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디올백 수사 관전 포인트

용산과 갈등? 특검 방패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에 관한 고소장이 접수된 지 5개월여 만에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고발인 조사와 영상 분석에 나섰다. 이로 인해 김 여사의 소환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선 김건희 특검법을 막기 위한 검찰과 용산의 짜고 치는 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면죄부를 마련하기 위한 토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검찰이 ‘김건희 디올백’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지 5개월여 만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며 제대로 된 수사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이 ‘김 여사 특별검사법(특검법)’을 밀어붙이며 압박하는 상황서 김 여사를 언제, 어떻게 조사할지에 대한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직무 관련성
처벌 가능성

이 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주례 정기보고를 받고 “김건희 여사 관련 청탁금지법 고발사건에 대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중앙지검은 이 총장 지시에 따라 윤 대통령 부부의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 수수 혐의 등을 담당하는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에 검사 3명을 추가 투입하는 등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전담수사팀은 이 사건을 시민단체 고발 때부터 수사해 온 형사1부 검사 1명을 비롯해 4차장 산하 반부패수사3부 검사 1명, 공정거래조사부 검사 1명, 범죄수익환수부 검사 1명으로 구성됐다. 

앞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가 지난 2022년 9월 코바나컨텐츠 사무소서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지난해 11월 공개했다. 이후 ‘서울의소리’는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을 고발했다.

‘김건희 디올백’ 사건 수사의 관건은 ‘직무 관련성’과 ‘처벌 가능성’ 여부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면 청탁금지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2항은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한 푼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 청탁금지법에서는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과 관계없이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여사는 영부인으로 청탁금지법서 공직자 등에 포함되지 않아 김 여사의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인지한 뒤 제대로 신고했는지가 또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 제9조 제1항에 따르면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안 경우 소속 기관장에 서면 신고, 또는 감독기관·감사원·수사기관이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지체 없이 신고 시 형사처벌, 과태료 부과가 면제된다.

영상 공개 5개월 만에 검찰총장 약속
고발인 조사·영상 분석…김 여사 소환은?

이번 사건에서는 윤 대통령 본인이 기관장으로, 신고 여부를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선례가 없어 법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법 해석으로 인한 처벌 여부가 갈리면서 검찰의 수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7일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서울중앙지검 일선 수사팀서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분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사 경과와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수사팀은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이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9일,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을 고발한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백 대표가 조사기일 연기를 요청해 일정을 다시 조율했다.

다만 최 목사를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모 사무총장은 소환했다.

게다가 지난 7일에는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네며 몰래 촬영한 최재영 목사 측에 원본 영상 제출을 요청했다. <서울의소리> 측에도 방송본과 별개로 최 목사로부터 받은 원본 영상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 목사와 <서울의소리> 측에 원본 영상을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고발인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영상을 분석한 다음 최 목사와 김 여사 등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검찰의 조사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최고 권부와 관련된 이전 사례를 보면 서면조사부터 관저 방문조사, 제3의 장소 조사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예우할 경우 검찰총장이 강조한 ‘신속·원칙 수사’에 의문이 생기고, 이후 야당에 특검법 촉구의 빌미를 줄 수 있기에 남은 조사 방식은 직접 소환으로 보인다.

주가조작
수사는?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 여사를 소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소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서 김 여사 계좌 중 최소 3개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사실이 인정됐다. 하지만 검찰은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하지도, 그렇다고 무혐의 처분하지도 않은 채 2심 상황을 지켜보며 수사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해 왔다. 김 여사는 해당 사건으로 고발된 지 무려 4년이 넘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심서 유죄를 선고받고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점이 인정됐음에도 김 여사가 단순한 전주인지 핵심 공범인지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필요한 수사를 진행했다”며 “김 여사와 관련해서도 서면조사 등 필요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권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의 2심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검찰수사가 정치적이라는 이야기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계속해서 나왔다”며 “이 같은 오명을 벗기 위해 수사팀을 꾸리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한다고 하지만 김 여사를 직접 소환하지 않으면 오명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재판 증거로도 인정된 계좌도 무시했는데 이번 사건서 김 여사 소환이 확정됐다고 말할 수 없어 보인다”고 일침을 가했다.

검찰의 김건희 디올백 수수 사건 수사 본격화로 검찰과 대통령실의 ‘갈등설’과 ‘약속 대련설’이 나오고 있다. 용산에 끌려다니기만 하던 검찰이 22대 총선 이후 용산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는 의혹과 검찰과 용산이 특검법을 무마하기 위해 연기하고 있다는 두 가지 의견이다.

