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여름나기 ③세종 교과서박물관

철수야, 바둑아 놀자!

미래엔교과서박물관은 교과서 변천사를 통해 우리 교육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교과서박물관’이다. 서당서 사용하던 서적부터 개화기, 일제강점기, 미 군정기, 1~7차 교육과정기까지의 교과서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을 찾는 누구나 학창시절 손때 묻은 ‘우리 세대 교과서’를 발견하고는 반가움을 표한다.

박물관은 미래엔 회사 내부에 위치한다. 정문을 통과하면 잘 관리된 푸른 잔디밭과 울창한 가로수가 맞이한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교과서를 인쇄했던 자동 활판 인쇄기가 서 있다. 녹슨 고철에 불과해 보이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퇴직한 노병의 숨결이 스친다.

교과서전시관

박물관 내부는 교과서전시관을 비롯한 4개의 관으로 구성됐다. 특히, 교과서전시관은 한글관, 교과서의 어제와 내일, 추억의 교실, 교과서 제작 과정 등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상설 전시한다. <동몽선습> <소학언해> 등 옛날 서당서 배우던 교과서에서 출발해 일제강점기의 <국민예법>, 미 군정기의 <농사짓기>, 1950년대 <전시생활> 등을 통해 시대적 흐름을 확인하고, 굴곡진 한국 역사를 되짚어보게 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월인천강지곡(국보)> 영인본. 세종이 아내인 소헌왕후의 공덕을 빌기 위해 직접 지은 불교 찬가로, 훈민정음 창제 직후 간행된 최초의 한글 활자본이다. <용비어천가>와 함께 가장 오래된 국문 시가로 평가된다.

본래 상중하 3권이었으나 현재는 권상과 일부 낙장만 전해지고 있어 희소성이 높은 문헌이니 주의 깊게 바라보자.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1월 조선어학회서 편찬한 한글 입문 교본인 <한글 첫걸음> 역시 귀중한 자료다. 

교과서 표지만 봐도 시대상이 보인다. 1970년대는 한글 전용으로 바뀌었고, 1975년부터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등 정책마다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각장애 학생용으로 나온 점자 교과서나 시력이 나쁜 아이들을 위한 확대 교과서 등을 보면 우리나라 교과서가 소외된 학생들까지 배려하며 발전해 왔다는 것도 느낀다. 

우리나라 교과서뿐 아니라 미국·영국·프랑스·체코·튀니지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교과서도 한눈에 관람할 수 있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 교과서는 크기와 종이의 질은 다르지만, 기초 과목의 교과서 속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교과서와 공통점이 보인다. 

교과서박물관은 ‘나의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밤새 외우고 되뇌던 시 한 편, 읊조렸던 단어, 익숙한 삽화가 그것. 국내 최초 초등 국어 교과서의 표지 캐릭터의 ‘바둑이와 철수’를 보자마자 관람객은 추억 속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1948년에 철수와 영이(영희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1963년 이후 인수와 순이, 기영이가 등장했다. 시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1960년대의 교실 풍경을 재현한 ‘추억의 교실’과 교복의 변천사 전시다. 짝꿍과 선 그어서 넘어오지 말라던 그 시절, 선생님 몰래 양은 도시락을 까먹던 기억까지 소품 하나에 추억 한 보따리다. 요즘 말로 “라테는 말이야”를 줄곧 말하게 되는 곳이다.

1층 교과서 전시실을 지나 복도를 따라가면 인쇄 기계 전시실이 나온다. 근대 인쇄 기계의 발달사를 한눈에 확인할 장소다. 자모 조각기부터, 활판 인쇄기, 활판 교정기 등 1950년부터 1980년까지 실제 교과서 인쇄에 사용된 기계 30여종을 만날 수 있다.

국내 교육의 역사를 한 눈에
이외 전시도 볼거리가 다양

다음 달 30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서 세 가지 주제의 전시가 열린다. <학교 종이 땡땡땡>에서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사용하던 학생 가방과 일기장, 수업 자료들, 타자기, 선생님 지도 교구 등의 다양한 물품을 전시 중이다. 김완기 선생이 교사 생활을 하면서 담은 사진은 추억으로 데려가는 마차다. 

교육자료전시관의 <삽화여행, 교과서를 그리다> 전시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교과서 삽화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려지는 보조 역할이지만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삽화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그래픽 디자인으로 대체되기 전 원화가 가진 독특한 감성을 느껴보자.

또, 1950~1970년대의 초등학교 교과서 속 놀이문화를 주제로 <동무들아, 이리와. 나하고 놀자!>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수수깡 모형 만들기 등 옛 교과서 속의 놀이 모습과 놀이의 변화 과정, 함께 불렀던 동요들의 이야기가 전시돼있고, 직접 체험해볼 놀이도 마련돼있어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의 관심도 높아지는 공간이다. 

