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불똥 튄 한반도 안갯속 정세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02 11:04:41
  • 호수 14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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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대주고 참전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게 무기를 지원하거나, 러시아에 파병을 보내겠다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여기에 한국도 합세했다. 모든 정책에는 득실이 있지만, 특이점은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은 ‘살상 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깨뜨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

2022년 2월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을 선언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의 전쟁 명분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비 나치화, 돈바스 지역의 주민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시작은
관망적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해당 전쟁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발표했고, 2021년 말부터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에 갈등이 고조됐다. 2022년 1월부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맞닿은 국경 지대와 2014년 러시아 영토로 합병된 크림반도에 더해 합동훈련을 명분으로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도 대규모의 병력을 전개했다.

푸틴의 목표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고 전쟁서 이기는 것이겠지만 계획대로 흐르진 않았다. 서방 국가 역시 우크라이나가 빠르게 항복할 것으로 추측했다. 우크라이나 대사가 독일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은 “곧 없어질 나라에 지원해서 무엇하느냐”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결사 항전했고 수도 키이우를 지켜내고 러시아군의 진격을 둔화시켰다. 이때부터 서방 및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들은 무기 지원을 시작했다. 전쟁 초반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던 관망적인 태도를 벗어나 자국 군사 장비와 보급품을 우크라이나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전쟁 발발 이전부터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지원한 국가인 만큼, 전쟁 이후에도 계속 군수품을 지원했다.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등 여러 유럽 국가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자유 수호 및 유럽의 방어를 명목으로 무기와 물자를 대규모로 지원했고 전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가장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또다시 무기대여법(우크라이나 민주주의 방위 대여법안)을 제정해 우크라이나를 향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서 예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서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과 훈련 직접 조율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한 뒤 오는 9일부터 11일 워싱턴DC서 열리는 정상회의와 관련해 “워싱턴 정상회의의 가장 시급한 의제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다. 동맹국들이 정상회의서 나토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과 훈련 조율 제공 주도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영 시작 우방국으로 퍼져
“한국도 합세” 득실 따져보니…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 그룹(UDCG)’이라는 비공식 협의체 틀 안에서 이뤄지던 업무 일부가 나토 공식 임무로 전환되는 것으로, 지난달 14일 나토 국방장관회의서 합의한 내용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재정 약속도 제안했다. 우리의 지원은 나토를 분쟁 당사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유엔 헌장에 명시된 기본권인 자위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수요에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워싱턴서 내리는 결정은 앞으로 나토를 강화할 것이다. 프랑스를 포함한 23개 동맹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에 꼭 필요한 무기 1억5000만달러에 상당하는 양을 추가로 보내기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미국의 소식통의 말을 빌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미국 지원 무기 및 탄약으로 자국 또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 공격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24일, 미국 대사를 초치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제 최신 공격용 미사일 공격으로 전날 크림반도서 154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강력 항의했다.

크림 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국제사회가 모두 불법이라고 규탄한 지역인데 (무력)침공으로 점령한 곳으로, 오래전부터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의 당연한 공격 목표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제 
미사일

하지만 미 국방부는 지난주 우크라이나군이 앞으로 국토방위에 필요할 경우,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도 좋다고 허용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전쟁 확전을 우려해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의 목표물을 공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기존의 비축분에서 내보내고 있는 미국의 무기류 공급은 우크라이나군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아내게 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곧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무기 가운데에는 다연장 로켓포 하이마스(HIMARS)도 포함돼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서 열세를 만회하려고 시도 중이다. 미국산 무기인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의 허가를 받았지만, 우크라이나는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거듭 요청해 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에이태큼스 공격 시 강력한 보복으로 전투가 격화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한 미국 관리통의 말을 빌린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추가로 지원되는 무기들 중 에이태큼스가 포함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집속탄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또 이번 지원 무기 패키지에는 대전차용 무기, 소형 무기류, 수류탄, 155㎜와 105㎜ 포탄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면서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는 판이 마련됐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방침과 관련해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무기를 북한에 준다고 하면 우리에게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제공할 경우, 우리 정부도 제한 없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준은
러시아

장 실장은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을 검토하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래버리지를 약화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지원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정확히 밝힌 발표 내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한다’였다. 우리가 밝힌 경고에 대해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지난달 21일, 한국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그는 “앞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뒤에는 한국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하는 얘기도 같이 있었다. 러시아가 북한과 맺은 조약 내용을 저희에게 설명하는 것도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한‧러 관계에 대해서는 “우리 혼자 관리하는 게 아니고 러시아서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러시아의 동향은 조금씩 레드라인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서 이번에 우리가 경고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한‧러 관계를 복원·발전시키고 싶으면 러시아 측이 심사숙고하라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푸틴은 북한에 더 많은 기술을 공급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근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으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한 미국 전문가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늘릴 가능성이 있으나, 이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악영향을 주는 등 유럽과 인·태 지역 간 안보 상황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 얽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밀 무기 북한에 준다면…
푸틴 “선 넘지 마” 경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DSIS)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란쳇은 이날 CSIS가 ‘전례없는 위협:러시아와 북한의 동맹’ 주제로 진행한 온라인 팟캐스트 라이브 방송서 “김정은과 푸틴은 중국의 역내 관계서 혼란(mess)을 만들었다. 중국은 한동안 이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러시아의 대북 군사 기술 지원의 수준과 관련해 한국이 북러 정상회담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가능성을 시사하고 러시아가 이를 비판한 것을 거론하면서 “한·러 관계의 다이내믹이 얼마나(북한에 러시아 기술 등이) 전달될지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왜 약한지에 대한 유럽의 궁금증은 해소할 수 있으나, 더 많은(대북 기술) 공급이라는 푸틴의 보복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무기 공급 시사와 함께 대 우크라이나 정책 재고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현시점에 한국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은 지난달 19일, 평양을 방문했던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낸 감사 전문을 <노동신문> 1면에 게재했다. 지난달 25일 <연합뉴스>는 푸틴이 김정은에게 보낸 ‘감사 전문을 보내왔다’며 <노동신문> 1면과 <조선중앙통신> 등의 보도 전체 내용을 실었다.

푸틴은 전문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체류 기간 나와 러시아 대표단을 훌륭히 맞이하고 진심으로 환대해 준 당신에게 가장 진심 어린 사의를 표하고자 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이번 국가 방문은 모스크바와 평양 사이의 관계를 전례없이 높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지금 우리 두 나라 앞에는 여러 분야서 유익한 협조를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전망이 펼쳐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의 건설적인 대화와 긴밀한 공동의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당신은 러시아 땅에서 언제나 기다리는 귀빈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방러 초청 의사를 거듭 시사했다.

김정은 
재방러?

한편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 입장을 옹호하는 글을 잇달아 관영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무기를 이용한 공격에 대해 연일 비난 입장을 내놓고 있고, 북한과 러시아가 전쟁 발생 시 상호 군사 지원에 나선다는 내용이 포함된 조약을 체결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의 총알받이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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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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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