었다.

시민 103명은 소방관 177명과 장비 62대를 동원해 건물 안에서 밖으로 대피시켰고, 106명은 베란다나 계단으로 구조됐다. 이 과정서 20명 이상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 큰 지장은 없었다.


소방차가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해 소방관이 직접 호스를 들고 지하주차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열폭주가 급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즉시 진입하지 못했다. 소방관 한 명이 탈진했을 정도로 화재의 규모가 컸다.

진압에는 무려 5시간39분이 소요됐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돼있던 차량 중 140여대 이상이 전소되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고, 천장에 설치된 배관시설 등이 열변형이 일어나 주저앉았기 때문에 피해 금액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아파트 배관이나 회로가 녹아서 단수 및 단전으로 무더운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에 주민들이 생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인근 임시 주거시설 등을 향한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14개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세대의 전기공급이 끊겨 46세대 120여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과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 

주민 A씨는 초등학생과 유치원 자녀 3명을 데리고 캐리어와 가방에 옷가지를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A씨는 “당분간 친척집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아파트 480세대 피해 입어
2018년부터 6년간 180건 화재 집계

그나마 친인척 집으로 대피한 주민은 다행이었다. 청라동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들은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 급수차서 물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당초 서구는 지난 4일까지 수도·전기 복구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봤지만, 화재로 약해진 수도관이 재차 터지는 등 현장 상황이 좋지 않아 복구가 지연됐다. 수도·전기 복구 완료 시점이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계속 늦어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 7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내부 조사에서 주차장 상부에 설치된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됐던 스프링클러는 준비 작동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미작동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수도권 아파트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 공지 안내문을 걸면서 ‘전기차 포비아’라는 말까지 생겼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60건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다.

뉴스를 접한 누리꾼들은 “전기차를 지하로 주차하지 말고 지상으로 주차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소방차가 와서 바로 물을 뿌리거나 다른 장소로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게 하려면 지상이 좋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에 주차공간 대신 ‘차 없는 아파트단지’라는 명목으로  충전 인프라 자체가 마련돼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충전기 자체서 이상전압·전류 감지 시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최신형 충전기를 달거나 충전 차량을 열화상 카메라로 모니터해 특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긴급 알림을 보내는 등의 대응책 외에는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내 지하주차장 외 전기 자동차 충전소가 많이 설치돼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학교다. ‘전기차 충전소 찾기’ 홈페이지를 접속해보면 초·중·고등학교 내부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다.

위협받는
등·하교

부산시 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야산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근방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고 학교 내부에 설치돼 있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는데, 근처에 전기차 충전소가 3곳이나  있었지만, 학교 내부에도 설치됐다.

대구시 북구 소재의 중·고등학교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각각 설치돼있었다. 광주시 북구 소재의 한 중학교도 학교 내부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었고, 울산시 소재의 2개 건물이 붙어 있는 중·고교엔 전기차 충전소가 세 군데 설치돼있었다.

의외로 서울에는 학교 내 전기차 충전소가 드물었는데, 이미 설치된 곳이 많아서 학교 내부까지 설치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교내 전기차 충전소 상황은 정부가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하면서 발생했다. 지난해 6월29일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에 대비해 충전시설을 구축하고 충전기 123만기 이상을 설치하겠다고 공표했다.


당시 안전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만 시장에 출시되도록 배터리 안전성 인증, 사후 검사 제도, 이력관리제도 등을 도입한다고 했지만, 전기차 충전소만 늘어나고 안정성은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또 충전기 보급을 어렵게 하는 일부 규제들도 개선했다. 충전시설 전용 주차면 색상인 녹색 도색이 어려운 장소에는 녹색 외에도 일부 허용하도록 했고, 전기용량이 부족한 노후 아파트 등에서 완속 충전시설 설치가 쉽도록 일정 비율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조례 규정도 개선된 것이다.

학교 내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가 처음부터 안전 문제로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시작은 학교 내 충전소를 일반 시민이 이용하기 어려워서였다. 대부분 학교가 이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어 공용 충전소가 교직원 전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용하기 
어려운데…

대부분 초·중·고교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이용 시간 제한(개방)이 정해져 있는데, 보통 오전 8~9시부터 오후 5~6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도 충전 중인 차량은 없고, 전기차 충전 관련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로 학교 내 충전기 정보를 살펴보면 사용 제한으로 ‘교직원 전용’이라고 기재돼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초등학교 내 전기차 충전소 중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곳도 있었지만 이용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28일이 마지막 이용이라고 안내됐다. 기타 항목엔 ‘해당 시설 정책에 따라 이용이 불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안내됐다.


이들 교내 충전소들은 국고로 설치한 것인데 교직원 전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학교 경비원이 전기차 충전소를 알지 못하기도 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상시 개방이 불가하고, 이를 제재하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시흥시 소재의 검바위초교 옆엔 전기차 충전소가 생기면서 업체와 학교의 갈등이 심화됐고, 지난해 4월부터 안전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시흥시가 일단 공사를 멈추게 했는데, 행정심판서 경기도가 공사 중지 명령을 취소했다. 이 부지는 은계지구 조성 당시 학교 용지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LH가 공원서 근린생활부지로 용도를 바꿔 매각한 땅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입학하고 난 뒤 공사가 시작됐다. 교문 바로 앞 통행로 중간에 차가 오가는 진출입로가 생기는 거라서 위험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안전이 걸렸는데 부모들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화재 사례가 늘고 있는 탓에 불안감은 더 커졌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통행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충전시설은 학교 교문과 한두 걸음 차이로 맞닿은 데다, 진출입로가 등‧하굣길로 이용되는 통행로 중간이다.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인도 폭이 좁고 아침 시간 특히 붐비는 이곳에 차량 통행을 유도하고, 통행로를 잘라 차량 진출입로를 내는 시설을 짓는 건 부적절한 건축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이들 안전이 걸렸는데…”
초·중·고 내부에도 설치

결국 해당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는 학부모 대표를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민사소송까지 제기하기까지 했다. 학부모 대표 측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면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국도 대책을 내놓지 못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시흥시와 시의회, 검바위초 전기차 충전소 설치반대 비대위(이하 비대위), ㈜해피카메니아 등에 따르면, 경기도 행심위 판결 이후 전기차 충전소 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학부모 비대위의 반대 집회가 계속되자 ㈜해피카메니아 측은 학부모 대표 A씨를 지난해 12월 중순께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하고 1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업주 측은 시위 현장서 ‘사업자가 부지매입비 63억원을 요구했다’는 이상훈 시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시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업체가 빨리 협상에 나서 달라고 하던 도중 과하게 얘기했던 부분이다. 참작해달라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형사고소에 이어 민사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절대 위축되지 않고 아이들 통학로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송건과 관련, 법률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사업주 측은 지난해 4월 검바위초교 교문 바로 옆 부지에 전기차 충전소 공사를 시작했고, 시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통학로인 인도에 차량 진출입로를 두 군데나 낸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안전한 통학로를 보장하라며 줄곧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반대해왔고 매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집회를 열어왔다.

커지는 
불안감

시 관계자는 “사업주 측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기도 힘들고 서로 의견이 달라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조율은 하고 있지만, 원론적인 대화 정도로 사실상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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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