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찰 파문’ 타워팰리스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14:24:35
  • 호수 1489호
  • 댓글 3개

21년 만에 바꾸려다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서 “누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전 세대가 다 들리도록 방송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일일까? 심지어 사실도 아닌 거짓말이었다. 여기엔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가 엮여 있었다. 해당 업체는 20년 넘게 독점으로 아파트를 관리했고, 아파트 대표가 관리업체를 바꾸려 하자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인해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시 중단돼 각종 공과금 납부 연체 및 주민의 관리비 납부 확인, 직원 급여 이하 보안 급여 지급 등 모든 관리업무가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주민 여러분의 소중한 110억원이 해임된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체 중단되어…이미 사정당국에 고소·고발됐으나, 신속한 수사가 요청되기 위해 주민 여러분은 탄원 서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간청드린다.”

누구가 
잘못했다?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2022년 2월7일 약 114억원이 예치된 타워팰리스 1차 관리비와 장기수선 충당금 통장을 독단적으로 재발급받고 인감, 비밀번호, OTP를 모두 변경했다.…이에 회장의 범죄행위에 대해 즉시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2022년 2월경,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위탁관리업체 타워피엠씨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타워팰리스는 1499세대로 하루에도 여러 번 방송됐다. 해당 방송에 나온 ‘신정이 전 회장’ 역시 해당 타워팰리스 거주자로, 2021년 10월경 동대표 및 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이다. 

방송뿐만이 아니었다. 관리업체는 ‘신정이의 거짓말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타워팰리스 전 세대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신정이의 거짓말(강남구청 실태 조사 결과 2022년 2월23일~25일) 해임된 신정이 전임 회장의 해임된 사유는 ‘주택관리업자 사업자 선정 불법 입찰로 법령 제4조, 제5조, 제1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시행령 제23조 위반으로 과태료 1000만원 부과됨’이라고 기재돼있다.

또 “잡수입 소송 사용 관련 입주민께서 부동의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임 무효소송에 응소할 수 없어 패소해 신정이는 복귀하게 되며(본인이 복귀한다고 지라시에 밝히고 있음) 불법 입찰로 선정된 A 업체가 정말로 타워 1차를 관리하게 될 수 있다”고까지 적어놨다.

신씨의 당선 이후, 무슨 일이 있었기에 타워팰리스 관리업체 측은 이 같은 방송으로 신씨의 명예와 인격까지 훼손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해당 타워팰리스를 취재한 결과, 관리업체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먼저 신씨가 타워피엠씨의 표적이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선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당 타워팰리스는 2002년 10월에 입주한 주상복합아파트로, 타워피엠씨는 2002년부터 타워팰리스의 관리를 도맡아왔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타워팰리스의 관리업체가 바뀐 적이 없었다.

110억원 횡령한 아파트 동대표?
실상은 관리업체 독점 위해서?

타워피엠씨는 삼성물산 출신 강병찬 회장과 장세준 대표이사가 타워팰리스 운영관리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한남더힐, 트리마제,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비스타 등 고급 아파트 단지들의 관리를 맡아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76억원, 직원 수 3766명 기업으로, 해당 타워팰리스 관리업체가 되면서 매출이 늘었다.


신씨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의논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5조제2항 및 우리단지 관리규약 제58조 제1항에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이상의 서면 이의가 없는 경우 의견청취 결과에 따라 재계약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시(2021년 10월20일) 1499세대 중 183세대(12.2%)가 타워피엠씨 재계약에 부동의해, 입찰을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타워피엠씨는 해당연도 11월24일에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무려 21년 만에 위탁관리업체의 교체가 이뤄지는 듯했다. 이때부터 기존 타워피엠씨는 신씨에게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그가 110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까지 했다. 갖가지 구설수를 만들어냈고, 전 세대에 방송을 하거나 단지 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심지어 타워피엠씨는 신씨를 사찰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타워팰리스 입주민 중 한 명은 이 일을 두고 “사람 생명을 끊는 데 일조하고 주민을 사찰했다. (대표가)어디 업체한테 돈 받았다는 누명을 씌우고 거짓 안내 방송을 해 주민 간에 싸움을 붙였다. 타워피엠씨가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카카오톡 증거로도 남아 있다. 해당 업체 관리팀장이 업체 관계자와 “7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19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신정이 19:29분 B동 1층 주출입구, 19:30분 B동 저층부 승강기 이후 카드기록 없습니다”라고 나눈 대화가 기록돼있다. 

저녁 늦은 시각에는 “신정이 출입기록 특이사항 없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라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관리 업체
교체 갈등

이 같은 사찰은 신씨 가족에게도 행해졌다. 관리팀장은 “20:20분경 신정이 세대로 귀가한 것 같다”고 정보를 공유했다. 관리팀장은 “신정이 출입기록 20:27분경 A동 2층 주출입구, 21:16 분경 B동 1층 저층부 승강기 세대 귀가/CCTV 확인→2층 응접실서 A동 ○○○○호 ○○○ 전 선관위원 만남”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관리팀장은 경찰서에서 신씨에게 보낸 등기물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며 “경찰서에서 보낸 등기가 있어서 알려드린다”고도 했다.

이처럼 신씨의 일거수일투족이 관리업체에 의해 감시당했고, 신씨와 신씨 가족을 괴롭혔다. 여기에 강 회장의 사위인 홍종기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당시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선거대책본부 미디어법률단장)은 강 회장을 신씨를 대표직서 해임시키는 데 손을 더했다.

