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찰 파문’ 타워팰리스에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22 14:24:35
  • 호수 1489호
  • 댓글 3개

21년 만에 바꾸려다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서 “누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전 세대가 다 들리도록 방송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일일까? 심지어 사실도 아닌 거짓말이었다. 여기엔 해당 아파트 관리업체가 엮여 있었다. 해당 업체는 20년 넘게 독점으로 아파트를 관리했고, 아파트 대표가 관리업체를 바꾸려 하자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인해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시 중단돼 각종 공과금 납부 연체 및 주민의 관리비 납부 확인, 직원 급여 이하 보안 급여 지급 등 모든 관리업무가 마비되는 심각한 상황에 있다…주민 여러분의 소중한 110억원이 해임된 신정이 전 회장의 횡령으로 단지의 회계자금 업무가 일체 중단되어…이미 사정당국에 고소·고발됐으나, 신속한 수사가 요청되기 위해 주민 여러분은 탄원 서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실 것을 간청드린다.”

누구가 
잘못했다?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2022년 2월7일 약 114억원이 예치된 타워팰리스 1차 관리비와 장기수선 충당금 통장을 독단적으로 재발급받고 인감, 비밀번호, OTP를 모두 변경했다.…이에 회장의 범죄행위에 대해 즉시 형사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2022년 2월경,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위탁관리업체 타워피엠씨가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타워팰리스는 1499세대로 하루에도 여러 번 방송됐다. 해당 방송에 나온 ‘신정이 전 회장’ 역시 해당 타워팰리스 거주자로, 2021년 10월경 동대표 및 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이다. 

방송뿐만이 아니었다. 관리업체는 ‘신정이의 거짓말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타워팰리스 전 세대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신정이의 거짓말(강남구청 실태 조사 결과 2022년 2월23일~25일) 해임된 신정이 전임 회장의 해임된 사유는 ‘주택관리업자 사업자 선정 불법 입찰로 법령 제4조, 제5조, 제1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시행령 제23조 위반으로 과태료 1000만원 부과됨’이라고 기재돼있다.

또 “잡수입 소송 사용 관련 입주민께서 부동의한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임 무효소송에 응소할 수 없어 패소해 신정이는 복귀하게 되며(본인이 복귀한다고 지라시에 밝히고 있음) 불법 입찰로 선정된 A 업체가 정말로 타워 1차를 관리하게 될 수 있다”고까지 적어놨다.

신씨의 당선 이후, 무슨 일이 있었기에 타워팰리스 관리업체 측은 이 같은 방송으로 신씨의 명예와 인격까지 훼손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해당 타워팰리스를 취재한 결과, 관리업체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먼저 신씨가 타워피엠씨의 표적이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선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당 타워팰리스는 2002년 10월에 입주한 주상복합아파트로, 타워피엠씨는 2002년부터 타워팰리스의 관리를 도맡아왔다. 20년 동안 단 한 번도 타워팰리스의 관리업체가 바뀐 적이 없었다.

110억원 횡령한 아파트 동대표?
실상은 관리업체 독점 위해서?

타워피엠씨는 삼성물산 출신 강병찬 회장과 장세준 대표이사가 타워팰리스 운영관리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한남더힐, 트리마제,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비스타 등 고급 아파트 단지들의 관리를 맡아 왔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676억원, 직원 수 3766명 기업으로, 해당 타워팰리스 관리업체가 되면서 매출이 늘었다.

신씨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바꾸는 것에 대해 의논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5조제2항 및 우리단지 관리규약 제58조 제1항에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이상의 서면 이의가 없는 경우 의견청취 결과에 따라 재계약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당시(2021년 10월20일) 1499세대 중 183세대(12.2%)가 타워피엠씨 재계약에 부동의해, 입찰을 통해 위탁관리업체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타워피엠씨는 해당연도 11월24일에 계약만료를 통보받았다.

