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④울산 진하해수욕장

얼음 없는 빙수를 상상할 수 없듯 바다 없는 여름도 감히 생각조차 하기 싫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서 여름을 맞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동해, 서해, 남해에 크고 작은 해변이 숱하게 늘어서 있고 여름이면 ‘어느 바다로 놀러 갈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올해는 전국구로 이름난 명소는 아니지만 해변서 누릴만한 즐길 거리는 죄다 갖춘 알짜배기를 찾아냈다. 나의 올여름 바다는 진하해수욕장으로 찜했다.

진하해수욕장은 부산 기장군과 맞닿은 울산 남단부의 울주군 서생면에 자리하며 한반도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일출 명소 간절곶과 가깝다. 물이 맑고 백사장이 널찍해 여름이면 피서 인파가 모여든다. 수심, 백사장, 편의시설 등 여러 면에서 피서지로 완벽한 조건을 갖췄는데 내세울만한 자랑거리가 더 있다.

피서지로 완벽한 조건

해수욕장 개장 기간에 파라솔, 구명조끼, 튜브, 샤워장, 주차장 이용이 모두 무료라는 점.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도 설치해 무료 운영한다. 따라서 피서객들이 바가지요금으로 얼굴 찌푸릴 일이 없다. 

진하해수욕장은 파도와 바람이 좋아 해양 레포츠 명소로도 유명하다. 형형색색의 서핑보드가 바다 위를 수놓고 윈드서퍼와 카이트서퍼들이 바다 위를 질주한다. 파도를 가르는 레포츠 행렬에 보는 이마저 덩달아 시원해진다. 

구경하는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직접 도전해보자. 각종 해양 레포츠 강습 및 장비 대여가 가능한 업체들을 해수욕장 주변서 찾아볼 수 있다. 해수욕장 운영 기간에는 수상 레저 이용 구간과 유영 구간을 분리 운영하기 때문에 레포츠 체험객과 해수욕 인파가 서로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변 길이가 꽤 긴 편이며 해안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가볍게 걷기 좋다. 해변을 따라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설치돼 걷는 재미를 더한다. 진하해수욕장을 상징하는 ‘JINHA’ 조형물,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드는 형태의 대형 조각품, 알록달록 채색된 팔각정 등이 있다.

‘진하 오면 무조건 [ ] 생긴다’라는 포토존도 흥미롭다. 아파트, 애인, 희망, 사랑, 꿈 등 다양한 손팻말 중 하나를 골라 문장을 완성하고 사진을 남기면 된다.

해변 남쪽 끝에는 진하출렁다리, 북쪽 끝에는 명선교가 연결돼 원하면 얼마든지 산책 코스를 연장할 수 있다. 작은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다와 맞닿은 대바위공원이 나타난다. 동해를 향해 뻥 뚫린 공원은 전망이 일품이다. 쪽빛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치를 감상하고 유려하게 뻗은 진하해수욕장 해안선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번잡하지 않아 ‘바다 멍’ 하며 쉬어가기 좋은 명당이다.

해수욕 인파와 방해받지 않고 안전하게
직접 해양 레포츠 이용해 볼 수 있는 곳

북쪽의 명선교는 진하해수욕장과 강양항을 연결하는 길이 145m의 인도교로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이자 관광객을 위한 경관시설이다. 회야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오르면 한쪽으로는 잔잔한 강이, 다른 한쪽으로는 웅장한 바다가 펼쳐져 이색적이다.

진하해수욕장을 찾았다면 명선도를 꼭 들러야 한다. 해변 앞바다에 오롯이 선 명선도는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15분 남짓 걸리는 아담한 규모지만 일출 명소, 전망 명소, 야경 명소라는 수식어가 두루 따라붙는다. 낮에는 초록빛 숲과 쪽빛 바다를 옆에 끼고 걷는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어둠이 내리면 영화 <아바타> 속 숲에 들어선 듯한 신비로운 감성에 빠져든다.

명선도에는 2022년 ‘태양이 잠든 섬, 명선도’라는 주제로 야간 경관 조명시설이 설치됐다. 섬 입구에는 오묘한 색감의 조명이 파도를 따라 일렁이고 산책로에는 몽환적인 불빛이 아른거린다. 바위 절벽 위로는 화려한 불빛이 폭포가 되어 흘러내린다.


섬이 해변서 멀지 않고 썰물 때면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려 걸어서 출입할 수 있다. 명선도 방문 시에는 물때를 확인해야 하며 야간 경관 조명은 월요일과 기상 악화 시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낮부터 밤까지 진하해수욕장의 매력을 100% 즐기려면 하룻밤 머물러도 좋다. 해변 남쪽 해송림에 울주해양레포츠센터 캠핑장이 조성돼있다. 키 큰 소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바로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여름 캠핑지로 제격이다.