최근 검찰 내부에선 이 총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의 여론에 따라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자리서 쫓겨나듯 물러나는 경우가 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총장이 이번 수사를 지시한 이유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 때문으로 해석된다. 

37대 김준규 총장은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자리서 물러났다. 당시 후배들의 압박이 상당했다. 또 38대 한상대 총장은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1년 3개월여 만에 쫓겨나듯 옷을 벗었던 전례도 있다.

검찰 내부의 목소리를 들은 이 총장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계속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약속대련
의심, 왜?

지난달 이 총장은 측근 등 주변에 “올 9월 (총장) 임기 만료 전까지 김 여사와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 등 주요 수사를 매듭짓겠다. 후임 총장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주례 보고 자리에선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7일에는  ‘신속·엄정 수사’를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통령 부인도 예외 없이 수사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 내부서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총장도 검찰 내부 목소리를 듣고 검찰 조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수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원석 총장은 원칙주의자고 소신이 뚜렷하다는 평을 받아왔다”며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 부인 관련 의혹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퇴직한다면 스스로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것이 이 총장이 이번 수사를 지시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한 차장검사는 “이 총장이 사건을 대충 털어버리려면 경찰로 내려보내거나 기존 수사팀 내에서 정리하지 않았겠나”라며 “(정권과 무관하게)‘갈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통령실이 민정수석비서관을 되살리고, 이후 고위급 인사를 통해 검찰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자 총장이 개별행동에 나섰다는 추측도 나온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의 민정수석 부활이 윤 대통령이 검찰에 대한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는 것으로 봤다. 박 원내대표는 “가족들과 친인척 비리 등을 사전에 검토하기 위한 부분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검찰 인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민주당 등 범야권에서는 검찰과 대통령실의 약속 대련으로 보고 있다. 김 여사에 관련된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막으려고 대통령실과 짜고 나섰다는 것이다.

짜고 치는 판? 면죄부 판 까나
조국 “열심히 하는 생색내기용”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고발장이 접수되고 5개월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던 검찰이 별안간 수사에 속도를 내겠다니 조금도 신뢰가 가질 않는다”며 “오히려 갑작스런 검찰총장의 신속수사 지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범을 피해 보려는 꼼수는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박찬대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재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며 “22대 국회서 김 여사 특검법을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이니 부랴부랴 수사하는 시늉이라도 내며 특검 거부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빈 수레만 요란한 검찰수사는 특검법에 대한 국민의 요구만 더욱 확산시킬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언제까지 각종 의혹에 둘러싸인 대통령 배우자와 그 배우자를 지키기 위해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는 대통령 때문에 국민이 부끄러워야 하냐”고 질타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그 말을 왜 총선 전에 하지 않았는지 이 총장이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검찰수사권에 제약을 가하고 수사·기소 분리 등을 추진할 것이 확실시되니까 갑자기 김 여사에 대해 수사하는 것 같이, 열심히 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이라고 비꽜다.

이어 “이 총장이 자신의 임기 내에 수사를 끝내겠다는 것은 임기 내에 수사를 철저히 해서 기소하겠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내 선에서 마무리하고 가겠다’, 즉 불기소 처분하고 자신이 다 총대 메겠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에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총장의 발언은 당연한 얘기 아니겠는가”라며 “대통령실이 검찰수사에 대해 언급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검찰의 김건희 디올백 수사를 두고 ‘꼬리 자르기’라고 보고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 처벌조항이 없다. 다만,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느냐, 즉 윤석열 대통령이 신고의무를 지켰는지가 밝혀지면 깔끔하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은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병우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홍익대 법학과 교수)은 “난도가 높지 않은 사건으로 필요하면 수사를 하면 되는데, 검찰총장이 수사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은폐되는 차단막 효과를 기대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상희 공동대표는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우리 검찰 조직이 죽은 조직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검찰총장의 결단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는 조직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나마나 
불기소?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8일 ‘윤석열정부 2년 검찰보고서‧검사의 나라, 민주주의를 압수수색하다’ 발간 브리핑을 열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한동대 연구교수)은 보고서 종합평가서 “윤석열정부의 지난 2년은 ‘검사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국정운영이었다. 국정 전반이 검찰 사법에 의해 통제되고 재조정되는 ‘국정의 검찰 사법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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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