무려 21년 만에 위탁관리업체의 교체가 이뤄지는 듯했다. 이때부터 기존 타워피엠씨는 신씨에게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그가 110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까지 했다. 갖가지 구설수를 만들어냈고, 전 세대에 방송을 하거나 단지 내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심지어 타워피엠씨는 신씨를 사찰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타워팰리스 입주민 중 한 명은 이 일을 두고 “사람 생명을 끊는 데 일조하고 주민을 사찰했다. (대표가)어디 업체한테 돈 받았다는 누명을 씌우고 거짓 안내 방송을 해 주민 간에 싸움을 붙였다. 타워피엠씨가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은 카카오톡 증거로도 남아 있다. 해당 업체 관리팀장이 업체 관계자와 “7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19시 현재 신정이 출입기록 없습니다” “신정이 19:29분 B동 1층 주출입구, 19:30분 B동 저층부 승강기 이후 카드기록 없습니다”라고 나눈 대화가 기록돼있다. 

저녁 늦은 시각에는 “신정이 출입기록 특이사항 없습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라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관리 업체
교체 갈등

이 같은 사찰은 신씨 가족에게도 행해졌다. 관리팀장은 “20:20분경 신정이 세대로 귀가한 것 같다”고 정보를 공유했다. 관리팀장은 “신정이 출입기록 20:27분경 A동 2층 주출입구, 21:16 분경 B동 1층 저층부 승강기 세대 귀가/CCTV 확인→2층 응접실서 A동 ○○○○호 ○○○ 전 선관위원 만남”이라고 보고하기도 했다. 

관리팀장은 경찰서에서 신씨에게 보낸 등기물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며 “경찰서에서 보낸 등기가 있어서 알려드린다”고도 했다.

이처럼 신씨의 일거수일투족이 관리업체에 의해 감시당했고, 신씨와 신씨 가족을 괴롭혔다. 여기에 강 회장의 사위인 홍종기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당시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선거대책본부 미디어법률단장)은 강 회장을 신씨를 대표직서 해임시키는 데 손을 더했다.

관리업체 관계자가 홍 민정실장에게 3개의 플래카드 도안을 보여주면서 “현수막을 만들려고 하는데 문제가 없을지 걱정된다. 3번을 ‘타워 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감옥으로~!!’에서 ‘타워관리 마비시킨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바꾸는게 어떨까”라고 물었다.

이에 홍 민정실장이 “별 차이가 없다”고 답하자, “감옥이 자극적인 것 같다”고 하니, 다시 “큰 문제는 없다. 그럼 ‘신정이는 사죄하라’로 고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신씨가 우편함에 유인물을 넣어 놓은 것에 대해 업무방해 고소가 가능한지 등의 법적 조언을 하기도 했다.

다른 업체가 선정되자 강 회장은 ‘누가 회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시까지 했다.

“(신씨의 해임 소송이 진행되는)지금 상황서 ○○○이 회장을 맡는 건 타워피엠씨를 위해서라도 절대 안 된다. 타워피엠씨가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주민 여론이 좋으면 ○○○이 해도 무방하지만, 불리한 상황서 ○○○까지 합세하면 점입가경이다. 센터장이 누구 말을 듣고 전략을 짜는지 모르겠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카카오톡을 받은 강 회장은 “잘 알겠다. 센터장에게 엄정 중립지키고 경찰서와 법원 판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어느 쪽을 편들면 큰일난다는 것을 저와 저희 직원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위 인사
이름 거론

그렇다면 신씨는 정말 110억원을 횡령했을까? 타워피엠씨 측의 주장처럼 신씨가 횡령을 했다면 법원 판결문에 해당하는 내용이 적시돼야 한다.