해수욕장 개장 기간은 6월28일부터 8월31일까지며, 7월 말에 진하해변축제, 8월 초에 서머페스티벌, 8월10~11일에는 울주해양레포츠대축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울산은 산업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2023~2024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명소가 4곳이나 있을 정도로 훌륭한 관광 도시기도 하다.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태화강국가정원을 비롯해 장생포고래문화마을, 대왕암공원, 영남알프스가 한국관광 100선에 속한다.

울산 중심부를 관통하는 태화강은 한때 오염이 심했으나 수질 개선과 주변 환경개선을 통해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애용된다. 생태·대나무·계절·수생·참여·무궁화 등 총 6개 주제 아래 다채로운 테마 정원을 조성했다. 강을 따라 약 4㎞에 걸쳐 펼쳐진 십리대숲이 대표 명소로, 한여름에도 울창한 그늘이 드리워져 시원하다. 야간 경관조명이 대숲을 빛내는 은하수길도 명물이다.

장생포

우리나라 고래잡이 역사를 대변하는 장생포에는 옛 전성기 시절 생활상을 재현한 고래문화마을이 있다. 교복점, 학교, 중국집, 문구점, 오락실 등이 늘어선 1960~1970년대 마을 풍경이 정겹다. 당대 분위기에 제대로 스며들고 싶다면 교복점서 옛날 교복을 대여해 입고 관람하길 추천한다.

장생포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이 지역에는 고래문화마을 외에도 장생포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등 고래를 테마로 한 여러 시설이 있으며 일대를 순환하는 모노레일을 운행한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대왕암공원 역시 울산의 자랑이다.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대왕암에는 신라시대 문무대왕비가 세상을 떠난 후 문무대왕처럼 호국룡이 되고자 묻혔다는 전설이 서렸으며 주변으로 기이한 형태의 바위들이 가득하다. 기암괴석 외에도 아름다운 해송림,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재된 울기등대 구 등탑, 길이 303m의 출렁다리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테마파크도 있어 가족 여행지로도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광대왕암공원→장생포고래문화마을→진하해수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간절곶→진하해수욕장
-둘째 날 장생포고래문화마을→대왕암공원→태화강국가정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울주관광 www.ulju.ulsan.kr/tour/main.do
-울산관광 https://tour.ulsan.go.kr/kor/main.ulsan
-태화강국가정원 https://w ww.ulsan.go.kr/s/garden/main.ulsan
-장생포고래문화특구 https://www.whalecity.kr/
-대왕암공원 https://daewangam .donggu.ulsan.kr/


문의 전화
-진하해수욕장 052)204-0354(울주군 관광과 관광시설운영팀)
-울산종합관광안내소 052)258-8830
-태화강국가정원 안내센터 052)229-3147~8
-장생포고래문화마을 052)226-0980
-대왕암공원 관리사무소 052)209-3738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울산(통도사)역, KTX 하루 36~37회(05:13~22:28)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울산역 정류장서 1703·5004번 버스 이용, 공업탑 정류장서 715번 버스 환승, 진하 정류장 하차, 진하해수욕장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울산교통관리센터 https://its.ulsan.kr/

-버스 서울-울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0~13회(06: 30~22: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시외고속버스터미널/신세계안과의원 정류장서 307·401·432·492번 등 버스 이용, 공업탑 정류장서 715번 버스 환승, 진하 정류장 하차, 진하해수욕장까지 도보 약 7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울산고속버스터미널 1688-7797 울산교통관리센터 https://its.ulsan.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언양분기점→울산고속도로→울산톨게이트→남부순환도로→갈티교차로서 우회전→이예로→문죽교차로서 온양 방면 오른쪽 방향→청량로→처용교차로서 부산·온산 방면 지하차도→강양교차로서 강양마을·진하해수욕장 방면 좌회전→서생삼거리서 부산·서생 방면 좌회전→진하해수욕장


숙박 정보
-울주해양레포츠센터 캠핑장: 울주군 서생면 해맞이로, 052)239-4700
-울주해양레포츠센터(xn--om2bi2o9qdy7a48ex zk3vf68fzzd.kr)
-미므미므: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변길, 010-58 18-5360, https://mimmim.co.kr/
-경원BIZ모텔: 동구 녹수7길, 052)233-2000, www.e-hotel.co.kr
-어련당: 중구 산전길, 052)297-5796, https://eld.jung gu.ulsan.kr/

식당 정보
-진하꽃게전문점(게장 세트 메뉴): 울주군 서생면 진하길, 052) 238-9725
-돈꽃 진하해수욕장점(한우차돌삼합): 울주군 서생면 진하길, 052)239-9288
-방가루(짜장면): 울주군 서생면 진하9길, 0507-1486-0292

주변 볼거리
일산해수욕장, 외고산옹기마을, 국립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울산대교전망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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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