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실사판 마동석’ 김수환 탐정

“탐정과 흥신소 다른 점은 이것”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보 과잉 시대다. 홍수처럼 밀어닥치는 정보 사이서 양질의 것을 찾는 일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가짜가 진짜인 척 스스로 포장하는 사이 업계의 질은 착실하게 낮아진다. 탐정업이 딱 그 짝이다. 진짜 탐정과 가짜 탐정,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50평 남짓한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창문도 열려 있고 에어컨도 켜져 있었지만 진한 담배향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벽에는 각종 자격증과 표창장이 가득했다. 김수환 탐정은 서울 광역수사대 출신으로 20년 넘게 강력계서 근무하다 명예퇴직했다. 개인 사무실로 보이는 곳에서 걸어나온 김 탐정은 일반인이 대체로 ‘강력계 형사’라고 생각할만한 외모였다.

강력계 20년

연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영화 <범죄도시>의 마동석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김 탐정은 답변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로 응했다. 

현직일 때보다는 발언에 있어서 자유롭지만 그렇기에 피해자를 더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 탐정은 현재 ‘형사, 탐정 되다’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구독자 수는 3만1000여명에 이른다. 

김 탐정은 “형사 퇴직 후 시민과 부대끼며 쌓아온 경험을 다시 시민에게 풀어서 소통하고 공유하기 위해 채널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탐정에 관심이 있거나 어려운 일, 방송 소재 등 제보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일반적으로 탐정이라고 하면 젊은 층의 경우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직업을 떠올린다. 반면 연령이 높은 층은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라고 되묻곤 한다. 불륜 증거를 잡거나 외도 현장을 미행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2020년 8월 개정 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면서 이전까지 금지됐던 ‘탐정’이라는 용어를 영업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아무나 탐정 행세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탐정이 경찰일을 그만두고 탐정업에 뛰어든 게 2019년인데 올해 5월이 다 되도록 탐정법은 개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기점으로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탐정법을 제정하려면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진짜와 가짜, 합법과 불법이 뒤엉키는 사태가 일어났다. 흥신소나 불법 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있던 사람들까지 전부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인된 자격증이 없다 보니 당연히 관리·감독도 엉망이고 의뢰인이 불법 업체를 찾을 방법도 요원한 상태다. 

김 탐정은 “정확하게 조사해 본 것은 아니지만 실제 현직 경찰로 활동하면서 수사를 해본 사람은 열 손가락에나 꼽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의뢰인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 사이 당사자 역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나 휴대폰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동선을 파악해 의뢰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탐정은 “제가 현직서 수사할 때 경험한 바에 따르면, 생각보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를 고치거나 내부를 수리하다 발견하기도 한다. 

김 탐정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면 일이 정말 쉽다. 위치추적기를 달면 5분 단위로 동선과 방향이 뜬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탐정이라는 일 자체가 국민에게 존중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사기관 ‘사각지대’를 파고들다
“진짜 탐정은 열 손가락에 꼽을 것”
“피해자보다 피의자인권중시 곤란”

강력계 형사로 23년간 지낸 경험은 ‘발로 뛰는’ 형사와 탐정을 접목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일반인은 잠복과 미행이 쉽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로 손꼽힌다. 김 탐정은 아주 작은 단서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을 한 곳에서 보내야 하는 일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 탐정에게 가장 많은 의뢰가 들어오는 사건은 ‘사람 찾기’다. 아동이 없어지면 경찰이 발 빠르게 수사 모드로 돌입한다. 그나마 여성의 경우도 경찰의 움직임이 빠른 편이다. 하지만 남성 성인, 특히 범죄 혐의점이 없는 사례는 경찰의 우선 순위에서 크게 뒤로 밀리게 된다.

의뢰인은 이런 사건을 김 탐정에게 의뢰하는 것이다. 

김 탐정은 “가족 간의 불화 끝에 사람이 없어져 찾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자발적으로 없어진 사례인데 그 경우에는 정말 찾는 게 어렵다. 예전에는 아들이 부모와 다투고 차를 가지고 잠적한 일이 있었다. 자동차의 명의가 부모로 돼있어서 딱지가 하나 날아왔더라. 그 딱지를 단서로 그 근처에서 40일을 잠복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숨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찾아주면 당사자가 싫어하지 않느냐는 <일요시사>의 질문에는 그래도 가족이라 그런가 심각하게 도망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성공률을 묻는 질문에는 80%가량이라고 답했다. 

회사 내부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이른바 ‘산업스파이’를 고소, 고발하기 위한 증거를 잡는 일도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중소기업은 내부에 법무팀 등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거를 잡는 일이 몹시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탐정은 현직 시절 쌓은 여러 인맥 등을 이용해 수사기관이 할 수 없는 일종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보는 셈이다. 그는 불법 의뢰를 잘 걸러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도소서 나온 남자가 “정말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 적이 있는데 오랜 시간 상담한 끝에 ‘해코지’를 하려고 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돈을 받아 달라는 의뢰 역시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김 탐정은 “실제 현직서 수사를 오래 하다 보면 의뢰인의 생각이 어느 정도 보인다. 의뢰가 오면 직접 발로 뛰는 일은 직원들에게 시키는 편이지만 상담만큼은 무조건 내가 한다”고 설명했다. 

김 탐정이 탐정 업계서 선구자적 길을 걷고 있다 보니 퇴직 경찰들이 찾아와 ‘지사’를 내달라거나 직원으로 고용해 달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지사를 내줬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지사를 내거나 직원 고용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선구자


김 탐정은 “형사 일을 하면서 피해자보다 피의자의 인권을 더 중시하는 모습에 실망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검거 과정서 일어난 일로 피의자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불려간 게 3번이다. 현직에 있는 후배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제 전직 형사가 됐고 탐정으로 조금 알려졌으니 유튜브를 통해 사각지대에 대해 말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탐정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길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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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