하지만 신씨가 제기한 ‘해임결의 무효소송’ 판결문에는 “이 사건 해임 결의에는 적법한 해임 요청서가 제출되지 않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해임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의 위법이 존재하므로, 신씨가 주장하는 다른 절차적 하자와 실체적 하자에 대해 나아가 살펴보지 않더라도 무효임이 명백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다만, 동대표 자격 제한은 해임된 날부터 2년인데, 신씨의 결격사유가 해소되는 2024년 2월10일까지 신씨가 출마할 수 있는 동대표 선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아파트의 제12기 동대표 선고에는 신씨가 제한 없이 출마할 수 있어, 추후 동대표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 사건 해임결의의 무효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즉, 신씨가 횡령이나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면 해임 결의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판결해야 맞지만, 판결문은 신씨가 동대표 선거 출마에 문제가 없으므로 소송을 기각했다.

반면, 타워피엠씨는 신씨가 해임됐다는 사유로 입찰로 당선된 관리업체를 오지 못하게 하고 자신들이 계속 아파트를 관리했다.

강 회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업체서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했는데 확인 후 조치 바란다. 우편물을 계속 넣는 것은 실효적 점유를 하기 위한 노력을 성의껏 하고 있다는 것. 재판서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타워피엠씨도 빨리 세대별 우편을 투입한 뒤 모아서 재판에 제출 바란다”고 지시하기도 했다.

신씨와 가족은 이들과 법적 다툼을 벌였다. 업체 측은 횡령, 사문서위조, 업무방해, 업무방해 교사,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건조물침입교사, 문서은닉, 업무방해 등 온갖 혐의를 씌워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법원은 신씨의 손을 들어줬고,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이 나왔다.

현 민정실장이 플래카드 코치까지
“정상적 법적 조언만 해줬다” 해명

반대로 신씨가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과 폭행은 모두 법원서 유죄로 인정받았다. 신씨는 지난 2년간의 지리한 법적 공방 중이던 지난해 11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남편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워피엠씨는 지난 6일, 다시 해당 타워팰리스의 위탁관리업체로 선정됐다. 해당 입주민은 이 과정서도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는 타워피엠씨를 포함해 5개 업체였지만, 4개 업체는 입찰을 포기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입찰을 포기한 4개 업체 관계자에게 직접 들었는데 어차피 타워피엠씨에 몰아주는 입찰이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입찰공고문에는 참가 자격으로 5년간 공동주택을 관리한 업체였는데, 적격 심사표에는 ‘커뮤니티 주상복합을 관리한 업체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이들 5개 업체중 주상복합 커뮤니티를 관리한 업체는 타워피엠씨가 유일했다.

그는 “지난 5월에 강남구청이 공고문을 내서 관리규약을 바꾸라고 했는데, 소장이 과거의 관리 계약표를 적격 심사표에 넣어 입찰공고를 끼워 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들은 개정된 관리규약이 아닌 과거 관리규약 배점표다 보니 ‘어차피 타워피엠씨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입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점수 배점표도 타워피엠씨만 입찰이 가능했는데, 또 적격 심사위원들은 전부 삼성 출신 원로라서 삼성 출신인 강 회장의 타워피엠씨가 되는 게 당연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강 회장이 입찰공고문을 심의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입찰 후 입주자대표 5인의 의결이 필요한데 5인일 경우 전원이 찬성해야 하고, 6인 이상일 경우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한다. 당시 타워팰리스 입주자대표 6명 중 1명은 사퇴서를 낸 상황이었고, 1명은 불참했다. 하지만 이를 감추고 입주자대표가 모두 입찰에 동의했다고 한 것이다.

입주자 중 한 명은 “타워피엠씨가 다시 입찰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불법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개했다.

“법대로
구두 자문”

한편, 홍 민정실장은 ‘타워피엠씨를 도와 신씨를 해임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홍 민정실장은 <일요시사>에 “구두로 자문한 것이 몇 개 있을 뿐이다. 각각 변호사가 따로 있었다. 타워피엠씨 회장이 장인어른이라고 내가 그 활동만 한 것이 아니다”며 “신정이씨 해임에 관여한 적 없다. 그 동네 살아서 아는데, 맨날 현수막이 걸리고 그랬다. 법적인 정상적인 자문 변호사로 활동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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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