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금에 발목 잡힌 소상공인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14 09:37:16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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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묻었는데 몽땅 날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도미노 줄폐업이 예상되고 있다. 폐업의 원인은 다양하다. 식자재값, 대출금리 인상 등이다. 소상공인들은 하나 같이 “코로나19 상황보다 더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 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다중 채무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날린 권리금

2022년 2분기 말 700조6000억원 대비 6.2% 증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자영업자 다중 채무자도 같은 기간 3.2% 늘어난 117만8000명을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더 심각한 건 연체인데, 금액과 연체율이 눈에 띄게 뛰었다. 지난해 2분기 기록한 자영업자 연체금액은 13조2000억원으로, 2022년 2분기 5조2000억원보다 무려 153.8% 폭증했다. 연체율은 1.78%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0.75%) 대비 2.4배 높아진 수치다.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의 최고치 경신이다.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0.46%(지난해 11월 말 기준)라는 걸 고려하면 자영업자 연체율 지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 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부터다. 2020년 2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정부와 보건당국은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수칙을 발표했다. 확진자의 증가세를 막을 수 없자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자영업 사업장에 집합 금지 행정조치를 내렸다.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겐 사실상 영업금지 조치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당시엔 배달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 기간에는 배달이라도 잘돼 매출이 그나마 버텨줬다. 올해 들어서는 월 매출이 작년보다 20% 넘게 줄었다. 대출이자 부담까지 커져서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는 배달로 버텼지만…
직원 자르고 업소용 냉장고도 빼고

A씨의 상황은 부모에게 기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기댈 곳 없는 자영업자들은 줄폐업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서울 서초구서 3년간 디저트 카페를 운영해 왔다는 자영업자 B씨는 “세 명이었던 직원을 한 명으로 줄였다. 서빙까지 직접 했는데 손님이 더 줄어서 가게를 유지하는 것도 빠듯해졌다. 매출 회복이 어려워 폐업을 준비 중이다. 이제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B씨 매장은 한때 월 매출이 1500만원을 넘었으며, 잘될 때는 20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SNS 홍보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SNS를 본 동종 카페서 B씨 가게를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고,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월 400만원대로 매출이 급락했다.

“코로나 시기에 너무 힘들어서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최근 1년 새 연 2.8%서 5.4%로 올라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B씨는 “그래도 코로나 때는 괜찮았다. 지금보다 장사가 훨씬 잘 됐으니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이 안 들어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장사하면 할수록 빚만 계속 늘어난다. 지금 폐업해야 그나마 대출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대출을 한번 연장했는데, 벌써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폐업 시 대출이 사업자가 아니라 개인으로 전환되는데, 이자가 너무 부담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동종업으로 사업자를 연장하라는데, 힘들어 폐업하는 상황서 다시 사업자를 내야 하는 거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지난해 초에 권리금 1억2000만원에 가게를 내놨다는 C씨는 지금까지 가게가 나가지 않아서 권리금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가게 위치가 나쁘지도 않으며, 코너에 있어 다른 가게보다 월세가 조금 비싼 편이었다.

“금리 2배 이상 올라 감당 못해”
“줄폐업 도미노, 상권 무너졌다”

C씨는 “오는 8월이면 계약 4년째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돼서 묵시적으로 연장했는데 지난해 초부터 너무 안됐다”며 “하루에 20만원도 못 벌어 권리금 1억2000만원에 가게를 내놨는데,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다. 이제는 권리금 없이 그냥 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C씨 만이 아니었다. 가게 인근에는 권리금을 붙인 가게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들 중 권리금을 받고 나간 가게는 거의 없었다. 권리금이라도 받으려고 버티다가 결국 폐업하는 순이다.

C씨는 “주위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가게들이 폐업하고 있는데, 너무 아깝다. 월세 등 고정 비용이 매달 빚으로 쌓이니 빠르게 접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답답해했다.

폐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식자재값의 증가다.

20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인 D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매출이 1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월세, 식자재값만 270만원가량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식이 매장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는 “가게를 접고 남의 집에서 일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원래 직원이 4명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전기요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업소용 냉장고도 뺐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대출이자가 3배가량 뛴 상황서 식자재값마저 뛰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며칠 뒤, B씨는 폐업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민생회복을 위한 지원금 지급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수용해달라”고 대통령실에 촉구했다.

답이 없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려있다. 코로나 당시보다 더 어렵다”며 “지난해 폐업 외식업체가 17만개 급증했으며, 폐업률은 8.11%p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쓸 돈도 없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어 장사가 되지 않는데, 이대로 가다간 줄폐업 도미노에 지방상권이 무너질 지경이다. 한시가 급한 상황서 효과가 검증된 방법이 있는데 굳이 에둘러 갈 필요가 있는가”라며 재차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당부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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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