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윤심·민심 연결고리 윤상현 후보

“‘동훈이’ 대통령이 그렇게 아꼈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지난 총선서 수도권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인물은 많지 않다. 이들 중 인천서 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한 인물이 있다. 지난달 21일,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윤상현 당 대표 후보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차기 당 대표라면 당 중앙을 폭파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재창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는 윤 후보에게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본인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우리 당은 지난 총선서 괴멸적 참패를 당했다.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며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당은 비겁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참패 이후에도 ‘공동묘지의 평화’같이 조용하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윤석열정부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위기는 나를 비롯해 국민의힘의 정치적 생존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이런 현상에 우리 당원이 다 같이 분노해서 당 중앙을 폭파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재창조와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민주당하고 싸워 이긴 사람이다. 차기 당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하고, 당원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나는 탄핵 정국서도 당을 떠나지 않았던 인물이다. 난 윤심이 당심, 민심이 되는 당이 아닌, 민심이 당심이자 윤심이 민심이 되는 당을 만들 능력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를 통해 민심을 고스란히 전해야만 민심을 당심으로 만들 수 있다. 

-당 대표 후보로서 각오는?

▲당내에 만연한 패배주의와 뺄셈의 DNA를 혁파하고 오로지 민생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서비스 정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역대급 참패를 겪고도 성찰과 각오를 멀리하는 패배주의를 불식시킬 것이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유능한 정책정당이자 수도권서 사랑받는 전국정당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으로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으로서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야당에게 무조건 끌려가지 않고, 민생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 혁신 경쟁을 선도하는 유능한 여당이 되겠다. 특히 여의도 연구원을 혁신할 계획이다. 당대 최고의 이론가를 원장으로 모셔 민생,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법안을 발굴하겠다. 민생에 홀릭하는 ‘민홀위원회’와 약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약지위원회’ 등을 신설해 실질적인 민생 대책을 강구하겠다. 

-전국을 순회 중이다. 민심과 당심을 청취할 텐데 어떤 이야기들을 들었나?

▲괴멸적 참패에 대해 당이 성찰하고 그 토대 위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 예견된 참패를 막지 못한 안타까움과 당정관계의 문제점 등에 대해 하루 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말씀도 많이 주셨다. 지금이 당의 재건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절박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국회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무기력하게 거야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질책을 많이 주셨다. 당이 분열하거나 당정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하신다. 이 부분은 당 대표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다.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입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그 전모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는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 국민적인 의혹이 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일견 공감하지만 이 과정서 법리적 절차와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당 폭파시킬 정도로 재창조해야”
“잇단 특검법은 옥상옥 상황 야기”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법리적 타당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법을 처리하면 공수처는 모든 수사권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 

-제3자 추천법에 관한 의견은?

▲특검을 하게 된다면 공수처 위에 또 다른 특검이 생기는 ‘옥상옥’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 후보가 제3자 추천 특검이 새로운 선택지라고 이야기하는데, 대부분의 민심은 정부와 대통령실의 입장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시키고 대척점에 서겠다는 선전포고로 여긴다. 여당의 대표라면 국정운영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리에 따라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 

-북한과의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국제정세가 복합 위기의 국면에 놓이면서 남북관계도 예측불허의 관계로 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조약을 체결하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이 강화돼야 하고, 안보 강화 차원서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중이다. 

-외교 전문가로서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면?

▲문제는 우리가 핵무장하게 되면 북한에 면죄부를 주게 되고 통상 국가인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서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 득보다 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핵우산이나 확장 억제, 핵 협의 그룹과 같은 유효한 억제책을 확보하는 게 오히려 실효적이다.

아울러 미국의 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는 등의 확장 억제에 대한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나라의 선의에 기대 이를 악용해 왔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위해 동맹국과의 물샐 틈 없는 공조로 북한의 위협에 철두철미한 대비 태세를 갖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지지율 상승을 위해 생각한 전략은?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못 모신 죗값으로 중앙정치서 한참 멀어져 있었다. 지구당 위원장 박탈, 공천 탈락, 당원권 정지 등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입당한 이후에 복당하다 보니 인지도서 다른 후보들에게 뒤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당의 쇄신과 민생 회복에 집중하겠다. 당내 줄 세우기와 같은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의 혁신을 이끌어내겠다.

