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선감도 ⑥국가 운영하는 어린이 수용소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6.10 00:00:00
  • 호수 1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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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얼마 후 용운의 차례가 되었다. 선생은 흘끗 한번 용운을 흘겨보더니 물었다.

“이름은?”

“윤용운입니다.”

“나이는?”

“잘 모르겠어요.”


“뭐라구? 임마, 너 멍청이야, 응?”

선생은 눈을 부라렸다. 

기억 불명

“정말 생각이 잘 안 나요. 열두 살인지 열셋인지 가물가물하거든요.”

용운은 슬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덟 살에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용운은 거친 세파에 부대끼며 작은 조약돌처럼 살아왔다.

생일을 챙겨 주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나이 따위를 헤아릴 겨를도 없었다.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엄마를 찾을 생각만 했다. 언젠가 엄마를 만나면 나이는 엄마가 기억하고 있다가 가르쳐 주리라고 믿었다.

“바보 같은 자식.”


선생은 한 마디 중얼거리고는 서류에다 ‘12세’라고 써 넣었다. 그 외에 대답이 분명치 않은 사항들은 모조리 ‘기억불명’이라고 속필로 써 갈기고 나더니 말했다. 

“넌 나이로 보나 생긴 걸로 보나 좀 덜떨어진 놈이구나. 우리 충심사로 와서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겠어.”

그렇게 해서 용운은 충심사 줄에 가서 서게 되었다. 그 줄엔 피에로가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기록 절차가 모두 끝나자 선생은 서류뭉치를 탁탁 추슬러 놓고 단 위로 올라섰다. 

갯내음이 듬뿍 밴 바닷바람이 운동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선생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전원 주목하라! 이곳에 들어온 여러분을 정녕 환영한다. 여긴 너희들에게 자립과 새 삶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하여 국가에서 운영하는 선감학원이란 곳이다. 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곳의 지도교관인 동시에 사감이기도 한 사람이다. 다른 말은 안 해도 차차 알게 될 것이니 생략하고, 딱 두 가지만 얘기하겠다.”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나서 말을 이었다.

“첫째, 너희들은 이제부터 거렁뱅이나 시정잡배가 아니라 이곳 선감학원의 원생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만큼 과거의 헛되고 나태한 부랑아 근성은 이 순간부터 깨끗하게 청산하고 하루속히 이곳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너희들이 먹고 자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도록 배려해 줄 뿐만 아니라, 희망자에 한해서는 기술까지도 가르쳐 준다. 또한 진정한 새 삶의 의지가 보인다 싶으면 18세가 되었을 때 사회로 복귀시켜 자립하게 해줄 수도 있다. 이 점을 유념하고 각자 새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기 바란다. 생각만 옳게 바꾸면 누구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용운은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이었다. 18세가 되면 사회로 내보내 줄 수도 있다니! 그렇다면 이곳이 부랑자들의 영원한 유배지는 아니란 말인가?

“자립과 새길을 열어주기 위해”
“18세가 되면 사회로 복귀시켜”

배에서 들은 소문처럼 지옥은 아니란 말인가? 그건 아득한 절망으로 타들어 가던 어린 가슴엔 한 줄기 햇빛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용운은 도리질을 하기 시작했다.

‘해줄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여운은 희망이 흐릿함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눈앞에 늘어선 고참들은 나이가 이미 20세쯤은 됐을 법하지 않은가.

그것만 봐도 출소의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신상 카드에 기록된 용운 자신의 나이는 12세이니 설령 18세에 내보내 준다고 해도 까마득히 먼 6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어머니를 찾으려면 당장 일각이 안타까운데 6년이란 그 얼마나 터무니없는 세월인가?

사감 선생의 얘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목소리에 한층 강한 악센트가 들어갔다.

“그리고 둘째, 이제 여기 들어온 이상 절대로 엉뚱한 생각은 품지 말라는 거다. 모든 헛된 상념을 버리고 무조건 이곳의 규율과 통제에 따라야 한다. 그래야 너희들도 편하고 우리 직원들도 편해진다. 그리고 신상에도 이롭다. 가끔 이 충고를 무시하고 바닷속의 물고기에게 좋은 일 시키는 멍청이들이 있다. 분명히 얘기한다! 이 서해안의 물고기들은 아무리 인간의 살을 실컷 먹여줘 봐야 묵묵부답이시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 혹시라도 엉뚱한 맘을 먹어서 서로 피곤하게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라. 이상이다!”

선생이 냉엄하게 말을 맺고 내려가자 고참들이 각 사(舍)별로 신입들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용운이 속한 충심사(忠心舍)의 사장(舍長)은 선착장에서부터 인솔해 왔던 바로 그 원생이었다. 그는 소년원 출신의 폭력 전과자로 별명이 왕거미였다. 

“모두 앞으로 갓!”

왕거미 사장이 소리쳤다. 


알 수 없는 앞날…… 눈앞이 캄캄했겠지만 신입들은 코뚜레 꿰인 송아지처럼 끄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느덧 수평선 저쪽으로 석양이 기울고 있었다.

그들이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사무실로부터 세 번째에 있는 숙사였다.

한 옆에 복도를 두고 왼쪽으로 1반부터 5반까지 다섯 개의 방이 일자로 배열되어 있었다. 사장 왕거미는 편성표를 보며 방마다 한두 명씩 들여보냈다.

“신입 받아라”

“김순식! 윤용운!”

3반 앞에 이르자 사장은 크게 호명을 하고 방문을 열었다. 피에로의 이름은 김순식인 모양이었다. 

“어이, 신입 받아라.”

한껏 위축되어 방에 첫발을 들여놓은 순간, 용운은 먹이를 발견한 수많은 맹수들의 눈빛을 보았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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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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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