관리업체 관계자가 홍 민정실장에게 3개의 플래카드 도안을 보여주면서 “현수막을 만들려고 하는데 문제가 없을지 걱정된다. 3번을 ‘타워 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감옥으로~!!’에서 ‘타워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바꾸는게 어떨까”라고 물었다.

이에 홍 민정실장이 “별 차이가 없다”고 답하자, “감옥이 자극적인 것 같다”고 하니, 다시 “큰 문제는 없다. 그럼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고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씨가 우편함에 유인물을 넣어 놓은 것에 대해 업무방해 고소가 가능한지 등의 법적 조언을 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가 선정되자 강 회장은 ‘누가 회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까지 했다.

“(신씨의 해임 소송이 진행되는)지금 상황서 ○○○이 회장을 맡는 건 타워피엠씨를 위해서라도 절대 안 된다. 타워피엠씨가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주민 여론이 좋으면 ○○○이 해도 무방하지만, 불리한 상황서 ○○○까지 합세하면 점입가경이다. 센터장이 누구 말을 듣고 전략을 짜는지 모르겠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카카오톡을 받은 강 회장은 “잘 알겠다. 센터장에게 엄정 중립지키고 경찰서와 법원 판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어느 쪽을 편들면 큰일난다는 것을 저와 저희 직원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위 인사
이름 거론

그렇다면 신씨는 정말 110억원을 횡령했을까? 타워피엠씨 측의 주장처럼 신씨가 횡령을 했다면 법원 판결문에 해당하는 내용이 적시돼야 한다.

하지만 신씨가 제기한 ‘해임결의 무효소송’ 판결문에는 “이 사건 해임 결의에는 적법한 해임 요청서가 제출되지 않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의 위법이 존재하므로, 신씨가 주장하는 다른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에 대해 나아가 살펴보지 않더라도 무효임이 명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다만, 동대표 자격 제한은 해임된 날부터 2년인데, 신씨의 결격사유가 해소되는 2024년 2월10일까지 신씨가 출마할 수 있는 동대표 선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아파트의 제12기 동대표 선고에는 신씨가 제한 없이 출마할 수 있어, 추후 동대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 사건 해임결의의 무효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즉, 신씨가 횡령이나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해임 결의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판결해야 맞지만, 판결문은 신씨가 동대표 선거 출마에 문제가 없으므로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타워피엠씨는 신씨가 해임됐다는 사유로 입찰로 당선된 관리업체를 오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이 계속 아파트를 관리했다.

강 회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업체서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했는데 확인 후 조치 바란다. 우편물을 계속 넣는 것은 실효적 점유를 하기 위한 노력을 성의껏 하고 있다는 것. 재판서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타워피엠씨도 빨리 세대별 우편을 투입한 뒤 모아서 재판에 제출 바란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신씨와 가족은 이들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업체 측은 횡령,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업무방해 교사,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건조물침입교사, 문서은닉, 업무방해 등 온갖 혐의를 씌워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법원은 신씨의 손을 들어줬고,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이 나왔다.

현 민정실장이 플래카드 코치까지
“정상적 법적 조언만 해줬다” 해명

반대로 신씨가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과 폭행은 모두 법원서 유죄로 인정받았다. 신씨는 지난 2년간의 지리한 법적 공방 중이던 지난해 11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남편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워피엠씨는 지난 6일, 다시 해당 타워팰리스의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됐다. 해당 입주민은 이 과정서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는 타워피엠씨를 포함해 5개 업체였지만, 4개 업체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입찰을 포기한 4개 업체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는데 어차피 타워피엠씨에 몰아주는 입찰이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공고문에는 참가 자격으로 5년간 공동주택을 관리한 업체였는데, 적격 심사표에는 ‘커뮤니티 주상복합을 관리한 업체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이들 5개 업체중 주상복합 커뮤니티를 관리한 업체는 타워피엠씨가 유일했다.

그는 “지난 5월에 강남구청이 공고문을 내서 관리규약을 바꾸라고 했는데, 소장이 과거의 관리 계약표를 적격 심사표에 넣어 입찰공고를 끼워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들은 개정된 관리규약이 아닌 과거 관리규약 배점표다 보니 ‘어차피 타워피엠씨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입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점수 배점표도 타워피엠씨만 입찰이 가능했는데, 또 적격 심사위원들은 전부 삼성 출신 원로라서 삼성 출신인 강 회장의 타워피엠씨가 되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강 회장이 입찰공고문을 심의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입찰 후 입주자대표 5인의 의결이 필요한데 5인일 경우 전원이 찬성해야 하고, 6인 이상일 경우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한다. 당시 타워팰리스 입주자대표 6명 중 1명은 사퇴서를 낸 상황이었고, 1명은 불참했다. 하지만 이를 감추고 입주자대표가 모두 입찰에 동의했다고 한 것이다.

입주자 중 한 명은 “타워피엠씨가 다시 입찰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불법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개했다.

“법대로
구두 자문”

한편, 홍 민정실장은 ‘타워피엠씨를 도와 신씨를 해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홍 민정실장은 <일요시사>에 “구두로 자문한 것이 몇 개 있을 뿐이다. 각각 변호사가 따로 있었다. 타워피엠씨 회장이 장인어른이라고 내가 그 활동만 한 것이 아니다”며 “신정이씨 해임에 관여한 적 없다. 그 동네 살아서 아는데, 맨날 현수막이 걸리고 그랬다. 법적인 정상적인 자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