-국민의힘의 이념적인 동지 의식이 약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당의 이념적 기반이 약해지면서, 당원들 간의 이념적 일체감이 감소하고, 이익집단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각종 정책에 대한 이념적 백그라운드를 제공함으로써 당원들의 이념교육을 강화하겠다. 이를 통해 당의 이념적 일체감을 회복하고, 당원들 간의 동지 의식을 강화하려고 한다. 우리 당은 당내 권력 다툼과 줄 세우기 문화가 문제다.

당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서 특정 계파나 인물이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당원들 간의 불만과 갈등이 커졌다.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당내 분란이 발생한 원인과 이를 잠재울 방법은?

▲당원들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을 소환할 수 있는 ‘당원소환제도’와 당내 부조리를 척결하는 ‘신문고 제도’를 도입하는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당정 관계의 불균형도 큰 문제다. 당과 정부 사이의 수직적인 관계가 지속되면서, 당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거나,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제기하기 어려워진 게 작금의 국민의힘이다.

당내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반드시 수평적 당정 관계를 구축하고, 당의 독립성을 유지해 정부와의 건설적인 협력을 도모하도록 노력하겠다. 

-애드먼 버크의 보수주의를 언급하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 당 대표가 된다면 그릴 밑그림은?

▲애드먼 버크의 보수주의는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면서도,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주요한 내용이다. 이런 관점서 볼 때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이념적 정체성 확립과 당내 민주주의 강화다. 이와 함께 2004년 영국 보수당의 마이클 하워드가 추진한 신보수주의 16가지 강령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핵 확장 억제에 대한 제도화 필요”
“탄핵 청문회는 정치적 목적 도구”

당시 하워드는 보수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당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2010년부터 14년째 집권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내 개혁과 혁신을 주도할 보수혁명 TF팀도 만들겠다. 이 팀은 최고의 우파 이념가와 정치 전략가들로 구성해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재정립뿐 아니라 혁신적인 정책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김건희 여사 문자가 공개됐는데…

▲당이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기 전에 한 후보 본인이 나서서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내용을 소상히 밝히면서 일단락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은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 비대위원장의 시급한 현안이었다고 본다. 당사자가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더한 것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자를 소위 말해서 ‘읽씹’하고 무시한 것인데 선거를 앞둔 상황서 한 후보가 진정으로 당의 승리를 원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소통의 부재를 넘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의지는 선거의 중요한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무시했다는 것은 당원들의 기대나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다. 이번 문제를 총선 백서에 담아 반드시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여론에 당이 귀 기울여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을 배신자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근거는?

▲한 후보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당의 미래를 밝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입장서 보면 배신자라고 생각할 만하다. 윤 대통령 측근들의 말에 따르면,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은 한 후보를 특별히 아꼈다. 다른 검사를 부를 때와는 달리, 한 후보를 ‘우리 동훈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각별한 후배였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를 얼마나 신뢰하고 중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여사와의 관계도 각별했다고 들었다.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항상 넥타이를 두 개를 사와 하나는 대통령, 하나는 한 후보에게 줄 정도로 특별한 관계였다. 이런 상황서도 한 후보는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우선시하며 관계를 배신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행동은 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일이었고, 이는 당정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의 탄핵 청문회 검토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를 검토한 부분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시도다. 실제로 청문회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어봐야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의 정치적 목적성과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뿐이다.

-탄핵 청문회의 한계는 무엇인가?

▲단순히 법적 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대립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탄핵소추안 청원이 많은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히 여론을 반영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실제로 법적, 제도적으로 실현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민주당의 탄핵 청문회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는데 반응은? 윤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 대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윤 대통령에게 수도권 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민심의 따가움을 전달했다. 특히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가능성을 경고했을 때,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실제 선거서 패배가 현실화되자 윤 대통령은 충격을 받았다.

주변 측근의 잘못된 정보와 조언으로 인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통령은 때로는 수용하고 때로는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민심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여론조사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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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