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윤심·민심 연결고리 윤상현 후보

“‘동훈이’ 대통령이 그렇게 아꼈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지난 총선서 수도권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인물은 많지 않다. 이들 중 인천서 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한 인물이 있다. 지난달 21일,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윤상현 당 대표 후보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차기 당 대표라면 당 중앙을 폭파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재창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는 윤 후보에게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본인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우리 당은 지난 총선서 괴멸적 참패를 당했다.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며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당은 비겁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참패 이후에도 ‘공동묘지의 평화’같이 조용하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윤석열정부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위기는 나를 비롯해 국민의힘의 정치적 생존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이런 현상에 우리 당원이 다 같이 분노해서 당 중앙을 폭파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재창조와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민주당하고 싸워 이긴 사람이다. 차기 당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하고, 당원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나는 탄핵 정국서도 당을 떠나지 않았던 인물이다. 난 윤심이 당심, 민심이 되는 당이 아닌, 민심이 당심이자 윤심이 민심이 되는 당을 만들 능력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를 통해 민심을 고스란히 전해야만 민심을 당심으로 만들 수 있다. 

-당 대표 후보로서 각오는?

▲당내에 만연한 패배주의와 뺄셈의 DNA를 혁파하고 오로지 민생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서비스 정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역대급 참패를 겪고도 성찰과 각오를 멀리하는 패배주의를 불식시킬 것이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유능한 정책정당이자 수도권서 사랑받는 전국정당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으로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으로서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야당에게 무조건 끌려가지 않고, 민생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 혁신 경쟁을 선도하는 유능한 여당이 되겠다. 특히 여의도 연구원을 혁신할 계획이다. 당대 최고의 이론가를 원장으로 모셔 민생,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법안을 발굴하겠다. 민생에 홀릭하는 ‘민홀위원회’와 약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약지위원회’ 등을 신설해 실질적인 민생 대책을 강구하겠다. 

-전국을 순회 중이다. 민심과 당심을 청취할 텐데 어떤 이야기들을 들었나?

▲괴멸적 참패에 대해 당이 성찰하고 그 토대 위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 예견된 참패를 막지 못한 안타까움과 당정관계의 문제점 등에 대해 하루 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말씀도 많이 주셨다. 지금이 당의 재건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절박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국회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무기력하게 거야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질책을 많이 주셨다. 당이 분열하거나 당정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하신다. 이 부분은 당 대표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다.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입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그 전모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는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 국민적인 의혹이 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일견 공감하지만 이 과정서 법리적 절차와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당 폭파시킬 정도로 재창조해야”
“잇단 특검법은 옥상옥 상황 야기”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법리적 타당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법을 처리하면 공수처는 모든 수사권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 

-제3자 추천법에 관한 의견은?

▲특검을 하게 된다면 공수처 위에 또 다른 특검이 생기는 ‘옥상옥’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 후보가 제3자 추천 특검이 새로운 선택지라고 이야기하는데, 대부분의 민심은 정부와 대통령실의 입장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시키고 대척점에 서겠다는 선전포고로 여긴다. 여당의 대표라면 국정운영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리에 따라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 

-북한과의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국제정세가 복합 위기의 국면에 놓이면서 남북관계도 예측불허의 관계로 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조약을 체결하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이 강화돼야 하고, 안보 강화 차원서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중이다. 

-외교 전문가로서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면?

▲문제는 우리가 핵무장하게 되면 북한에 면죄부를 주게 되고 통상 국가인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서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 득보다 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핵우산이나 확장 억제, 핵 협의 그룹과 같은 유효한 억제책을 확보하는 게 오히려 실효적이다.

아울러 미국의 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는 등의 확장 억제에 대한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나라의 선의에 기대 이를 악용해 왔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위해 동맹국과의 물샐 틈 없는 공조로 북한의 위협에 철두철미한 대비 태세를 갖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지지율 상승을 위해 생각한 전략은?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못 모신 죗값으로 중앙정치서 한참 멀어져 있었다. 지구당 위원장 박탈, 공천 탈락, 당원권 정지 등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입당한 이후에 복당하다 보니 인지도서 다른 후보들에게 뒤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당의 쇄신과 민생 회복에 집중하겠다. 당내 줄 세우기와 같은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의 혁신을 이끌어내겠다.

