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함이 가득한 액티비티 ④평창 어름치마을

정선과 영월 등 강원특별자치도의 남부를 흐르다가 남한강으로 합류하는 ‘동강’은 깨끗한 자연환경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교통이 불편한 탓인지, 비교적 오지 상태로 남아 있어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2002년 환경부서 이 일대를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정도로 깨끗한 자연을 자랑한다.

험준한 태백산맥의 중추를 굽이치며 흐르는 동강의 매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감입곡류(산이나 구릉지서 구불구불한 골짜기 안을 따라 흐르는 하천)와 기암괴석, 깎아지를 듯한 절벽 등이 이어진다. 어디 그뿐일까? 강원 지역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석회암 지대에 해당해 동굴이 많기도 하다. 동강 유역이 매력적인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동강의 매력

동강이 품은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어름치마을로 향하자. 평창군의 남쪽 끄트머리, 미탄면 마하리에 자리한 이 마을은 다양한 야외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것이 동강 래프팅이다. 1994년에 동강 래프팅 코스를 개발한 동강레포츠가 이곳에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꾸려나가고 있다. 어름치마을은 래프팅의 성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 앞을 지나는 동강은 비교적 수심이 얕은 편인 데다가, 물줄기가 불규칙한 속도로 흐르는 등 래프팅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지형을 뽐낸다. 

현재 어름치마을은 3개 코스서 래프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장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어라연코스는 어름치마을서 출발해 영월군 섭세강변까지 약 13㎞ 길이를 내달리는 장거리 코스다. 절매코스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코스다.


절매나루터와 진탄나루터를 연결하는 생태 탐방도로가 개설돼 운영이 가능해졌다. 5㎞ 길이에 불과하지만, 동강의 여러 생태환경을 몸소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다. 동강 특유의 기암절벽과 감입곡류 등 때묻지 않은 자연 풍경을 오롯이 누리고 싶다면 황새여울코스가 제격이다. 

래프팅만 하기에는 동강과 어름치마을의 매력이 넘친다. 동강의 비경을 찾아 동굴 탐사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천연기념물인 백룡동굴 탐험 등 
래프팅 외 다양한 야외활동 체험

어름치마을 인근에 자리한 백룡동굴은 1976년에 마을 주민이 발견하고, 1979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상’ 동굴이다. 전체 길이 1.6㎞에 달하는 이곳은 쉽게 드나들 수 없다. 일일 최대 240명에게만 개방하는 생태체험학습장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탐방객을 위한 철제 덱, 상시 조명 등을 최대한 설치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있다. 

백룡동굴을 탐험하고 싶다면 방문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하루 총 12회차에 걸쳐 생태체험학습을 진행하는데, 1회당 최대 20인의 탐방객만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 자유 관람은 금지돼있으며, 동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둘러보는 방식으로 탐방이 이뤄진다.

준비물은 없다. 백룡동굴 방문객센터서 탐방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전신을 덮는 점프슈트와 장화, 머리 보호를 위한 헬멧과 헤드랜턴, 장갑 등이다. 어둡고 미끄러운 동굴 내부를 안전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한 안전 조치이자,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방법이다.


모든 인원이 준비를 마칠 때까지 방문객센터 내에 마련된 전시관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준비를 마친 뒤에는 본격적으로 백룡동굴 탐험이 시작된다. 우선, 백룡동굴 입구까지는 모터보트 ‘백룡호’를 이용해 5분 정도 이동한다. 동강의 물줄기를 가르고 나아가는 순간부터 탐험가가 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동굴 가이드가 굳게 잠긴 철문을 열면 한 명씩 천천히 내부로 들어서게 된다. 내부는 습도가 높아 바닥이 미끄럽다. 자신의 차례에 따라 천천히 입장하자. 

동굴 내부는 암흑 그 자체다. 입구로부터 새어 들어오는 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탐방객 헬멧에 헤드랜턴을 달아뒀지만, 진행요원이 지시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모든 탐방객은 오로지 동굴 가이드가 들고 있는 손전등 불빛에 의존해 탐험에 나서야 한다.

불빛과 레이저가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시선을 옮겨보자. 탐방 내내 긴장을 늦추지 말 것.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통로도, 기어서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말 그대로 ‘탐험 정신’이 필요한 순간이다. 

백룡동굴은 전형적인 석회암 동굴이다. 석회암 동굴의 특징인 종유석과 석순, 석주, 동굴산호 등등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동굴생성물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한때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남아 있다. 동굴 규모에 비하자면 광장이라고 해도 좋을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흥미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탐험 막바지에는 백룡동굴서 발견한 여러 생성물을 바닥에 펼쳐두고 그 형태를 자세히 관찰하는 시간도 갖는다. 

