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김’ 특검 삼중 플레이

‘동네북’ 영부인 수난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네가 하면 나도 한다.’ 특검의 참을 수 없는 유혹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빠져버렸다. 특검 하나로 3년 내내 우려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지겹다. 둘 다 불리하지만, 여당에게는 악수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내가 하면 괜찮다는 인식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대치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할 것 없이 영부인들을 타깃으로 삼으며 22대 국회 시작부터 정쟁이 펼쳐지고 있다. 극단적 정쟁 그 자체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민생을 챙겨야 한다는 다짐은 개원한 지 한 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까맣게 잊은 모양새다. 어느 한쪽이 선제 타격을 시작하면 이렇다 할 해명 없이 “너희도 마찬가지”라는 식의 논리로 되받아치기 바쁘다.

내로남불
거대 여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시작부터 급랭 정국이다. 식물 국회라는 21대 국회가 마무리됐지만,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여야의 관계가 냉랭하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에 대한 비호감도는 나오기만 하면 이들의 지지율이 떨어질 만큼 상당히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여야는 배우자를 통해 상대 당을 옥죄겠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여전히 밀어붙이는 중이며, 22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특검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서울고검장 출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지난 21대 국회서 민주당 권인숙 전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특검법 내용이 담겼다.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일부 의혹을 추가했다. 21대 국회 막판, 권 전 의원이 주가조작에만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달리 이번엔 ▲허위 경력 기재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등 특혜 ▲뇌물성 전시회 후원 ▲민간인 해외 순방 동행 ▲서울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총 7가지 내용이었다. 

또 전담 영장 법관 지정, 전담 재판부 집중 심리와 자수 및 자백했을 경우 형을 감면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온갖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특검 후보자 추천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할 수 있는데, 여당은 배제됐다는 게 문제 삼는 지점이다. 특검이 영장판사를 지정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고, 판사를 가려서 맡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플리바게닝(유죄 협상)과 최장 6개월 동안 100명의 검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유죄 협상제도에 관해서는 사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투입 인원에 대해서는 국정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언론 브리핑도 여전히 독소조항이라는 입장이다. 

야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요지부동이다. 해당 의혹 및 특검 요구에 대해 침묵을 유지한 채 오히려 공식적인 행보를 통해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시작부터 김건희 물고 늘어지기
여는 김정숙·김혜경으로 되치기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원석 검찰총장이 주변에 김 여사의 소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검찰의 수사에 속도가 날지 이목이 쏠린다. 지금껏 검찰은 김 여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때아닌 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 공격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시절, 외유성 인도 방문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서 김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외교부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한국 정부가 먼저 방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인도 정부가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및 디왈리 축제에 강경화 외교부 전 장관을 초청했는데, 강 전 장관이 다른 외교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한 것. 이때 당시 인도 정부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전 장관을 초청했고, 이 과정서 한국 정부가 김 여사와 도 전 장관이 함께 방문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주장에 따르면, 이후 인도 정부가 총리 명의의 김 여사 초청장을 보내왔는데,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는 완전하게 대치된다. 

게다가 6000만원 기내식 비용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에 따르면, 김 여사 인도 방문 당시 대한항공과 체결한 수의계약은 2억2670만원 규모였다. 이 중 식비에 6292만원이 책정됐고, 연료비 다음으로 많이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예산에 대해 “영부인 외교를 위한 순방 예산은 없다. 그런데 인도 방문 당시 예산이 3일 만에 기획재정부 예비비로 신청돼 승인됐다”며 “그런 예산을 편성한 전례가 없고, 이 사건의 본질은 국고 손실과 직권남용죄”라고 주장했다. 

