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 검찰총장 패싱 내막

검찰도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두 번째 총장 패싱을 당했다. 지난 5월 인사에 이어 김건희 소환조사 사후 보고로 2개월여 만이다. 일각에선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수사지휘권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용산에서 주도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 여사가 검찰 고발 4년 만에 조사받았지만 오히려 내분이 일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조사가 시작된 지 약 10시간 만에 보고받는 일명 ‘총장패싱’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건희 조사
전혀 몰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 20일,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재임 중인 대통령 부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것이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도이치모터스 사건 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김 여사 측을 설득해 오후 8시30분쯤부터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여사 측은 대면조사 일정을 조율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한해서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검찰청은 조사 시점 등에 대해 사전에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조사 시작 이후 10시간 만에 대검찰청에 보고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이 시작됐다. 검찰의 실질적인 넘버 1, 2라고 할 수 있는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정면 충돌했다. 상명하복을 중시했던 검찰 조직에서 검찰총장과 일선 검사장이 사건을 두고 공개적으로 충돌한 것이다.

이창수 서울지검장은 지난 20일 밤, 김 여사 조사 사실을 보고할 때 이 총장이 “나를 무시했다”며 격노하자 이 총장 집을 찾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총장이 응답하지 않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아침에도 “댁에 찾아뵙고 설명하겠다”고 했으나 이 총장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이 총장은 지난 22일 출근길에서 한비자의 법불아귀(법은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대통령 부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수사팀을 직격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은 같은 날 오전 이 총장을 찾아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 없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조사한 경위를 설명하면서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시작 10시간 만에 보고 
총장 VS 서울지검장 정면충돌

이 지검장의 사과로 검찰 내부의 갈등은 봉합 수순으로 접어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총장이 진상 파악을 지시하고 같은 날 오후 명품가방 수사를 담당하던 김경목 부부장 검사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 부부장 검사는 사표를 제출하며 동료들에게 “회의를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는 “지지부진했던 사건을 맡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진상조사의 대상이 되다니 화가 난다”면서 “조사 장소가 중요하냐.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든 조사를 마쳤는데 너무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 23일 이 지검장도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곧바로 진상 파악에 들어갈 경우 수사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1·4차장과 형사1부장·반부패2부장, 그리고 수사팀을 제외하고 나 홀로(조사에) 임하겠다”며 대검 방침에 반발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 지검장은 물론 김 여사 사건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1·4차장검사에 대한 면담도 시도했지만 불발되기도 했다.

감찰부의 면담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내부는 더 동요했다. 특히 형사1부에 파견돼 명품백 수수 사건을 수사했던 김 부부장검사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반부패2부 검사들도 추가로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총장이 지난 22일 기자들을 만나 인용한 법불아귀를 겨냥해 “검사들을 아귀로 만들었다”는 반발도 나왔다고 한다.

동요가 확산되자 대검은 지난 24일 적극 진화에 나섰다.

대검 관계자는 “이 지검장의 요청을 일부 수용해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차분하게 진상 파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도 대검 참모들에게 “감찰도, 진상조사도 아닌 진상 파악”이라며 “수사팀 개개인의 책임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띔도 
없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은 닷새 만에 진화됐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이 지난 25일 열린 주례 정기보고에서 이 지검장에게 “현안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하자 이 지검장은 이에 “대검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총장 패싱의 배경에는 지난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발동한 수사지휘권이 꼽힌다. 

당시 추 전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은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및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총장 본인, 가족, 측근과 관련된 아래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휘함’이라고 명시돼있다.

추 전 장관이 윤 총장에게서 도이치모터스 등 사건의 지휘·감독을 배제한 근거는 이 사건에 김 여사가 연루됐기 때문이다. 그 뒤로 법무부 장관은 박범계·한동훈·박성재로 바뀌었고 검찰총장은 김오수·이원석으로 바뀌었지만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4년 동안 유효한 상태인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지검장은 “도이치 사건은 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된 사건이므로, 조사 형식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도 총장 지휘권 밖에 있다”고 판단해 김 여사 소환을 사후에 보고했다.

반면 이 총장은 추 전 장관의 2020년 지휘권 발동으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총장 수사지휘권이 사라졌어도 조사 방식은 총장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장은 검찰청법상 여전히 검찰사무 총괄 및 지휘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용산서…
‘식물’ 취급?

이런 상황에 이 총장은 최근 들어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은 극도로 제한해 행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총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이 공개되면서 사후보고가 예정된 총장 패싱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이 총장이 대검 중간 간부들과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 장관이 ‘김 여사 조사 문제는 중앙지검과 용산 대통령실이 소통하니 관여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도적인 총장 패싱 의혹은 더욱 커졌다.

검찰 출신 법조인들은 상황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상태가 지금껏 방치된 데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 지휘권이 특정 사건에만 배제돼있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어디부터 어디까지 보고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 문제부터 꼬여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도 “추미애 전 장관이 잘못해놓은 것을 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풀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까지도 법무부 장관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휘권을 회복해 놓고 지혜롭게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검찰총장 손을 묶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수사 지휘를 받지 않더라도 조사 사실 정도는 미리 귀띔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우세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지휘권이 배제됐더라도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정치권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 여사 조사에 관해 총장이 상황을 아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 없어도 보고 해야” 
지난 5월 인사 패싱 이어 수사 패싱

다른 고검장 출신 변호사도 “(중앙지검이 대면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나름대로 고육지책을 낸 것으로 보이지만, 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며 “‘지휘는 받지 않겠지만 보고는 드리겠다’는 방식도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수사 지휘권이 배제된 사건을 핑계로 명품 가방 사건에 대한 지휘까지 회피한 것 아니냐”며 “국민적 관심이 큰 명품 가방 사건의 조사 방식·시기 등을 사전에 말하지 않은 것은 보고 누락이고 감찰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한 지방검찰청 간부는 “수사의 공정성은 물론 조직의 존재 의미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아무리 지검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있다 해도, 검찰의 가치나 명운까지 마음대로 정할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장 패싱이 용산에서 주도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이미 지난 5월 검사장 인사에서 총장과 협의 없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및 1~4차장검사 전원을 교체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패싱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의 패싱은 이 총장과 윤 대통령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발생했다. 원래 이 총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측근으로 2022년 5월 윤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거쳐 석 달 뒤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대통령실에서 이 총장의 ‘수사지휘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같은 해 11월 말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영부인 리스크’가 본격화되자 “도이치 사건은 왜 아직도 종결하지 않느냐”며 용산에서 이 총장을 질책했다.

그와 동시에 김 여사 소환 문제가 수면 아래 대통령실과 검찰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난 1월 당시 송경호 중앙지검장이 법률비서관실을 통해 김 여사 검찰청 ‘비공개’ 소환조사를 타진하자 대통령실 내부에선 “검찰총장이 대통령 부부를 겨누고 있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용산의 반발에 송 지검장이 사표를 냈고, 이를 막기 위해 이 총장도 사표를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때는 일단 중앙지검장 원포인트 인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양측 갈등이 무마됐다. 다만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명품백 의혹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통속’이란 대통령실의 불만은 커졌다.

나갈까
버틸까

이런 상황에 이 총장이 지난 5월2일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김 여사 수사에 속도를 내자 용산도 같은 달 12일 검찰 인사로 중앙지검장을 포함해 수사 지휘부를 전원 교체했다. 이후 용산 주도하에 김 여사 조사 사후 보고를 하면서 이 총장의 리더십에 한 번 더 흠집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번 총장 패싱 이후 이 총장의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실에서는 이 총장의 후임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심우정 법무부 차관, 최경규 부산지검장 등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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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