백룡동굴과 동강 래프팅을 함께 묶어서 체험하는 방법이 있다. 어름치마을서 절매코스와 백룡동굴 탐사를 묶은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어름치마을 또는 동강레포츠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할 것. 

동강 탐험만으로 아쉽다면, 스키장으로 향하자. 한겨울 액티비티를 책임졌던 스키장이 색다른 시설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사로를 활용할 수 있는 루지가 대표적이다.

루지는 무동력 썰매를 이용해 경사로를 중력의 힘으로 내려가며 스릴을 즐기는 놀이시설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휘닉스평창이 루지를 운영한다. 초급자용 슬로프인 펭귄 코스에 1.4㎞ 길이의 트랙을 조성했다. 루지를 타고 스키장 슬로프를 질주하며 남다른 속도감을 느껴보자. 

사방을 뒤덮은 미디어아트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뮤지엄 딥다이브 평창을 추천한다. 모나용평 내에 자리한 이 전시관은 2023년 7월, 모나용평이 새롭게 선보인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대자연의 신비한 세계로의 여행’을 대주제로 한 10개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차례로 선보인다. 다채로운 형태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을 차례로 감상하며 가상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면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거닐어 보자. 월정사 일주문과 금강교 사이를 잇는 1.9㎞ 길이의 순환형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돼있다. 그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900m 길이의 탐방로에는 1700여그루의 전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고개를 바짝 치켜들어야 할 정도로 높이 솟은 전나무가 사방을 가득 메운 탐방로에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A 코스 월정사 전나무숲길→휘닉스평창 루지랜드→백룡동굴→어름치마을 동강래프팅
-B 코스 휘닉스평창 루지랜드→뮤지엄 딥다이브→백룡동굴→어름치마을 동강래프팅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월정사 전나무숲길→휘닉스평창 루지랜드→태기산
-둘째 날 뮤지엄 딥다이브→어름치마을 동강 래프팅→백룡동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평창문화관광 https://tour.pc.go.kr
-어름치마을 http://www.mahari.kr
-동강레포츠 http://www.raft.co.kr
-백룡동굴 https: //pc.go.kr/cave
-뮤지엄 딥다이브 https://www.museumdeepdive.co.kr
-휘닉스평창 루지랜드 https://lugeland.kr

문의 전화
-평창군 종합관광안내소 033)330-2771
-어름치마을 033)332-1260
-동강레포츠 033)333-6600
-백룡동굴 033)334-7200
-뮤지엄 딥다이브 033)333-1122
-휘닉스평창 루지랜드 033)330-6232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4회(11:05, 13:30, 19:00, 20:3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영월시외버스터미널서 78번 버스(기화리 행) 이용, 마하 종점 하차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영월군 대중교통정보 080)850-9486, www.yeongwol-pti.com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평창 IC→장평, 평창 방면으로 우측 고속도로 진출→평창톨게이트서 새이들교차로까지 149m 이동→새이들교차로서 ‘평창, 장평’ 방면으로 좌측 방향, 366m 이동→새이들교차로서 우회전, 209m 이동→‘평창, 방림’ 방면으로 우회전, 4.1㎞ 이동→재신교차로서 ‘평창, 방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 12시 방향, 3㎞ 이동→대화회전교차로서 ‘평창, 방림, 대화면사무소’ 방면으로 회전교차로 12시 방향, 129m 이동→대화회전교차로서 ‘평창, 방림’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직진, 1.8㎞ 이동→방림교차로서 ‘영월, 평창’ 방면으로 좌회전, 8.8㎞ 이동→하리교차로서 ‘정선, 미탄’ 방면으로 좌회전, 780m 이동→천변회전교차로서 ‘정선, 미탄’ 방면으로 회전교차로서 2시 방향, 929m 이동→‘정선 미탄’ 방면으로 우회전, 11㎞ 이동→미탄교차로서 ‘백룡동굴, 미탄’ 방면으로 좌회전, 37m 이동→‘백룡동굴, 백운리’ 방면으로 우회전, 2.1㎞ 이동→백운삼거리서 ‘평창동강로’ 방면으로 우회전, 6.4㎞ 이동→‘마하길’ 방면으로 우회전, 333m 이동→우회전→어름치마을

숙박 정보
-아스테리아펜션: 미탄면 마하길, 010-5363-4321, http://www.asteriaps.com
-욜로하우스: 미탄면 마하길, 010-5106-6689, http://www.myolo.co.kr
-어름치마을 캠핑장: 미탄면 마하길, 033)662-1260, http://www.mahari.kr

식당 정보
-동강식당(곤드레밥): 미탄면 마하길, 033)333-5560
-미탄송어횟집(송어회): 미탄면 서동로, 033)332-8780
-아라리보리밥(보리밥): 미탄면 미탄시장길, 033)332-8080

주변 볼거리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돌문화체험관, 어라연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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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