특검에
특검으로

내친 김에 아예 국민의힘에선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검법에는 ▲옷값 특수활동비 사용 ▲인도 방문과 관련해 직권남용·배임 의혹 ▲청와대 경호원 수영 강습 의혹 ▲디자이너 양모 행정관 부정 채용 등의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서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던 부분(언론 브리핑)이 김정숙 여사 특검법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당내서조차 이를 악수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윤 의원의 아이디어 차원서 특검법이 발의됐다. 우리 당은 원내서 전략도 없고, 개인이 냈는데 빨리 당론으로 뭘 하겠다든지, 정리하겠다든지 지도부가 의견을 내야 한다”며 “논란만 자꾸 언론서 부추긴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김정숙 여사 특검에 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도 없는 데다, 정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해 덤볐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도 참지 않고 직접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대통령 배우자의 정상 외교활동과 관련해 근거 없는 악의적 공세를 하는 관련자를 정식으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도 “치졸한 시비, 민망하고 한심하다”며 직접 SNS에 제기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사자 및 주변인들이 직접 등판하면서 여야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신 김 여사를 공격하는 이유로 특검이 정략적인 정치 행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고발 대신 바로 특검을 선택했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 의석수가 108석에 그치는 만큼 과반을 넘기기는 어려워 김정숙 여사 특검법은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적다.

제3지대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도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한 듯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분명 당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거리지만 몇몇 의원을 제외하고는 고민이 많은 듯 보인다. 

국민의힘도 빠른 시일 내에 결정을 하고 가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지도부가 의견을 정리하고 그래도 장단점이 있으니 가보자고 중지를 모아야 당이 똘똘 뭉칠 수 있다. 질질 끌다가는 오히려 역풍 맞을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
리스크


김정숙 여사가 정치사 중 최초로 단독 외교 사안인 만큼 밝힐 부분이 있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추진하듯 김 여사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할 사안일지 여부다. 게다가 이미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국고손실 혐의로 고발돼 수사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도 김건희 여사의 수사가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검법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 입장서도 같은 의견으로 반박할 수밖에 없다. 

앞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아예 ‘삼김’(김건희·김정숙·김혜경)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의혹은 조명현씨가 당시 김씨의 측근인 전 경기도청 5급 별정직 공무원 배모씨에게 지시를 받아, 캠프 후원금 카드와 경기도 법인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했다는 이른바 ‘법카 사적 유용’ 여부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26일 열린 첫 재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던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나온 이야기가 바로 삼김 특검이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 않다. 누구 하나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특검 대치 전선은 21대 국회부터 이어져 왔다. 당시에도 민주당 주도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발의됐었다. 22대 국회도 특검으로 시작했다. 거대 야당은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특검을 띄운다. 배우자를 노리는 이유는 단순히 맞불 작전으로 가기 위함으로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는 식의 논리다.

국힘 자기모순 빠져 당론 채택 불가
개인 욕심으로 악수, 수사 지켜봐야

문제는 이런 부분이 국민의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검찰을 믿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줘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각각 배우자를 향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도 작용하며 직접 타격을 하기에는 이들의 팬덤이 상당히 견고하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탓에 이들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다가는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비교적 팬덤이 많지 않은 배우자가 공격거리로 안성맞춤이다. 배우자가 타깃이 될 경우, 우회적 공격이 수월하다. 공격의 말미에는 항상 윤 대통령, 문 전 대통령, 이 대표가 언급되기 때문이다.

운명은 배우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배우자는 중요하다. 과거 배우자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사회적 약자를 챙긴다는 이미지가 컸다. 대선 과정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장인의 논란에 관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한마디로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도 외치고 싶을 말이겠으나 최근과는 상당히 다른 기조다. 사과해도, 강경한 대응을 하더라도 역풍을 맞기 십상이라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배우자 리스크는 사소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과거에는 배우자를 통해 여성 표심을 끌어올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인사들에 대한 의혹은 낱낱이 밝히기 쉽지 않다. 방어해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배우자 리스크는 정치권서 표적으로 삼기에 너무 좋은 소재다. 앞으로 여야는 이런 상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건은 검찰의 김건희 여사 수사 속도 및 결과다.

결과에 따라 그나마 국민의힘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질질 끌다간
오히려 역풍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이(김정숙 여사 특검법)를 띄우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개인의 욕심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데, 구태여 부풀릴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숙 특검’ 3지대 입장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김정숙 여사 특검을 띄운 가운데, 제3지대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쌩쇼다. 백해무익하고 멍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조국혁신당도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특검 남발은 정치 행동이라며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수사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던 게 집권 여당”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와서 검찰 수사 의지를 믿지 못한다며 특검을 발의하는 게 어떤 의도냐”라고 반문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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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