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권자 최애 한식은 김치찌개 중식은 짜장면 술은 소주

한국갤럽 설문조사…술안주엔 삼겹살·주스는 오렌지주스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국내 거주 중인 만 13세 이상의 국민들은 가장 좋아하는 한식 메뉴로 김치찌개를, 중식은 짜장면을 꼽았다. 술은 맥주보다는 소주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22일부터 4월5일까지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1777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이하 ‘한식’)이 무엇인지 물은 설문조사 결과(자유응답) 김치찌개(14%), 불고기(11%), 된장찌개(10%), 김치(9%), 비빔밥(6%), 잡채(4.8%), 삼겹살(4.5%), 갈비(구이)(4.2%), 떡볶이·갈비찜(이상 3.3%), 청국장(3.1%), 김밥(1.7%)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 1% 미만 응답이 150여 종(25%)에 이른다.

2004년 좋아하는 한식 1위였던 된장찌개는 2014년 김치찌개에 추월당했고, 2024년에는 불고기에도 뒤졌다. 된장찌개 선호도는 2004년 23%서 2024년 10%로 크게 하락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에서만 된장찌개가 첫손에 꼽혔다. 20년 전 40대 이상의 최애 한식이 된장찌개였고, 당시의 40대가 지금의 60대에 해당한다.

현재 10·20대는 불고기, 30~50대는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 한 세대의 음식 기호가 나이 들어서까지 장기간 유지된다면 언젠가 한국인의 최애 한식이 불고기로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갈비(구이), 떡볶이, 갈비찜 등도 저연령일수록 사랑받는 한식이었다.

김치는 2004·2014년 3위서 2019년 4위로 물러났고, 선호도는 16%서 2024년 9%로 하락했다. 김치찌개 선호도 역시 과거 20% 안팎에서 14%로 하락했다. ‘식사 때 김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2003년 85% → 2013년 71% → 2018년 55%로 차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치찌개의 주재료가 김치임을 고려하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김치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상차림서 김치찌개와 김치는 동시에 오를 정도로 엄연히 다른 음식이어서 별도 구분했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중국음식점(이하 ‘중식당’)이다. ‘중국 본토에는 자장면이 있고 한국에는 짜장면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일반적인 중식당에서는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된 ‘한국식 중국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큰 그릇 가운데를 막아 한쪽에는 짜장면, 다른 한쪽에는 짬뽕을 먹을 수 있게 만든 짬짜면이란 메뉴는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갈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케 한다. 그러나 가장 좋아하는 중국음식(이하 ‘중식’)을 단 한 가지만 답하게 했을 때는 짜장면(38%)이 짬뽕(19%)을 크게 앞섰다.

지난 20년간 조사에서 한결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한국인의 최애 중식은 '짜장면'이라 해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된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연령대서 짜장면이 1순위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2004년 조사에서는 짜장면(43%), 탕수육(17%), 짬뽕(11%) 순이었는데, 2014년 짬뽕 선호도가 크게 상승해 탕수육과 엇비슷해졌다. 이외 좋아하는 중식 10위권에는 마라탕·팔보채(이상 4.5%), 양장피(3.0%), 깐풍기(2.4%), 유산슬(2.0%), 우동(0.9%), 꿔바로우(0.8%) 등이 포함됐다.

다른 연령대와 달리 10대는 짬뽕(7%)보다 탕수육(24%)과 마라탕(13%)을 더 좋아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저연령대를 중심으로 한식에서는 떡볶이, 중식에서는 마라탕 등 매운맛 인기가 두드러졌다.

평소 술을 마시는 음주자 1176명에게 가장 좋아하는 술 종류를 물은 결과 절반가량(52%)이 소주를 답했고, 그다음은 맥주(38%), 막걸리(5%), 와인(4%), 위스키(0.5%), 사케(0.2%) 순이었다.