세종특별자치시는 박물관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준비가 한창이다. 국립박물관단지의 5개 박물관 중 지난해 12월 문을 연 국립어린이박물관이 첫 출발이다. 도시, 건축, 디자인, 지구 등 체험전시가 가득하다. 특히 지구를 주제로 인류가 만든 도구를 체험할 기획전시실과 지하 1층 디지털아뜰리에 공간이 흥미롭다. 

세종에 왔다면 푸른 숲과 정원 길 걸으며 힐링하고 불곰 애교에 저절로 웃음이 나는 곳, 베어트리파크를 놓칠 수 없다.

나무의 수령이 오래돼 햇볕을 적절히 가려준 덕에 한여름에도 양산 없이 걸을 수 있다. 베어트리파크는 송파(松波) 이재연 설립자가 ‘일구는 즐거움’으로 50여년 가꾼 비밀의 정원이다. 10만여평에 달하는 공원은 ‘동식물이 어우러진 자연의 쉼터’로 귀여운 반달곰과 불곰 100여마리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베어트리파크

도시재생의 대표사업으로 꼽히는 조치원문화정원은 지난 2013년 정수시설 운영 중지 이후 줄곧 방치돼오던 조치원 옛 정수장과 평리 근린공원을 활용해 재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특히 1935년에 지어진 조치원정수장 자리에 오픈한 ‘방랑싸롱’ 카페는 세종의 핫플레이스로도 꼽힌다. 정수장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조치원이 가진 고유성을 더한 메뉴를 선보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조치원문화정원 → 미래엔교과서박물관 → 국립어린이박물관 → 세종중앙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미래엔교과서박물관 → 국립어린이박물관 → 세종중앙공원   
-둘째 날 국립세종수목원 → 대통령기록관  → 조치원문화정원 → 베어트리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미래엔교과서박물관 https://www.textbookmuseum.co.kr/index.mrn
-세종시특별자치시 여행정보 https://www.sejong.go.kr/tour/index.do
-국립어린이박물관 https://www.nmcik.or.kr/nmck/sub02/sub020101.do?mId=2012
-대통령기록관 ht tps://www.pa.go.kr/index.jsp
-조치원문화정원 https://jochi wonlandmark.imweb.me/
-베어트리파크 http://beartreepa rk.com

운영 정보
-미래엔교과서박물관 운영시간: 전시관 09:30~17:00(화~일요일) 휴무: 매주 월요일 요금: 무료

문의 전화
-세종특별자치시 대표전화 044)120
-미래엔교과서박물관 044)861-3141~5
-국립어린이박물관 044)251-3000
-조치원 문화정원 044)862-1620
-베어트리파크 0507)1414-7971
-대통령기록관 044)211-2000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오송역, KTX 수시(05:37~23:27) 운행, 45~55분 소요. 오송역 정류장서 525번, 521번을 이용해 봉산 3리 하차, 도보 200m 이동, 중봉리 정류장서 후 300번(마을버스) 환승, 교과서박물관 정류장 하차. 오송역서 택시이용 시 약 11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https://www.letskorail.com/ 1544-7788 세종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bis.sejong.go.kr/web/main/main.view 

-버스 서울-세종,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3회(06:06~ 22:21)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서 340번 버스 이용, 연동중학교 하차, 교과서박물관까지 도보 약 63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https://www.kobus.co.kr/main.do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 청주 IC서 ‘청주’ 방면으로 왼쪽 → 강상촌분기점서 ‘보은, 대전, 진천’ 방면으로 오른쪽 → 석곡분기점서 ‘세종, 조치원’ 방면으로 오른쪽 → 명학교차로서 ‘명학리,명학산업단지’ 방면으로 오른쪽 → 명학산단남로 → ‘청연로’ 방면 좌회전→ 교과서 박물관

숙박 정보
-목향재: 세종시 만남로6길, 010-8666-1217
-학림재: 장군면 태산길, 010-3478-1004
-코트야드바이메리어트 세종: 세종시 다솜3로, 044)251-4000, https://www.marriott.com/ko/hotels/cjjcy -courtyard-sejong/overview/
-베스트웨스턴플러스호텔 세종: 세종시 도움1로, 044)330-3300, https://www.hotelse jong.kr/ko
-라고바움관광호텔: 세종시 다솜로, 044)866-3086, https://hotellagobaum.modoo.at/

식당 정보
-부뚜막(김치찜): 조치원읍 건너말고샅길, 0507)1384-7940
-빠스타스(크림빠네): 세종시 달빛로, 044)864-1992
-장원갑칼국수 세종본점(칼국수): 조치원읍 허만석1로, 0507)1386-0925
-메타45카페(아인슈패너): 세종시 나성북1로, 044)862-4502

주변 볼거리
금강수목원, 국립세종도서관, 세종전통시장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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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