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바다 ③서산 중리어촌체험마을

충청남도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에 있는 가로림만은 드넓은 갯벌을 품은 바다다. 육지가 둥글게 감싼 듯한, 항아리 모양의 지형이 갯벌과 그 안에서 다채롭게 살아가는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로림만의 갯벌을 마음껏 즐겨보고 싶다면 중리어촌체험마을에 찾아가 보자. 중왕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 중인 이 체험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추고 손님을 맞이한다.

중리어촌체험마을의 대표적인 체험은 ‘바지락 캐기’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쉬지 않고 진행한다. 간조 시각에 맞춰서 체험객에게 갯벌을 개방하는 방식이다. 매월 홈페이지에 통해 날짜별로 체험 가능 시각을 공지하고 있으니 참고할 것.

바지락 캐기 체험

마음에 드는 날짜와 시각을 정한 뒤 방문하면 된다. 체험 프로그램은 전화 예약과 현장 매표 모두 가능하다. 바지락 캐기 체험 요금은 1인당 1만원(8세 미만은 1인당 5000원)이며, 장화와 호미, 장갑 대여료는 세트당 2000원이다.

체험객의 편의를 위해 안내소(행복마켓) 앞에서 갯벌을 오가는 깡통 열차를 운영한다. 약 500m 거리를 이동하게 되며, 1인당 5000원 상당의 깡통 열차 체험 티켓을 구매하면 왕복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시로 오가는 깡통 열차를 이용해도 되고, 주변에 있는 마을 주민 또는 직원에게 문의해서 호출해도 된다. 편의성은 물론이고, 통통거리며 이동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다. 

굳이 깡통 열차를 타지 않아도 좋다. 해안을 따라 목조 덱으로 걷기 여행길이 잘 조성된 덕분이다. 가로림만의 특산물 중 하나인 낙지를 형상화한 전망대에 올라 주변 풍경을 감상하거나, 기념사진을 남겨 보자. 덱 너머로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와 갯벌이 모두 가로림만에 속한다. 


갯벌에 도착하면 곧장 바지락 캐기 체험을 진행할 수 있다. 갯벌 체험장은 안전하게 운영된다. 운영시간 중에는 진행 요원이 상주하기 때문이다. 진행 요원들은 체험객에게 바지락 캐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위험한 장소로의 이동 등을 통제한다. 대부분 마을 주민으로, 체험장과 그 주변에 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다. 

바지락 캐기 체험에 참여하면 망 주머니를 제공한다. 이 주머니에 1인당 최대 2㎏까지만 바지락을 담을 수 있다. 한 사람이 과다하게 바지락을 채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체험을 마친 뒤에는 안내소 앞 바지락 세척장서, 갯벌서 캔 것들을 깔끔하게 씻을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맑은 해수를 제공하는 탱크가 있다. 집으로 바지락을 가지고 가거나 해감할 때 이 해수를 담아 가서 활용하도록 하자.

중리어촌체험마을을 비롯해 서해안 갯벌 지역의 특산물 중 하나가 가시파래(우리에게는 비표준어인 ‘감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 감태는 전복 양식 때 먹이로 쓰는 갈조류를 말함)다. 마을 측에서도 이를 이용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직접 맛보고 싶다면 수산학교 1층에 방문해 보자. 

갯벌 체험을 포함해 
여름 휴가 볼거리 가득

이곳에서 가시파래를 넣은 초콜릿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화이트초콜릿에 가시파래 가루를 섞어 초록색으로 물들인 뒤, 견과류를 넣고 굳혀서 완성하는 방식이다. 바로 옆에는 가시파래를 활용한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도 있다. 갯벌체험으로 출출해졌다면 이곳에서 국수 한 그릇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중리어촌체험마을은 숙박시설도 운영한다.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카라반이다. 주로 4인 가족이 이용하기에 좋으며,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하룻밤 머무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산학교’ 건물 2층에는 2인부터 8인, 최대 10인까지 투숙 가능한 숙소가 마련돼있다.


카라반과 수산학교 숙소는 창 너머로 바다를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더 인기다. 20인 단체는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어민행복관’에 묵으면 된다. 

갯벌서 바지락을 캐는 것보다 그 풍경에 더 깊이 다가가 보고 싶다면, 웅도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중리어촌체험마을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웅도는 ‘바다 갈라짐’으로 유명한 섬이다. 웅도서 조도로 이어지는 노둣길(섬과 섬 사이나 육지 사이에 크고 작은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이 썰물 때마다 드러나는데, 이 길 주변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꽤 아름답다.

무려 1.5㎞에 달하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관이다. 특히 일몰 시각에 맞춰 방문한다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마주할 수도 있다. 

바다만 둘러보기 아쉽다면 부석사는 어떨까? 자동차를 타고 중리어촌체험마을서 남쪽으로 30여분을 달리면 도비산에 닿는다. 도비산 서쪽 중턱에 있는 이 사찰은 영주 부석사와 같은 이름이면서도 다른 전설을 품은 곳이다.

