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금에 발목 잡힌 소상공인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14 09:37:16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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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묻었는데 몽땅 날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도미노 줄폐업이 예상되고 있다. 폐업의 원인은 다양하다. 식자재값, 대출금리 인상 등이다. 소상공인들은 하나 같이 “코로나19 상황보다 더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 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다중 채무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날린 권리금

2022년 2분기 말 700조6000억원 대비 6.2% 증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자영업자 다중 채무자도 같은 기간 3.2% 늘어난 117만8000명을 기록했다. 역시 사상 최고치다.

더 심각한 건 연체인데, 금액과 연체율이 눈에 띄게 뛰었다. 지난해 2분기 기록한 자영업자 연체금액은 13조2000억원으로, 2022년 2분기 5조2000억원보다 무려 153.8% 폭증했다. 연체율은 1.78%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0.75%) 대비 2.4배 높아진 수치다.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의 최고치 경신이다.

국내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0.46%(지난해 11월 말 기준)라는 걸 고려하면 자영업자 연체율 지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폐업을 결정한 자영업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 때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부터다. 2020년 2월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정부와 보건당국은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방역수칙을 발표했다. 확진자의 증가세를 막을 수 없자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자영업 사업장에 집합 금지 행정조치를 내렸다.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는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겐 사실상 영업금지 조치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당시엔 배달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 기간에는 배달이라도 잘돼 매출이 그나마 버텨줬다. 올해 들어서는 월 매출이 작년보다 20% 넘게 줄었다. 대출이자 부담까지 커져서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는 배달로 버텼지만…
직원 자르고 업소용 냉장고도 빼고

A씨의 상황은 부모에게 기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기댈 곳 없는 자영업자들은 줄폐업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서울 서초구서 3년간 디저트 카페를 운영해 왔다는 자영업자 B씨는 “세 명이었던 직원을 한 명으로 줄였다. 서빙까지 직접 했는데 손님이 더 줄어서 가게를 유지하는 것도 빠듯해졌다. 매출 회복이 어려워 폐업을 준비 중이다. 이제 다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B씨 매장은 한때 월 매출이 1500만원을 넘었으며, 잘될 때는 2000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SNS 홍보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SNS를 본 동종 카페서 B씨 가게를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했고,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월 400만원대로 매출이 급락했다.

“코로나 시기에 너무 힘들어서 대출을 받았는데 금리가 최근 1년 새 연 2.8%서 5.4%로 올라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B씨는 “그래도 코로나 때는 괜찮았다. 지금보다 장사가 훨씬 잘 됐으니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이 안 들어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장사하면 할수록 빚만 계속 늘어난다. 지금 폐업해야 그나마 대출을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대출을 한번 연장했는데, 벌써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폐업 시 대출이 사업자가 아니라 개인으로 전환되는데, 이자가 너무 부담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동종업으로 사업자를 연장하라는데, 힘들어 폐업하는 상황서 다시 사업자를 내야 하는 거냐”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지난해 초에 권리금 1억2000만원에 가게를 내놨다는 C씨는 지금까지 가게가 나가지 않아서 권리금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가게 위치가 나쁘지도 않으며, 코너에 있어 다른 가게보다 월세가 조금 비싼 편이었다.

“금리 2배 이상 올라 감당 못해”
“줄폐업 도미노, 상권 무너졌다”

C씨는 “오는 8월이면 계약 4년째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돼서 묵시적으로 연장했는데 지난해 초부터 너무 안됐다”며 “하루에 20만원도 못 벌어 권리금 1억2000만원에 가게를 내놨는데, 아무도 보러 오지 않는다. 이제는 권리금 없이 그냥 내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C씨 만이 아니었다. 가게 인근에는 권리금을 붙인 가게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들 중 권리금을 받고 나간 가게는 거의 없었다. 권리금이라도 받으려고 버티다가 결국 폐업하는 순이다.

C씨는 “주위에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가게들이 폐업하고 있는데, 너무 아깝다. 월세 등 고정 비용이 매달 빚으로 쌓이니 빠르게 접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고 답답해했다.

폐업이 증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식자재값의 증가다.

20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인 D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매출이 1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월세, 식자재값만 270만원가량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식이 매장 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신세를 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는 “가게를 접고 남의 집에서 일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원래 직원이 4명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전기요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업소용 냉장고도 뺐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대출이자가 3배가량 뛴 상황서 식자재값마저 뛰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며칠 뒤, B씨는 폐업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민생회복을 위한 지원금 지급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수용해달라”고 대통령실에 촉구했다.

답이 없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려있다. 코로나 당시보다 더 어렵다”며 “지난해 폐업 외식업체가 17만개 급증했으며, 폐업률은 8.11%p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은 쓸 돈도 없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어 장사가 되지 않는데, 이대로 가다간 줄폐업 도미노에 지방상권이 무너질 지경이다. 한시가 급한 상황서 효과가 검증된 방법이 있는데 굳이 에둘러 갈 필요가 있는가”라며 재차 민생회복지원금 수용을 당부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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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