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입·행·사 섭렵한 원희룡 후보

“초보 운전에 운전대 맡길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고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그런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입법, 행정, 사법을 모두 경험한 정치인은 몇 없다.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중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은 유일하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인물이다. 정치에 갓 발을 들였을 때부터 보수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쉬지 않고 정치를 해왔다. 

특히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총괄정책본부장을 하며 몸값을 올렸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저격수로 활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중책인 기획위원장을 맡다가 윤석열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22대 총선서도 원 전 장관에게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바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붙는 것. 비록 패배했지만, 분전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후 잠행을 이어가던 원 전 장관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본격적으로 선언한 날 지지자들은 원희룡을 끊임없이 외쳐댔다.

원 전 장관은 나경원 의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장서 원 전 장관은 “이러다가 다 죽는다”며 “정말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윤정부의 성공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함께 밝혔다.


국민의힘은 현재 ‘분열의 위기’에 휩싸여있다. 출마 결심을 내리기 전에도 이미 주변에서는 원 전 장관에게 가만히 있을 거냐며 당 대표 출마를 촉구했다고 한다. 

출마를 결심한 배경이다. 지금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심과 민심을 두루 다지는 중이다. 해가 뜰 때부터 마지막 일정까지 쉴 틈도 없지만 전국의 많은 당원이 그에게 경험과 연륜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원 전 장관에게 지지를 보낸다.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절윤(절연한 윤석열) 등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표현이 생성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스스로를 윤정부와 함께 탄생한 창윤으로 지칭한다. 

그는 지금이 윤정부 성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일요시사>가 원 전 장관에게 당 대표 출마 이유 등에 관해 물었다. 

-출마 이후 전국을 순회 중이다.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총선 때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제일 먼저 받아들여 인천시 계양구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대결했다. 당시 정말 열심히 뛰어다녔고, 갖고 있는 에너지를 다 써버려 좀 쉬려고 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거대 야당이 폭주하고 특검을 미끼로 탄핵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 국민의힘이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더라. 

오랫동안 뜻을 함께한 주변 동료들이 ‘이 꼴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거냐’며 책임을 다해달라는 말에 쉬지도 못하고 나왔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여당은 야당과 달리 말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당정이 힘을 합쳐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데 집안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잘못하면 과거 탄핵의 악몽에 ‘우리가 또 끌려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 대표 출마라는 결단을 내렸다. 


-전국을 순회하며 여러 당원을 만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다면?

▲출마 선언 이후 만나는 당원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말씀해주신다. ‘경험과 능력이 있는 당신이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전국을 순회하는 일정이 빡빡하고 힘들다. 그렇지만 나라와 당을 위해 나서달라는 당원들의 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대세론을 굳히지 못했는데 앞으로 어떤 전략을 통해 지지세를 끌어낼 것인지?

▲우리 당원과 국민은 당정관계와 나라와 미래를 걱정하신다. 거대 야당은 이 순간에도 탄핵의 덫을 놓고 있는데 자기 인기를 위해 거기에 말려드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지도부로는 절대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어떤 당 지도부가 필요하고 거기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가 봤을 때 당심과 민심이 원희룡에 있다는 분위기를 확실히 느끼고 있다. 

원희룡이면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 분위기다. 당심은 인기 팬클럽 속에 있을 수 없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자기 인기를 위해 당이 어떻게 되든, 국가가 어떻게 되든 난 모르겠다는 태도라면 어떻게 되겠나? 초보 운전자에게는 중대한 이 시기에 운전을 맡기면 안 된다.

나는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당과 대통령이 함께 바뀔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전당대회는 당원들이 하는 투표다. 여론조사에 기댄 대세론은 뜬구름과 같다. 당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채 상병 특검법에는 반대하고 있는데?

▲젊은 해병대원의 죽음은 국민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슬픔과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사고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특검은 다른 문제다.

“당 구심점 잃고 흔들리고 있어”
“특검, 진실 규명 목적 아니다”

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안이다. 앞으로 몇 달이면 결과가 나온다. 결과를 보고 의혹이 남아 있으면 특검을 자청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당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다. 

-특검법이 아닌 다른 대안이 있다면?

▲대안은 특검을 받는 걸 전제로 하는데 특검은 하더라도 나중에 하자는 사람한테 대안을 내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은 진실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탄핵이라는 그물로 몰고 가기 위한 수단이자 미끼다. 민주당 이 전 대표 방탄을 위한 것일 뿐이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국가 전체를 뒤흔들기 위한 저의가 뻔한 특검을 내놨다. 


