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별곡 ③남해 토피아랜드

한국의 가위손이 만든 바다 위 정원

내비게이션을 따라 토피아랜드로 가는 길은 바다를 뒤로하고 산으로 향한다. 점점 좁아지는 길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다 보면 초록 토피어리가 눈앞에 나타난다. 순간 영화 <가위손>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인 조니 뎁이 가위손으로 거침없이 나무를 깎아서 공룡 모양을 만드는 장면이다.

토피아랜드는 우리나라 최초의 토피어리 정원이다. 나무를 다듬어 다양한 모양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토피어리라고 한다. 토피아랜드에서는 무려 600여점의 토피어리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공룡, 거북이, 오리 가족 등 귀여운 동물은 물론 뽀로로, 라바, 포비 같은 만화 캐릭터까지 다양하다. 금방이라도 칙칙폭폭 달려갈 것 같은 기다란 초록 기차는 아이들이 환호하고, 거실 테이블과 소파 작품은 엄마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아이도 어른도 활짝 웃으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 

동심의 세계로

토피아랜드는 4대째 이어오는 개인 정원이다. 경상남도 제3호 민간정원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토피어리 정원이다. 토피어리는 꽝꽝나무와 주목나무 그리고 동백나무로 만든다. 그중에 꽝꽝나무로 조각한 작품들이 많다. 꽝꽝나무는 불에 태우면 잎에 있는 공기층이 터지면서 꽝꽝 소리를 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해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일부러 꽝꽝나무를 태워 적에게 소총 소리로 착각하게 했다는 일화도 전해온다. 

상록수인 꽝꽝나무는 5월부터 10월까지는 폭풍 성장을 한다. 하루라도 가위를 놓으면 그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란다고 한다. 원예작업으로 바쁜 철이면 매표소마저 무인으로 운영한다. 나무통에 요금을 넣거나, 계좌번호로 이체해 달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아기자기한 정원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쪽빛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걷다가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이유다. 이곳에서 보이는 모든 풍경이 남해에 잘 왔다고 말해 주는 듯하다.

토피어리 정원 위쪽으로 올라가면 거대한 편백숲이 나타난다. 하늘 높은 솟은 편백나무들이 어찌나 빽빽한지 숲속은 한낮에도 어둑어둑하다. 편백나무 아래에 놓여 있는 푹신한 빈백은 지친 몸을 잡아끈다. 여기저기 아늑한 해먹이 걸려 있다. 해먹에 몸을 맡기자 까마득히 높은 편백나무 꼭대기에서 눈부신 초록빛이 수직으로 쏟아져 내린다. 


널따란 평상에서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취사는 불가능하지만, 가벼운 도시락은 허용된다. 편백숲 속 평상은 코끝에 숲 향기 그윽하고, 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소풍 명당이다. 숲속 곳곳에 예쁜 소품으로 꾸며놓은 포토존들이 있어서 사진 찍는 재미를 더한다.

4대째 이어오는 개인 정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토피어리 정원

편백나무 사이로 흙길을 걸어볼 수 있는 맨발 산책로가 나 있다. 신발을 잠시 벗어 두고 천천히 흙길을 걷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멋지다. 흙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맨발 산책로 끝에는 세족장도 마련되어 있다. 입장료에 3000원을 더하면 족욕체험까지 가능하다. 에센스 오일을 첨가한 물에 발을 담그고 초록 정원과 바다를 감상하는 특별한 족욕체험이다. 반려견과 동행도 가능하다. 애견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목줄과 배변 수거 등의 매너는 꼭 지켜야 한다. 

가까운 거리에 꼭 둘러봐야 할 남해의 명소들이 많다. 독일마을은 차로 15분 거리다. 독일마을은 1960~19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살 수 있도록 남해군이 마련한 마을로, 독일에서 건축 재료를 공수해와 지은 독일식 주택들이 빼곡하다. 마을 위 전망대에 오르면 이국적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입구에서 메인광장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독일 맥주와 소시지를 파는 가게와 카페가 즐비하다. 남해에서 가장 손꼽히는 축제인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해마다 10월에 열린다. 

독일마을

독일마을 아래 물건리에는 해변을 따라 조성된 물건리방조어부림이 있다. 300여년 전에 마을 보호림으로 조성한 인공 숲이다. 바닷바람을 견뎌온 나무들이 울창하다. 이리저리 휘어진 채 자란 나무들이 세월의 무게와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초록 숲 사이로 데크 길이 이어지고, 숲을 빠져나오면 몽돌해변이 나타난다. 

보물섬전망대는 남해를 비추는 등대를 형상화한 전망대다. 360°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며, 내부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크루즈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기분이 든다. 2층 카페 외곽에 마련된 ‘스카이워크’는 와이어 하나에 의지해 유리 바닥을 걷고 바다 위로 공중 점프를 하는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토피아랜드 → 남해보물섬전망대 → 물건리방조어부림 → 독일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토피아랜드 → 독일마을 → 물건리방조어부림 → 설리스카이워크 
-둘째 날 보리암 → 상주은모래비치 → 가천다랭이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남해문화관광 https://www.namhae.go.kr/tour/main.web
-토피아랜드 https://blog.naver.com/nhtopialand

운영정보
-운영시간 4~9월 09:00-19:00, 10~3월 09:00-18:00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5세 이상 어린이 3000원

문의 전화
-토피아랜드 010-5373-5806
-남해관광안내콜센터 1588-3415
-남해군청 관광진흥과 055)860-8601
-남해독일마을 관광안내소 055)867-8897
-물건리방조어부림 055)860-8631
-남해보물섬전망대 055)867-6022

대중교통
버스 서울-남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7회(07:00~19:3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남해공용터미널에서 남해-단항 버스 이용(하루 1회 운행), 신흥 정류장 하차, 토피아랜드까지 도보 약 15분 소요. 택시이용 약 25분 요금 3만5000원.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남해공용터미널 055-863-5066

자가운전
남해고속도로 사천 IC → 사천, 사천공항 방면 우회전 → 사천대로 22㎞ 직진 후 대방교차로에서‘남해, 창선’방면 우회전 → 동부대로 9.5㎞ 진행 → 지족삼거리에서‘서대리, 광천리’방면 우회전 → 서부로 약 3㎞ 진행 → 토피아랜드

숙박 정보
-웨이포인트 풀빌라: 남해군 남서대로, 010-8836-1388, http://www.wpv.co.kr
-엘림마리나 리조트: 남해군 동부대로, 055) 867-6767, http://www.elimmnr.co.kr
-남해비치호텔: 남해군 남면 남서대로, 055)862-8880, http://bichihotelpension.com

식당 정보
-우리식당(멸치쌈밥):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055)867-0074
-남해전복물회(전복물회): 남해군 이동면 남해대로, 0507-1348-5503 https://www.instagram.com/namhae_jeonbok_mulhoe/
-갯내음(모둠장정식): 남해군 미조면 동부대로, 055)867-1656, https://www.instagram.com/namhae_getnaeum/ 

주변 볼거리
섬이정원, 상상양떼목장, 원예예술촌, 둔촌갯벌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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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