남성은 소주파(소주 67%, 맥주 24%), 여성은 맥주파(소주 30%, 맥주 58%)가 많다. 소주와 막걸리는 고연령일수록, 맥주는 저연령일수록 사랑받으며 와인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나 성별·연령별 차이가 뚜렷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일명 ‘위스키 오픈런’이 화제였다. 하지만 좋아하는 술 종류를 하나만 선택하는 조건서 지난 20년간 한국인의 선호는 소주-맥주-막걸리 순서로 변함없다. 소주와 맥주 선호도 격차는 2004년 36%p서 2024년 14%p로 줄었다.

2000년 이후 소주는 저도화(低度化), 맛의 다양화 등으로 저변을 확대했다. 1924년 첫 출시된 소주는 35도였으나 1965년 30도, 1973년 25도, 1998년 23도까지 낮아졌고 2006년 19.8도의 등장으로 20도 선이 무너졌다. 현재 국내 시판 소주의 도수는 평균 17도 내외, 2015년부터 출시된 과일 맛 소주(리큐어)들은 13도 내외다.

이번 조사에서 만 13세 이상 1777명에게 평소 음주 여부를 물었을 때 66%가 ‘마신다’, 34%가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별 음주자 비율은 남성 77%, 여성 55%, 연령별로는 20~40대 80%대, 50대 74%, 60대 이상 59%로 과거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다만 주 1회 이상 음주자는 5년 전 36%서 29%로 줄었다(남성 54%→47%, 여성 18%→11%).

평소 술 마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술안주 1위는 삼겹살(23%), 2위는 치킨(12%)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오징어(6%), 회‧과일(이상 5%), 김치찌개(4%), 땅콩(2.7%), 마른안주(2.6%), 곱창·막창(2.5%), 족발(2.0%)까지 10위권이며, 골뱅이(1.9%), 먹태(1.8%), 과자, 파전(이상 1.4%), 두부김치(1.1%), 치즈, 쥐포(이상 1.0%)가 뒤를 이었다.

이외 1% 미만 응답이 100여 종(23%)이다.

10년 전인 2014년 초 전지현과 김수현이 출연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서도 치맥(치킨+맥주) 열풍을 일으켰고,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는데 왜 음주자들이 꼽은 술안주 1위는 왜 삼겹살일까?

그 원인은 선호 주종에 있다. 전체 음주자의 절반가량 차지하는 소주파(606명) 중 36%가 좋아하는 안주로 삼겹살을 답했고, 그다음이 회(8%), 치킨(7%), 김치찌개(6%) 등이다. 맥주파(449명)가 좋아하는 안주에서는 치킨이 21%를 차지하며, 그다음이 삼겹살과 오징어(이상 11%), 과일(9%), 땅콩(6%) 등이다. 막걸리 선호자는 김치찌개와 파전, 와인 선호자는 과일과 치즈를 많이 답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연중 다양한 제철 과일을 맛볼 수 있지만, 과일을 고르고 씻고 다듬는 수고 없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시판 과일주스 역시 인기다. 2000년대 초반까지 과일주스의 대명사는 유리병에 든 오렌지주스였지만, 이후 농산물 수입이 늘면서 이국적 과일로 만든 주스가 증가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주스(자유응답)는 오렌지주스(19%), 딸기주스(17%), 사과주스(15%), 포도주스‧망고주스(이상 8%), 토마토주스 6%, 키위주스(4.3%), 바나나주스(4.0%), 자몽주스‧수박주스(이상 3.9%), 파인애플주스(1.7%), 배주스(1.6%), 감귤주스(1.4%), 레몬주스(1.1%) 순으로 나타났다.

2004년 조사에서는 당시 한국인 중 43%가 오렌지주스를 가장 좋아한다고 답했지만 2014년부터는 그 비율이 20% 안팎으로 많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딸기, 망고, 바나나, 자몽, 수박주스 선호가 늘었다.

딸기주스는 여성, 저연령대서 더 인기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좋아하는 과일주스로 오렌지(22%)-사과(16%)-딸기(13%) 순, 여성은 딸기(20%)-오렌지(17%)-사과(14%) 순으로 선호도에 차이를 보였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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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