오랜 기간 우리 당에 헌신하셨던 당원이라면, 2017년의 아픈 경험을 떠올리실 테다. 특검이라는 낚시질에 어중간한 절충안을 내서 끌려가면 당이 분열되고 쪼개진다. 거대 야당의 뜻대로 되는 일은 순식간이다. 국민의힘 내에도 배신자가 있다. 당 대표 경쟁자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을 꺼낸 일은 당과 당을 지지하는 국민까지 배신한 일이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의힘이 현 상황 극복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어려운 경제와 민생에 대한 국정 성과가 국민이 보시기에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 주도하에 이뤄진 총선은 공천, 소통 등에서 모두 실패한 탓에 참패로 끝났다.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당장 시급한 과제는 당의 개혁이다. 당원이 당의 주인으로서 제대로 대접받는 당으로 만들고 당에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인재가 공천 등에서 정당하게 대우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당정이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게 집권당을 만들어준 국민의 명령이다. 민심을 받들 수 있도록 당과 대통령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정권 초기부터 친윤, 비윤, 친한 등 계파가 많아지고 있다. 분열이 우려되는 수준인데?

▲친윤, 비윤, 반윤은 언론이 만들어냈다. 그게 무슨 계파인가? 계파라면 수장이 있어야 하는데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같은 수장이 없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나는 윤정부를 창업한 ‘창윤’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만든 대통령이다. 부족하다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누구보다 강력한 대통령의 협력자이자 당 대표가 된다면 누구보다 쓴소리를 하는 ‘레드팀’의 팀장이 되려고 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에 나선 속내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총선이 끝난 지 겨우 70여일이 지났다. 총선 참패를 당한 지도부가 이렇게 빨리 복귀한 적이 있을까 싶다. 아마도 측근 인물이 출마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뛰어난 인재인데 정치 경험이 너무 없다. 검사만 하다가 윤 대통령의 배려로 법무부 장관을 하다가, 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도 했다. 자기 선거도 좀 치러보고 지방자치 단체장도 해보면서 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과 한 알이 익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향한 배신 프레임에 관해 “일종의 공포 마케팅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한 전 비대위원장은 배신자인가?

▲처음부터 배신하는 사람은 없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모든 국민이 알듯이 20년간 각별한 사이였다.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윤 대통령과 가까워 말이 잘 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내가 옳다’고 하는 논리 말싸움으로 이어지면서 소통이 단절된 것이다. 소통이 어려우면 악화된 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노력 없이 신뢰가 무너졌다. 

“쓴소리하는 ‘레드팀’ 팀장될 것”
“타 후보보다 뛰어난 경쟁력 가졌다”

신뢰가 바닥인 상태서 어떻게 당정관계를 조율하고 당을 통합할지 의문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실질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나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로 말 대 말의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누구도 국민을 배신하라고 한 적 없다. 당내 단합과 당정 소통을 패싱하고 오로지 국민만을 이야기하려면 야당 내지는 제3당에서 하면 된다. 왜 굳이 여당 대표를 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후보 간 단일화를 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이 경계했었다. 진전이 없는 상태인데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나?

▲아직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후보들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한다.

-탄핵소추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하는 국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지?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탄핵 청원이 있었다. 146만명이 동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있으면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게 민주주의 기본이다. 정치적으로 악용해 정부와 나라를 흔들려고 하는 게 지금 이 전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다. 이런 속내가 있는 것을 뻔히 알기에 특검도 받을 수 없다. 민주당은 온통 탄핵만 생각할 뿐 국민과 나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다른 후보가 아닌 원희룡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오랜 경험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신뢰와 소통 능력이 있다. 다른 후보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집권 여당은 당정협력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3선 의원과 당 사무총장, 도지사, 장관까지 25년간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췄다.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단련돼있기 때문이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희룡 러닝메이트는 누구?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각 후보의 러닝메이트도 주목받고 있다.

이런 탓에 최고위원 간 견제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러닝메이트를 띄운 이유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를 맡았던 시절 최고위원이 사퇴한 일 같은 경우를 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가 계파 갈등을 부각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 후보들은 당 안팎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돕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 사이에서도 대립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같은 당 장동혁, 박정훈, 진종오 의원 등이 거론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의 경우 인요한 의원이 꼽힌다. 인 의원의 경우 다방면으로 원 전 장관을 지원 중이다.

인 의원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선거서 비례대표 당선됐다.

그는 최근 나 의원과 단일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원 전 장관 측에서는 나 의원에게 우리 좀 도와달라고 전화했으나, 나 의원 측은 “계파 정치를 바람 잡지 말라”며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원 전 장관 측에서는 “단일화는 상대가 있는 문제로서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예의다.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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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