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의 머니톡스> 언제나 허무했던 마지노선의 기억

  • 조용래 작가
  • 등록 2024.07.09 09:49:55
  • 호수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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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는 환율 뉴스에 유난히 민감하다. 특히 환율 급등(원화 가치 하락) 소식엔 더 그렇다.

이름이 외환위기라서 그렇지, 당시 국가 경제 파탄 원인 중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이 외화(달러) 부족에 기인한 것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무지한 상태의 우리에겐 트라우마가 있다. 경제위기란 단어가 뉴스에 등장하면 즉각 달러 부족을 떠올린다. 

수입 물가를 걱정하는 건 소비자, 그중에서도 서민이다. 수출 대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오히려 단기적으론 이익이 늘고 조금 길게 봐도 가격 경쟁력이 커진다.

환율정책이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단편적으로 말하는 건 어렵지만, 국민 소비 생활엔 확실히 즉각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수입 생필품과 식품, 원재료의 가격상승은 물가를 직접 자극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정부는 시장에 개입한다. 최소한 ‘개입하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 언론을 통해 구두로 개입하거나 때로는 달러를 풀어서 실제로 개입하기도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느냐는 따가운 여론을 모른 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율 방어를 위해 실탄으로 쓸 수 있는 달러가 얼마나 있는지,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가졌을지 모든 국민이 알 수는 없다. 다만 수출이 늘고 무역 수지도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니 환율 방어에 쏟을 달러가 당장 부족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시장에선 환율 1400원을 마지노선이라고 부른다. 역사가 입증했듯 마지노선이 깨진다면 더 큰 후퇴를 받아들여야 한다.

스스로 설정한 한계선이란 늘 깨지기 일쑤다. 환율도 결국 시장 참여자가 선택한 결과다. 모두가 동의한다면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줄기차게 금리하락을 기대하는 다수의 시각이 불안한 이유다. 상황이 예측과 반대로 흐른다면 연말과 내년 환율이 1500원을 넘어 1600원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환율 급등을 우려하는 국민 마음은 복잡하다. 환율 방어만 잘하면 나라 경제가 정말 좋아진다는 건지 궁금하다.

나라 곳간에 달러가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왜 정부가 나서지 않고 국민의 돈, 국민연금을 털어서 환율 방어에 써야 하는지도 의아하고 걱정스럽다.

환율 방어를 외환 헤징(위험 회피)이라고 바꿔 불러도 달라지는 건 없다. 환율이란 게 공짜 총알을 무한정 써서 방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환율 방어는 비용이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큰 게임이다. 국민연금이 외환 손실을 보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국민의 궁금증에 국가는 답해야 한다.

단언컨대, 1990년대 후반의 외환 탕진은 김영삼정부의 실책이었다. 환율 낮추기에 성공한 김영삼정부는 1997년의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했다. 모든 추락이 그렇듯 정치 인생의 정점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김영삼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국가 파산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우리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하지만 그걸 바꿔 말하면 수출 기업만 먹고 살고 내수경제와 지역경제는 죽을 쑤는 나라란 얘기와 크게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 환율만 열심히 방어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내수, 자영업 경제를 회복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저성장 국가로 자리 잡았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혀 지원이 아니었던 코로나 지원금은 고스란히 빚으로 쌓였고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알뜰하게 갚아내야 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투자도 소비도 줄어드는 시대에 갚아야 할 빚은 커지는 고통, 온전히 서민의 몫이다.

위기는 반복된다. 양상이 다르고 내용도 다를지 모르지만 만일 다시 위기가 온다면 국가나 대기업의 위기는 아닐 수도 있다. 외화 곳간이 비어서 오는 외환위기가 아니라 가계 부채의 위기, 서민의 지갑이 텅텅 비어나는 내환 위기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미래에 닥칠 위기에 대비하고 있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조용래는?]
▲전 홍콩 CFSG 파생상품 운용역
▲<또 하나의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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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