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③세종 교과서박물관

철수야, 바둑아 놀자!

미래엔교과서박물관은 교과서 변천사를 통해 우리 교육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교과서박물관’이다. 서당서 사용하던 서적부터 개화기, 일제강점기, 미 군정기, 1~7차 교육과정기까지의 교과서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을 찾는 누구나 학창시절 손때 묻은 ‘우리 세대 교과서’를 발견하고는 반가움을 표한다.

박물관은 미래엔 회사 내부에 위치한다. 정문을 통과하면 잘 관리된 푸른 잔디밭과 울창한 가로수가 맞이한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교과서를 인쇄했던 자동 활판 인쇄기가 서 있다. 녹슨 고철에 불과해 보이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퇴직한 노병의 숨결이 스친다.

교과서전시관

박물관 내부는 교과서전시관을 비롯한 4개의 관으로 구성됐다. 특히, 교과서전시관은 한글관, 교과서의 어제와 내일, 추억의 교실, 교과서 제작 과정 등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상설 전시한다. <동몽선습> <소학언해> 등 옛날 서당서 배우던 교과서에서 출발해 일제강점기의 <국민예법>, 미 군정기의 <농사짓기>, 1950년대 <전시생활> 등을 통해 시대적 흐름을 확인하고, 굴곡진 한국 역사를 되짚어보게 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월인천강지곡(국보)> 영인본. 세종이 아내인 소헌왕후의 공덕을 빌기 위해 직접 지은 불교 찬가로, 훈민정음 창제 직후 간행된 최초의 한글 활자본이다. <용비어천가>와 함께 가장 오래된 국문 시가로 평가된다.

본래 상중하 3권이었으나 현재는 권상과 일부 낙장만 전해지고 있어 희소성이 높은 문헌이니 주의 깊게 바라보자.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1월 조선어학회서 편찬한 한글 입문 교본인 <한글 첫걸음> 역시 귀중한 자료다. 


교과서 표지만 봐도 시대상이 보인다. 1970년대는 한글 전용으로 바뀌었고, 1975년부터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등 정책마다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각장애 학생용으로 나온 점자 교과서나 시력이 나쁜 아이들을 위한 확대 교과서 등을 보면 우리나라 교과서가 소외된 학생들까지 배려하며 발전해 왔다는 것도 느낀다. 

우리나라 교과서뿐 아니라 미국·영국·프랑스·체코·튀니지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교과서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 교과서는 크기와 종이의 질은 다르지만, 기초 과목의 교과서 속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교과서와 공통점이 보인다. 

교과서박물관은 ‘나의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밤새 외우고 되뇌던 시 한 편, 읊조렸던 단어, 익숙한 삽화가 그것. 국내 최초 초등 국어 교과서의 표지 캐릭터의 ‘바둑이와 철수’를 보자마자 관람객은 추억 속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1948년에 철수와 영이(영희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1963년 이후 인수와 순이, 기영이가 등장했다. 시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1960년대의 교실 풍경을 재현한 ‘추억의 교실’과 교복의 변천사 전시다. 짝꿍과 선 그어서 넘어오지 말라던 그 시절, 선생님 몰래 양은 도시락을 까먹던 기억까지 소품 하나에 추억 한 보따리다. 요즘 말로 “라테는 말이야”를 줄곧 말하게 되는 곳이다.

1층 교과서 전시실을 지나 복도를 따라가면 인쇄 기계 전시실이 나온다. 근대 인쇄 기계의 발달사를 한눈에 확인할 장소다. 자모 조각기부터, 활판 인쇄기, 활판 교정기 등 1950년부터 1980년까지 실제 교과서 인쇄에 사용된 기계 30여종을 만날 수 있다.

국내 교육의 역사를 한 눈에
이외 전시도 볼거리가 다양

다음 달 30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서 세 가지 주제의 전시가 열린다. <학교 종이 땡땡땡>에서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사용하던 학생 가방과 일기장, 수업 자료들, 타자기, 선생님 지도 교구 등의 다양한 물품을 전시 중이다. 김완기 선생이 교사 생활을 하면서 담은 사진은 추억으로 데려가는 마차다. 


교육자료전시관의 <삽화여행, 교과서를 그리다> 전시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교과서 삽화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려지는 보조 역할이지만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삽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그래픽 디자인으로 대체되기 전 원화가 가진 독특한 감성을 느껴보자.

또, 1950~1970년대의 초등학교 교과서 속 놀이문화를 주제로 <동무들아, 이리와. 나하고 놀자!>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수수깡 모형 만들기 등 옛 교과서 속의 놀이 모습과 놀이의 변화 과정, 함께 불렀던 동요들의 이야기가 전시돼있고, 직접 체험해볼 놀이도 마련돼있어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의 관심도 높아지는 공간이다. 

