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김’ 특검 삼중 플레이

‘동네북’ 영부인 수난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네가 하면 나도 한다.’ 특검의 참을 수 없는 유혹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빠져버렸다. 특검 하나로 3년 내내 우려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지겹다. 둘 다 불리하지만, 여당에게는 악수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내가 하면 괜찮다는 인식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대치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영부인들을 타깃으로 삼으며 22대 국회 시작부터 정쟁이 펼쳐지고 있다. 극단적 정쟁 그 자체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다짐은 개원한 지 한 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까맣게 잊은 모양새다. 어느 한쪽이 선제 타격을 시작하면 이렇다 할 해명 없이 “너희도 마찬가지”라는 식의 논리로 되받아치기 바쁘다.

내로남불
거대 여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시작부터 급랭 정국이다. 식물 국회라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됐지만,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여야의 관계가 냉랭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에 대한 비호감도는 나오기만 하면 이들의 지지율이 떨어질 만큼 상당히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는 배우자를 통해 상대 당을 옥죄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여전히 밀어붙이는 중이며,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지난 21대 국회서 민주당 권인숙 전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특검법 내용이 담겼다.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일부 의혹을 추가했다. 21대 국회 막판, 권 전 의원이 주가조작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허위 경력 기재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등 특혜 ▲뇌물성 전시회 후원 ▲민간인 해외 순방 동행 ▲서울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총 7가지 내용이었다. 

또 전담 영장 법관 지정, 전담 재판부 집중 심리와 자수 및 자백했을 경우 형을 감면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온갖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특검 후보자 추천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할 수 있는데, 여당은 배제됐다는 게 문제 삼는 지점이다. 특검이 영장판사를 지정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판사를 가려서 맡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플리바게닝(유죄 협상)과 최장 6개월 동안 100명의 검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유죄 협상제도에 관해서는 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투입 인원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언론 브리핑도 여전히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이다. 

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요지부동이다. 해당 의혹 및 특검 요구에 대해 침묵을 유지한 채 오히려 공식적인 행보를 통해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시작부터 김건희 물고 늘어지기
여는 김정숙·김혜경으로 되치기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이 주변에 김 여사의 소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날지 이목이 쏠린다. 지금껏 검찰은 김 여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때아닌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 공격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시절, 외유성 인도 방문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서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외교부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한국 정부가 먼저 방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도 정부가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및 디왈리 축제에 강경화 외교부 전 장관을 초청했는데, 강 전 장관이 다른 외교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 이때 당시 인도 정부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을 초청했고, 이 과정서 한국 정부가 김 여사와 도 전 장관이 함께 방문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주장에 따르면, 이후 인도 정부가 총리 명의의 김 여사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는 완전하게 대치된다. 

게다가 6000만원 기내식 비용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따르면, 김 여사 인도 방문 당시 대한항공과 체결한 수의계약은 2억2670만원 규모였다. 이 중 식비에 6292만원이 책정됐고, 연료비 다음으로 많이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예산에 대해 “영부인 외교를 위한 순방 예산은 없다. 그런데 인도 방문 당시 예산이 3일 만에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신청돼 승인됐다”며 “그런 예산을 편성한 전례가 없고, 이 사건의 본질은 국고 손실과 직권남용죄”라고 주장했다. 

특검에
특검으로

내친 김에 아예 국민의힘에선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검법에는 ▲옷값 특수활동비 사용 ▲인도 방문과 관련해 직권남용·배임 의혹 ▲청와대 경호원 수영 강습 의혹 ▲디자이너 양모 행정관 부정 채용 등의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서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던 부분(언론 브리핑)이 김정숙 여사 특검법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당내서조차 이를 악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윤 의원의 아이디어 차원서 특검법이 발의됐다. 우리 당은 원내서 전략도 없고, 개인이 냈는데 빨리 당론으로 뭘 하겠다든지, 정리하겠다든지 지도부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논란만 자꾸 언론서 부추긴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김정숙 여사 특검에 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는 데다, 정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해 덤볐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도 참지 않고 직접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 배우자의 정상 외교활동과 관련해 근거 없는 악의적 공세를 하는 관련자를 정식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도 “치졸한 시비, 민망하고 한심하다”며 직접 SNS에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사자 및 주변인들이 직접 등판하면서 여야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신 김 여사를 공격하는 이유로 특검이 정략적인 정치 행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고발 대신 바로 특검을 선택했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에 그치는 만큼 과반을 넘기기는 어려워 김정숙 여사 특검법은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적다.

제3지대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도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한 듯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분명 당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거리지만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고민이 많은 듯 보인다. 

국민의힘도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하고 가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지도부가 의견을 정리하고 그래도 장단점이 있으니 가보자고 중지를 모아야 당이 똘똘 뭉칠 수 있다. 질질 끌다가는 오히려 역풍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
리스크


김정숙 여사가 정치사 중 최초로 단독 외교 사안인 만큼 밝힐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추진하듯 김 여사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할 사안일지 여부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국고손실 혐의로 고발돼 수사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도 김건희 여사의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검법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서도 같은 의견으로 반박할 수밖에 없다. 

앞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아예 ‘삼김’(김건희·김정숙·김혜경)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의혹은 조명현씨가 당시 김씨의 측근인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에게 지시를 받아, 캠프 후원금 카드와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했다는 이른바 ‘법카 사적 유용’ 여부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6일 열린 첫 재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나온 이야기가 바로 삼김 특검이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 않다. 누구 하나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특검 대치 전선은 21대 국회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에도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발의됐었다. 22대 국회도 특검으로 시작했다. 거대 야당은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특검을 띄운다. 배우자를 노리는 이유는 단순히 맞불 작전으로 가기 위함으로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는 식의 논리다.

국힘 자기모순 빠져 당론 채택 불가
개인 욕심으로 악수, 수사 지켜봐야

문제는 이런 부분이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검찰을 믿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줘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각각 배우자를 향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하며 직접 타격을 하기에는 이들의 팬덤이 상당히 견고하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이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다가는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비교적 팬덤이 많지 않은 배우자가 공격거리로 안성맞춤이다. 배우자가 타깃이 될 경우, 우회적 공격이 수월하다. 공격의 말미에는 항상 윤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이 대표가 언급되기 때문이다.

운명은 배우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배우자는 중요하다. 과거 배우자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사회적 약자를 챙긴다는 이미지가 컸다. 대선 과정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논란에 관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한마디로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도 외치고 싶을 말이겠으나 최근과는 상당히 다른 기조다. 사과해도, 강경한 대응을 하더라도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배우자 리스크는 사소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과거에는 배우자를 통해 여성 표심을 끌어올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사들에 대한 의혹은 낱낱이 밝히기 쉽지 않다. 방어해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배우자 리스크는 정치권서 표적으로 삼기에 너무 좋은 소재다. 앞으로 여야는 이런 상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 속도 및 결과다.

결과에 따라 그나마 국민의힘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질질 끌다간
오히려 역풍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이(김정숙 여사 특검법)를 띄우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개인의 욕심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데, 구태여 부풀릴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숙 특검’ 3지대 입장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김정숙 여사 특검을 띄운 가운데, 제3지대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쌩쇼다. 백해무익하고 멍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조국혁신당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특검 남발은 정치 행동이라며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사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게 집권 여당”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와서 검찰 수사 의지를 믿지 못한다며 특검을 발의하는 게 어떤 의도냐”라고 반문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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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