-국민의힘의 이념적인 동지 의식이 약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당의 이념적 기반이 약해지면서, 당원들 간의 이념적 일체감이 감소하고, 이익집단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각종 정책에 대한 이념적 백그라운드를 제공함으로써 당원들의 이념교육을 강화하겠다. 이를 통해 당의 이념적 일체감을 회복하고, 당원들 간의 동지 의식을 강화하려고 한다. 우리 당은 당내 권력 다툼과 줄 세우기 문화가 문제다.

당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서 특정 계파나 인물이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당원들 간의 불만과 갈등이 커졌다.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당내 분란이 발생한 원인과 이를 잠재울 방법은?

▲당원들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을 소환할 수 있는 ‘당원소환제도’와 당내 부조리를 척결하는 ‘신문고 제도’를 도입하는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당정 관계의 불균형도 큰 문제다. 당과 정부 사이의 수직적인 관계가 지속되면서, 당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거나,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제기하기 어려워진 게 작금의 국민의힘이다.

당내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반드시 수평적 당정 관계를 구축하고, 당의 독립성을 유지해 정부와의 건설적인 협력을 도모하도록 노력하겠다. 

-애드먼 버크의 보수주의를 언급하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 당 대표가 된다면 그릴 밑그림은?

▲애드먼 버크의 보수주의는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면서도,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주요한 내용이다. 이런 관점서 볼 때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이념적 정체성 확립과 당내 민주주의 강화다. 이와 함께 2004년 영국 보수당의 마이클 하워드가 추진한 신보수주의 16가지 강령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핵 확장 억제에 대한 제도화 필요”
“탄핵 청문회는 정치적 목적 도구”

당시 하워드는 보수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당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2010년부터 14년째 집권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내 개혁과 혁신을 주도할 보수혁명 TF팀도 만들겠다. 이 팀은 최고의 우파 이념가와 정치 전략가들로 구성해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재정립뿐 아니라 혁신적인 정책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김건희 여사 문자가 공개됐는데…

▲당이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기 전에 한 후보 본인이 나서서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내용을 소상히 밝히면서 일단락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은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 비대위원장의 시급한 현안이었다고 본다. 당사자가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더한 것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자를 소위 말해서 ‘읽씹’하고 무시한 것인데 선거를 앞둔 상황서 한 후보가 진정으로 당의 승리를 원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소통의 부재를 넘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의지는 선거의 중요한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무시했다는 것은 당원들의 기대나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다. 이번 문제를 총선 백서에 담아 반드시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여론에 당이 귀 기울여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을 배신자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근거는?

▲한 후보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당의 미래를 밝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입장서 보면 배신자라고 생각할 만하다. 윤 대통령 측근들의 말에 따르면,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은 한 후보를 특별히 아꼈다. 다른 검사를 부를 때와는 달리, 한 후보를 ‘우리 동훈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각별한 후배였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를 얼마나 신뢰하고 중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여사와의 관계도 각별했다고 들었다.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항상 넥타이를 두 개를 사와 하나는 대통령, 하나는 한 후보에게 줄 정도로 특별한 관계였다. 이런 상황서도 한 후보는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우선시하며 관계를 배신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행동은 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일이었고, 이는 당정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의 탄핵 청문회 검토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를 검토한 부분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시도다. 실제로 청문회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어봐야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의 정치적 목적성과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뿐이다.

-탄핵 청문회의 한계는 무엇인가?

▲단순히 법적 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대립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탄핵소추안 청원이 많은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히 여론을 반영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실제로 법적, 제도적으로 실현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민주당의 탄핵 청문회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는데 반응은? 윤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 대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윤 대통령에게 수도권 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민심의 따가움을 전달했다. 특히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가능성을 경고했을 때,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실제 선거서 패배가 현실화되자 윤 대통령은 충격을 받았다.

주변 측근의 잘못된 정보와 조언으로 인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통령은 때로는 수용하고 때로는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민심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여론조사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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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