세종특별자치시는 박물관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준비가 한창이다. 국립박물관단지의 5개 박물관 중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국립어린이박물관이 첫 출발이다. 도시, 건축, 디자인, 지구 등 체험전시가 가득하다. 특히 지구를 주제로 인류가 만든 도구를 체험할 기획전시실과 지하 1층 디지털아뜰리에 공간이 흥미롭다. 

세종에 왔다면 푸른 숲과 정원 길 걸으며 힐링하고 불곰 애교에 저절로 웃음이 나는 곳, 베어트리파크를 놓칠 수 없다.

나무의 수령이 오래돼 햇볕을 적절히 가려준 덕에 한여름에도 양산 없이 걸을 수 있다. 베어트리파크는 송파(松波) 이재연 설립자가 ‘일구는 즐거움’으로 50여년 가꾼 비밀의 정원이다. 10만여평에 달하는 공원은 ‘동식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쉼터’로 귀여운 반달곰과 불곰 100여마리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베어트리파크

도시재생의 대표사업으로 꼽히는 조치원문화정원은 지난 2013년 정수시설 운영 중지 이후 줄곧 방치돼오던 조치원 옛 정수장과 평리 근린공원을 활용해 재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특히 1935년에 지어진 조치원정수장 자리에 오픈한 ‘방랑싸롱’ 카페는 세종의 핫플레이스로도 꼽힌다. 정수장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조치원이 가진 고유성을 더한 메뉴를 선보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조치원문화정원 → 미래엔교과서박물관 → 국립어린이박물관 → 세종중앙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미래엔교과서박물관 → 국립어린이박물관 → 세종중앙공원   
-둘째 날 국립세종수목원 → 대통령기록관  → 조치원문화정원 → 베어트리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미래엔교과서박물관 https://www.textbookmuseum.co.kr/index.mrn
-세종시특별자치시 여행정보 https://www.sejong.go.kr/tour/index.do
-국립어린이박물관 https://www.nmcik.or.kr/nmck/sub02/sub020101.do?mId=2012
-대통령기록관 ht tps://www.pa.go.kr/index.jsp
-조치원문화정원 https://jochi wonlandmark.imweb.me/
-베어트리파크 http://beartreepa rk.com

운영 정보
-미래엔교과서박물관 운영시간: 전시관 09:30~17:00(화~일요일)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세종특별자치시 대표전화 044)120
-미래엔교과서박물관 044)861-3141~5
-국립어린이박물관 044)251-3000
-조치원 문화정원 044)862-1620
-베어트리파크 0507)1414-7971
-대통령기록관 044)211-2000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오송역, KTX 수시(05:37~23:27) 운행, 45~55분 소요. 오송역 정류장서 525번, 521번을 이용해 봉산 3리 하차, 도보 200m 이동, 중봉리 정류장서 후 300번(마을버스) 환승, 교과서박물관 정류장 하차. 오송역서 택시이용 시 약 11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https://www.letskorail.com/ 1544-7788 세종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bis.sejong.go.kr/web/main/main.view 

-버스 서울-세종,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3회(06:06~ 22:21)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서 340번 버스 이용, 연동중학교 하차, 교과서박물관까지 도보 약 63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main.do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 청주 IC서 ‘청주’ 방면으로 왼쪽 → 강상촌분기점서 ‘보은, 대전, 진천’ 방면으로 오른쪽 → 석곡분기점서 ‘세종, 조치원’ 방면으로 오른쪽 → 명학교차로서 ‘명학리,명학산업단지’ 방면으로 오른쪽 → 명학산단남로 → ‘청연로’ 방면 좌회전→ 교과서 박물관

숙박 정보
-목향재: 세종시 만남로6길, 010-8666-1217
-학림재: 장군면 태산길, 010-3478-1004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세종: 세종시 다솜3로, 044)251-4000, https://www.marriott.com/ko/hotels/cjjcy -courtyard-sejong/overview/
-베스트웨스턴플러스호텔 세종: 세종시 도움1로, 044)330-3300, https://www.hotelse jong.kr/ko
-라고바움관광호텔: 세종시 다솜로, 044)866-3086, https://hotellagobaum.modoo.at/


식당 정보
-부뚜막(김치찜): 조치원읍 건너말고샅길, 0507)1384-7940
-빠스타스(크림빠네): 세종시 달빛로, 044)864-1992
-장원갑칼국수 세종본점(칼국수): 조치원읍 허만석1로, 0507)1386-0925
-메타45카페(아인슈패너): 세종시 나성북1로, 044)862-4502

주변 볼거리
금강수목원, 국립세종도서관, 세종전통시장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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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