서산 부석사는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문무왕17년(677년)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상을 연모했던 여인 ‘선묘’가 그의 창건 활동을 방해했던 주민을 물리치기 위해 큰 바위를 하늘에 띄웠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창건 이후, 고려 시대까지의 기록은 없으며, 조선 초기에 무학대사가 다시 지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부석사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품은 사찰이다. 산의 형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성돼있어, 신비한 느낌마저 가득하다. 극락전에는 숙종15년에 아들(경종)의 탄생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목조 아미타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다. 사찰 뒤쪽으로는 만공스님이 수행했던 토굴, 현대에 조성된 마애불이 자리하기도 한다.

서산을 대표하는 사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개심사도 그냥 지나치지 말자. 충남 4대 사찰 중 하나로 손꼽히는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14년(654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했다. 대웅전의 기단은 백제시대의 것을 그대로 쓰고 있으며, 나머지는 조선 전기의 양식을 고스란히 갖췄다. 사찰 앞 연못에 놓인 외나무다리는 기념사진 한 장쯤은 꼭 남겨야 할 포토존이다.

서산유기방가옥은 1919년에 건축된 전통 한옥이다. 20세기 초의 전통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어 충청남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봄마다 주변을 노랗게 물들이는 수선화로 명성을 얻은 곳이지만, 여름에도 서산유기방가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집 뒤쪽 언덕에는 소나무 숲길이 조성돼있어 거닐어볼 만하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촬영지기도 하다.

서산유기방가옥

황금산은 가로림만 입구에 솟은 산이다. 서산시가 꼽은 서산 9경 중 7경에 속하는 곳으로, 갯벌 대신 몽돌해변이 펼쳐진 해변을 숨겨둔 것이 특징이다. 등산로를 따라 산을 넘으면 해안가 쪽에 형성된 몽돌해변을 확인할 수 있다. 몽돌해변 옆으로는 기암절벽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황금산 몽돌해변서 가로림만을 지키는 듯이 바라보는 코끼리바위를 찾아보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중리어촌체험마을→서산유기방가옥→부석사→웅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개심사→해미읍성→서산유기방가옥→중리어촌체험마을
-둘째 날 황금산→웅도→부석사→서산버드랜드(중리어촌체험마을 간조 시각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경 필요)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서산 문화관광 https://www.seosan.go.kr/tour/index.do
-중리어촌체험마을 http://중리어촌체험마을.kr
-부석사 http://부석사.com
-서산유기방가옥 http://서산유기방가옥.gajagaja.co.kr
-개심사 https://gaesimsa.modoo.at

운영 정보
-바지락 캐기 체험 운영 시기: 3~11월(매월 중리어촌체험마을 홈페이지에 체험 가능 시간표 공지) 이용요금: 초등~성인 1만원, 초등 미만 5000원 대여가능물품: 호미, 조개망, 장화, 장갑 등 (2000원) 채취량: 1인당 2㎏ 제한 준비물: 여벌 옷, 모자, 수건, 선크림, 바지락 담아갈 통 등
-깡통 열차 체험 운영 시기: 3~12월 이용요금: 5000원(안내소 앞에서 갯벌까지 왕복 이용 가능)
-감태 초콜릿 만들기 체험 운영 시기: 1~12월 이용요금: 1인 1만원 (단체 20인 이상 가능)
-수산학교 단체에 한해 1박2일 또는 2박3일 과정으로 운영,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또는 전화 문의 

문의 전화
-서산시청 관광과 041)660-2499
-중리어촌체험마을 041)665-9498
-부석사(서산) 041)662-3824
-서산유기방가옥 041)663-4326
-개심사 041)688-2256

대중교통
버스 서울-서산,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48회(06:05~22:05) 운행 서산공용버스터미널서 260번, 261번, 262번 버스 이용, 큰어름들 정류장 하차 후 어름길2길 따라 709m 이동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산공용버스터미널 1688-4813 www.seo sanbus.co.kr

자가운전
서산IC서 ‘서산, 태안’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출구→서산톨게이트 통과 후 ‘서산, 당진’ 방면으로 좌측 방향, 248m 이동→서산나들목서 ‘태안, 서산’ 방면으로 우측 방향, 1.9㎞ 이동→‘대산, 탑곡리’ 방면으로 우측 방면, 지곡교차로까지 13㎞ 이동→지곡교차로서 ‘태안, 서산, 안견기념관’ 방면으로 좌측 도로 주행, 중앙교차로까지 1.4㎞ 이동→중왕교차로서 ‘중왕리’ 방면으로 우회전, 5㎞ 이동→큰어름들 버스정류장 앞 교차로서 우회전, 710m 이동→중리어촌체험마을


숙박 정보
-아리아호텔, 동헌로, 041)668-7822 https://ariahotel.modoo.at/
-중리어촌체험마을, 지곡면 어름들2길, 041)665-9498
-베니키아호텔 서산, 안견로, 041)661-3500 https://seosanbenikea.com/

식당 정보
-낙지한마당(낙지요리): 지곡면 어름들2길, 041)662-9063
-왕산포횟집(박속낙지탕): 지곡면 중왕뱃마을길, 041)662-9607
-대우관(돼지갈비): 대산읍 구진로, 041)667-5406

주변 볼거리
벌천포해수욕장, 삼길포항, 간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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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