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불똥 튄 한반도 안갯속 정세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02 11:04:41
  • 호수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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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대주고 참전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지원하거나, 러시아에 파병을 보내겠다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도 합세했다. 모든 정책에는 득실이 있지만, 특이점은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깨뜨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2022년 2월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선언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명분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비 나치화, 돈바스 지역의 주민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시작은
관망적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해당 전쟁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발표했고, 2021년 말부터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에 갈등이 고조됐다. 2022년 1월부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맞닿은 국경 지대와 2014년 러시아 영토로 합병된 크림반도에 더해 합동훈련을 명분으로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도 대규모의 병력을 전개했다.

푸틴의 목표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고 전쟁서 이기는 것이겠지만 계획대로 흐르진 않았다. 서방 국가 역시 우크라이나가 빠르게 항복할 것으로 추측했다. 우크라이나 대사가 독일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은 “곧 없어질 나라에 지원해서 무엇하느냐”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결사 항전했고 수도 키이우를 지켜내고 러시아군의 진격을 둔화시켰다. 이때부터 서방 및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은 무기 지원을 시작했다. 전쟁 초반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던 관망적인 태도를 벗어나 자국 군사 장비와 보급품을 우크라이나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전쟁 발발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지원한 국가인 만큼, 전쟁 이후에도 계속 군수품을 지원했다.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 여러 유럽 국가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자유 수호 및 유럽의 방어를 명목으로 무기와 물자를 대규모로 지원했고 전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또다시 무기대여법(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위 대여법안)을 제정해 우크라이나를 향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서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과 훈련 직접 조율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한 뒤 오는 9일부터 11일 워싱턴DC서 열리는 정상회의와 관련해 “워싱턴 정상회의의 가장 시급한 의제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다. 동맹국들이 정상회의서 나토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과 훈련 조율 제공 주도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영 시작 우방국으로 퍼져
“한국도 합세” 득실 따져보니…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이라는 비공식 협의체 틀 안에서 이뤄지던 업무 일부가 나토 공식 임무로 전환되는 것으로, 지난달 14일 나토 국방장관회의서 합의한 내용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재정 약속도 제안했다. 우리의 지원은 나토를 분쟁 당사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유엔 헌장에 명시된 기본권인 자위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수요에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워싱턴서 내리는 결정은 앞으로 나토를 강화할 것이다. 프랑스를 포함한 23개 동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에 꼭 필요한 무기 1억5000만달러에 상당하는 양을 추가로 보내기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미국의 소식통의 말을 빌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미국 지원 무기 및 탄약으로 자국 또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 공격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4일, 미국 대사를 초치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제 최신 공격용 미사일 공격으로 전날 크림반도서 154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강력 항의했다.

크림 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국제사회가 모두 불법이라고 규탄한 지역인데 (무력)침공으로 점령한 곳으로, 오래전부터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의 당연한 공격 목표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제 
미사일

하지만 미 국방부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국토방위에 필요할 경우,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도 좋다고 허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전쟁 확전을 우려해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기존의 비축분에서 내보내고 있는 미국의 무기류 공급은 우크라이나군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곧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무기 가운데에는 다연장 로켓포 하이마스(HIMARS)도 포함돼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서 열세를 만회하려고 시도 중이다. 미국산 무기인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의 허가를 받았지만, 우크라이나는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해 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에이태큼스 공격 시 강력한 보복으로 전투가 격화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한 미국 관리통의 말을 빌린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로 지원되는 무기들 중 에이태큼스가 포함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집속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또 이번 지원 무기 패키지에는 대전차용 무기, 소형 무기류, 수류탄, 155㎜와 105㎜ 포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면서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는 판이 마련됐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해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제공할 경우, 우리 정부도 제한 없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준은
러시아

장 실장은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검토하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래버리지를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지원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확히 밝힌 발표 내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한다’였다. 우리가 밝힌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지난달 21일, 한국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는 한국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얘기도 같이 있었다. 러시아가 북한과 맺은 조약 내용을 저희에게 설명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한‧러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게 아니고 러시아서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서 이번에 우리가 경고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한‧러 관계를 복원·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하라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푸틴은 북한에 더 많은 기술을 공급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근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 미국 전문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늘릴 가능성이 있으나, 이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악영향을 주는 등 유럽과 인·태 지역 간 안보 상황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 얽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밀 무기 북한에 준다면…
푸틴 “선 넘지 마” 경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DSIS)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란쳇은 이날 CSIS가 ‘전례없는 위협:러시아와 북한의 동맹’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팟캐스트 라이브 방송서 “김정은과 푸틴은 중국의 역내 관계서 혼란(mess)을 만들었다. 중국은 한동안 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러시아의 대북 군사 기술 지원의 수준과 관련해 한국이 북러 정상회담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가능성을 시사하고 러시아가 이를 비판한 것을 거론하면서 “한·러 관계의 다이내믹이 얼마나(북한에 러시아 기술 등이) 전달될지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왜 약한지에 대한 유럽의 궁금증은 해소할 수 있으나, 더 많은(대북 기술) 공급이라는 푸틴의 보복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무기 공급 시사와 함께 대 우크라이나 정책 재고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현시점에 한국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은 지난달 19일, 평양을 방문했던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낸 감사 전문을 <노동신문> 1면에 게재했다. 지난달 25일 <연합뉴스>는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낸 ‘감사 전문을 보내왔다’며 <노동신문> 1면과 <조선중앙통신> 등의 보도 전체 내용을 실었다.

푸틴은 전문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체류 기간 나와 러시아 대표단을 훌륭히 맞이하고 진심으로 환대해 준 당신에게 가장 진심 어린 사의를 표하고자 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번 국가 방문은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의 관계를 전례없이 높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지금 우리 두 나라 앞에는 여러 분야서 유익한 협조를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이 펼쳐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의 건설적인 대화와 긴밀한 공동의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당신은 러시아 땅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귀빈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방러 초청 의사를 거듭 시사했다.

김정은 
재방러?

한편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잇달아 관영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대해 연일 비난 입장을 내놓고 있고, 북한과 러시아가 전쟁 발생 시 상호 군사 지원에 나선다는 내용이 포함된 조약을 체결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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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